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17화 (417/599)

목표는 달의 색향천월관이 아닌 태평양 한가운데에 자리한 해상 플랜트. 솔직히 마음같아선 쌔끈한 계집들과 또 한번 질펀하게 놀아재끼고 싶었지만 기생집으로 향하는 말의 목을 벤 김유신의 마음으로 방향을 튼것이다. 정말이지 이 외진 촌구석에 자리잡은 별에 왜이리 바람잘날이 없는건지 차라리 디아나 여신사건때 멸망해버리는게 좋았을지도.00417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 범고래(Killerwhale),

킬러웨일이란 영문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래조차 잡아먹는 명실상부한 바다 최강의 포식자. 백곰이나 백상아리조차 이 범고래 앞에선 한낱 피시작에 불과했으니 이 녀석이 육지에서 숨만 쉴 수 있었으면 바로 지구 최강의 생명체라는 칭호를 꿰찰 수 있었을 것이다.(코끼리 바다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고해서 범고래를 이길 수 있는게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범고래는 버려진 쇄빙선에서 주어온 거대한 철근에 꿰뚫려 노릇노릇한 한끼 식사가 되고 있는 중이였다. 화룡(火龍) 헬라이온의 꼬리불꽃은 남극의 도달불능점에서는 일상인 극한의 눈보라 폭풍속에서도 전혀 기세를 누그러트리는 법이 없어서 이 고래목 돌고래과의 포유류의 살점 구석구석을 익히고 있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불조절을 하면서도 식욕을 참을 수 없는지 침을 질질 흘리는 헬라이온. 드래곤이란 존재는 따지고보면 베스나 뉴트리아같은 외래 생태계 교란종같은것이였기에 이러한 먹이사슬 관계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였다.

아 물론 실제로 범고래를 사냥해온건 나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나호흡을 할 수 없는 지구에서 드래곤들의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행동이였지 헬라이온이나 아지다하카가 범고래랑 싸우다가 다칠까바 그런게 아니였다.

과거 범고래는 커녕 고등어는 잡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약하던 해츌링들은 토구(地球) 대륙에서의 반백년 세월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냈다. 범고래가 떼로 몰려온다 한들

성룡급 드래곤의 상대는 될 수 없는법.

사실 해츌링이 고작 50년의 시간만에 성룡급으로 성장한다는건 말도 안돼는 일이지만 말도 안돼는 토구 대륙의 마력입자 농도가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해츌링 시절 마나호흡을 통해 드래곤하트의 기틀을 닦고도 마나가 남아돌아 피와 살이 되어 급성장을 이룬것이다.

당시 마력입자 제로의 지구에서 토구로 넘어간 이민자의 입장에서 표현하자면 육지에 있는데도 바닷속에 잠수를 한듯한 부유감을 느꼈달까? 뭐 결국엔 적응해냈지만서도.

"용제형 이제 다 익었으니까 같이 먹자. 처음에는 마나가 없어서 너무 불편했는데 이런 생활도 괜찮은것 같아. 이 범고래라는 고기 너무 감칠맛나서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단 말이지."

"나는 여기 싫어! 왜 이렇게 추운곳에서 우리가 범죄자처럼 숨어다녀야하는건데. 진짜 범죄자는 그 옥사건 더 디파일러라는 녀석이라고 했잖아. 우리 빨리 녀석을 해치우고 토구 대륙으로 돌아가자. 나 벌써 세류언니 얼굴이 가물가물해질려고 해."

"이지하다카 너는 징징되는 버릇 좀 고칠 수 없어? 용제 형이 다 생각이 있겠지. 용제형이라고 히야신스 4세랑 결혼식도 내팽겨치고 계속해서 이 허허벌판에 있고 싶겠냐?"

"뭐가 어째고 저째? 더위를 너무 많이 타서 자기 플레임 브레스도 함부로 못뿜는 아무개씨는 이 혹한의 땅이 아주 마음에 들겠지. 마나호흡을 못해서 오직 고기 칼로리만으로 체온유지를 해야하는 나는 힘들어 죽을 지경이란 말이야. 용제 오빠 뭐라고 말 좀 해봐."

"모두 힘들다는건 알고 있지만 조금만 참고 나를 따라ㅈ... 크아으으으으으윽!!!"

오히려 토구 대륙에서 지구로 넘어온 지금 마력입자의 부재로인한 역체감때문에 토착민인

나조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니 악룡(惡龍) 이자다하카는 어련할까. 하여 내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투정을 부리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가시투성이 꼬리를 쓰다듬으려는데 갑자기 목근처에서 옴이 옮은것마냥 가려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청부살인 대상은 옥사건 더 디파일러야! 절대 잊지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용제형 왜 그래? 어디 아파?"

"헬라이온 니가 범고래 꼬리부분을 다쳐먹어서 스트레스받아서 그런거 아니야. 어서 지금까지 먹은거 토해내"

"아니 그거랑 지금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이미 소화를 끝낸걸 어떻게 도로 토하냐고. 용제형 앞으로는 꼬리부위 무조건 양보할테니까 그만 정신차려."

"아니 그거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흡!"

'청부살인 대상은 옥사건 더 디파일러야! 절대 잊지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

'청부살인 대상은 옥사건 더 디파일러야!'

'청부살인 대상은...'

긁적, 긁적, 긁적, 긁적, 긁적, 긁적. 북북북.

목의 경동맥이 바깥으로 훤히 드러날정도로 긁고나서야 어느정도 진정된 가려움. 만약 용의 인장 패시브스킬이 없었다면 진즉에 과다출혈로 죽고도 남을 정도의 상처였다. 나는 대충 근처의 아무 눈덩이나 집어다가 목에 덕지덕지 발라 화끈거리는 상처를 진정시켰다. 도심지의 눈으로 이런짓을 했다간 바로 감염성 질병에 노출되겠지만 남극의 천정 눈덩이라면 딱히 문제는 안되겠지.

사실 화끈거리는것도 화끈거리는거지만 귓가에 바로 플러그를 꼽고 삼중주로 연주하는듯한 야미도엔의 목소리가 나를 정신적으로 더 힘들게 만들었다. 역시 현룡(賢龍) 메기도의 충고가 옳았던걸까. 초심을 잃고 분수에 맞지않는 힘을 탐했기에 지금 이런 대가를 치루고 있는 거라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 야미도엔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은 마음뿐이였다.

아니, 아니 그건 거짓말. 혹시나 과거의 그때로 돌아간다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것이 분명했다. 노가다가 천성인 게임폐인에 불과 했던 내가 무고한 마을 주민을 약탈하는 도적떼 소탕을 시작으로 토구 대륙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마왕 데스프로그까지 처치하기까지의 여정은 다사다난하기 그지없었으나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였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몬스터를 잡아 레벨업을 하고 아이템을 루팅할때의 느낌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취감, 영혼까지 충만해지는듯한 그 감각을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아마 야미도엔의 부름만 아니였다면 그 성취감은 흔한 동화속 왕자님처럼 공주님과의 결혼을 통해 화룡정점을 찍었을 것이다.

작금의 사태에서는 마치 한껏 부풀어오르다 터져버린 풍선처럼 쪼그라들었지만 말이다. 이자하다카의 말처럼 옥사건 더 디파일러란 자를 해치우면 모든게 해결될 일이였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거였다면 내가 이런 인적 하나 없는 외지에서 인간 vs 야생을 찍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몸이 튼튼해도 집밥과 푹신한 침대가 그리운건 매한가지였다.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쉰 나는 헬라이온과 이자하다카를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과장된 몸짓으로 범고래 고기를 뜯어먹었다. 웬지 오늘따라 히야신스 4세가 죽도록 보고싶군.

"이제 괜찮아졌으니까 너희들도 어서 고기를 듬뿍 먹어둬. 마나호흡없이 체온을 유지할려면 지금 당장 배가 고프지 않다고해도 많이 먹어두는 수 밖에 없어."

"깜짝놀랐짢아, 용제형. 형 탈나는줄 알고. 그럼 꼬리부위는 내가..."

"잠깐!"

"아, 알았어. 꼬리부위 용제형 주면 되잖아. 자기도 간부위 쏙 빼가면서 나한테만 뭐라하기는."

"아니 바보야 그게 아니라 용제 오빠 가슴의 목걸이에서 이상한 빛이 나고 있어서 그래. 저거 히야신스 3세 여왕님이 가까이에 있다는 표식 아니야?"

나는 이자하다카의 지적에 범고래 고기를 먹다말고 급히 천상의 화원(Heaven's Garden)의 꽃받침 부분을 코앞에 들어올렸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목걸이 아티팩트가 이 눈보라속에서도 확연히 구분할 수 있을정도로 찬란한 빛을 토해내고 있는중이였다.

"그러면 세류 언니도 근처에 있다는 소릴텐데. 우리 범고래 고기 남겨뒀다가 세류 언니한테 맛보여주자. 토구 대륙엔 이렇게 큰 생선은 없었잖아. 이거보다 거대한 오징어는 있었지만서도. 어쩌면 히야신스 4세랑 튜리파도 같이 왔을지도. 토구 대륙에 있기 심심해서 지구로 놀러온건가."

이자하다카가 신나서 이런저런 추측성 이야기를 늘어놨지만 나는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었다. 히야신스 3, 4세, 세류, 튜리파. 모두 언젠가는 다시 만나야할 소중한 동료와 연인이였지만 지금은 때가 좋지 않았다.

옥사건 더 디파일러 그러니까 북두십성 유저에게 주어지는 이명으로 호칭하자면 아크리퍼가 지구의 어디까지 자신의 세력을 뿌리내렸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들과 자신의 관계가 밝혀진다면 자칫 인질이 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물론 세류가 함께 한다면 그리 쉽게 납치될리는 없겠지만 드래곤은 커녕 와이번도 없는 지구에서 수룡은 너무 눈에 띄는 존재라는게 문제였다. 아크리퍼와 다른 북두십성 유저가 충돌하길 기다리면서 최대한 이이제이를 노리는 전법을 쓰려고 했건만, 하필이면 기본적인

정보수집도 채안된 상황에서 나를 만나러 오다니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히야신스 일행이 정말 심심해서 지구로 넘어온거라면 불호령을 내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와 그러면 이제 우리 오지탈출 하는거야? 용제형 설마 여왕님이랑 공주님이 같이오는데 계속해서 여기서 머물 생각은 아니겠지? 요정족은 육류를 못먹는다는거 누구보다 용제형이 잘 알잖아."

"확실히 계속해서 여기에 머물 수 는 없겠군. 모두 스피릿츄얼 레어로 복귀해라. 이번에는 아프리카 잠비아쪽으로 가야겠어."

============================ 작품 후기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