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16화 (416/599)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이미 시체라서 정신지배가 통하지 않는거였군. 그 정도 무력의 걸어다니는 시체라면 역시 배후에는 아크리퍼가 있는건가. 좆같은 새끼. 예전에는 만류귀안을 하나 빼가더니 이번에도 사사건건 방해를 쳐하는군. 그 시체 성애자 놈만 아니였어도 지구는 진즉에 내 장난감이 되었을텐데."00416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 생긴것마냥 불량스럽기 그지없는 말투가 지금이라도 하라주쿠에 가면 한명쯤 있을법한 갸루걸같다는 생각을 하기무섭게 그녀가 팔짱을 풀고 수술대 한켠에서 수술용 전기톱을 꺼내왔다. 어... 방금 했던 말은 취소. 일본에서 제일 불량스러운 갸루걸 아니 야쿠자라고 해도 수술용 전기톱을 들고 설치지는 않을터였다.

"그럼 어디 한번 내 사이코 컬렉션에 또 하나의 귀요미를 추가해볼까? 정신지배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긴하지만 장식용으로 하나 두는것도 나쁘지않지. 히히히히히힝."

카라라라라라랔!

지금껏 청결함을 유지하며 부검에 힘쓰고 있던 의사가 무색하게 갸루걸이 황사팔에게 무작정 돌진해 두개골을 절개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피가 튀며 녹색 수술복이 붉게 물들었지만 의사들은 애써 참는건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건지 묵묵히 자신들이 할일에만 몰두할뿐이였다. 3인칭 시점으로 보고있는 나조차 움찔할정도인데 거 참, 이걸 참을성이 좋다고해야할지 비위가 좋다고해야할지.

그렇게 상당히 거친 방식으로 두개골을 강제로 개방시킨 갸루걸은 마치 아빠에게 고대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받은것 마냥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천장에 닿을듯 말듯 폴짝폴짝 뛰기를 수차례. 선물상자안의 내용물을 꺼내들자마자 그 길로 수술실을 잽싸게 벗어나는 그녀.

졸지에 의사는 피가 사방으로 튀어 엉망진창이된 수술실의 정리를 떠맡게 됐는데 황사팔을 시체보관실(내가 방부처리를 했기 때문에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로 옮기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는지 밀대를 밀고 수술실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내 시야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나는 수술용 전기톱을 든 갸루걸 간호사보다 훨씬 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처음보는 광경은 아닌게 마신의 전두엽, 세레브가 시험관안에 자기자신을 담그고 망토를 두른채로 성토전에 등장한적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빼곡히 펼쳐진 시험관들은 제각기 주인이 달랐고 독립보행이 가능한 기생뇌가 세상에 또 있을리 없으니 전부 사람을 죽이고 꺼내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봐야했다. 그점을 고려하면 온몸에 소름이 끼치다못해 뇌주름이 오그라들정도로 공포스럽기 그지없는 장면이였다. 가뜩이나 뇌적출 수술을 코앞에서 지켜본 마당에 더더욱.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우려했던것과는 다르게 산사람의 뇌를 공간침투를 통해 가져가는건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였다. 만약 그런게 가능했다면 갸루걸이 굳이 황사팔을 통채로 납치할 필요없이 그냥 뇌만 쏙 빼갔을 것이다.

'그런데 시험관밑에 적혀진 글씨는 뭘 의미하는거지?'

악필은 천재라는 속설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 글씨의 주인은 아인슈타인급일게 분명한 개발새발 필체에 나는 시(示)의 부적에 더욱 많은 내공을 우겨넣을 수 밖에 없었다. 여탕을 훔쳐볼때가 아니면 쓸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초고화질 시야로 살펴본 결과 뇌의 주인의 이름과 수술을 집도한 날짜를 기록했다는걸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개중에는 올라운더 에이지부터 시작해서 가스킬 대령과 밀러 캠밸의 이름까지 올라와 있었고, 나는 그걸보자 문득 엔지 민슨이 입버릇처럼 뇌 없는 놈이라는 말을 되내였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설마 그게 이걸 말하는거였나.

물론 뇌는 지문과 달라서 신분증에 등록된 생체정보와 대조를 해볼 수 도 없는거였고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였지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건 사실이였다. 계속해서 익숙한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 눈에 불을켜고 찾아봤지만 일본 총리정도가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전부였다.

자국의 의회에 누가 있는지도 잘모르는데 남의 나라 의회 사람까지 외우고 다닐 사람이 어디있을까. 결국 지랄맞은 글씨들을 읽는건 포기하고 슬슬 효력이 다해가는 시(示)의 부적과의 연결망을 끊으려는데 코앞에서 히스테릭한 갸루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새 귀요미를 놓을 자리가 부족하잖아. 야 에이지! 내가 사이코 컬렉션이 다차면 바로바로 자리를 확충하라고 말했잖아!! 이 쓸모없는 녀석이 만류귀안 하나때문에 살려뒀더니 이런 기본적인 잡일 하나 제대로 못해!?"

"코, 코쥬공 진정하시요. 곧 자리를 마련할테니 제발 때리지말고 말로 해결합시다. 지난번에 뿌러진 갈비뼈가 아직 덜 아물었소."

"지랄도 정도껏 해야지 조금 뼈에 금간거가지고 엄살은. 씨발 너는 또 왜 다죽은 시체를 여기까지 끌고온거야! 내 사이코 컬렉션에 피가 묻은면 어쩌려고!! 처지 곤란이라고? 그딴건 그냥 꾸겨서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잖아!!!"

까드드드득.

비단 갸루걸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어딘가 익숙한 어설픈 공대가 들려와 시야를 급히 돌리려는데 어떻게 반응할새도 없이 황사팔의 몸이 찌그러들더니 종국에는 진짜 깡통만한 크기로 줄어들고야 말았다.

당연히 시야공유가 풀렸음은 말할것도 없고 갑작스런 강제연결 종료때문에 눈이 손가락으로 찔린듯 따가웠다. 겨우 시야를 회복하고 주위를 살피니 이제는 완전히 날이 밝아 있었다. 이 난장판을 해놓고 공장 관계자 눈에 띄어봐야 좋을게 없었기에 나는 서로 한바탕 싸움을 한 연인처럼 등을 돌리고 서있는 황삼과 왕루옌을 불러들여 떠날 채비를 하게했다.

"황월방도들은 언제든지 출발완료입니다.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를 부르실겁니까?"

"부를것도 없이 이미 상공 100m에서 대기중이야. 그보다 떠날땐 떠나더라도 뒷처리는 깔끔히 해야하니까 황삼 너는 시체란 시체는 진영가릴것없이 다 모아와봐."

"존명!"

"사건님 혹시 방금의 술법은 황월방도를 납치한자를 추적하기 위함이였습니까 아니면 SSS요원들이 어떤 경로로 저희들을 추적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였습니까?"

"아마도 둘 다일껄? 의도한건 아니지만 SSS에게 사주를 내린 자와 황월방도를 납치한 자가 동일인이라는걸 알게된것 같다. 물론 그자의 정체라던가 위치같은건 아직도 오리무중이지만 추적할 단서가 아예 없는건 아니야."

"그렇군요. 그런데 송구스러운 말씁입니다만 저는 이번 작전에서 진짜 알짜배기 흑월파 조직원들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무공을 가르쳤다면 훨씬 더 활약할 여지가 있는 놈들이였습니다만 모두 어처구니 없게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죠."

"그래서 뭐? 그게 내 잘못이라는거야 뭐야."

"그, 그런 의미로 말을 꺼낸게 절대 아닙니다. 단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리수의 물정화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해야하는데 SSS와의 충돌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아무래도 병력의 수나 질이 부족한게 사실인지라..."

"흐으음. 왕루옌 네말도 일리가 있군. 보조금을 준다고 해도 정화시설 설치를 꺼리는 놈들에게는 매가 약인데 그 약이 부족한게 사실이지. 언제까지 아리수 본부의 호위 병력을 바깥으로 돌릴 수 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흑월파 조직원들에게 무공을 전수하는건 난 아직도 반대야. 제대로 일인분을 할 수 있는 일류고수를 육성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그딴 시정잡배놈들에게 풍수지를 내주는것도 아까워. 너도 봤잖아. SSS 요원들이 사이킥 능력을 사용하자 흑월파 조직원들이 곧바로 적으로 돌변했던걸."

왕루옌이 입술을 깨물고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에게는 여전히 흑월파에게 무공을 전수하지 못한게 한으로 남아있는 모양이였다. 허나 누차 말했듯이 머리검은 짐승에게 잘해줘봤자 공염불이였기 때문에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따거, 명령하신대로 시체를 모두 수거해왔습니다."

"좋아 이제 출발하지. 왕루옌 당분간은 아리수 본부에서 대기해라. 조만간 부하와 관련해서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지."

나는 기야스에게 지상착륙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황삼이 끌고온 시체들을 전부 최하급 좀비로 부활시켰다. 언데드 회로를 까는대신 인간이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의 원념을 증폭시켜 만든 이 좀비들은 얼마안가 썩어문드러져 고기방배조차 하지못할 오합지졸이였지만 단순 운반용으로는 아주 제격이였다.

야근으로 파김치가 된 직장인들이 지하철 막차에 오르는것마냥 기야스에 우르르 올라타는 좀비들. 나는 연구용으로 쓸 요량으로 다리가 불편한 좀비까지 이매망량으로 쓸어담은 후에나 기야스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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