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까지. 지금부터 네 기억을 수정해주지. 경국지색의 미모가 아닌 천하박색의 미모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나? 두번 말하지 않겠어. 이번에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요정족은 밥맛 뚝 떨어질 정도로 못생긴거다. 나중에 딴 말이 나오면 내 화살이 단전을 꿰뚫을거다."00406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성토전이 끝나고 나는 예상치 못했던 이득과 예상치 못했던 손해를 동시에 계산해야만 했다. 임무 완수의 대가인 1억 VP야 원래 받았어야할 금액이였지만 거기에 추가로 아수라몽크 트렉슐의 몫을 내가 갖게 되었고 사실상 불모지가 되버린 천익성 또한 내가 갖게 되었다.(성토전 MVP를 위한 보너스 쯤으로 생각하란다)
여기까지만 놓고보면 내가 이번 성토전의 가장 큰 수혜자가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광휘의 치천사 세라푸스를 위시한 천익성의 토착민들을 앙그릿사가 자신의 별인 용제성으로 데려가 재활치료를 하기로 한것이다. 물론 그녀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한 일은 아니고 성토전의 결과를 전해들은 엔도미야가 내린 결론이였다.
신앙링크가 아예 끊꼈으면 모르겠는데 대다수의 천익성 주민들이 신앙링크가 유지된채로 루시페르의 우상 제단을 참배하러 다닌탓에 세라푸스의 상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하데나 뭐래나. 그렇게 응급한 상태에서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고 밴쉬세이지가 된 누시아를 한참동안 껴안았으니 아무리 신이라도 오늘 내일하는게 당연했다.
뭐 거기까지는 나도 이해할 수 있다이거야. 아무리 초특급 변태인 나라도 반시체랑 낑낑대면서 으쌰으쌰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허나 엔도미야가 말하길 그 재활치료가 끝나면 세라푸스를 다시 여신칼날단원으로 복각시킨 다음 나와 서열을 뒤바꾼다는 것이 아닌가?(27위였던 나는 8위로, 8위였던 그녀는 27위로)
무슨 신용카드 VIP도 아니고 여신칼날단 10위권 안에 들면 연 1회 대권능 사용을 요청을 필두로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는데, 에휴우...
'내가 뒤섞고 싶었던건 세라푸스의 씹물과 내 좆물이지 그딴 서열 숫자놀이가 아니란 말이닷!'
항의를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엔도미야는 질서의 엔트로피의 득실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단을 내린 후 절대 그 판단을 철회하지 않는 경향(아주 특수한 변수가 생기지않는 이상에는 예를 들어 비여신칼날단인 내가 퀼레뮤츠를 격파한 일이라던가)이 있었기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정말이지 그때만큼은 엔도미야가 아닌 야미도엔의 수하가 되고싶은 심정이였지만 남의 몸에 영혼의 표식을 새기는건 즐겨도 내 신성한(?) 영혼에는 터럭만큼의 흠집도 남기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이것 또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누가보면 내가 생각만 장황하고 실행력은 빵점인 인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에는 제대로 한건을 터트렸다. 당시 욕구불만이 쌓일대로 쌓였음에도 마땅히 화풀이를 할 곳이 없었던 나는 천익성 행성의 생명력을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괄목상대(刮目相對)로 왕창 흡수해버렸던 것이다.
안그래도 악마들의 피때문에 황폐화된 천익성이였기에 그러한 행위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별들의 수명은 보통 수십억 단위부터 시작했기에 99.999%의 생명력을 흡수했다고 해도 어느정도의 유예는 남아있었다.
즉 처음부터 엔도미야가 나보고 천익성을 지키라고 넘겨준것도 아니고 어차피 망한 행성 생색이나 내볼까하고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였기에 그때가서 별이 펑하고 터져버린다고 나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뜻이였다. 설마하니 엔도미야가 한 천년후쯤 천익성에 슈퍼노바 현상이 발생한걸로 나를 걸고 넘어진다면 그때는...
'씨발, 초월 인터페이스고 나발이고 지구까지 1+1으로 터쳐주마!'
아무튼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볼 일이고 내가 천익성의 생명력을 흡수해 배운 기술에 관해서 말해보자면 이름하야,
궁기용쇄겸(窮奇龍鎖鎌).
무공명부터 간지가 철철 넘치는 이 기술은 사흉신교에서 원거리 무공을 전담해온 궁기분파에서 발전시킨 상승무공으로 궁기쇄격전과 비교했을때 그 습득 난이도가 터무니없이 난해해 구전으로만 전승되어온지 오래인 놈이였다.(무공비급 자체는 존재하지만 실제로 익힌 사람은 없다는뜻)
사실 그럴수밖에 없는게 궁기쇄격전의 주무기인 활은 오랜 옛날부터 일반 병사들의 기본소양으로 여겨졌지만, 궁기용쇄겸의 주무기인 사슬낫은 근본 자체가 불투명한 괴형의 무기가 아니던가. 아는 사람이야 알아보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농사일에 쓰는 낫을 분실하지 말라고 사슬로 묶어논줄 알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무공을 선택한건 전부 륭 사부가 전수한 마샬아츠 더 에테르때문이였다. 사용자의 의지를 무기에 반영해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줄 수 있는 이 기술은 마샬아츠 더 비타 못지않은 포텐을 지닌 무예였지만, 못난 주인을 만나 그 가능성을 일할 아니 일푼조차 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낫에서 다른 무기로 바꿀 수 도 없는 노릇인게 주무기를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이미지하는 과정(애시당초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잡아먹어 본격적인 수련을 하지 못했었다)이 워낙 중요한 무예라 주무기를 교체할때마다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그래서 고르고 고른게 궁기용쇄겸이란 무공이였고 낫에다가 영혼의 쇠사슬을 다는게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검이나 도처럼 아예 인연이 없는 무기로 걸음마를 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수월할터였다.
여기까지가 내 개인의 무력과 관련된 변경사항이였고 언데드 군단에 관해 말해보자면...
'이래저래 할말이 제법 많지.'
강령술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그것은 누가 뭐라해도 언데드 군단을 이용한 물량공세일 것이다. 당연히 VOT 온라인에서 강령술사의 정점을 찍은 나 또한 어디가서 물량으로 밀려본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최근들어서 강대한 적과 연속해서 싸우다보니 아이언 메이든의 하수인들이 계속해서 소모됐고 그 병력을 보충하기 보다는 소수정예화에 치중하다보니 군단이라 불릴만한 병력숫자를 유지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사흉성에서의 싸움에서 초초초대량의 다이노스 언데드들을 아이언 메이든에 쑤셔넣긴 했지만 기본적인 언데드 회로조차 깔리지않은 놈들은 언제 화적떼로 돌변할지 모르는 황건적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명령체계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으면 오합지졸은 고사하고 허수아비밖에 되지않는법.
이번 성토전에서 궁지에 몰린 루시페르가 자신의 뿔을 희생해 판데모니엄의 4군주에게 지원요청을 했을때(결국 네크로필리아의 활약으로 무위로 돌아가긴 했지만) 그러한 아쉬움을 뼈저리게 느낀 나는 언데드 군단의 대대적 개편을 취하기로 했다.
마침 좋은 계기도 생겼으니 그건 다름 아닌 개노답 어보미네이션 삼형제와 그들이 버려진 공방에서 갖고온 골든 메이든이였다. 하등의 쓸모가 없을거라 예상했던 개노답 삼형제였지만 태초의 사자를 윤허한 자, 오시리스의 축복을 받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지휘관의 자질을 보였던 것.
오시리스가 예의 세명에게 축복을 내리면서 말하길,
'겉으로보면 그들에게 아무런 재능이 없는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여러 존재와의 결합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미치지않고 스스로의 자아를 유지할 수 있다는건 그들에게 통합의 자질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세. 내가 축복을 내려 그 통합의 재능을 개화시키면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나올 수 도 있겠군.'
그리고 바로 그 시너지라함은 개노답 삼형제 각각이 일종의 다이노스 언데드에게 내 명령신호를 전달하는 중계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였다. 다른 표현을 쓰자면 사장 대신 노동자를 통솔하는 일종의 중간 관리자 느낌이랄까.
한때 미노타우르스 좀비의 숫자가 제법 있었을때 사일런트워커 푸스카가 그들을 통솔했던것처럼 눅눅이는 다이노스 좀비를, 딱딱이는 다이노스 스켈레톤을 그리고 칠칠이는 다이노스 스펙터를 지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언데드 회로 없이 단순히 통합의 재능이라는 애매모호한 개념만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과연 신의 기적 그 자체였다.
물론 골든 메이든에 잠들어 있던 금의위 강시들을 일깨운건 순전히 나 혼자만의 능력으로 이루어낸 업적이였다. 한때는 불사를 꿈꾸던 황제 진시황의 수하였던 그들이 아크리퍼만의 충실한 정예병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몇몇이들은 이지를 상실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지만 어차피 언데드 부하란건 말이 많아서 좋을게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지휘를 맡아야만 했기에 나는 유독 정신력이 뛰어난 황일, 황이, 황삼에게만 특별히 귀혼강신법의 정수를 활용해 환골탈태를 시켜주었다. 여기서 강시들의 환골탈태란 강시의 장점과 살아있는 인간의 장점을 결합한 궁극의 강시인 귀혼강시의 탄생을 뜻했고 온전한 완성품이라기보다는 프로토타입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일반 강시와는 궤를 달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