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04화 (404/599)

"낯선세계의 주민이여 저는 요정왕국 히야신스의 여왕 히야신스 3세라고 합니다. 저희쪽 세계 그러니까 토구 대륙에 또 다시 닥친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염치없지만 용사 드래곤 나이트의 힘을 한번 더 빌리고자 합니다. 부디 그의 행방을 알고있다면 수색에 힘을 더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00404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 수질관리협회(Water Quality Management), 아리수의 본부인 해상 플랜트의 심처로 아인종 3인을 인도한 나는 이번 세계수 공명 사건의 전말을 얼추 알게되었다.

"그러니까 그쪽 요정왕국의 궁정술법사가 세계수를 일종의 워프 게이트처럼 활용해 당신들을 용사 드래곤 나이트가 있던 세상쪽으로 보냈다는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송구스러운 말씀입니다만 도저히 저희 토구 대륙의 힘으론 마왕도 아닌 마왕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기에... 일찍이 용사 드래곤 나이트께서 마왕 데스프로그를 쓰러트려 주신지 얼마되지 않아 이런 부탁을 드리는 제 심정도 참담한 수준입니다. 예의 업적에 관해서도 제대로 보상도 해드리지 못했거늘."

"저랑 약혼까지 했는데 결혼식 당일날 도망쳐 버린거 있죠? 너무하지 않다고 생각안하시나요, 하 협회장님!"

"체통을 지키거라, 히야신스 4세! 지금 토구 대륙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대화를 하고 있거늘 어찌 그리 경거망동하는 것이냐!!"

"죄송해요, 어마마마. 그런데 저 너무 심심한데 어마마마가 하 협회장님이랑 얘기할동안 튜리파랑 잠깐 나가놀다오면 안돼요? 아까 오면서 봤는데 신기한게 엄청 많던데. 바다에 떠있는 건물이라니 역시 드래곤 나이트님의 세계답달까."

"후우우우우우우. 그래 차라리 나가있는편이 낫겠구나. 튜리파, 그 아이를 데리고 나간 다음 말썽을 부리지않도록 잘 감시해주겠니?"

"명을 받듭니다, 여왕폐하."

"아싸, 신난다!"

단 세마디로 극명하게 드러난 아인종 3인3색의 성격. 나는 처음 수룡의 머리위에서 등장했을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검집에서 손을 때지않은 숏컷 요정족과 히야신스 4세에게 복도로 나가는 문을 열어준 다음 다시 자리에 착석하며 머릿속에 각각의 성격을 확실히 기억해 두었다.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둘만 남게되자 또 한번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히야신스 3세.

"후우우우우우우. 면목없습니다, 하 협회장님. 히야신스 4세는 올해로 150살밖에 되지 않아 아직 철이 없습니다. 어미가 대신해서 사과드리죠."

"굳이 고개까지 숙여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저 말괄량이 공주님의 나이가 150살이라니 이거 놀랄 노자로군요. 토구 대륙의 연월일 셈법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1년이 365일이라 치면 제 나이의 여섯배입니다."

"여섯배요? 그렇다면 하 협회장의 나이가 25세밖에 되지않는다는거군요. 그 나이에 이정도 규모의 단체의 장을 하고 있다니 실로 대단하십니다. 실례지만 이 아리수라고 하는 단체가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지구 대륙 각지의 수질을 개선시키는 일을 하고 있지요. 일단 표면상으론 말이죠."

"아하, 그랬군요. 어쩐지 수룡 세류가 이곳 주위 바다가 참으로 깨끗하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었죠. 저희 토구 대륙은 악마들의 피때문에 강의 지류가 오염되 손도 못쓰고 있는 상황인데 정말 부럽습니다."

"수룡 세류라고 하심은? 역시 세계수 옆바다에서 떠오른 용을 말씀하시는건가요?"

"예, 바로 그 용의 이름이 세류입니다. 악마들의 피때문에 사막화된 땅의 복원을 위해 용사 드래곤 나이트께서 남겨주시고간 너무나 은혜로운 선물이지요. 아무리 세마리 드래곤을 휘하에 두고 계신 드래곤 나이트님이라지만 요정왕국의 수호룡으로 세류를 내준 10년전 그

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랍니다."

"꽤나 희생정신이 강한 타입이였던 모양이군요. 드래곤 나이트라고 하는 인간은. 그런데 말이 나온김에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드래곤 나이트가 정확히 토구 대륙에 등장한 시점이 언제지요?"

"으음.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역사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반백년전 화전민 마을을 침입한 도적 무리들을 퇴치한게 드래곤 나이트의 첫 공식업적이라더군요."

나는 조심스럽게 주판을 튕겨보았다. 반백년전이라면 50년전이라는 소린데 그때는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은 커녕 온라인 게임 자체가 출시되지 않은 시대였다. 기껏해야 도스화면에 A문자 하나 띄워놓고 '우주선 슈팅게임입니다, 한번 상상력을 발휘해 보세요.'라고 하던 때에 어디서 갑자기 드래곤 나이트가 솟아난걸까.

어쩌면 예의 드래곤 나이트가 북두십성 유저중 한명일거라는 추측 자체가 틀린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유저들 사이에서 퍼진 소문을 종합해보면 드래곤 나이트가 부리는 드래곤은 단 한마리뿐이였다. 근데 그 한마리의 드래곤이 말도 안되게 강력해서 대형 길드조차 그가 장악한 사냥터를 간보지 못한다던가.

"히야신스 4세님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혹시 궁정술법사의 실수로 다른 세계를 찾아오신건 아닙니까? 저는 드래곤 나이트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짐작가는 사람을 떠올렸습니다만 50년전에 그는 드래곤 나이트의 이명을 받지도 못했을뿐더러 아예 태어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그럴리가 없습니다. 사실 히야신스 3세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았지만 드래곤 나이트는 그녀와의 결혼식 당일날 아무말도 없이 도망친게 아니라 제게 미리 언질을 한 상태였습니다. 자신이 살던 본래 세계에서 해야할 일이 남아있어 급히 떠난다고요. 그리고 저는 언젠가는 드래곤 나이트님께 온당한 보답을 하기 위해 천상의 화원(Heaven's Garden)이란 팬던트의 꽃받침 부분을 넘겼고 이게 빛나고 있다는건..."

히야신스 3세가 풍만한 가슴골 사이에서 보석이 촘촘히 박힌 해바라기 모양의 목걸이 하나를 꺼내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지구 대륙 어딘가에 드래곤 나이트께서 반드시 살아계신다는 뜻입니다."

"상당히 강력한 술법원진이 새겨진 아티팩트인 모양이군요. 대륙단위이 탐지가 가능하다니. 뭐 어쨌든 히야신스 여왕님의 의사는 잘 알아들었습니다. 저희 아리수의 인력과 정보를 총동원해 드래곤 나이트의 행방을 추적하는데 협력하도록 하지요."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히야신스 3세가 일국의 여왕답지않은 공손한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90도 인사를 해온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조아릴때마다 출렁거리는 두개의 둔중한 살덩이는 오히려 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질투따위를 해서 그런게 아니였다. 150살의 딸을 뒀다고는 생각되지않는 뛰어난 미색의 요정족 여왕이 '그 녀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기 때문이였다.

나는 히야신스 3세가 고개를 재차 숙인 사이 그녀 몰래 방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다트 석궁으로 무력화 시킨 후 출입구의 잠금상태까지 확인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백월교라면 모를까 황월방놈들에게 세어나가 좋을게 없는 내용이였다.

"히야신스 여왕님. 이제 그만 자리에 앉으시고 이번엔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단,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여왕님의 딸과 호위무사에게도요. 이를 지키지 않을시 드래곤 나이트의 수색에 많은 애로사항이 꽃필겁니다."

"요정족의 발은 바람처럼 가볍지만 입은 바위처럼 무겁습니다. 기탄없이 말씀하시죠, 하 협회장님."

"용사 드래곤 나이트가 토구 대륙을 침입한 마왕 데스프로그를 무찔렀다고 하셨지요?"

"예. 토구 대륙의 숱한 정예 파티와 군대조차 실패한 일을 용맹하게도 단신으로 해내셨지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지금 지구 대륙은 아크리퍼란 마왕에게 이미 점령당한 상태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에 대항할 용사 드래곤 나이트는 코빼기도 비춘적이 없고요."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지구 대륙이 이미 마왕에게 점령당한 상태라니요. 바다가 이토록 맑고 바람 한점없이 평화로운데 다른 곳은 사정이 다르단 말입니까?"

"으음 그게 아니라 잠깐 이걸 보시죠."

나는 히야신스 여왕의 이해를 돕기위해 일부러 감정을 격앙시켜 머리카락을 뱀으로 변환시켰다. 감정을 가라앉히는게 어렵지 화를 돋구는거야 '그 녀석'을 떠올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 1초도 되지않아 사나운 뱀들이 씩씩거리며 히야신스 3세를 위협했다. 그녀가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서자 또 한번 격하게 출렁이는 뽀얀 유방.

"보셨습니까? 저 또한 한때 마왕에게 저항했으나 승리하지 못하고 사로잡힌 결과가 이겁니다. 이른바 마왕의 끄나풀이 되고만거지요."

"하, 하지만 방금 아리수의 목적은 수질을 개선시키는거라고... 하 협회장님이 마왕의 수하라면 어째서 그런일을 하고 계신거죠?"

"저도 아직 마왕 아크리퍼가 왜 막대한 자원과 인력을 투자해 지구 전역의 수질을 개선시키고 있는건지는 모릅니다. 허나 한가지 확실한건 그 행동이 선하다고해서 그 목적까지 선할리는 없다는거지요. 그만큼 마왕 아크리퍼는 악독하기 그지없는 자입니다. 그럼에도 지구 대륙이 평화로운건 일종의 지배방식의 차이랄까요? 마왕 데스프로그가 인류 몰살을 지상과제로 삼았다면 아크리퍼는 반대입니다. 인류 융성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상 유지를 원하죠. 인류가 서로 몰살 전쟁을 벌인다면 아크리퍼는 막아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건 선한 목적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 자신이 빨대를 꽂은 음료수가 새기를 바라지 않아서 그러는것뿐."

"그, 그렇다면 그건 마왕이 아니라 정복왕에 가까운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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