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인 대상은 옥사건 더 디파일러야! 절대 잊지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00403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 수질관리협회(Water Quality Management), 아리수는 지구에 난데없이 달나라까지 이어지는 마법의 나무가 자라난 이후 마법처럼 등장한 신흥 조직이였다. 그 조직의 지상목표는 단 하나.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물의 수질을 1급수도 아닌 특1급수로 개선시키는 것.
다분히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목표였지만 아리수(서구권에서는 WQM이란 약어로 더 잘 알려짐)는 등장한지 얼마 안돼 전 세계로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중이였다. 이 불가사의한 조직의 배후로는 인페르노 테러조직 봉기때와 마찬가지로 북두십성 유저가 지목되었고 실제로 표면상의 협회장도 바로 나 아크엔젤 아니 밴쉬아쳐 하희빈이 맡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바지사장일뿐이지만. 진짜 보스인 아크리퍼도 엄연히 북두십성 유저중 한명이니 딱히 틀린 추측은 아니로군.'
뭐 조직이야 그렇다쳐도(떡하니 명함에 아리수 협회장이라 되있는데다 백월교까지 흡수함) 초거대 나무 통칭 세계수까지 내 탓으로 돌리는건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였다. 사실상 몇년 전만 하더라도 과학만능주의에 기반해 창조론은 찌라시 취급을 받고 진화론이 정설로 굳혀져가던 인류에게 대기권을 뚫는걸로 모자라 우주밖 위성까지 자라난 나무는 다소 거북하게 느껴졌을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만사중 불가사의한 것들을 모두 북두십성 유저의 소행으로 돌리는건 어리석은 짓이였다. 심지어 음모론을 좋아하는 자들 중에선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 모아이 석상 그리고 버뮤다 삼각지대의 행방불명 사건까지 시간을 역행한 북두십성 유저의 짓이라고 떠벌리는 자들이 있었는데 주둥이에 화살을 꽂아넣고 싶은 심정이였다.
만약 그런 일이 가능했으면 누구보다 발빠르게 내가 과거로 돌아가 화랑대 스포츠레저학과 재학당시 조별과제에 불참했던 김사건을 조져버렸을 것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그가 지금과 같은 악인이 되리란건 뻔뻔할정도로 조별모임에 불참했을때부터 예견된 일이였다.
지금도 아리수의 모든 업무를 내게 떠맡긴채 세계각지에서 모아온 미녀들과 만리장성을 쌓아올리고 있을 녀석을 생각하니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전인류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크데빌같은 자보단 아크리퍼가 세계를 주무르는편이 나았다. 적어도 아크리퍼는 아크데빌처럼 인육을 먹거나 산사람을 제물로 바치지는 않으니까.
뭐 어디까지나 차악이라는거지 차선은 절대 될 수 없지만 말이다. 당장 아리수만 하더라도 세계각지의 물부족국가를 전부 구원할 수 있을정도의 자본과 인력을 갖고 있지만 엄한 수질개선에만 목을 메고 있었다.
수질 개선 자체가 잘못된건 아니지만 담수와 해수를 가리지않고 무작정 정화시키면서 정작 마실 흙탕물조차 없어 탈수로 죽는 사람들을 방치한다는건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바지사장이 아니라 진짜 아리수의 협회장이였다면, 그랬다면...
"하 협회장님 세계각지의 공장들의 폐수처리관련 현황보고서를 가져왔습니다."
똑똑.
턱을 괜채로 상념에 잠겨있던 나를 일깨우는 노크소리와 함께 맑은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미남자. 저럴거면 뭐하러 노크를 하나 싶었지만 명목상의 비서일뿐 실제로는 아크리퍼가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보낸 끄나풀이였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매 분기마다 올라오는거 이젠 읽기도 귀찮으니까 구두보고로 대체해."
"예, 알겠습니다. 이번 분기에 저희 아리수에서 감사가 들어간 공장들은 총 1783개로 그중 약 40%에 해당하는 713개의 공장이 폐수처리비용의 일부를 보조금 형태로 지급한다고 했음에도 거절한 탓에 왕루옌 행동대장이 흑월파를 이끌고 출동했습니다. 따거는 워낙 성격이 급해서 협조하지 않는 공장은 그냥 폭격기로 쓸어버리라고 지시했습니다만 아야사 사오사오가 말려서 간신히 폭격명령은 보류됐습니다."
"제정신이 아니군. 그녀석은 713개나 되는 공장이 갑자기 쑥대밭이 되면 전세계 경제가 휘청거릴거란 기본적인 생각도 못하는건가? 대공황이 와도 물만 깨끗해지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은 극단적 환경주의자들도 안한다고!"
"따거가 그런거 따지시는 분이 아니라는거 하 협회장님이 누구보다 더 잘아시잖아요. 그 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저희 밑에것들이 더 열심히 발빠르게 뛰는 수 밖에 없죠. 이번에 황월방도 본격적으로 아리수에 비협조적인 공장들을 응징하는 작업에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아직 지구의 문화에 익숙치않은게 흠이지만 말안듣는 개를 뚜드려 패는건 흑월파보다 잘 할 자신이 있지요. 이번 기회에 백월교도 전도는 일반 신도들에게 맞기고 힘 좀 쓰는 자들은 응징 작업에 동원하는건 어떻습니까. 예의 대공황이란걸 정말 피하고 싶으시다면 말이죠."
"백월교를 그딴 더러운 작업에 동원할 생각없으니 네일이나 잘해라, 황삼."
나는 은근슬쩍 폭력적인 행위에는 손을 대지않는 백월교의 행태를 비꼬는 황월방의 3인자를 도끼눈으로 노려보았다. 성토전이라고 하는 어디서, 누구와, 왜 싸우는지 당최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전투가 끝나고 갑자기 등장한 황월방이란 세력. 색향천월관같은 오버테크놀로지 함선보다야 양반이지만 밸런스 붕괴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집단.
다합해 1000명으로 구성된 그 단체는 서열순으로 황일, 황이, 황삼, 황사, 황오... 황천같은 무성의한 이름으로 불리었지만 그 실력만큼은 절대 무성의하지않았다. 오랫동안 무예 수련을 받은듯 하나같이 귀신같은 몸놀림을 선보이는 그들은 흑월파에 소속된 조직 폭력배 출신의 떨거지들과는 비교를 불허할정도의 정예병들이였다.
다만 아직 지구의 언어와 문화에 능하지 못하고 이렇다할 정식신분도 없었기에 아리수란 단체의 그림자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중이였다. 예외적으로 내 눈앞에 있는 황삼이란 녀석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지구생활에 적응하는데 성공해 내 비서와 대외활동을 겸하고있었으나 앞서 말했듯이 이는 내가 허튼짓을 못하도록 지켜보는 간수역이나 다름없었다.
"어이쿠, 무서워라! 하 협회장님 화나면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하는건 여전하네요. 무사라면 모름지기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냉철한 감정 컨트롤을 할 수 있어야죠. 특히나 궁사는요 검사를 상대로 첫화살이 빗나가면 영영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고요."
"닥쳐! 너같은건 활을 쓰지않아도 반죽음으로 만들 수 있..."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당장이라도 책상을 뛰어넘어 황삼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심산이였던 나는 갑작스런 공간의 파동에 몸을 낮출 수 밖에 없었다. 궁사가 어쨌니, 검사가 어쩄니 이죽거리던 황삼도 기묘한 공간의 출렁임에 몸을 추스리기 바쁜때, 나는 밴쉬의 몸의 이점을 살려 유체화 상태로 창밖을 뛰쳐나갔다.
아리수의 본부가 위치한 해상 플랜트 바로 옆에 자리한 초거대 나무. 인류가 세계수라고 지칭하는 그것이 바로 공간의 파동을 발생시키는 진원지였다. 반딧불이 수천만마리가 달라붙은듯 발광하던 세계수의 빛번짐이 잦아들었을때쯤 공간의 파동도 서서히 약해졌고, 그에 따라 해상 플랜트가 정상 기능을 되찾자 비정상적인 존재가 해수면위로 떠올랐다.
그 비정상적인 존재란 다름 아닌 여의주를 쥔 수룡으로 뱀처럼 똬리를 뜬채로 머리에는 신원미상의 아인종 3인을 싣고 있는 중이였다. 한때 달의 여신을 모셨던 신앙인으로서도 믿겨지지않는 진풍경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설마 아크리퍼가 협회까지 차려가며 수질을 개선시킨 이유가 저 수룡을 소환하기 위함이였던가.
아니, 아니 수룡과 수질을 연관시키는건 너무 비약된 추측이였다. 애시당초 저 수룡의 등장은 세계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이 분명한 바 따지고 들려면 그쪽을 파고드는게 나으리라. 어쨌든 지금 당장은 수룡과 아인종 3인의 정체를 파악하는게 우선이였기에 나는 또 다시 유체화 모드로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그러나 내가 땅에서 발을 떼기도 전에 돌개바람같은 움직임으로 지상에 착지한 아인종 3인. 유난히 뾰족한 귀와 아름다운 미색을 갖춘 모양새가 공상속의 요정족 '엘프(Elf)'를 떠올리게 했고,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첫만남부터 스스로를 요정의 나라 출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