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00화 (400/599)

"이런 호구 새끼들을 다봤나! 그러니 너희들이 개노답 어보미네이션 삼형제라는 소리를 듣지. 딱딱이 너는 스켈레톤이고 눅눅이 너는 좀비야. 그리고 칠칠이 너는 유령이라고! 그것도 아주 뒤틀린 망령중의 망령이지. 그런놈들이 저주받은 인형을 무서워하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냐? 오히려 인형이 니들보고 놀라서 본드로 붙인 인형눈깔이 떨어지겠다. 닥치고 어서 그쪽으로 출발하기나해."00400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겉으론 멀쩡해보여도 폐기실험체가 이곳에 버려진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칠칠이가 말한 비밀 통로로 향하는 여정이 눅눅이(녀석은 다리가 없는 무족류 좀비다) 때문에 다소 지체되 실험실 이곳저곳을 뒤지던 나는 겉모습에 혹했다가 빈깡통을 차는 일이 반복되자 아예 탐색 자체를 포기해버렸다.

보통 야동을 보는 사람들의 습성에는 보고 바로바로 지우는 휘발성 타입과 명작만을 골라 외장하드에 옮겨담는 저장성 타입이 있는데, 나는 두말할것 없이 후자였고 그러다보니 진짜 연구가치가 있는 자료들은 진즉에 원래 공방쪽으로 옮겨놓은 모양이였다.

워낙 연구자료가 방대해 일일히 기억해내기는 어려웠지만 얼티밋 언데드 폼과 관련된 문건들을 제외해도 제법 쓸만한게 있었던것만은 확실했다. 문제는 과연 비밀 통로를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하수인인 칠칠이가 연구자료의 라벨만 보고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를 구별할 수 있냐는 것이였는데 뭐 그냥 가챠에서 뽑기를 한다고 생각하는게 편하려나.

"케에에에에에에에엑!!!"

"주인님 칠칠이가 이제 비밀 통로의 입구까지 몇걸음 안남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역시 저주받은 인형이 마음에 걸린다고 하네요."

"아놔 제발 쫌! 저주 받은 인형이고 나발이고간에 원래 공방에서 내 연구자료를 회수해야 이 그지같은 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거 아니야! 평생 여기서 썩어 문드러지고 싶어!?"

"그, 그게 저도 처음에 이곳에 버려졌을때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만, 눅눅이랑 칠칠이라는 좋은 친구들이 말동무를 해주다보니 그럭저럭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어차피 바깥에 나가봐야 이런 기괴한 모습때문에 멸시를 받을게 뻔한... 주, 주인님 그렇게 먼저 가시면 어떡합니까? 위험하다고요. 가진거라곤 질긴 몸뚱아리뿐인 저희들이 앞에서 고기방패라도 서겠습니다."

"고기방패는 무슨 튼튼한걸로 따지면 내가 니들보다 다섯 수는 위야 짜샤! 아무래도 너희들이 말한 저주받은 인형이 이걸 말하는 모양인데 어디 한번 보자고. 근데 툭까놓고 말해서 인형이 아무리 무시무시하게 생겨봤자 너희 개노답 어보미네이션 삼형제들만 하겠냐?"

벌컥!

나는 칠칠이가 길안내를 망설이는 사이 전면으로 치고 나가 딱봐도 수상해 보이는 회색 관을 열어재꼈다. 하지만 내가 잘못 짚었는지 아니면 개노답 삼형제가 개노답짓을 한건지 회색관 안에는 쥐새끼 한마리 보이질 않았다.

바로 앞에 배기관이 연결된 소각장이 있는걸 보아하니 저주받은 인형이란게 있을만한 곳은 여기밖에 없는데 도대체 뭘보고 이 소란을 피운거야. 내가 김이 빠져서 뒤로 돌아서는데 개노답 삼형제들이 눈에 띄게 동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설마 내가 원래 공방으로 돌아가는걸 막기 위해서 이것들이 입을 맞춰서 거짓말을 한건 아니겠지? 만약 그런거라면 지금까지 불쌍해서 아껴두었던 매질까지 포함해서 실컷 두드려 패줘야겠군. 내가 걸음을 내딛을때마다 개노답 삼형제들이 점점 더 한겨울 사시나무처럼 떨어댔기에 내 의심은 점점 확증이 되갈 수 밖에 없었다.

"케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으어어어엉 저쥬바든 이녕이다아아아앗! 뉵뉵이 사알려!!"

"주, 주인님 뒤에, 뒤에..."

"뒤에 뭐 이 새끼들아. 내가 뒤돌아본다고 해서 네깟것들이 나를 기습할 수 있을것 같아?"

"아빠, 오.랜.만.이.야."

섬찟!

나는 쟈크 더 리퍼가 배후에 있을때 보다도 강렬한 위기본능을 느끼고 백덤블링을 했다. 하지만 회색관이나 소각장 그 어디에도 사람의 인기척은 없었다.

"아빠, 어디봐? 여.기.야.여.기."

"왠놈이냐! 내 등뒤에서 떨어져!!"

뒤늦게 저주받은 인형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내 배후에 달라붙었다는걸 눈치챈 내가 뒤쪽으로 거칠게 손을 흔들었지만 인형주제에 어찌나 잽싼지 번번히 손이 허공을 갈랐다. 약이 오른 내가 고개를 왼쪽으로 홱 돌린순간 심장이 멎는듯한 충격이 찾아왔다.

인형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서울까 싶었는데 한쪽 눈과 입술 반쪽을 바느질로 꿰맨 리얼돌이 나를 보며 해맑게 웃자 차라리 개노답 어보미네이션 삼형제가 귀엽게 느껴질 정도였던 것이다. 요즘 내 인생에 마가 꼈나, 개나 소나 나보고 아빠래. 이미 씨없는 수박이 된지 오래인 몸인데 말이다.

"꺼져라. 나는 너같은 딸 둔적없어. 애시당초 결혼을 한적이 없는데 어떻게 자식이 있을 수 있다는거냐!"

"히히히히히. 그러면 새아빠도 나를 버리고 도망갈거야?"

"도망? 이 천하의 아크리퍼님이 도망을 치다니 개소리도 참 신박하게 하는군. 굳이 도망을 쳐야할 쪽을 고르자면 내가 아니라 네녀석이겠지. 나는 여자라고 봐주지 않으니까 뒤지게 쳐맞기 싫으면 어서 내 몸에서 떨어져라. 아 물론 홀딱벗은 쭉쭉빵빵의 금발 미녀는 특별히 예외다."

"히히히히히. 새아빠는 진짜 특이한 사람이구나. 전아빠랑 달리 날보고도 무서워하질 않네."

"대사신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질 않는다. 다만 겁나는게 딱 하나 있다면 화학적 거세일뿐."

'이 시불놈들아 가만히 있지만 말고 내가 저주받은 인형을 상대하고 있을때 어서 연구자료 가져와!'

꼴에 언데드 하수인이라고 내가 영혼의 표식을 박아둔 덕분에 나는 저주받은 인형과 대화를 나누는척하면서 개노답 삼형제에게 명령을 내릴 수 가 있었다. 처음에는 도리도리 고개를 젓던 녀석들이 영력으로 찍어누르자 마지못해 소각장쪽으로 향했다.

칠칠이가 스펙트럴 언데드답게 먼저 쌩하고 배기관을 타고 올라갔고 놀랍게도 그 뒤를 이어 눅눅이가 배기관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신축성이 어찌나 뛰어난지 딱딱이가 뒤에서 밀어줄때마다 쑥쑥 배기관 안쪽으로 사라지는 녀석.

그렇게 칠칠이와 눅눅이의 진입을 확인한 나는 딱딱이에게 소각장 입구를 가리고 있을것을 주문한뒤 계속해서 저주받은 인형과 대화를 유도했다. 내가 무슨 정신과의사도 아니고 그동안 너무 외로워서 우울증이 어쨌니 조울증이 저쟀니 하는 이야기를 듣고있으려니 곤혹스럽기 그지없었지만 당초의 목적인 시간끌기는 얼추 성공한듯 했다.

가장 먼저 배기관으로 들어간 칠칠이가 가죽 서류 케이스 하나를 망토처럼 펄럭이며 내려왔고 눅눅이는 한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가 다시 제 형태를 갖추었다. 그리고 본모습으로 돌아오자마자 왠 화려한 보검이랑 황금색 관을 연달아 토해내는 눅눅이.

저런게 내 공방에 있었나 고민하던 나는 진시황릉 던전의 99층을 클리어하고 인벤토리칸이 없어서 공방에다가 전리품을 대충 던져뒀던걸 기억해냈다. 물론 각각의 아이템들의 기능까지도. 올타쿠나하고 오른손으로 진시황의 옥새검을 집으려는데 손을 오므리려고 할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게 아닌가.

"히히히히히. 새아빠는 내게서 도망칠 수 없어. 내가 그럴줄 알고 아빠손이랑 내 손을 촘촘히 꼬매놨거든. 나랑 영원히 같이 놀자."

"이런 미친년이 어느새에!"

나는 마치 재봉틀이라도 쓴것마냥 균일하게 박음질된 두개의 크고 작은 손바닥을 확인하곤 놀라 자지러졌다. 내가 저주받은 인형과 대화하면서 뒷공작을 하고 있는 사이 그녀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수십번의 바느질을 하는동안 조금의 고통도 느끼지 못하다니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노릇이란 소리가 절로나오는 수법이였다.

왼손은 쟈크 더 리퍼가 입힌 영혼의 상처때문에 쓸 수 없는 상황이였기에 나는 울며겨자먹기로 혀를 깨물었다. 그리고 진시황의 옥새검이 있는곳으로 달려들어 검의 손잡이를 이로 악물고 저주받은 인형의 손등(내 오른손과 연결된)에 내리찍었다.

푸우욱, 푸우욱, 푸우욱!

그런데 손잡이로 내려쳤음에도 들리는 살벌한 살집 갈리는 소리. 뭔가 이상하다싶어 아래를 살피니 저주받은 인형이 초거대 대바늘로 내 심장을 찌르고 있는 중이였다. 사람을 찌르면서 뭐가 좋은지 시시덕거리며 웃어재끼는 그녀가 자기 손등에 찍힌 도장 자국을 확인하곤 미안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라라라. 새아빠가 갑자기 칼을 들길래 급소 찌르기 놀이 하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던 모양이네. 미안해, 새아빠. 오랜만의 놀이라 내가 룰을 착각했나봐. 많이 아팠어? 내가 다시 심장 꼬매줄까?"

"이, 이 대가리에 바람구멍난 년이! 니 얼굴에 달린건 눈깔이 아니라 단추구멍이냐? 세상에 글러브 보고 캐치볼 챙겨오는것도 아니고 칼 든걸 보고 급소 찌르기 놀이하는걸로 받아들이는 딸이 어딧냐! 딸이면 딸답게 고분고분하게 굴란 말이야앗!!!!!!"

파앗!

마음에서 우러나온 나의 고함과 함께 진시황의 옥새검이 환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저주받은 인형의 손등에 찍힌 도장과 공명을 이루면서 점점 더 밝기를 더해가더니 끝내 소각장 전체를 빛무리로 가득채워버린 팔십번대의 보검,

[No.88 진시황의 옥새검]

-검기를 발동시켰을때 절삭력 랭크를 두 단계 상승시켜주는 황실의 전승보검.

-검자루의 끝장식에 달린 옥새에 자신의 피를 발라 상대에게 찍으면 1인 1회에 한정하여 절대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일회용 능력)

-??? VP

뒤늦게 자살해버려라같은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된 후였다. 눈이 너무 부셔서 질끈 감았던 눈꺼풀을 조심스레 들어올리자 나를 맞이한건 여섯 날개를 안테나처럼 펼쳐 뭔가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루시페르였다.

근처에 아수라몽크 트렉슐의 잘려진 목까지 굴러다니는걸 보면 현실로 돌아온게 맞는것 같은데 왜 이렇게 찝찝한걸까? 나는 땀이 흥건한 앞머리를 쓸어올리려다 그 찝찝함의 원흉을 발견했다.

입과 입술을 꽤맨 실을 풀었음에도 여전히 얼굴에 광기가 서려있는 저주받은 인형이 해맑은 표정으로 내 손을 붙잡고 흔들고 있었던 것. 줄줄이 소세지도 아니고 다른 손에는 눅눅이, 칠칠이, 딱딱이를 실로 연결한 채였으니 나는 꼼짝없이 군식구를 4명이나 챙겨야할 가장이 되고 말았다.

"헤헤헤헤헤. 아빠, 저 앞으로는 말 잘들을게요. 그러니 이름 지어주세요!"

"아, 그래? 너도 이름이 필요한 모양이구나. 그럼 우리딸 바느질을 잘하니까 질질이라고 지으면 되겠다."

"싫어! 빼애애애애애애애액! 그런 대충 지은듯한 이름 싫단 말이야!!!

네이밍 센스때문에 클레임을 받은건 난데 정작 개노답 삼형제들이 움찔하는 현상황에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다시 지으면 돼잖아, 다시 지으면."네크로필리아, 네크로필리아로 하지. 지금부터 네 이름은 네크로필리아다. 이제 이름도 지어줬으니까 아빠말 잘들어야한다."

"네크로필리아? 그게 무슨 뜻이야."

"아주 좋은뜻이니까 우리딸은 어서 그레이 메이든으로 돌아가. 애들은 잘시간이다."

"거기 싫어! 빼애애애애애애애액! 그 안에서 94,608,000초나 갇혀있었단 말이야!!"

"이런 씨ㅂ... 진시황의 옥새검 이거 짝퉁아니야? 말을 잘듣는게 이정도라니."

"가족 놀이는 다 끝났나, 아크리퍼?"

나는 어딘가 초연하게 느껴지는 루시페르의 목소리에 서둘러 빛을 잃은 진시황의 옥새검을 인벤토리에 안착시켰다. 1회 명령권이 사라졌다 해도 이 팔십번대의 보검은 충분히 좋은 무기였기 때문에 소중히 다룰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고기방패가 되주겠다던 언데드 하수인들은 다 어디가고 루시페르가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내 뒤로 일렬로 숨기바쁜 개노답 삼형제들. 그나마 네크로필리아만이 대악마의 포스에도 눌리지않고 마약에 취한 사람처럼 헤픈 웃음을 뿌리고 있었지만 그런 그녀에게 전략적 협력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다. 어휴 가장의 어깨가 이토록 무겁구나.

"나에게도 가족이 있지. 판데모니엄의 4군주들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군."

"그딴거 풍문으로도 못들어봤어. 보나마나 용사한테 쳐발린 다음 사실은 내가 4군주중 최약체였다고 떠벌릴 놈들이겠지. 사실은 다 도토리 키재긴데 말이야."

"네놈은 몰라도 네놈의 기생안구라면 기억하고 있을것이다! 탐식의 대권능을 지닌 벨제붑 또한 판데모니엄의 군주출신이였으니까. 어쨌든 가족이라곤 해도 인간들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져있지. 아무런 대가없이 도움을 줄만큼 호락호락한 녀석들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악마들의 힘의 원천인 뿔을 건넨다면 어떻게 될까? 나의 심상융화 공포의 원형을 두번이나 견뎌낸것만큼은 칭찬해주마, 아크리퍼. 지금까지 그 누구도 자신의 공포증의 민낯을 보고 미치지 않은자가 없었다. 심지어는 천신의 재림이라 일컬어지는 교황조차 눈물을 짜내며 내게 자비를 구걸했지.

그러나 지금부터는 공포같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닌 실질적인 판데모니엄의 본대와 마주할때다!"

루시페르가 일장연설을 마무리하며 스트레스성 자해환자처럼 머리의 뿔들을 집어 뜯어 땅굴의 사방면에 집어던졌다. 그러자 바닥의 지옥연못과는 별개로 4개의 육망성진이 추가로 생겨났고, 얼마지나지않아 이곳이 미러룸이라도 되는것마냥 각양각색의 핀드(Fiend)급 악마들이 이곳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 수는 헤아리는게 무의미할정도로 바글바글한 수준.

"그러니 무릎을 꾾고 신도 구제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천익성의 최후를 지켜보며 절망하고 또 절망하라!!"

"무릎을 꿇어야할쪽은 바로 너야, 루시페르. 감히 지고한 경지에 오른 강령술사와 물량싸움을 하려한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한껏 허세를 부리며 구십번대 강령술식 진홍빛 장승곡(Crimson Requiem)의 영창을 준비하는 나였지만 천익성때와 사흉성때는 상황이 달라도 많이 달랐다. 일단 핀드급의 악마와 사흉신교 정예무사의 전력차는 계산외로 치더라도 무려 다섯개의 입구에서 쏟아져나올 악마들의 개체수 자체가 넘사벽이였던 것이다.

뭐 직접 본건 아니지만 저주받은 나무에 열매처럼 열린다는 악마들과 고아를 납치해 훈련시키는 사흉신도의 숫자가 차이나는건 당연한 일이였다. 게다가 악마놈들의 병력이 이 땅굴에 집중 투하되는 반면 진홍빛 장송곡으로 부활할 언데드들은 대륙 각지에 흩어져 있어 집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집결해도 문제지. 놈들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악마가 아닌 나일테니. 그러한 이유로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자신의 이름을 되뇌이며 헤픈 웃음을 뿌리던 네크로필리아가 뭐가 또 불만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누가 또 차원의 틈을 연거야? 옛날 아빠가 그랬던것처럼 나를 외딴곳으로 버릴려고 그런거지? 이번에는 안당해. 네크로필리아가 다 꼬매서 닫아버릴거야!!!"

차원의 틈을 꼬매서 닫아버린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해 네크로필리아가 하는바를 만류하지않고 지켜보던 나는 그녀의 말이 비유적 표현이 아니였다는걸 두눈으로 확인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뭔가 육망성진을 무효화시키는 종류의 술법원진을 쓰는것도 아니고 진짜 초거대 대바늘에 자신의 보라색 머리카락을 꿰어 땅굴 외벽에 박음질을 하는데 재봉틀이 아니라 전동드릴을 가져와도 그런 일은 불가능할것 같았다. 심상세계도 아니고 리얼 월드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게 믿기지않아 두눈을 비볐지만 바뀌는건 없었다.

루시페르도 작금의 사태가 믿기지않는지 4개의 육망성진이 모두 닫힐때까지 멍을 때리다가 급히 바닥의 지옥연못에 꼬리를 담갔다. 나 또한 구경만하고 있을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리쿤다룬과 개조된 던클레오를 소환해 출격명령을 내렸다.

"트롤왕 아니 톱니왕 리쿤다룬. 신무기 씬맨이 시험대에 오를 때가 왔다. 아끼지 말고 투하해서 악마들을 모조리 쓸어버렷!"

"알겠네, 아크리퍼. 나중에 예산이 어쩌고 저쩌고 핀잔만 주지말게나."

씬 맨(Thin Man),

오시리스의 권능을 빌려 만든 빅 보이(Big Boy)와는 달리 순수 리쿤다룬의 기술력만으로 만든 이 무기는 지구의 수소폭탄을 술법원진의 힘으로 초소형화시킨 폭격전용 전술무기였다. 성인 남성의 팔뚝만한 미사일이 일개 도시를 멸망시킬 수 있을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러한 팔뚝 미사일이 무려 1000개나 던클레오의 몸에 보관되어 있었다.

블루아주 크로스데일 사건에서 포섭한 미 국방부장성을 협박해 기술을 빼내고 아야사와 흑월파의 자본력으로 만든 이 무기는 아무리 지구의 화폐가치가 VP에 비해 떨어진다한들 한번 리필하기도 부담스러운 돈덩어리였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마땅히 쓸곳도 없었기에 나는 미련없이 발사명령을 내렸다.

알을 품은 암탉처럼 지옥연못에 올라탄 던클레오가 똥을 싸듯 씬맨 미사일을 투하하기를 한참여. 차원의 틈을 넘어 귀청이 터질듯한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려온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방!!!!!!!!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방!!!!!!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방!!!!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방!!!

파바방!!!!!!!

"이, 이럴 순 없다.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그, 그렇지. 철십자 교회 주변에 매복시켜둔 악마 부대와 이교도 감독관들이 있었구나. 지금 내 신호를 들고 있다면 어서 응답하라, 나의 신도들이여! 이런 빌어먹을, 뿔이 하나밖에 남지않아 신호가 제대로 가질않는건가."

"응, 아니야. 내가 전부 몰살시켜서 말이없는거야. 도마뱀, 땅두더쥐, 양철 나무꾼 셋이서

고전하고 있길래 개미 군단을 출동시켜서 일거에 쓸어버렸지. 죽은 자는 말이 없는법. 악마도 그건 마찬가지 아니겠어?"

"R.체리엇 여왕님 반신타락자들이 다섯이나 있는데 저희가 꼭 참전을 해야하나요? 루시페르란 악마 성토전에서 한번 실물을 보니까 너무 무섭게 생겼던데."

"자폰 이 겁쟁이놈! 그래서 지금 여왕님의 명령에 거역하기라도 하겠다는거냐? R.체리엇 여왕이시여 신 로열나이트, 롬에게 선봉으로 악마들을 토벌할 기회를 주시옵소서."

"흥! 롬 이 녀석이 성토전에서는 나한테 패배해놓고 말은 거창하군. 그래 선봉에서 싸우다가 확 뒈져버려라, 이 싸움광녀석. 나는 여기서 응원가나 연주하고 있으련다."

"뭐, 뭣이라...!"

"그만 좀 싸워라 이것들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반신타락자들은 이제 이 행성으로 못들어와. 행성 전체에 광역술식이 걸려있어서 공간이동으로 들어올려해도 튕겨나갈걸. 그런데 신하라는 놈들이 그렇게 싸우면 남은 악마들을 어떻게 박멸할래? 그리고 칠절봉미 R.체리엇이라는 디파일러 퀸이 신하들도 관리못하는 무능한 군주라는 소문이라도 나면 또 어쩔거야."

"면목없습니다, 여왕님. 신 롬 죽음으로 사죄를 하겠나이다."

"저놈은 걸핏하면 죽는데. 형씨 또 보네. 혹시 우리쪽 로열나이트 자리가 하나 빌것같은데 혹시 생각 있어?"

나는 갑작스런 제 3세력의 등장도 등장이지만 중학생때 나이로 보이는 꼬마 숙녀가 스스로 디파일러 퀸임을 자처하자 컬쳐쇼크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디파일러에게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저건 좀 아니지않나. 뭐 내 알바 아니지만서도.

지금 중요한건 패닉 상태에 빠진 루시페르의 배후를 습격해 눈과 심장을 취하는 것이지 엔트 디파일러들의 집안 싸움을 구경할때가 아니였다. 나때문에 모든걸 잃고 절망에 빠진이를 보는건 처음이 아니였기에 나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깔끔하게 루시페르의 심장과 눈을 적출하는데 성공했다.

뿔이 하나밖에 남지않자 신격결계까 마치 한지로 만든 문풍지처럼 느껴져 블랙탈론을 전개하는 것만으로 대마신의 눈과 심장을 손에 넣은 나는 지체할것 없이 눈부터 삼켰다. 이제 요슈아가 알아서 사령안을 재생하던 영력을 향상을 꾀하던 알아서 할일인데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벨제붑의 제 2의 심장 불칸은 전력 밸런스를 위해 본체에 달아둔 상태였고 그말인즉슨 심장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아바타에서 로그아웃을 해야한다는 뜻이였다. 허나 안면이 있다곤

해도 디파일러들이 뻔히 보고있는데 본체로 활보한다는건 꺼려질 수 밖에 없는 일.

하여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 무슈, 하희빈은 제하고 누시아, 프랑케네트, 푸스카 이른바 친 군주파라고 할 수 있는 하수인들만 소환한 나는 그들에게 호법을 맡긴 뒤 황급히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그래도 대악마의 심장이라고 아직까지 손위에서 펄떡거리고 있었지만 언제 고깃덩어리로 전락할지 알 수 없는 일이였다.

*    *    *    *

"세라푸스님... 저는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1초가 1년처럼 느껴지는 로그아웃 과정이 끝나고 본체에서 눈을 뜬 내가 처음 들은 대사는 바로 전직 성녀, 현직 마녀인 누시아의 것이였다. 단 한마디뿐이였지만 나는 그녀가 지금까지 한번도 보여준적 없는 맨얼굴을 드러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과 그 신을 모시던 가장 충실한 신도의 만남이 어떤식으로든 큰 파장을 일으키리란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매듭을 짓고 가는게 옳다고 생각했기에 누시아를 소환한 것이다. 그녀의 빼어난 결계 실력은 덤이랄까. 나는 지금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았지만 탐식의 대권능은 신선도가 생명이였기에 팝콘 대신 심장을 뜯으며 구경 모드에 들어갔다.

"독실한 신앙심을 자랑하던 성기사에게 살인을 시켰고 누군가에게는 거짓말을 했으며 스스로는 이렇게 마의 존재로 타락해버렸죠. 그래도 이렇게나마 세라푸스님을 다시 보게 되어 너무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시는 예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는 없... 흐흑흑으으으흑."

"괜찮다, 나의 소중한 아이야. 너의 잘못이 아니다. 다 괜찮다. 먼길을 돌아오느라 수고했으니 작은 보상을 줘야겠구나."

치이이이이이이익!

세라푸스가 연약한 몸을 이끌고 결계밖으로 나가 누시아를 껴앉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치천사와 밴쉬의 포응은 마치 서로 결합해선 안되는 화학물질의 만남처럼 격렬한 연기를 피어올렸다. 모르긴 몰라도 세라푸스는 화상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이겠지. 그럼에도 둘의 포응은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밴쉬아쳐 하희빈을 소환하지 않은걸 다행으로 여겼다. 죽음을 맞이한 순간 달의 여신 디아나에게 버림받은 그녀가 저 장면을 볼 경우 극심한 열등감을 느껴 돌발행동을 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였다. 언데드가 된 신도에게조차 사랑을 베푸는 그녀에게 광휘의 치천사라는 이명만큼 도 어울리는 것이 있을까.

'물론 내일부터 그녀는 정액받이의 치욕천사가 될테지만 케헤헤헤헤헤!'

라는 외침을 속으로 삼키며 나는 한동안은 그 둘의 해후를 지켜만 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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