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99화 (399/599)

트렉슐을 그대로 방치했다고해서 그가 주인님의 몸을 빼았을 수 있으리라 생각치는 않았지만 혹시 모를 돌발적인 변수는 차단하는게 맞았다. 그러면 이제 남은건 마스터가 돌아올때까지 기다리는것 뿐인가. 부디 내가 알고있는 그 모습 그대로이기를.00399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빌어먹을 트렉슐 녀석 의식을 봉인한 상대조차 이기지 못하다니!"

"왜 하던일이 잘 안돼나봐? 그러니까 진즉에 예수님한테 십일조를 냈어야지. 그래야 하는 일마다 술술 풀리는데 말이야. I say 예수천국, You say 불신지옥. 예수천국!"

"불ㅅ... 이런 건방진 녀석, 대마신 루시페르를 앞에두고 그따위 망발이라니. 네놈에게는 겁대가리라는게 없단 말이냐!? 아니 그럴리가 없지. 모든 인간에게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한두가지의 공포증은 가지고 있는법. 내가 그걸 꺼내주마!!"

심상융합(心像融合) 공포의 원형(Original Form of Horror) 방(放)

꿈속의 꿈도 아니고 루시페르가 심상세계안에서 또 한번 심상세계를 열어버렸다. 1평 남짓한 땅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나는 어딜 보나 용암뿐이던 주위 환경이 급변하자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슨 고시원 단칸방도 아니고 그런 좁은 공간에서 계속 서있는건 여간 불편한게 아니란 말이지. 허나 계속 혹사 당했던 종아리가 안식을 찾은것도 잠시 누군가가 내 멱살을 틀어쥐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웬 놈이냐!"

여장부다운 칼칼한 목소리, 마치 수묵화로 그린듯 진하면서도 선이 고운 이목구비 그리고 새치가 좀 눈에 거스릴리긴 하지만 여전히 흑단같은 머릿결. 감히 아크리퍼 옥사건님의 멱살을 틀어쥔이가 누군가싶어 전방을 주시하니 익숙한 외모의 주인공이 등장해 나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저, 저건 영락없는 용린은리 사저의 모습이 아니던가. 얼굴도 얼굴이지만 옷을 갈아입는 도중이였는지 천의무봉한 자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빨통은 범인이 수술을 한다고 해서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였다. 한술 더 떠서 예전보다 더 탐스러워진 산딸기가 빨통끝에서 애처롭게 매달려 있었기에 나는 침을 꿀꺽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네, 네녀석은 옥사건!? 이 구제불능의 망나니 녀석이 예전에 부대 상급자의 방을 훔쳐보는걸로 모자라서 사저가 폐관수련중인곳까지 쳐들어오다니 니놈이 진짜 사람 새끼냐!!"

"자, 잠깐만요. 그때는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도 제가 부주의한 측면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진짜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요. 아 진짜 억울하네. 그러니까 제가 설명을 드리자면 팔륜성에서 몇백광년이나 떨어진 천익성에서 제가 대마신이랑 싸우고 있었는데 그녀석이 갑자기 주위 환경을 용암으로 바꿨다가 또 한번 바꿨는데 갑자기 가슴이 너무 예쁜 용린은리 사저가 나타나서..."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천익성이 어쩌고 대마신이 저쩌고 어줍잖은 거짓말로 사저를 능멸하려 하다니 네놈의 버르장머리를 진즉에 고쳐놨어야 하는거였는데."

뚝!

용린은리 사저가 진짜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랐는지 내 목젖에 약 직경 0.5cm까지 용린검을 꽂아넣었다. 녹색피가 용린검의 새하얀 검신을 타고 흐르는 장면을 코앞에서 지켜보며 나는 어떻게하면 용린은리 사저의 화를 풀 수 있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렇게 고뇌해서 나온 결론은 용린은리 사저의 말마따라 천익성에 있던 내 앞에 뜬금없이 팔륜성의 설산에서 수련중인 그녀가 나타나는게 말이 안된다는 것이였다. 즉 지금 이 상황자체가 루시페르가 내 심상을 재료로 만든 일종의 환각일 가능성이 높았고, 그렇다면 굳이 내가 환각에 불과한 용린은리 사저에게 쫄 필요는 없다라는 거겠지.

나는 나의 녹색피가 용린검을 쥔 용린은리 사저의 섬섬옥수까지 적셔들어갈때까지 기다렸다가 슈퍼젤라틴화를 발동시켰다. 그리고 용린은리 사저의 가슴께가 비어있는 틈을 노려 그녀의 꿀젖통을 있는 힘을 다해 움켜쥐었다. 할렐루야, 감촉죽이는데!

몰캉몰캉.

"아흐윽! 이, 이자식이 보자보자하니까..."

"보자보자하니까 뭐 이 썅년아! 진짜 버르장머리를 고쳐야할쪽이 누군지 알려줄까? 그건 바로 너야 너. 이 빨통만 오지게 큰 암캐년이 이 좋은 가슴으로 옥사건님한테 봉사할 생각은 안하고 사사건건 갈굼질만 해댔겠다? 이왕 이렇게 된거 오늘 날잡아서 제대로 교육시켜주마. 아 그전에 이 산딸기 좀 한번 빨아보고. 어휴 알이 실한게 아주 그냥 과즙이 쭉쭉 떨어지겠네."

쭈줍쭙, 쭙쭙쭈쭙쭙, 후르르르르르릅

눈앞의 용린은리 사저를 환각이라고 확정한 나는 대놓고 망나니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검을 쥔 손을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사이 타력있는 가슴에 코를 박고 유두를 미친듯이 빨아재끼니 사탕을 햛는것도 아닐진데 이리도 달콤할 수 가 없었다.

사실 현실에서 용린은리 사저와 아웅다웅할때도 눈 딱 한번 감고 그녀를 자빠트리고 싶었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하지만 용린은리 사저의 무력도 무력이지만 성질이 워낙 지랄맞았기에 번번히 미수로 그쳤던것이 이렇게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된것이다.

이 모든게 루시페르님의 은혜덕분이였으니 나는 오늘부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이 아닌 천국좆까 지옥만세의 구호를 외치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타럭천사느님. 이리 휼륭하신 분인지도 몰라보고 제가 너무 무례하게 굴었군요. 진짜 질리도록 양쪽 가슴을 침범벅으로 만들기를 십여분 나는 용린은리 사저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잠깐 고개를 들어올렸다.

"내 젖통은 다 빨았냐?"

"예? 어어 그래요가 아니라 다 빨기는 이 썅년아! 좀 있다가 니 입술, 보지 그리고 똥구멍까지 구석구석 빨아줄거니까 주인님 감사합니다라고 세번 외치고 어서 가랑이 벌려라."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것 같군. 왜냐하면 방금 네가 먹은 젖이 네가 이승에서 먹는 마지막 만찬이 될테니까 말이야!!"

용린무형검 제 1초식 참설무흔(斬雪無痕) 만년빙검기 발(拔)

아무리 용린은리 사저의 환각이라고 해도 그 무위는 어디가지 않았는지 그녀의 섬섬옥수에 가공할만한 내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여든 내력이 불꽃마저 얼릴듯한 시린 한기를 내뿜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슈퍼젤라틴화된 나의 녹색피가 얼음 과자처럼 와장창 박살 나고 말았다.

검을 휘두르지 않고도 상대를 베는건 용린무형검의 전형적인 특징중 하나였지만, 영하 -196도(슈퍼 젤라틴화된 내 피의 어는점)의 냉기를 내뿜는건 용린루에 거주하면서 단 한번도 보지못한 기술이였다. 저게 바로 용린은리 사저의 폐관수련의 성과란 말인가.

뭐 어차피 환각인데 불을 뿜던 냉기를 뿔던 무슨 상관이람. 나는 더 이상 내가 마음먹은대로 용린은리 사저를 유린하는게 힘들어질것 같자 나 죽어줍쇼하고 목을 내밀었다. 어서 이 환각에서 깨어나야 루시페르느님께서 또 다른 환각을 내게 보여주실테니 끝낼 수 있을때 끝내는게 좋았다.

"네놈도 조금은 반성이라는걸 할줄 아는 모양이지? 저항하지 않고 얌전히 목을 내미는걸 보아하니 말이다. 아니면 쓸데없이 튼튼하기만한 네놈의 몸둥어리를 믿고 있는것이냐."

"둘다 아니야 이 쌍년아. 이 모든게 환각인데 저항하고 말게 뭐가있냐. 나는 그저 어서 이 환각이 끝나고 다음 환각을 보고싶은 마음뿐이다.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가 등장하면 딱 좋겠군. 예전에 목숨을 한번 빚진걸 빌미로 존나게 따먹을 수 있을테니까. 아무래도 내 머릿속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환각을 만들다보니 용린은리 사저는 환각조차 따먹기가 버겁군. 그래도 유방을 마음껏 맛보고, 뜯고, 즐긴걸로 만족해야겠지."

"너는 정말로 이게 환각이라고 생각하고 있던것이냐?"

"아니 그럼 이게 환각이 아니고 뭔데 씨발! 나는 지금 지구에서도 몇백광년이나 떨어진 외곽 행성에 와있다고. 팔륜성에 있는 사저가 갑자기 등장한다는게 말이돼?"

"그건 내가 할말이다, 이 멍청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환각이 아니란 말이닷!"

"그자에게서 어서 떨어져라, 은리!"

쨍그랑!

내가 용린은리 사저의 환각과 입씨름을 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바깥쪽 창문이 박살나더니 눈보라와 함께 괴한이 등장했다. 당고머리에 비녀를 한 중년 여성은 사뭇 심각한 눈빛으로 얼음손톱을 휘둘러 나와 용린은리 사저 사이를 갈라놓았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그 이목구비에 내가 말을 걸려는 순간 또 한번 얼음손톱을 휘둘러 얼음방벽을 치는 그녀.

"여사태 할망구 여긴 왜 쳐들어온거야! 내가 당분간은 혼자서 수련한다고 했잖아."

"낌새가 이상해서 와봤더니 고대의 제왕중 누군가가 심상융화로 이 공간을 침투해왔군. 은리 절대 저 남자에게 손가락하나 까딱해서는 안된다. 자칫 잘못하면 심상융화가 풀릴때의 공간왜곡에 휘말릴 수 있어."

"하아? 저번에는 용린검가의 최연소 1대 제자 용린군을 건드려서 결혼을 하니마니 사단을 내더니 이번에는 용린혁 영감탱이의 제자까지 건들셈이야? 배분은 비슷할지 몰라도 나이 차이는 용린군하고 크게 다를바가 없다고."

"갈!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나의 용린군을 향한 사랑은 진심이라고 분명 말했을텐데. 사랑엔 나이도 종족도 없는법. 대우주시대에 그런걸 따지는 네년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생각해본적은 없나? 그리고 팔륜이존중 한명과 사돈을 맺게 된다면 용린검가로서도 나쁜일이 아닐텐데. 하물며 팔륜이존중 한명이였던 청룡신검 노태막이 명을 달리한 지금 시점에서는 더더욱."

"종족은 그렇다쳐도 나이는 좀 아니지. 용린군의 생모가 당신보다 한참 어리다는걸 좀 인지하라고. 그런 와중에 내가 용린군을 팔아서 팔륜이존의 위세를 등에 업을것 같아?"

"저, 저기요. 한참 말씀나누시는중에 죄송한데 이거 진짜 환각 아니... 우아아아아악!"

나는 내가 너무 둘의 대화에서 소외되는것 같아 말을 걸려 해보았지만 얼음방벽에 손을 된 순간 주위의 시계가 360도 롤러코스터를 탄것처럼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젠 그리운 느낌마저 드는 용암의 망망대해.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갑자기 코앞으로 떨어진 얼음방벽 하나가 1평 남짓한 땅을 2평으로 늘려주었다는 것이였다.

"어떠냐? 아마 마음속 깊이 억눌려왔던 공포의 발현에 뼛속까지 시린 기분이겠지. 이제 대마신 루시페르님의 무서움을 똑똑히 알았다면 어서 스스로 무릎꿇어라!"

"한번 더..."

"뭐라고?"

"한번 더 환각 좀 보여주세요, 루시페르느님. 처음에 환각인줄 모르고 쫄아서 제대로 즐기질 못했단 말입니다! 가능하면 사리카야년 앞으로다가 제발 좀."

내가 루시페르의 말대로 진짜 무릎을 꿇고 애원하자 녀석은 크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 루시페르가 환각을 보여주면서 기대한 효과는 이게 아니였겠지. 어쨌든간에 이러한 기회는 절대 흔치않은것이였기에 나는 무릎으로 모자라 고개까지 숙여보이며 나의 절실함을 어필했다. 그럴수록 한단계 더 대노하는 공포의 타천사.

"크르르르르르르르륵!!!!! 그래 오냐 네놈의 바램대로 해주마.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주의하는게 좋을거다. 이번에야 말로 네놈조차 기억에서 잊었을 나락의 저편에서 진정한 공포와 마주보게될테니!"

심상융합(心像融合) 공포의 원형(Original Form of Horror) 방(放)

빠직!

루시페르가 이번에는 진짜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지 스스로의 두 뿔을 뿌러트려 제물로 받쳐가면서 예의 능력을 사용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또 한번 격변하는 주위의 시계에 집중했지만, 안타깝게도 사리카야가 거주하는 도시형전함 도그파이트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인테리어가 먼저 눈에 띄었다.

주인없는 거미줄부터 시작해서 깨진 실험관 조각이 산재해 있는걸보니 버려진 공방인듯한데 왠지 모르게 낯이 익는건 착각일까? 일단 좀 더 둘러봐야 이 장소의 정체를 알 수 있을것 같았기에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이 공방의 주인은 정리개념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모양인지 실험실인지 쓰레기장인지 구분이 안되는 방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뭔가 서류더미라도 있어야 뚜렷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을 뒤지기를 한참여 나는 어느 냄새나는 방앞에서 기름종이 한장을 주울 수 있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프로토타입A]

-고블린, 오크, 오우거, 트롤, 와이번등 30여종의 몬스터 좀비를 수집.

-해당 좀비들을 모두 외과수술로 이어붙이고 임시로 눅눅이란 이름을 붙임.

-기대했던 전투력의 10%도 나오지않아 폐기예정.

"아니 잠깐 이거 설마..."

"쿠웨에에에에에에에에엑! 사라있눈 머기다아와."

이곳이 어딘지 드디어 기억해낸 내가 이마를 탁!하고 치는순간 그 소리를 듣고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를 덮쳐왔다.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내가 식은땀을 흘리며 백덤블링을 했지만 집요하게 소리의 근원지를 쫓아오는 괴물. 하지만 내가 실험실밖으로 나온 괴물의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도주도 추적도 없이 우뚝 멈춰선 양측.

"이런 눅눅이 쒸부럴 새끼가 주인 얼굴도 못알아보고 아무나 덮치냐. 이 배은망덕한 녀석아!!"

"이, 이 목또리는 주, 주인뉨? 죄, 죄송합니돠아. 너무 오랜뫈이라 목또리를 몰알아뵀떠요. 근데 저희를 버뤼신줄 알았는데 다쉬 찾아오셧네욘. 악! 왜때뤼세효?"

"물론 내가 오랫동안 방치하긴 했지만 내 돈주고 만든 공방에 내가 다시 돌아왔다는데 뭐 불만있냐?"

"아, 아뉘 불뫈이 있는거슨 아니고 혹쉬 데리러 오쉰거면 칭구들도 부르려고 햇죠. 딱딱아, 칠칠아 이뤼 와봐아. 주인님이 다쉬 돌아오셧뎌!"

하반신이 녹은 눈사람처럼 생긴 눅눅이가 어렵사리 방향전환을 하더니 복도 너머로 침을 튀기며 고함을 질러댔다. 눅눅이, 딱딱이, 칠칠이라면 내가 지금의 얼티밋 언데드 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패작들로 통칭 어보미네이션 개노답 삼형제라고 할 수 있었다.

여러가지 좀비, 뼈, 영혼을 합쳐 만든 이들은 함수로 따지면 [고블린, 오크, 오우거, 트롤, 와이번].SUM 이 아닌 [고블린, 오크, 오우거, 트롤, 와이번].MIN의 전투력을 지닌 그야말로 개노답 하수인이였다.

외관은 어찌나 또 혐오스러운지 똥값에 팔려고 저잣거리에 데리고 가기만 하면 바로 경비병 NPC의 제지가 들어오는 수준으로, 내가 이들을 폐기하지 않는것만으로도 큰 은혜를 베풀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하수인 자체는 실패작이라 해도 제작 과정에서 제법 연구성과가 있었기에 혹시나 싶어 샘플용으로 남겨둔 것인데 이런때에 만나게 될줄이야.

따그닥, 따그닥.

"아이고 관절염이야. 이봐 눅눅이 뭐라고? 잘 안들려. 주님의 곁으로 갈때가 됐다고? 우리 삼형제 다 아직 멀쩡한데 뭔 그런 소리를 혀. 죽기엔 아직 1000년은 일러. 내가 시궁쥐 하나 통통한 놈으로다가 잡아왔으니까 이거나 먹고 힘내게."

켄타우르스 형태의 스켈레톤 한마리가 기형적인 발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지만 4개의 다리가 각기 형태를 지니고 있는 녀석 또한 다른 몬스터의 다리뼈를 조립해 만든 어보미네이션의 일종이였다. 아무리 기본 베이스가 켄타우르스라고해도 저러면 제대로 걸을 수 있을리가 없지.

그나마 광고용 풍선인형처럼 생긴 망령의 집합체, 칠칠이가 그의 앞에서 등불이 되어주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딱딱이는 진즉에 어딘가에 걸려 넘어져 다리뼈가 아작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어보미네이션 개노답 삼형제가 한자리에 집합하자 나는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보기엔 오합지졸처럼 보일지 몰라도 저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얼티밋 언데드 폼은 물론 괴력난신 아크토두스 모드에서 삼위일체 아크네메시스 모드까지 발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다시 그들을 거두고 싶은 생각은 들지않았다. 그러기엔 저들은 못생긴건 둘째치고 약해도 너무 약했다.

"으허어어어억! 이, 이건 주인님이 아니십니까? 완전히 잊혀진줄 알았건만 주인님의 용안을 다시 볼 수 있게 되다니 신 딱딱이는 감동 또 감동입니다."

"지랄말고 너희들중에 이 버려진 공방에서 내 원래 공방으로 가는길 알고있는 놈 있으면 나와봐."

"그, 그게 원래 딱 하나 통로가 있었는데 지금은 못쓰게 되었습니다."

"뭐라고? 어떤 쓰레기 자식이 그딴 짓을 한건데! 당장 나오라 그래."

"그쪽으로 자꾸 쥐가 들어온다고 주인님께서 홧김에 허무신건데..."

"흐음흐음. 그랬어? 나도 이제 나이가 있다보니 옛날 일이 가물가물하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랬던것 같기도 하고."

나는 입술까지 깨물며 스스로가 과거에 했던 일을 후회했다. 이곳이 버려진 공방이란걸 알고난 후부터 내 관심사는 오직 원래 공방에 접근할 수 있냐는 것이였다. 그곳에는 어마어마한 연구자료들이 아주 질서정연하게 쌓여있었기에 그쪽으로 접근만 할 수 있다면 VOT 온라인의 각종 신물물들을 현실밖으로 끌어내는건 일도 아니였다.

하지만 자가당착도 아니고 유일한 통로를 막은 장본인이 바로 나라니. 내가 한숨을 내쉬며 혹시나 쓸만한 자료가 남아 있나 주위를 뒤적거리는데 칠칠이가 소름돋는 귀곡성을 터트린다. 캐애애애애애애애액!! VOT 단말기로도 해석이 안되는 그 괴성을 라인 바이 라인으로 해석해주는 딱딱이.

"아하, 칠칠이 말로는 그곳 말고도 통로가 또 있답니다. 그런데 워낙 좁아서 쥐새끼나 유령이 아니면 통과할 수 없다고 하네요."

"그래? 그거 듣던중 반가운 소리로군. 그럼 어서 거기로 가자. 만약 칠칠이가 내 원래 공방에서 쓸만한 연구자료를 물어온다면 너희 셋 모두에게 새 삶을 약속하지."

"자, 잠시만요. 그런데 그 통로 근처에는 저주받은 인형 하나가 있답니다. 그 인형이 너무 무서워서 칠칠이가 가기 싫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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