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성토전도 끝났으니 보상을 수여할 시간이네요. 지금 이 순간부로 천익성은 여신칼날단측의 영토임을 선언합니다, 빰빠바바밤! 물론 1000년동안만 그런거니까 반신타락자 여러분들은 아쉬하지 마시고 다음 기회를 노려주세요. 뭐 이번처럼 다 이긴거 병신짓해서 역전당하면 답도 없지만서도. 키키키키킼! 그러면 다음으로 성토전 보상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대마신, 치천사 펫 세트를 소개합니다!"00397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야미짱 아니 야미도엔이 경박한 목소리로 요란을 떨며 낡디 낡은 철십자 교회의 한켠에 마련된 무대 커튼을 열어재겼다. 그곳에는 인간 사이즈로 줄어든 루시페르와 세라푸스가 쇠사슬로 만들어진 목줄에 메인채로 각자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루시페르는 한 열흘쯤 굵은 고릴라처럼 목줄까지 씹어먹을 기세로 지랄발광을 하고 있었고 세라푸스는 여덟날개가 축 늘어진채로 가련한 노예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부터는 진짜 노예던가? 두건을 벗었을때의 모습이 심히 기대되는구만 이거.
"야미도엔 이 개같은녀어어어어어어어언!!!!!! 당장 이 속박을 풀지 못하겠느냐! 이것이 네가 약속했던 무궁한 지식과 힘의 도착점이더냐? 달콤한 말로 날 꾀어내서 고작 네년의 유희의 재물로 쓰려던 것이었느냔 말이닷!!"
"호에에에엥! 누가 이 말많은 개새끼 좀 분양해가줘요. 야미짱은 무서워서 더 이상은 목줄 못잡고 있겠어."
야미도엔이 초월 인터페이스 답지않게 눈물을 짜내며 우리쪽으로 목줄의 손잡이를 두개 내밀없다. 그러자 여신칼날단측에서는 나와 트렉슐이 나와 각자 세라푸스와 루시페르의 목줄을 받아갔다. 목줄을 든채로 관객석으로 복귀하자 반강제로 무대위에서 딸려내려오는 세라푸스.
세상에나 세상에나 고작 이런 목줄로 대마신과 치천사를 부릴 수 있다니 야미도엔의 저력에 새삼 놀란 나는 엎드려, 빨어, 벌려등의 명령어를 내릴 생각에 벌써부터 가운데가 벌떡 서는 기분이였다. 하지만 그런 내 달아오른 똘똘이에 찬물을 끼얹는 앙그릿사.
"루시페르의 처우는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세라푸스양을 풀어주도록하죠. 약해질대로 약해진 그녀의 몸으로는 속박 아티팩트를 차고 있는것만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겁니다. 야미도엔 아니 야미짱. 저 목줄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보상으로 주어진 펫이라고 했으니 야생에 풀어주는것도 저희들의 마음이겠지요?"
"흐응. 펫으로 부리기엔 조금 사나울것 같아서 기껏 고생해서 목줄을 만들어줬더니 그걸 풀어주겠다고? 뭐 상관없긴한데 난 딱히 목줄을 해제하는 방법까지 생각해본적은 없어서. 그냥 어어어어어엄청나게 강한 물리력으로 파괴하면 되지않을까?"
아수라붕권(阿修羅崩拳),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야미도엔이 목줄을 푸는법을 말한 순간 갑자기 묵묵히 루시페르의 목줄을 잡고 있던 트렉슐이 돌변했다. 그의 얼굴을 포함한 모든 피부에서 기괴한 문양의 문신이 올라오나 싶더니 목줄을 발로 고정시키고 주먹으로 내려찍기를 시전한 것이다.
문제는 그게 단순한 내려찍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선보였다는 것이였다. 트렉슐의 뒷편에 무사갑옷을 입은 괴한이 등장해 내려찍기를 따라하는가 싶더니 철십자 교회전체를 뒤흔들만큼 거대한 힘의 파동이 발생했다.
나는 바로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힘의 파동에 휘말려 무너진 땅굴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당연히 나와 목줄로 연결된 세라푸스까지 졸지에 땅굴행에 동참하게 됐고 나는 이매망량을 부려 급히 그녀를 보호해야만 했다.
앙그릿사가 이미 지적했지만 세라푸스는 광휘의 치천사라는 이명이 무색하게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였기 때문이였다. 원래 지반이 약했던건지 트렉슐의 주먹의 위력이 그만큼 강했던건지 제법 깊은곳까지 미끄러져 내려온 나는 세라푸스의 용태부터 살폈다. 어디보자 가슴은 꽉찬 A컵 정도지만 감촉은 나쁘지않고 엉덩이도 작지만 모양이 예쁜 애플힙이군.
뭐 그것도 그거지만 추락과정에서 두건이 벗겨지면서 드러난 세라푸스의 외모는 한떨기 히야신스마냥 가련하기 그지없는 것이였다. 이른바 병약한 미소녀 타입이랄까. 나는 달의 여신 디아나에게 밀리지않는 그녀의 얼굴을 누가 볼까봐 다시 두건을 씌워준 다음 누가 들으라는듯 큰소리로 외쳤다.
"세라푸스 당신은 내가 무슨일이 있어도 지켜내겠습니다. 그러니 저만 믿으십시오."
"예? 고, 고맙습니다. 하지만 악마들의 노예로 부려지고 있는 천익성의 주민들을 먼저 해방시켜야만..."
"누구 마음대로 나의 신도들을 해방시킨다는 것이냐, 세라푸스! 내 교단에 일단 한번 참배를 한 이상 썩어 문드러져 죽을때까지 나의 신도여야만 한다 말이다!!"
"누구 마음이긴 내 마음이지. 저기 몽크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널 해방시킨건지는 모르겠지만 루시페르 네녀석도 반신타락자인 이상 네 똘마니들을 데리고 천익성에서 나가줘야겠어. 설마 엔도미야가 직접 약속을 이행하러 이 별에 나타나길 바라는건 아니겠지? 언니는 말이야 나랑 달리 성격이 워낙 꼼꼼해서 벌레 박멸하듯 악마들을 소독해버릴텐데? 조금이라도 세력을 유지하고 싶으면 내가 보내줄때 도망치는게 좋을거야."
"닥쳐라, 야미도엔!!! 더 이상 네놈들같은 만들어진 신의 체스판위에 놀아나는것은 질색이다. 나는 오늘부터 반신타락자를 그만둘것이다. 그리고 천익성을 시작해서 온 우주를 내 발 아래 두리라!!"
신의 권능: 추방(Power Words: Banishment)
내가 어느샌가 땅굴밑으로 따라들어온 야미도엔의 치마속을 훔쳐보기 바쁜와중에 루시페르가 그녀와 말다툼을 하더니 결국에는 권능의 힘으로 천익성에 쫓아내 버렸다. 허나 몸이 서서히 반투명해지는 와중에도 루시페르를 깔보는듯한 비릿한 미소를짓는 초월 인터페이스.
하긴 저게 야미도엔의 본체일리도 없거니와 천익성 또한 그녀가 엔도미야와 땅따먹기중인 수많은 행성중 하나일뿐이기에 아쉬울게 없을터였다. 하지만 루시페르는 이번 천익성 수복작전에 사활을 걸었는지 연속으로 권능을 펼쳐보였다.
신의 권능: 관문(Power Words: Gateway)
그러자 땅굴 바닥에 난데없이 생긴 투명한 연못. 그리고 그 연못 너머로 여탕에 불이라도 났는지 핀드(Fiend) 계열의 악마들이 종류별로 옹기종기 모여 이쪽을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만 있는게 아니라 각양각색의 악마들이 새까맣게 모여 최상위급 악마들의 주위를 배회하며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중이였다.
"보았느냐. 이들이 바로 판데모니엄의 주민들중 나를 숭배하는 신도들이다. 내 명령 한번이면 이 땅을 보라색 피로 물들게할 충실한 부하들이란 말이다!!"
"확실히 저많은 악마들을 모조리 쳐죽이면 땅이 보라색으로 염색되는 수준이겠군."
"건방진 벌레놈. 네녀석이 그렇게 나올줄 알았지. 인간치고는 제법 강대한 힘을 다루는 모양이다만 그 힘 또한 나를 위해 쓰여지게 되리라. 성기사단장 트렉슐이 그러했던것처럼!"
심상세계(心像世界) 타천사의 염상(Seal Of Fallen Angels) 개(開)
나는 주위에 검은 날개가 흩날리는듯한 환각이 찾아와 눈을 한번 감았다 떴다. 단지 눈을 한번 깜빡였을뿐인데 완전히 뒤바뀐 주위환경. 이전에 요슈아가 한번 끌고 들어왔었던 용암의 대지가 주위에 펼쳐져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용암으로 이루어진 망망대해에 조각배도 아니고 땅 한평을 깔고 내가 서있다는 점이랄까. 잠시 뒤 용암의 파도가 밀려오더니 성토전때의 덩치를 되찾은 루시페르가 튀어나와 뒤집히기 직전의 내 땅 한평을 한손으로 들어올렸다.
"타천사의 염상을 받아들여라. 너는 나의 신도가 되어 더욱 강한 힘을 다룰 수 있게 되리라!"
"지랄하고 자빠졌네. 너 강화보정 받고도 나한테 쳐발린거 잊었냐? 앙? 혹시나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때문에 단기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거면 내가 뒤통수라도 후드려 갈겨서 기억나게 해줄까?"
"너에게선 벨제붑의 기생장기의 냄새가 나는군. 너와 내가 힘을 합하면 엔도미야와 야미도엔을 쳐리하는것쯤은 일도 아니다. 그러니 어서 타천사의 염상을 받아들여라."
"부하 영입이 안되니까 이젠 동맹이라고? 그냥 좆이나 까잡수세요. 너같은 핫바지 새끼는 동맹은 커녕 내 꼬붕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거절이다. 내가 원하는건 그저 단 하나. 네놈의 눈깔과 심장을 우적우적 씹어먹는것 뿐이다!"
"그러면 우선 세라푸스년부터 먼저 잡아먹어라. 지금은 약해졌다고는 하나 그녀 또한 한때 나와 동급인 치천사였던 만큼 엄청난 힘을 흡수할 수 있으리라. 거기에 타천사의 염상까지 받아들인다면 금상첨화겠지."
"싫은데? 싫은데? 싫은데? 싫은데? 싫은데? 싫은데? 싫은데?"
"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어째서 타천사의 염상이 통하지 않는것이냐!? 분명 상당한 시간동안 네놈의 심상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었을터인데!!"
루시페르가 금방이라도 1평 땅위에 올려진 나를 크레페처럼 꿀꺽 삼킬 기세로 노려보며 그렇게 물어왔다. 나는 아직도 감각이 없는 왼팔은 나두고 오른팔의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I'm baddest motherfucker! 내가 왜 타락하지 않냐고? 이게 바로 그 이유다 루시페르 이 똥싸개 새끼야!! 세라푸스를 잡아먹으라고? 왜 내가 그래야하지? 앞으로 1000년동안 두고두고 따먹을 수 있는년을 왜 내가 한번에 먹어치워야하느냔 말이닷!! 그래 어차피 처음부터 네놈의 마왕론이란건 거기까지였던 거겠지. 나는 그냥 따먹지도 않을거야. 그녀를 따르던 성녀인 누시아가 보는 앞에서 따먹고, 성기사단장인 에녹이 보는 앞에서도 따먹고 그리고 누시아랑 같이 덮밥으로도 따먹을거다. 루시페르 네놈은 대마신이란 칭호를 갖기엔 악의적 상상력이 턱없이 부족하군. 힘 자체도 부족하지만 그 힘으로 한 인간을 좆되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란 말이다. 나는 수천, 수만가지나 알고있는데.
자 이제 내가 한번 너에게 질문을 한번 해보지. 과연 너와 나중에 누가 더 대마신이란 칭호가 어울리는것 같나? 앙? 마왕이라는게, 대마신이라는게 최대한 많은 인간을 좆되게 만들라고 존재하는것 아니였느냔 말이닷!!!"
목이 터져라 나만의 마왕론을 설파하자 루시페르의 입지가 점점 줄어든다. 단순히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루시페르의 덩치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종국에는 내가 올라탄 1평 땅을 두 손으로도 들어올릴 수 없을정도가 되자 루시페르가 나를 집어던지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빌어먹을!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이다니. 트렉슐, 타천사의 염상이 발동되고 있는동안 어서 녀석을 해치워라!"
* * * *
"나의 새주인이 네 주인을 어서 죽이라는군. 이걸로 100년전의 못다한 결투를 재개할 수 있겠어. 제 4 성기사단장 에녹 어서 검을 들어 마왕격살자의 힘을 내게 보여라."
"제 1 성기사단장 트렉슐, 당신이 어째서 세라푸스님을 배신하고 루시페르의 편에 서게 된겁니까?"
"크흐흑. 정말 너답게 틀에 박힌 대사를 하는군. 에녹 네 말에는 두가지 오류가 있다. 애시당초 나는 세라푸스에게 충성을 맹세한적이 없다. 떠돌이 무투가였던 내가 성기사단에 입단한건 어디까지나 몽크들의 전투기술을 훔쳐배우기 위해서였을뿐. 그리고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의 나는 세라푸스가 아닌 엔도미야를 배신한것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나? 나 아수라몽크 트렉슐이라고 하는 인간은 더 강한 힘을 가질 수 만 있다면 언제든지 배신을 밥먹듯이 할 수 있단 얘기다. 심지어는 지금 내가 모시고있는 대마신 루시페르조차 말이지."
"당신의 말에 따르면 몽크들의 전투기술을 훔치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그런 당신의 손에 무고한 사람을 위협하는 수많은 악마들이 격퇴되었습니다. 저는 그런 행동까지 악의에서 기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트렉슐 당신은 저와 누시아 성녀님이 작별인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죠. 지금이라도 루시페르의 마수에서 벗어나...
"갈! 선한것이 정의가 아니라 힘이 곧 정의다, 에녹. 네 말이 옳다는것을 증명해보이고 싶다면 닥치고 검부터 들어라."
나는 도저히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않는 트렉슐을 뒤로하고 주인님의 인벤토리를 열어보았다. 이중검(Double Sword) 아슈켈론은 쇠약해진 세라푸스님을 보호하기 위한 결계의 매개체로 이미 써버렸다. 흡혈검(Bloodsucking Sword) 블러디 카타나는 지금도 타천사의 염상과 힘겹게 싸우고 있을 주인님의 몸상태에 영향을 끼칠까 쓰기 꺼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