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96화 (396/599)

"물론이지. 예를 들면 여신칼날단 서열 27위가 반신타락자 서열 4위를 아이를 가지고 놀듯 처참하게 발라버리는건 어때? 내 생각엔 굉장한 구경거리가 될것 같은데."00396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나는 쟈크 더 리퍼가 건네준 찻잔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녀석이 내 도발에 걸려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항상 나의 든든한 우군이였던 설검이 과연 반신타락자 서열 10위권 내의 초월자들에게도 통할지는 의문이였지만, 만약 눈앞의 괴짜가 발끈해서 다른 팀월을 다시 중앙 공격로로 집합시킨다면 설사 내가 역으로 처참하게 발린다고해도 이득이였다.

"오호호호호호호홍! 아크리퍼공의 유머감각은 실로 뛰어나군. 이 필멸의 어릿광대 오랜만에 진심으로 허심탄회하게 웃을 수 있었소. 하지만 안타깝꾼. 아크리퍼공조차 승리에 목이 말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늘어놓다니...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합시다. 아크리퍼공 그대가 나와 싸우면서 단 한번이라도 본인에게 목숨의 위협을 느끼게 해줄 수 만 있다면 그대의 바람대로 팀원들을 집합시켜 본진을 비워드리겠나이다. 그러면 미리 대기하고 있던 그대의 팀원들이 본진을 칠테고 승리의 여신은 여신칼날단쪽으로 미소를 지을테지."

"알면서도 속아준다는거냐? 그렇게까지 해서 네가 얻는게 도대체 뭔데?"

"이미 말하지 않았소. 바로 나와 대등한 수준의 적과의 목숨을 건 싸움이지."

"그렇게 목숨을 건 싸움이 하고 싶으면 반신타락자 서열 1, 2, 3위 한테나 부탁해보지 그래. 왜 거기는 또 너무 쌔서 쳐발릴까봐 쫄리냐?"

"오호호호호호호홍! 그들이 아니 그것들이 강한건 맞지만 단순히 그런 문제로 싸움을 피하는건 아니요. 뭐라고 말해야될까 아무리 싸워도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차를 모두 마시면 싸움을 시작하겠소."

"나는 말이지 왠만한 독에는 끄떡도 안하는 사람이긴한데 적이 주는 정체불명의 음료수같은건 마실 생각이 없단 말이지!"

쉐도우 브레스(Shadow Breathe),

쨍그랑!

쟈크 더 리퍼의 말마따라 차에서는 그윽하기 그지없는 향이 났지만 그렇다고 한가하게 티타임이나 가질 생각이 없었던 나는 찻잔을 집어던지며 호흡기관에 음에너지(陰energy)를 집약시켰다. 맹렬하게 앞으로 퍼져나가는 검은 기류가 먼저 던져진 찻잔을 박살내며 쟈크 더 리퍼를 덮쳤다.

선빵필승의 일념으로로 가한 공격이였지만 이걸로 쟈크 더 리퍼가 큰 데미지를 입었을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 기류를 가르며 쌩뚱맞게 등장하는 로마시대의 전차부대. 나는 허리를 뒤로 꺾어 등을 흙바닥에 바짝 붙이는 뇌려타곤의 움직임으로 전차부대의 돌진을 간신히 피해낸 뒤 전방을 살폈다.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모습을 드러낸 쟈크 더 리퍼는 전차가 그러진 7번 타롯카드를 바닥에 꽂으며 말했다.

"실망스럽군. 대마신까지 무찌른 영웅께서 어찌 이리 비겁한 짓을 한단 말이오? 혹시 루시페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은거였다면 미리 말을 하지 그랬소. 엘릭서를 다려 만든 차를 준비해놨거늘 스스로 찻잔을 깨버리다니."

"미친 새낀가. 엘릭서가 얼마나 귀한건데 그걸로 차를 타마셔!? 나 오기 전에 반신타락자들이랑 마약파티라도 한 모양이지?"

"나에겐 목숨을 건 싸움만이 우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 그러니 이러는게 아니겠소?"

저지먼트 카드(J.C) 드로우, 13(XIII)-사신(Death)

지금도 술법사인지 무투가인지 분간이 안가는 쟈크 더 리퍼가 타롯카드에서 사신의 낫을 하나 꺼내들더니 놀랍도록 민첩한 움직임으로 내게 달려들었다. 앗차 하는 사이 왼쪽 팔을 내준 나였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고통을 느끼기는 커녕 피 한방울조차 흘러 나오지 않는것이 아닌가.

"쇼맨십도 적당히 해야지. 담배 한개비도 못벨것 같은 그런 무기로 나랑 목숨을 건 싸움을 하자는건가?"

"쇼맨십이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음은 아크리퍼공의 목을 노리겠소."

'주인님 조심하십시오!! 저 사신의 낫은 주인님의 영혼을 베고 있어요. 목을 베이면 그걸로 끝장이라구욧!!!!!'

사이즈 더 에테르(Scythe The Aether) 착(着),

까아앙!

요슈아가 숨넘어갈듯 다급하게 소리친 덕분에 나는 영입자로 만들어진 에테르 웨폰을 소환해 쟈크 더 리퍼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왼쪽팔에 아예 감각이 없다는걸 깨달은 나. 고통이 없었던게 아니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아예 무너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 종류의 신경독에 당한것 같지는 않고 요수아의 지적대로 저 쓸데없이 요란하게 생간 사신의 낫에 영혼을 베는 효과가 있는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건 얼티밋 언데드 폼의 탁월한 재생력도 손상된 영혼까지 재생시킬 수 는 없다는 것이였다.

나는 그 어느때보다 사력을 다해 에테르 웨폰을 휘둘러 쟈크 더 리퍼의 연속공격에 맞섰다. 에녹과 대련을 할때만 하더라도 그냥 맞으면 치료하면 그만이지라는 마음가짐이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자칫 잘못하면 성토전의 룰대로 부활조차 못하겠다는 판단이 서자 수십번의 대련쏙에서도 이르지 못한 무아지경에 이르렀다.

살아야 한다. 더 오랫동안 살아남아서 더 많은 암컷들을 따먹을 의무가 내게는 있단 말이닷!!!

"오호호호호호홍! 올치올치. 그렇게 나오셔야 싸움이 더 재밌어지지 않겠소? 하지만 아직 이 어릿광대는 목숨의 위협을 느끼지 못했으니 더 분발하셔야할것 같군."

깡! 깡! 깡!

몇번 공수를 교환했을분이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쟈크 더 리퍼는 타롯카드를 활용한 특수능력외에도 일생을 무예수련에 받친 무투가의 솜씨도 갖추고 있다는것을. 아무리 내가 한손밖에 쓸 수 없는 상태라지면 교묘하게 낫의 궤도를 바꿔 빈틈을 찔러오는 솜씨는 과히 일품이였다.

부우우우우웅!

결국 쟈크 더 리퍼쪽에서 템포를 올리자 나는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고 왼쪽 발목이 날아갈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여기서 기동성까지 잃어버리면 진짜 답이 없을것 같다는 위기감이 왼발을 넘어 전신을 덮쳐온다. 그리고 그러한 일념이 에테르 웨폰에 전해지자 사신의 낫이 깃발처럼 흔들리더니 그대로 쭉 늘어나 상대의 공격을 막아주었다.

에테르 웨폰이 그저 대장장이가 만든 쇳무기를 3D 프린터처럼 모방한거라면 구태여 영력을 쏟아부워 만들 이유가 없었다. 사용자의 의지를 받을어 방금과 같은 기이한 일을 연출할 수 있기에 시간을 투자해 익힐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에테르 웨폰의 진화에 자신감을 얻은 나는 레이싱 깃발처럼 낫을 휘두르며 쟈크 더 리퍼를 도발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제 2차전에 돌입하려는 순간 여신칼날단 팀이 승리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나와 쟈크 더 리퍼의 몸은 하얀입자가 되어 증발하고 말았다.

-반신타락자측의 별의 심장이 파괴되었습니다.

-여신칼날단측의 승리입니다.

*    *    *    *

"축하해요, 여신칼날단원 여러분들. 디파일러 아크비숍 쟈폰과 로열나이트 롬의 전투력 차이때문에 솔직히 걱정했는데 쟈폰과 그랜드 룩 파스타초프가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내면서 결국 여신칼날단측이 성토전에서 승리했군요. 야미짱 감동이에요!"

'그런 구도를 배치한 장본인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군.'

나는 야미짱의 정체가 이번 성토전의 개체자인 야미도엔이라는게 뻔히 드러난 상황에서 가증스럽게도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그렇게 이죽거렸다. 1000% 강화보정을 받은 대마신 루시페르의 출현, 트렉슐과 몰의 행방불명 그리고 영혼을 베는 쟈크 더 리퍼의 특수능력등 위기는 많았지만 결국 승리한건 우리였다.

그리고 그 승리의 일등공신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마 다같이 입을 모아 아크리퍼가... 아닌 쟈폰이라고 답하겠지. 분하지만 자폰의 활약상은 그만큼 대단했다. 데미지를 입은 우리 팀원을 회복시킨건 둘째치고 개미집을 등에 진 초거대 애벌레 파스타초프와 협력해 반신타락자측의 본진을 완전히 초전박살 냈던것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던 나도 프랑케네트가 그 장면을 녹화해서 내게 보여줬기 때문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엔트 디파일러의 비숍들은 본인들의 육체능력은 떨어지는 대신 같은 일족에게 버프를 걸 수 있었는데, 그 비숍들중 끝판왕이 바로 자폰이였고 파스타초프는 그냥 말그대로 움직이는 개미집이였다.

앙그릿사 일행이 지금까지 잡은 엔트 디파일러 폰, 나이트 그리고 룩보다 많은 수의 개미떼들을 제압하고 파스타초프를 우리편으로 포섭한 순간 우리팀의 승리는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중앙 공격로에서 쟈크 더 리퍼의 발을 묶고 있던게 무의미한 일이였던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따지면 뒤늦게 전장에 합류해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롬의 발을 묶은 아수라몽크 트렉슐도 일인분을 한거나 다름없이 찝찝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이러면 내가 임무 보상 VP를 뜯을 명분이 약해지잖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