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세상에나 진즉에 정신이 살짝 이상한 놈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적을 바로 코앞에 두고 저런 태평한 모습이라니. 쟈크 더 리퍼 저녀석만큼은 야미도엔에게 뭔가를 받아서가 아니라 짝짜쿵이 맞아서 반신타락자에 가입한게 분명하리라. 여신칼날단 입장에서는 실로 다행인 일이긴한데 야미도엔이 언급한 1000% 강화 보정이라는게 마음에 걸리는군.00390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크아아아아아아아악!! 하필이면 이런 의욕없는 녀석들이 나를 구하러 오다니 그렇다면 세레브 네녀석만이라도 나를 보조하거라!!! 이번 성토전이 끝나면 내가 네녀석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주마."
세레브 또한 벨제붑이라는 대마신을 모신적이 있는 종복이라 그런가 루시페르가 녀석을 알아보고 합류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 성토전에서 반드시 승리해 인공육체를 교체해야겠다고 말했던 세레브는 뭔가 걸리는게 있는지 고개(물론 녀석의 시험관에는 마땅히 목이라고 칭할만한 부분이 없었지만)를 절래절래 저으며 말했다.
-싫어, 싫어. 다시는 다른 누군가의 신체에 더부살이하고 싶지 않아. 이런 몸이라도 자유의지를 갖고 살아가는게 나는 좋아, 좋아.
"이 건방진 것. 기생체 주제에 감히 대마신격의 명령을 거부하겠단 말이냐! 내 친히 그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마!!!"
찰싹!(x6)
루시페르가 자신의 여섯 꼬리를 엄한 땅바닥에 골이 생길정도로 휘두른 다음 그 중 하나를 세레브에게 접근시켰다. 마치 살아있는 아나콘다 뱀처럼 늘어난 꼬리가 세레브를 휘감기 직전 홍차의 향을 즐기던 쟈크 더 리퍼가 행동에 나섰다.
저지먼트 카드(J.C) 드로우, 12(XII)-사형수(The Hanged Man)
집기세트를 소환했던 트럼프 카드들이 서로 병풍처럼 이어지더니 천봉투를 뒤집어쓴채로
단두대에 목이 고정된 남자를 비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트럼프 병풍이 세레브의 앞을 전경방패처럼 가로막은 순간, 마치 마술의 한장면처럼 루시페르의 꼬리가 사형수를 대신해서 단두대안쪽으로 빨려들어갔다.
2D와 3D가 교차하는듯한 착시효과에 두 눈을 비비는것도 잠시 단두대에서 빠져나온 사형수가 칼날과 연결된 밧줄을 끊어버리자 루시페르의 꼬리는 진짜로 절단이 나고 말았다. 악마들 특유의 보라색 피를 흩뿌리며 자신의 꼬리를 회수하는 루시페르.
"크으으으윽! 이게 무슨 짓이냐, 빌어먹을 광대놈! 도와줄 생각이 없다면 방해라도 하지 말아야지!!"
"루시페르군, 이곳에 있는 네명은 루시페르군을 부활시키기 위해 티끝모아 태산이란 속담을 직접 몸으로 실천한 사람들입니다. 대마신이라고 뻗대기전에 은혜를 모르는건 금수만도 못한 짓이란걸 아셔아죠. 한번만 더 저희들의 티타임을 방해한다면 그때는 꼬리가 아닌 루시페르군의 목을 단두대에 올려버리겠습니다."
"광대놈... 그게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더냐! 네녀석의 레벨은 현재 1. 즉 본신의 힘의 십분의 일밖에 쓰지 못한다는 소리다. 그에 반해 나는 1000%의 강화 보정을 받고 있는 상태. 고작 서열이 두단계 높다고 해서 나 대마신 루시페르를 진심으로 당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것이냐?"
"서열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루시페르군. 하지만 과연 그 두단계의 서열차가 정말 계단 두걸음을 올라서면 메꿀 수 있을거라 생각하시나요? 그 계단이 알고보면 절벽일 수 도 있다는걸 아셔야죠. 오호호호호호호호홍!! 뭐 여기까지는 미천한 어릿광대의 조크라고 생각해서 노여워하지 마시고 스스로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에 대단한
어드밴티지까지 받고 있다면 혼자서 여신칼날단원들을 전멸시시키는 대단한 업적을 실현시키는건 어떻습니까?"
루시페르가 무언의 분노를 표출하듯 여섯개의 날개를 파드닥 거리며 쟈크 더 리퍼를 노려보더니 끝내는 잘려나간 꼬리를 재생시킴과 동시에 뒤로 돌아섰다. 결국 그가 자유를 되찾았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성토전에 매여있는 존재였기에 같은 반신타락자들과 싸워서 좋을게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였다.
그렇게 막상 루시페르가 우리쪽을 내려다 보기 시작하자 그 덩치의 위압감이란건 제법 무시무시한 것이였다. 싸움이 서열로 하는게 아니듯 덩치로 하는건 더더욱 아니지만 루시페르는 식인 악마(Cannibal Demon)처럼 힘만 쌘 무투파가 아니였기에 그 권능도 증폭됐을 확률이 높다는게 문제였다.
하여 한껏 긴장된 태세로 루시페르의 공격에 대비하는데 녀석이 투우소처럼 땅바닥을 긁더니 이쪽으로 맹렬히 돌진해왔다. 권능따위는 쓸필요도 없다는듯 무식하기 그지없는 공격. 하지만 덩치가 덩치다 보니 루시페르가 한걸음 한걸을 내딛을때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듯한 효과가 주위를 덮쳤다.
"제가 막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반격할 준비를 해주세요."
앙그릿사가 가슴골에서 축구공만한 비취보석을 꺼내더니 스스로 총대를 맸다. 비취보석이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더니 애들 장난감처럼 분해되어 거대한 방벽을 겹겹이 형성했지만 상당한 가속도가 붙은 루시페르의 몸통박치기를 막아서기엔 역부족이였다.
와장창!
비취보석으로 만들어진 방벽이 마치 유리창처럼 연쇄적으로 박살나더니 단숨에 1차 장승배기 앞으로 도달한 루시페르가 장승배기를 파괴하는것도 아니고 아예 땅바닥에서 뽑아버리고 말았다. 무슨 묘목을 옮겨심듯 장승배기 두개를 뽑아 죽림쪽으로 날려버리는 루시페르.
과연 1000%로 보정된 대악마의 완력은 권능을 쓸것도 없이 압도적인 것이였다. 이대로 간다면 2차, 3차 장승배기까지 허무하게 내줄 기세였기에 나는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런 내 뒷섶을 끌어당기는 퀼레뮤츠. 어이쿠 뽀뽀 한번했다고 서방님 걱정해는고야?
"이 깡통머리 강령술사 자식이 남보고 깡통로봇이라고 하기전에 스스로 생각이란걸 해라. 아직 팀원 다섯명이 모이기도전에 저 무식할정도로 강한 적을 어찌 상대한단 말이냐!"
"아니 씨발 그게 지금 자리에 없는 트렉슐이랑 몰 문제지 내 문제냐?"
"트렉슐은 현재 레벨이 너무 뒤쳐진 탓에 현재 몰과 함께 죽림의 문지기들을 사냥하고 있는 중이다. 2, 3차 장승배기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시간을 벌어서 반격의 실마리를 찾는게 정답이다. 게다가 설마 정말로 반신타락자 놈들이 루시페르가 날뛰는걸 그냥 구경만하고 있을거라 생각하는것이냐? 그런 무른 생각따위는 네녀석의 깡통머리와 함께 쓰레기통에 쳐박아라. 막상 상황이 불리해지면 무슨 개수작을 부릴지 모르는 놈들이다. 저 놈들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라도 2, 3차 장승배기는 내주는게 맞아."
"예예, 뛰어난 전자두뇌에서 나온 생각이시니 깡통머리인 저는 그냥 따르겠습니다. 무작정 도망만 치다보면 언젠가는 답이 나오겠죠."
"비꼬려만 들지 말고 네녀석에게 이 상황을 타개할 묘수가 있다면 얘기해봐라!"
"두분다 그만 아웅거리시고 후퇴하세요. 루시페르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신의 권능: 화산(Power Words: Volcanic Eruption)
내가 퀼레뮤츠와 설전을 벌이는 사이 루시페르가 장승배기가 뿁혀나온 땅굴에 손을 박아넣고 끙끙거리길래 무슨 헛짓거린가 싶더니 마치 밥상을 엎어버리듯 땅을 개간해 버렸다. 그러자 단순히 흙먼지만 피어오르는게 아니라 활화산이 터질때처럼 용암이 분출되는게 아닌가?
지진에 이은 화살폭발이라니 나는 퀼레뮤츠가 보챈것도 아닌데 스타팅 포인트가 있는곳으로 달려나갔다. 이매망량을 활용할 수 없는 아바타는 기동성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발 빠르게 도주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제트기 모듈을 발동시킨 퀼레뮤츠보다 빠를 수 는 없는 노릇이였기에 나는 졸지에 그녀의 등에 엎혀갈 수 밖에 없었다. 섭씨 1000도씨를 넘나드는 용암줄기가 뒤통수를 스쳐지나가는 상황에서조차 나는 퀼레뮤츠의 가슴을 만질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지만 사전에 그 기회를 차단하는 그녀.
"또 한번 내 가슴에 손을 대면 이대로 네놈을 저기 펄펄끓는 용암속에 추락시킬테니 좋을 대로 해라."
"만진다고 닳는것도 아닌데 유세는. 내가 더러워서 안만진다. 나중에 만져달라고 사정사정하지나 마라."
"그딴일이... 있을리가 없잖느냐, 이 더러운 강령술사 놈아!"
제트기 모듈의 가속도가 최고조에 달한 순간 퀼레뮤츠가 나를 붙잡은 손을 그냥 놓아버렸다. 입방정때문에 용암연못에 빠지는가 싶어 내가 허우적 거렸지만 열댓바퀴를 돌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3차 장승배기 바로 옆이였다.
퀼레뮤츠 이 건방진 것이 사람 놀래키기는. 얼티밋 언데드 폼이 고작 용암떄문에 몸을 사릴 필요가 있겠냐만은 화상을 입고 아픈건 똑같단 말이다. 내가 괜히 화가 나서 3차 장승배기 사이에 자리한 거대한 고치를 뻥하고 걷어차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보쇼 형씨 기분 나쁘니까 거기는 걷어차지 말아요.'
"뭐, 뭐야 너 누구야? 그 고치 안속에 사람이 있을줄은 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