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89화 (389/599)

혹시 레이오네로 하려금 나를 유혹한 것도 고도의 화전양면 전술이였던 것일까? 라는 생각으로 암사자를 쳐다봤지만 하품을 하며 젖통을 긁적이는 모습에선 그 어떠한 권모술수의 찌끄래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애시당초 루시페르의 봉인해제 소식을 알려온것도 그녀 본인이였을터. 그럼 지금부터는 어떻게 한다?00389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야 레이오네, 너 이 성토전의 승패따윈 관심없다고 했는데 그러면 여신칼날단원을 위해서 싸워줄 순 없는거냐? 아니 정확히는 날 위해서 한 놈정도만 동귀어진 해주면..."

"안돼. 상단 공격로에서 1차 장승배기를 밀어버린 다음 성과과 없는건 강한 상대가 지원을 왔다고 거짓말을 하면 그만이지만 한놈을 조졌다간 바로 들켜버린다고. 제아무리 내가 섬광의 레이오네라고 불리운다고 해도 말이야."

슈슈슈슈슈슈슈슉!

섬광의 레이오네가 주먹을 야바위꾼처럼 흔드는가 싶더니 내 눈앞에 손바닥을 들이밀며 호기롭게 말했다. 그런 그녀의 손바닥 위에는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이 수십가닥이나 올려져 있었는데, 처음엔 긴가민가하던 나도 고간쪽에 아주 살짝 아린 느낌을 감지하고 그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미친년이 진짜 섬광과같은 스피드로 주먹을 수십번씩 휘둘러 내 꼬추털을 하나씩 뽑아간 것이다. 무투가로서의 역량을 드러내기 위함이라지만 하필이면 그 대상이 저런거라니 변태도 이런 변태가 또 없었다. 뭐 성토전 중간에 적에게 성관계를 제안할 정도니 말해 무엇하랴. 그 제안에 덜컥 응한 내가 할말은 아닌것 같긴하다만.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을정도로 빠른 권격때문에 금방 들통이 날 수 도 있지. 반신타락자측에는 나와 같은 무투가 타입이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 중앙 공격로에서 다시 만나면 서로 덩굴안에서 있었던 일은 없는걸로 치고 최선을 다해서 싸워보자고. 어차피 진짜 목숨 걸고 하는 사생결단도 아니잖아."

"뭐 그건 그렇긴 한데... 그전에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군. 레이오네 너는 어쩌다가 반신타락자에 소속되게 된거지? 아니 그러니까 네 힘을 의심하는게 아니라 성향에 대해서 묻고싶은거야.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은 굳이 따지자면 엔도미야쪽 라인이잖아. 게다가 야미도엔은 음 그러니까 전형적인 나쁜년(Bitch)이고."

"무슨 말을 하고싶은건지는 알겠는데 옥사건 너는 두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어. 일단 내가 황금사자 수인족 출신이라고 해서 비스트코인 스테이션과 운명공동체일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야미도엔은 나쁜년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엔도미야는 착한년인가? 내가 볼땐 절대 아니야. 그 초월 인터페이스 둘은 선과 악으로 대변되는 존재가 아니라 질서와 혼돈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봐야지. 그리고 너나 나처럼 특출난 힘을 지닌 이들에겐 혼돈의 우주가 더 활개치기 좋은거 아니겠어. 그녀에게는 섬광의 접두사라는 특별한 힘을 받기도 했고."

레이오네가 이번에는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만든 원안에 오른손의 검지를 연기가 날정도로 빠른속도로 출납시키며 설명을 겻들었다. 굳이 저런걸로 예시를 들 필요가 있나 싶을정도로 저속한 제스쳐가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의 의견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엔도미야는 질서의 엔트로피라고 하는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 전생유적, VOT 커뮤니티 그리고 VOT 온라인같은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 많은 인류를 디파일러로부터 구원했지만 그게 꼭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불합리한 이유로 무법자가된 고아들도 적지않았고, 나 또한 엔도미야와 짝짜쿵이 맞아서 여신칼날단원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 VOT 단말기를 사용했을때의 여러가지 이점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현상황을 유지하고 있는것 뿐이였다.

어쩌면 레이오네처럼 좀 더 단순한 접근으로 그 둘의 대결구도에 접근하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머슴이 대감집에서 일하려고할때 그 대감이 어떤 사람인가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였다. 청렴결백한 충신이건 희대의 간신배건간에 삯을 얼마나 많이 주는가가 머슴에게는 중요할 뿐이였다. 대감집 마님이 얼마나 미인인가도 고려해야겠지만서도. 흐흐흐.

나는 그정도로 고민을 마무리 짓고 레이오네와 뜨거운 이별의 딥키스를 나눈뒤 중앙공격로로 달려갔다. 굳이 부하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갈필요는 없을것 같아서 리쿤다룬과 하희빈은 각자 상단, 하단 공격로에서 계속해서 엔트 디파일러 폰들을 사냥캐했다. 티끝모아 태산이라고 1점씩 모은 CP가 제법 짭짤했다.

"야 퀼레뮤츠 아무래도 반신타락자측에서는 모든 CP를 몰빵해서 루시페르를 부활시킨것 같다. 조심하지 않으면..."

"이미 알고있으니 뒷북치지마라, 이 변태 강령술사야!! 음흉한 반신타락자 놈들이 하단 공격로에서 2차 장승배기까지 밀리는 와중에도 일방적으로 후퇴하는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뒤에서 그런 개수작을 부리고 있을줄이야."

루시페르의 부활을 예측한건 비단 나쁜만이 아니였는지 퀼레뮤츠가 중앙 공격로의 장승배기에서 비취드래곤 앙그릿사와 필멸의 어릿광대, 쟈크 더 리퍼간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반가움에 소리를 쳐봤지만 돌아오는건 멸시섞인 꾸중뿐. 시묵해져서 나 또한 중앙 공격로의 싸움을 지켜보는데 이렇게 살벌할 수 가 없었다.

허공으로 비취보석과 트럼프 카드가 쉼없이 이합집산하며 각종 술법을 퍼부우니 이게 과연 개인과 개인의 대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겉보기엔 대등한 싸움처럼 보였지만 CP를 루시페르에게 몰빵한 반신타락자측의 전략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쟈크 더 리퍼쪽이 훨씬 더 강하다고 보는게 맞았다.

"오호호호호호호호호홍! 실로 즐겁기 짝이없군요. 성토전에 참가하길 참으로 잘한것 같습니다. 앙그릿사여 그대의 보석술법 실력에 경의를 표하며 지금부터는 저희들의 와일드카드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루시페르군, 지금까지 억눌려왔던 분노를 마음껏 표출하도록 하세요. 오호호호호호호호호홍!"

-반신타락자팀이 10,000 CP를 투자하여 루시페르의 봉인을 해재했습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세라푸스 저 빌어먹을 년부터 끝장을 내고야 말겠다!"

중앙 공격로를 기준으로 좌측에 있는 검은관이 벌컥 열리더니 엔트 디파일러 룩을 압도하는 덩치의 악마가 불을 뿜으며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흰색관이 있는곳까지 도달하는게 성공했지만 반투명한 막에 가로막혀 그대로 튕겨나가 자빠지고 말았다. 위압감 넘치는 등장씬에 비하면 어처구니 없을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슬랙스틱 코미디였다.

그 꼴을 당하고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다시 일어나서 세라푸스가 봉인되어 있는것으로 추정되는 흰색관을 향해 돌진하는 육각육익육미(六角六翼六尾)의 대악마, 루시페르. 이번에는 지금까지 코빼기도 비추지않았던 야미도엔이 등장해 루시페르의 돌진을 새끼 손가락만으로 막아낸 다음 이죽거렸다.

"이 룰도 모르는 똥강아지 새끼가 몇번을 말해줘야 알아듣겠어! 네가 정말로 이 가련한 대천사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거라면 일단 이 성토전에서 승리하는거 우선이라고. 한번만 더 룰에 위반하는 행동을 할경우 네게 걸려진 1000% 강화 보정을 풀어버리겠어. 설마 여기 있는 성토전의 참가자들이 전부 너보다 약할거라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너보다 서열이 높은 참가자도 있으니까 그만 깝죽거리고 돌진하려면 저기 장승배기가 있는곳으로 돌진하라고."

"크으으으으으으으윽!!"

온몸에서 증기를 내뿜으며 악을 써도 결국엔 야미도엔의 새끼손가락 하나를 꺽지 못한다는걸 알게된 루시페르가 결국엔 중앙 공격로로 너털걸음으로 복귀했다.

"지금부터 최단거리로 적의 진형을 돌파한다. 내 뒤를 따라라 미천한 인간들이여!"

"그건 곤란한걸, 루시페르군. 우리 팀은 방금전까지도 루시페르군을 부활시키기 위해 억척스럽게 CP를 모아왔지. 자신들의 레벨업을 포기해가면서 말이야. 그러니 지금부터는 루시페르군 혼자서 수고를 해줘야겠어. 우리들은 여기서 루시페르군의 활약을 지켜보며 티타임이라도 가져야겠군."

"지금 그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헛소리냐! 네놈들은 이기기 위해서 이 성토전에 참가한게 아니냔 말이닷!!"

"게임은 이기기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하는거라는걸 이번 기회에 명심해줬으면 좋겠군, 루시페르군. 이 이상의 무례는 인내심이 하늘위의 별만큼이나 풍부한 나라도 참을 수 없을지도 몰라."

당연히 쟈크 더 리퍼가 중앙 공격로로 반신타락자들을 집합시킨건 거대화된 루시페르와 함께 합동공격을 하기 위함이라 생각했던 나는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였다. 아닌게 아니라 녀석은 진짜 트럼프 카드에서 집기세트를 소환해 지금까지 고생했다는 의미로 팀원들에게 홍차를 나눠주고 있었던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