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80화 (380/599)

본신의 능력이 10분지 1로 줄어드는 성토전의 핸디캡 + 급소적중 + 속성의 우위. 위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탓일까 스톰 핀드는 밴쉬 아쳐의 첫 일격에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화려한 첫등장이 무색하게 하얀 입자가 되어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뇌전의 악마. 무슨 일이든지 첫 단추를 잘 꿰면 일이 술술 풀리기 마련이였끼에 나는 득의의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좋아 앞으로도 이렇게만 가자!00380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그러면 공격로 전선을 뒤로 물리도록 하죠, 세레브씨. 가급적 상대 진영 디파일러에게 손을 대지 마시길 바랍니다."

-알았어, 알았어. 전략적 후퇴는 성공의 아버지, 아버지."

"누가 그냥 보내줄줄 알고. 하희빈 어서 저기 있는 우동사리한테 추가타 넣어."

"크으으으윽!"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한게 없으면서 누구보다 힘차게 공격명령을 내린 나였지만 하희빈은 오른손을 부여잡고 주저앉으며 내 명령에 제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야생 와이번의 날개가죽을 베이스로 인챈트 술식을 새긴 아티팩트 AFG(Archery Finger Glove)에서 하얀 김이 솔솔 올라오는걸 보니 생각했던것 만큼 천공의 아치의 성력이 잘 억제되지 않았던 모양이였다.

무형의 기운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인 노블메탈, 화이트 티타늄을 통짜로 용접해 만든 왼손의 건틀렛쪽은 멀쩡히 천공의 아치를 지탱하고 있는걸보면 엄지와 검지만을 덧대는 형태의 가죽장갑 디자인 자체가 문제였던 모양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손에 모두 건틀렛을 착용하면 대궁(大弓), 천공의 아치를 세말하게 조준하는데 애로사항이 꽃피니 이런 딜레마가 또 없었다. 이매망량을 사용할 수 없는 나는 마땅한 원거리 견제 수단이 없어 밴쉬아쳐에게 여러모로 의존하려고 했더니 역시 세상일이라는게 늘 마음먹은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건가.

"아크리퍼, 너도 같이 전선을 밀어라. 반신타락자놈들 고작 부하 한명 죽었다고 생각보다 소극적으로 나오는군. 장승배기가 있는곳까지 몰아붙인 다음 말라죽게 만들어야겠다."

"오케이. 근데 나는 막타같은 섬세한 작업같은건 못하니까 네가 알아서 그 잘난 정밀사격으로 하나도 놓치지 말고 잘 챙겨먹어라."

서로 다른 색의 머리띠를한 엔트 디파일러끼리 투닥투닥 주먹질을 하다 빈사상태가 되면 양손에 달린 기관총으로 마무리를 하던 퀼레뮤츠가 전략수정을 감행했다. 첫 전투에 돌입(물론 내가 아닌 밴쉬아쳐가 싸운거지만)하고도 아직 성토전에 대해서 감을 잡지못한 나였기에 토를 달지않고 그녀가 하라는대로 그대로 따랐다.

사이즈 더 에테르(Scythe The Aether) 착(着)

그냥 마구 휘두르기.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웅.

낫이라고 하는 무기는 기본적으로 전투용이 아닌 농업용으로 고안된 도구였다. 당연히 낫과 관련된 무예가 발전했을리도 없고 있다고 해도 내가 거기에 투자를 할만한 가치를 느낄리도 만무했기에 지금의 마구잡이식 낫질이 내 제 1초식겸 최종오의나 마찬가지였다.

뭐 아무리 근본없는 무예라도 타격범위가 넓으니 전선을 밀어내는데는 제법 효율적이였다. 엔트 디파일러 폰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나는 정말로 추수를 하는 농부마냥 평화롭게 엔트 디파일러 폰의 모가지를 쓸어나갔다. 정작 CP는 람보처럼 쌍기관총을 다루는 퀼레뮤츠쪽에서 챙겨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두두두두두두두!!

"이걸로 우리쪽 엔트 디파일러 폰 병력이 제법 쌓였군. 이제 장승배기의 공격범위 밖에서

상대방을 괴롭혀주기만 하면 적의 장승배기가 알아서 CP를 증발시켜줄 것이다."

아군의 엔트 디파일러 폰 무리가 적군의 장승배기 쪽에 도착했을때 나는 처음으로 장승 아니 모아이 석상들이 공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눈도 껌뻑하지 않아서 처음엔 그냥 조형물인줄 알았던 녀석들이 근처에 적이다가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속에서 도깨비불을 따발총처럼 쏘아낸다.

과연 저런식이라면 정밀사격이고 나발이고 제대로 CP를 획득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부하를 잃고 나가리가 된 세레브가 부르르르 떨면서 초조함을 드러낸 반면 스고우쪽은 아주 여유만만이였다. 애시당초 전선을 땡긴게 바로 스고우니까 뭔가 준비해둔 한수가 있다는거겠지.

"전자두뇌에서 나온 전략답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로군요. 하지만 이쪽도 마냥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답니다."

卍천도진토술 제 3식 시독무(屍毒霧)

삼라만상이 썩어 비틀어져 진토로 되돌아갈때, 죽음의 흔적이 만개하리라.

스고우가 양쪽 검지를 직각으로 구부린채로 교차시켜 만(卍)자 모양을 만든 다음 마치 시조의 한구절같은 주문을 읊조린다. 그러자 갑자기 죽은 엔트 디파일러 폰의 시체가 썩어들어가며 끔찍한 악취를 뿜어내는 것이 아닌가. 단순히 냄새뿐이라면 모르겠는데 치사성 가스까지 스멀스멀 새어나와 근처의 엔트 디파일러 폰들을 모조리 전멸시켰다.

게임으로 따지면 광역 도트 데미지를 주는 기술로 아주 간단히 CP를 챙긴 셈. 물론 정밀사격으로 CP를 1점도 놓치지 않은 퀼레뮤츠와 비교하면 어느정도는 CP 점수 손실이 있었겠지만 그래봐야 10점을 넘지 않을터였다. 아니 디파일러 나이트가 됐든, 디파일러 룩이 됐든 뭐라도 출동시켜야 될거 아니야 1점씩 모아서 언제 레벨을 올려.

내가 레벨업에 필요한 CP 요구량을 확인하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이 갑자기 다잉메시지도 아니고 땅바닥이 파헤쳐지며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져 내렸다. '아크리퍼님 그리고 퀼레뮤츠님 하단 공격로쪽으로 땅의 울림이 감지됐으니 조심하세요. 상대방 진영의 나그네일 확률이 높습니다. 몰 올림.'

"라는데? 퀼레뮤츠 그 16배율 광학렌즈인지 뭐시긴지로 좀 살펴봐라."

"네놈이 말하지 않아도 진즉에 찾아보고 있다. 빌어먹을 소형위성 알파와 베타가 없으니 너무나도 불편하군. 앙그릿사는 왜 저 쓸모없는 강령술사 놈에게 부하 TO를 전부 할당해가지고 이 고생을 시키는지."

"지랄옆차기 좀 하지마 이 깡통로봇아. 그깟 소형위성 정찰에는 좋을지 몰라도 실제 전투에서 내 부하만큼 활약할 수 있을리가..."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디파일러 무리가 한차례 클리어되 전선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나는 퀼레뮤츠에게 참아왔던 욕지거리 한사발을 떠먹여주려 했으나 난데없이 고막을 강타한 여인의 고성에 기우뚱하며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달팽이관에 휴지곽을 통채로 쳐박은듯 꽉막혀 균형감각이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옆으로 누운 내 시야에 아랫쪽 덩굴을 헤치고 식물인간 하나가 빠져나오는게 포착됐다. 반영구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을 지칭하는게 아니라 진짜 다리는 뿌리, 팔은 풀잎으로 이루어진 진짜배기 식물인간이였다.

"만드라고라 일족의 진생 더 와일드양, 적절한 타이밍에 도와주러 오셨군요. 첫만남때에는 인사를 건네도 말이 없으셔서 협동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신줄 알았습니다만 제 오해였던 모양입니다."

"마알 하아면 기이꺼엇 추웅저언 해두우운 야아새엥의 외에침의 서엉능이 떠러지이니까아아."

"후후. 아직 영물에서 인간화를 이룬지 얼마 안돼서 말하는게 익숙치 않으신 모양이군요. 혹시 속박계열의 기술이 있다면 저와 연계해주시겠습니까? 세레브씨도 공격 술법을 준비해주세요. 상대는 본신의 능력이 10분지 1로 줄어들었어도 상당히 튼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악마 소환뿐만 아니라 악마 술법도 나의 특기니까, 특기니까."

스고우의 것을 제외한다면 귀가 멀쩡했어도 알아듣기 힘들었을 대화가 오간뒤, 어느정도 정신을 추스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내 발목을 노리고 억센 덩굴 줄기들이 몰려왔다. 살아움직이는 뱀처럼 내 발목을 옭아매는 덩굴 줄기 때문에 또 한번 발이 묶인 나는 스고우와 세레브의 콤비네이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卍천도진토술 제 1식 사독추(蛇毒追)

화려한 수레가 든것없이 소리만 요란할뿐이나, 화려한 뱀의 독은 표리일체 하노라.

"어디 보자, 어디 보자. 가만히 있는 상대에게 효과적인, 효과적인 악마 술법은... 꾸에에에엑!"

또 다시 양손의 검지를 이용해 만자를 그린 스고우의 손에서 살아움직이는 뱀처럼 쏜살같은 투사체가... 아니라 진짜 뱀이 튀어나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투명한 독액이 뚝뚝 떨어지는 새하얀 송곳니를 앞세운채로 내 목덜미를 노리는 녀석.

그러나 오는게 있으면 가는게 있는법. 쏘아진 뱀과 반대방향으로 영력 입자로 만들어진 화살이 날라가 그대로 세레브의 시험관을 꿰뚫어 버렸다. 천운으로 뇌 부분은 다치지 않은듯 했지만 시험관 크랙 사이로 액체가 세어나오자 세레브는 망토안에서 건져올린 마도서의 첫장도 채 넘기지 못하고 꼬꾸라지고 말았다.

생긴것처럼 내구성이 형편없는 녀석이로군. 이 아크리퍼님은 독따위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무적의 육체를 갖고 있단 말이다. 대놓고 경동맥에 송곳니를 박아넣은 뱀을 패대기친 나는 퀼레뮤츠가 정밀사격으로 너덜너덜하게 만든 덩굴 줄기를 잡아 뜯고 아군쪽 장승배기로 질주했다. 전우애라곤 눈꼽만큼도 없는것들 언제 저기까지 도망친거야.

"퀼레뮤츠는 그렇다치고 밴쉬아쳐 니가 그러면 안돼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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