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에서도 나를 알아본듯 했지만 대놓고 안부인사를 전하기엔 상황이 나빠도 너무 나빴다. 아니 사리카야의 도시형전함 도그파이트를 관리감독해야할 녀석이 왜 저기있는거야. 사리카야년 스고우 없이는 계약서에 지 이름도 못쓰는 무식쟁이 아니였나.00378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잠깐만요! 문을 열기전에 이렇게 성토전을 하게 된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라도 나누는건 어떤가요?"
"통성명? 오호호호호호홍! 앙그릿사 선생님께선 야미도엔님이 주관하시는 성토전을 경험해본적이 없는 모양이구려. 그딴건 필요없소이다. 어차피 문을 연순간 모든것이 그분의 손에서 시작될터이니."
끼이이이이이익!
앙그릿사의 다급한 외침에도 아랑곳않고 철십자 교회의 녹슨 철문을 열어재낀 쟈크 더 리퍼. 하지만 녹이슬다 못해 과자처럭 바스락 거리는 철문 너머에는 그저 똑같이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썩어들어간 교회의 예배실 목조의자가 보일 뿐이였다.
순간 함정인가 싶어 이매망량들을 끌어모으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몰려와 나와 십만 혼령들간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서둘러 인벤토리를 작동시켜 보니 다행히도 크림슨 메이든에는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에보니 메이든이나 아이언 메이든은 비활성화된 상태로 꼼짝도 하지않는걸 보니 예의 핸디캡이 이제서야 적용된 모양이였다.
그렇게 내가 즉시투입가능한 전력을 헤아리는 사이 철십자 교회 근방의 환경은 완전히 급변하고 있었다. 선인장 한그루 없던 사막에 난데없이 산천초목이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철십자 교회를 중심으로 진짜 젖과 꿀이 흐르는 강이 솟아올랐다. 어떻게 한눈에 젖과 꿀을 구분해냈는고 하니 색깔도 색깔이지만 달큰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기 때문이였다.
"하이, 귀요미들! 오늘의 성토전을 주관할 일일 심판 야미짱데스~"
중세시대의 암흑기v2를 맞이한 천익성의 명운을 건 싸움의 무대치곤 지나치게 발랄한 조형물들. 그리고 한술 더떠서 나레이터 모델 복장을 한 묘령의 여성이 철십자 교회의 다쓸어져가는 십자가에 걸터앉아 성토전의 개막식을 알려오자 반신타락자들과 조우하고 한껏 긴장상태였던 내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진짜 우스운 쪽은 콧잔등에 점하나 찍었다고 다른 이들이 자신을 못알아 볼거라 생각하는 야미도엔쪽이였다. 이 각도에선 훤히 티팬티가 보임에도 치맛자락을 들어올려 양측 대표인 앙그릿사와 쟈크 더 리퍼에게 인사를 건네는 야미도엔 아니 야미짱.
이전에 몽환경이란 아티팩트를 이용해 내 꿈에 나타났을때는 C형 비키니를 입고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그리 야한것도 아니였지만, 자신의 수족인 반신타락자들 앞에서도 저런 파렴치한 몰골로 있을 수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였다.
어쨌든 지금 흘러가는 분위기로 봤을땐 저년이 이번 성토전의 룰을 설명해줄 기세였기에 나는 나레이터 모델들의 전유물인 클립형 마이크에 시선을 고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야미짱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을 즐기며 뜸을 들이더니 멀쩡한 클립형 마이크를 고쳐 쓰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우선 싸움의 규칙을 말씀드리기전에 이 성토전에 무슨 상품이 걸려있는지에 대해서 설명드려야겠죠. 이 성토전에서 이긴쪽은 당연한 얘기지만 천익성을 자신의 성토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향후 1000년 동안은 여신칼날단이나 반신타락자 그 어느쪽도 이 별의 성토권을 침해하는 그 어떠한 종류의 행위도 불가. 물론 이긴쪽이 천익성 내에서 인육으로 국을 끓여먹던 두개골로 꽹과리를 치던 터치하지는 않습니다."
"야미도엔, 우리는 그런 끔찍한 짓거리를 막기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겁니다!"
"누가 뭐래? 그러니까 이긴쪽이 하고싶은대로 하라는 비유적 표현이잖아!! 하여튼간에 누가 도마뱀 새끼 아니랄까봐 분위기 한번 더럽게 못읽네. 앞으로는 야미짱이라고 불러라 이 푸르딩딩한 도마뱀년아! 데헷, 그러면 야미짱과 함께 본격적으로 제 77회 성토전 「추락한 천사와 타락한 천사」의 룰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까요. 아참 그러고 보니 추가 보상에 대해서 말하는걸 깜빡했군요. 귀찮으니까 규칙을 설명하는 김에 겸사겸사 알려드리죠. 자 모두 열화와 같은 박수로 맞이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성토전의 킹메이커이자 추가 보상으로 제공하는 포로이기도한 세라푸스와 루시페르입니다!!"
파사사사사사삭.
야미도엔이 손바닥을 두어번 쳤을뿐인데 아무리 낡았다지만 철십자 교회가 모래성처럼 부서져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철십자 교회의 부지에는 교회 건물을 대신하듯 두개의 거대한 관짝이 자리매김했다.
철컹!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비슷한 타이밍에 열린 관짝 뚜껑. 하지만 그곳에서 나온 두 인물의 반응은 완전히 하늘과 땅차이였다. 흰색 관에서 나온 순백의 천사는 누가 관짝에서 나온 사람 아니랄까봐 시체처럼 축 늘어졌지만 검은색 관에서 나온 칠흑의 악마는 관짝 뚜껑이 열리기 무섭게 한차례 불꽃을 토해낸뒤 속사포처럼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야미도엔, 이게 무슨 개수작인것이냐!? 봉인이 풀린 지금 세라푸스는 내 입김만으로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상태일지언대 뜬끔없이 성토전이라니! 당장 내게 건 주박을 풀지 못할까!! 다 이긴 싸움이 세라푸스년의 최후의 발악때문에 수백년 연장된것도 억울하거늘 네년이 진정 소돔의 타천사, 나 루시페르를 능멸할 셈이더냐!!!"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둘은 성토전의 추가 보상임과 동시에 승패를 가를 중요한 오브젝트 역활을 하게 될텐데요. 통칭 킹메이커인 그들은 현재 봉인된 상태지만 여러분들이 공격로에서 디파일러들을 사냥하다보면 획득할 수 있는 CP(Corruption Point)를 모아 그들의
봉인을 해제시킬 수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더냐! 크로스 오브 아이언(Cross of Iron)의 봉인은 풀린지 오래. 지금 내 몸을 구속하고 있는것은 야미도엔 네년의 주박일터. 내 말을 듣고있는 것이냐, 야미도엔!!"
"자꾸 종알종알 되니까 이벤트 진행에 방해되잖아. 시끄러우니까 가만히 좀 있어, 이 박쥐야!!"
야미도엔이 마치 보이지 않는 쇠사슬을 잡아당기는듯한 모션을 취하자 정말로 검은색 관에서 쇠사슬이 18줄기나 튀어나와 살아움직이듯 루시페르를 포박해 다시 관짝으로 잡아당겼다. 여섯개의 뿔, 여섯개의 꼬리, 여섯개의 날개를 지닌 대마신은 수백년동안 봉인되었던 자 답지않게 그 기세가 흉흉하기 그지없었으나 18줄기의 쇠사슬에 저항하지 못하고 개목줄이 꼬인 똥개마냥 개집 아니 관짝속으로 복귀했다.
'쯧쯧쯧. 하여튼간에 두고보자는 놈 치고 무서운 놈 없다니까.'
"보기에는 저래도 현재 부하를 3명밖에 둘 수 없고 본신의 능력도 10분지 1로 줄어드는 핸디캡을 안고있는 여러분들에게 봉인을 해제한 킹메이커는 큰 전력이 될 수 있겠죠."
"잠깐 팀마다 부하를 3명 밖에 둘 수 없는건 밸런스 때문에 그렇다치고 본신의 능력을 10분지 1밖에 사용할 수 없다니 그거야말로 무슨 개수작이냐!"
일전에 밴쉬세이지 누시아의 몸에 잠복해 있던 타천사의 염상때문에 루시페르의 인성을 맛보기로 체험해볼 수 있었던 내가 그 장면을 보고 속으로 꼬셔하고 있는데 야미도엔이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해온다. 아니 누구 맘대로 사람 능력을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렸다 하는건데!
내가 여기있는 일동을 대표해(?) 클레임을 걸자 목소리만 듣고도 그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본 야미도엔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박쥐2가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부하를 3명 밖에 둘 수 없는건 밸런스 때문에 그런게 아니야. 단지 너도 나도 개떼처럼 부하를 끌고오면 싸움이 개판이 되서 보는맛이 떨어져서 그런것 뿐이라고. 본신의 능력을 10분의 1로 축소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야. 내가 준비한 오브젝트들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너무 대놓고 전면전에 돌입하면 팝콘을 튀기기도전에 영화가 끝나는 꼴이 될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디파일러를 사냥해
CP를 모으면 본신의 능력을 점진적으로 되찾을 수 있으니. 물론 본신의 능력을 되찾는데 CP를 투자할지 자기 진영의 킹메이커의 봉인해제에 CP를 투자할지는 여러분의 선택이랍니다. 여기까지 야미짱의 친절한 설명 타임이였습니다.
그럼 이제 모두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세욧!"
야미도엔이 박쥐2라는 칭호를 사용했을때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듯 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예의 칭호가 도마위에 오르기도 전에 모두의 신형이 짧게 점멸하다가 공격로 곳곳으로 흩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