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77화 (377/599)

"오호호호호호호홍! 피냄새가 나서 한달음에 날라왔더니 벌써 상황종료인가요? 아쉽군요. 본격적인 성토전을 시작하기전에 가벼운 몸풀기는 할 수 있을줄 알았거늘. 뭐 어쩔 수 없나. 여기 쉴새없이 꿀틀거리는 벌레 10마리나 심심풀이로 밟아죽여야겠습니다. 히힛!"00377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섬찟!

나는 목덜비 바로 뒤에 단두대가 대기중인듯한 서늘함을 느끼고 급히 덤블링을 해서 방향을 180도 전환했다. 아니나 다를까 스스로를 반신타락자 서열 4위 필멸의 어릿광대라고 소개한 쟈크 더 리퍼가 마법의 양탄자 아니 거대한 트럼프 카드에 올라타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이 새끼 어느틈에 여기로 날라온거지.

"잠깐만요, 쟈크 더 리퍼! 그들은 모두 무고한 천익성의 토착민들이에요. 함부로 그들을 해쳤다간 가만히 있지않겠어요."

"오호호호호호홍! 그것 참 재미있는 논리로군요. 여신칼날단측의 리더 앙그릿사씨. 무고한걸로 치면 그쪽에 고장난 인형처럼 사지가 찢겨져나간 친구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 새끼는 내 바지를 더렵혀놓고선 세탁비도 안물어주고 튈려고한 죄값을 치른것 뿐이야. 그리고 나라면 어차피 밟아죽일 벌레라면 날개가 있는 벌레들을 가지고 놀것 같은데? 잠자리처럼 날개를 하나씩 떼어내는 재미가 쏠쏠하거든."

"으흠, 날개달린 벌레? 그대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지?"

"위를 보라고 위를."

내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며 설명을 겻들이자 쟈크 더 리퍼가 고개를 들어 공중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시체냄새를 맡은 대머리 독수리떼마냥 시꺼멓게 몰려든 식인귀(Cannibal Demon)들이 호시탐탐 하강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쓰고 있던 식인귀가 사망하자 그 악마의 피 특유의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거나 그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식인귀의 심장에 동료들에게 죽음을 알리는 술법원진이 새겨져 있었을 수 도 있었다. 어느쪽이든 고작 식인귀 한놈 죽었다고 이렇게 개떼처럼 몰려오다니 확실히 이곳이 야미도엔의 영역권이라는게 실감이 났다.

"아아 그렇군 확실히 이쪽이 훨씬 더 즐겁겠어. 그대 이름은?"

"내 이름말인가? 나로 맗라것 같으면 죽음의 주인이자, 왕이자, 아버지인 옥사건 더... 워라. 이 별은 왜이렇게 더운지 모르겠네. 에휴 땀흐르는것 좀 봐."

"옥사건이라 좋은 정보 알려줘서 고맙군. 날벌레에게는 날개를 하나하나 떼는 재미가 있다는걸 말이야. 오호호호호호홍!"

저지먼트 카드(J.C) 드로우, 11(XI)-힘(Strength)

필멸의 어릿광대, 쟈크 더 리퍼가 또 한번 게이스러운 웃음을 토해내더니 마술처럼 손아귀에서 다량의 트럼프 카드를 꺼낸 다음 하늘을 향해 마구잡이로 쏘아올렸다. 거기까지만 놓고본다면 보통의 마술사들이 자주하는 퍼포먼스와 크게 다를바 없는 모습이였지만 그 결과는 사뭇 다른 것이였다.

그가 타고온 트럼프 카드가 병풍처럼 펼쳐지더니 사자와 야만전사가 싸우는 모습을 비춘 순간, 힘없이 흩날리는줄 알았던 트럼프 카드들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올라 식인귀들의 날갯죽지를 냉큼 썰어버린것이다. 그렇게 날개를 잃은 식인귀들이 모기약 스프레이를 흡입한 진짜 날벌레들처럼 땅위로 일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몰양 토착민들의 보호를 부탁드려요!"

"아, 알겠습니다. 앙그릿사님."

아무리 부피가 큰 날개부분이 잘려나갔다고 해도 아파트 15층 높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식인귀의 몸통은 그 자체로 일종의 폭격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일찍이 상황파악을 끝낸 앙그릿사가 몰에게 지시를 내려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몰이 고깔모자를 부여잡고 벌벌떨던 고사리손을 모래바닥으로 쑤셔넣자 눈이 아닌 모래로 만들어진 이글루가 저절로 형성되 무시무시한 중력가속도를 얻은 식인귀들을 튕겨낸다. 오호라 물의 수호정령인 오르시나가 사막에선 힘을 쓰기 힘든반면 대지의 수호정령인 몰은 그 반대란 말인가.

"흥! 날개가 있든 없든 벌레들이 시시한건 매한가지로군. 부디 여신칼날단의 손님들은 나

필멸의 어릿광대를 즐겁게 해줄 묘기를 준비해주시기를. 그럼 성토전에서 봅시다. 오호호호호호홍!"

"야 임마 뒷처리는 마저 하고 가야지..."

뒤에서 뭐라고 하든 말든 병풍처럼 펼쳐진 트럼프 카드를 다시 접어 마법의 양탄자처럼 타고 떠난 쟈크 더 리퍼. 악마들중에서도 제법 급이 되는 식인귀가 15층 높이에서 떨어졌다고 죽을리가 없었기에 그들의 처리는 오롯이 우리의 몫이 되고 만셈이였다. 군복무 시절때도 그랬지만 짬처리를 떠맡는건 질색이였기에 내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지금까지 입도 뻥긋하지 않았던 아수라몽크 트렉슐이 행동에 나섰다.

템플 밀리터리아츠 BB(Black Belt). 제 1 절 라이트닝피스트

그냥 제자리에서 번개같은 속도로 주먹을 휘두르는것 뿐인데 스쳐지나가는 잔상에 식인귀들이 바늘로 찌른 물풍선처럼 터져나가기를 수십여번. 그야말로 묘기에 가까운 주먹질이 아닐 수 없었다. 하긴 [신성]과 [격투] 속성을 지닌 그에게 최상위 악마계열인 핀드급 미만의 악마들은 벌레까지는 아니더라도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일터. 짜식이 그러면 좀 진작에 나설것이지.

"이런것들에 시간낭비할때가 아니다. 어서 철십자교회로 가자."

"그, 그렇지만 이 토착민들은 어떻게..."

"내가 말한 이런것들에는 그들도 포함된다는걸 꼭 말해줘야만 아는건가? 성토전은 한 팀이 다섯명이 넘어도 시작하지 않지만 다섯명이 안되도 시작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짓일랑 할 생각말고 어서 앞장서라. 빌어먹을 자연환경이 완전히 뒤바껴서 나조차 길을 찾기가 쉽지않군."

"아, 알겠습니다."

"몰양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조치하겠습니다."

몰이 시무룩해져 모래 이글루를 허무는데 앙그릿사가 가슴골에서 비취보석 하나를 꺼내 토착민들 사이로 집어던졌다. 그러자 그 비취보석을 중심으로 연녹색 결계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딱 토착민들을 커버할만큼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와우! 나는 예의 보석술법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에 한번, 앙그릿사의 가슴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에 또 한번 놀라 짧막한 감탄사를 토해냈다.

"윈기를 보충함과 동시에 외부의 공격으로 부터 보호해주는 술법원진을 보석에 새겨놨으니 이걸로 성토전이 끝날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그 이후 이들을 포함해서 천익성의 모든 토착민들의 운명은 저희들이 성토전에서 승리하는가 패배하는가에 달려있겠지요. 그러니 우리 모두 심기일전해서 반신타락자 세력을 이 땅에서 몰아내봅시다."

"저, 저도 힘내볼게요!!"

"비단 그런 이유가 아니여도 나는 이 육체를 엔도미야님께 저당잡힌 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반드시 성토전에서 승리해내 보이겠다."

"......"

앙그릿사가 찌찌를 원없이 만지게 해준다면 나도 진짜 열심히 싸울수있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고올라온걸 간신히 되삼킨 나는 적당히 박수를 치며 지금의 훈훈한 분위기에 동조했다. 매가 먹이를 낚아채기 직전까지 발톱을 숨기는것처럼 나 또한 앙그릿사의 젖가슴을 낚아챌때까지 저열한 변태성을 끝까지 숨기리라.

*    *    *    *

"드디어 철십자 교회에 도착했군요. 트렉슐군 저곳이 생전의 당신이 알고있던 철십자 교회가 맞나요?"

트렉슐군이라는 칭호에 잠시 눈썹을 찡그리던 아수라몽크였지만 연배로 따지자면 아주 틀린 칭호도 아니였던 탓에 군말없이 입을 열었다.

"녹지였던 부지가 사막으로 변했지만 철십자 교회 건물자체는 주춧돌 하나 금가지 않고 그대로로군. 풍기는 기운은 천지차이지만 말이야."

"확실히 트렉슐군의 말대로 굉장히 사이한 기운이 교회 전역을 뒤덮고 있군요. 하지만 실낱처럼 느껴지는 이 성스러운 기운은 어쩌면 세라푸스양의 것일지도..."

"오호호호호호홍! 조금 늦으셨군요, 여신칼난단의 손님들이여. 그대들을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줄 알았소. 아무래도 이 교회 근방에는 탈것을 쓰지 못하게 하는 종류의 개념결계가 설치되어 있었던 모양이요. 그런줄 알았으면 내 트럼프 카펫을 빌려주었을 것을. 아무튼 성토전의 무대로 향하는 문은 저쪽이오이다."

잊을래야 잊을 수 가 없는 게이스러운 웃음소리의 주인공 쟈크 더 리퍼. 그리고 현재 그의 곁에는 아까완 달리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포즈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였다. 개중에는 인간이 아닌건 둘째치고 인간의 탈조차 쓰고 있지않은 이형의 생명체들이 제법 있었는데 그중에서 나를 가장 놀라게한건 다름아닌...

디파일러 퀸 다비금강, 사리카야의 아크비숍 아니 전용집사인 스고우였다.

나에게 진토술 ~뱀의 형상편~을 전수(연구일지를 건네준것 뿐이지만)해준 술법의 대가이자 사신성에서 황룡거사를 패퇴시킨 장본인이기도한 그. 범상치않은 사람이란건 진즉에 알고있었지만 설마하니 반신타락자의 멤버일줄은 꿈에도 생각못한 일이였기에 나는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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