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76화 (376/599)

"그건 나도 아는바가 없소. 그대도 야미도엔님의 성정을 잘 알고있지않소. 그분은 이번 성토전을 깜짝 생일파티쯤으로 여기고 계신분이요. 나 또한 공개된 카드보다는 뒤집어진 카드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바. 천익성의 명운이 랜덤 다트의 화살끝에 달린 작금의 상황을 그저 있는 그대로 즐기기를. 그럼 이만. 오호호호호호홍!"00376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저 미친놈이 밥맛 떨어지게 저따구로 웃고있어.

반신타락자 서열 4위라고 하는 지금까지 만나본적 없는 고서열자와의 조우하고 내가 느낀 짧막한 한줄평이였다. 올백 머리까지야 외모만 받쳐준다면 그리 부담스러운 머리 스타일도 아니였지만 초등학생이 크레파스로 장난질을 한듯한 얼굴화장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을것 같았다.

거기다 게이스러운 웃음소리는 또 어찌나 역겹던지. 뭐 내가 저녀석을 데리고 살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저녀석과 같은 전투로에서 계속해서 얼굴을 마주보는것 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깡통로봇의 말마따라 쫄려서 그러는게 절대 아니라고!

"그러면 우리도 천익성에 상륙하도록하죠. 퀼레뮤츠양 구축함급 상륙선은 준비되어 있나요?"

"물론. 초신성급 위성전함 델타크롬을 끌고 일반 행성에 착륙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뭐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인 모양이군."

내가 퀼레뮤츠의 시선을 쫓아 테라스를 살피니 초괴수급 생체전함 요르문간드가 입안에서 마치 타조알처럼 생긴 캡슐을 천익성 안쪽으로 토해내는 중이였다. 물론 원근법때문에 타조알처럼 보였다는거지 이 거리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면 실제로는 소행성급의 크기일 것이 분명했다.

그 커다란걸 토해낸 장본인인 요르문간드가 정체불명의 타액을 한동안 비처럼 쏟아내는 통에 차마 계속해서 테라스를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린순간, 퀼레뮤츠가 콕핏트를 가리키며 기고만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빨리 콕핏트에 다시 타라. 바로 상륙함으로 직통연결해주지. 더럽고 비열한 반신타락자놈들 보다 먼저 철십자 교회에 도착하지 못하면 기습을 당할지도 모른다!"

"무릎까지 꿇을땐 언제고 잠깐 사이에 아주 자신감이 충만해지셨군."

"슈퍼로이드에게도 트라우마란 개념은 존재한다. 디지털 매트릭스의 감옥에 갇혀본적도 없으면서 비꼬려 들지마라. 그리고 자신감이 충만하다 못해 흘러넘치는게 당연하지 않느냐. 델타크롬의 초광자포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는 나는 그야말로 무적이다. 솔직히 지금 마음같아선 저쪽이 무슨 불순한 짓이라도 저질러서 성토전이 무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될 경우 반신타락자의 목 5개를 엔도미야님에게 바칠 수 있을테니 그간의 공과를 한번에 갈아치울 수 있겠지."

"쯧쯧쯧. 그것참 꿈 한번 야무지군."

나는 혀끝을 차면서도 퀼레뮤츠의 지시에 따라 내가 나왔었던 콕핏트의 좌석에 안착했다. 그녀가 지적했던대로 성토전의 무대로 향하는 입구가 있다는 철십자 교회에 늦게 도착해봐야 좋을게 없었다.

성토전을 이끌어낸 주체가 다른누구도 아닌 엔도미야였기에 성토전 자체가 거짓일리는 없겠지만, 내가 사흉성에 쳐들어갔을때 사흉수와 반신타락자들이 연합해 함정을 팠던것처럼 녀석들 또한 어떤 개수작을 부려놨을지 모르는 일이였다.

하물며 이 천익성은 이미 야미도엔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곳. 우리쪽에서 먼저 철십자 교회에 도착해 자리를 잡아도 모자랄 정도였기에 모두 군말없이 콕핏트에 탑승했고 이내 무시무시한 중력의 압박이 또 우리를 덮쳤다. 씨발, 오버테크놀로지로 함포나 개량할게 아니라 이런것좀 상쇄 못시키냐!!

*    *    *    *

델타크롬의 격납고에 대기중이던 상륙함을 타고 바로 철십자 교회로 직행하려 했던 우리들. 하지만 철십자 교회를 중심으로 펼쳐진 정체불명의 결계때문에 약 4km를 남겨두고 직접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퀼레뮤츠가 멀쩡히 소형위성을 운용하고 있는걸 보면 전자기기를 무력화 시키는 EMP계열의 전자기 펄스장은 아닌것 같은데 귀식이 곡할 노릇이로군.

뭐 사실 약 4km 그러니까 10리 정도야 가벼운 산보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이였지만 근처를 지나가던 천익성의 토착민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히잡을 쓰고있는 덩치큰 남자 한명이 무쇠철퇴 하나로 열댓명의 토착민들을 후리며 강행군을 재촉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것이 바로 트렉슐이 말했던 지옥의 성지순례인가.

"빨리 걷지 못할까, 이 버러지같은 놈들! 다음 성지가 바로 코앞이란 말이닷!!"

"이, 이교도 심문관님 너무 목이 마르고 허기가 져서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제, 제발 빵한조각만이라도..."

"머저리 같은놈! 순례 도중에 식량보급은 없다고 누차말했을텐데. 징징될 시간에 어서 한발자국이라도 더 걸어라!! 어차피 물과 식량은 성지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히잡을 쓴 무쇠철퇴남이 염소젖이 담긴것으로 추정되는 수통으로 입술을 적시며 토착민을 조롱하듯 그렇게 말했다. 미리 언질이 되어 있었는지 누가봐도 수상한 5인 5색의 여신칼날단 파티를 보고도 눈길조차 주지않는 무쇠철퇴남.

우리측에서도 성토전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무쇠철퇴남의 폭거에 개입하기는 애매한 상황이였다. 앙그릿사가 입술을 지긋이 깨문채로 고뇌에 빠진듯한 모양새였지만 리더로서 성토전이 시작하기도전에 반신타락자측과 트러블을 일으키는건 쉽지않은 선택일터.

혹시나 누군가 나설까 싶어 주위를 살폈지만 대지의 수호정령 몰은 자기 몸만한 고깔모자를 깊이 눌러쓴채 벌벌 떨고 있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세명은 이 상황자체에 무관심한듯 보였다. 심지어 아수라몽크 트렉슐의 경우 이 행성 출신임에도 먹을것을 구걸하는 토착민에게 눈길 한번 주지않았다.

나 또한 가엾은 자들을 동정할만큼 마음씨 좋은 인간이 아니였기에 그냥 무심히 모래언덕를 뛰어오르는데, 먹을 것을 구걸하느라 고개를 땅에 쳐박고 있던 토착민이 기습적으로 나에게 달려들어 바짓그댕이를 붙잡고 소리쳤다.

"빛의 용사시여 부디 세라푸스님을 보우하사 비탄에 빠진 신도들을 구원해주시옵소... 쿠억!!"

"이 버러지같은 놈이 누가 순례의 길을 허락도 없이 벗어나라고 했나!!"

퍼어어어억!

수박깨기 게임중 잘익은 수박이 정타를 맞고 터져나가듯 토착민의 머리가 철퇴를 맞고 선혈과 뇌수를 모래밭에 흩뿌리며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그 장면을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목격한 나는 머릿속의 퓨즈가 끊기는듯한 감각과 함께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빌어먹을 새끼야! 내 바지가 더러워졌잖아!! 어떻게 책임질거야? 이 근처엔 세탁소는 커녕 바지를 빨 수 있는 오아시스도 안보이는데."

"...당신들이 누군지, 어디에서 왔는지 대충은 알고있소. 피차 갈길이 바쁘니 쓰잘데기 없는 일로 시간낭비하지 말고 가던길 갑시다."

서로 보고 듣는게 가능함에도 마치 다른 차원의 사람마냥 내외를 하던것이 토착민의 돌발행동으로 경계가 무너지자 무쇠철퇴남도 심히 당황하는 모습이였다. 거기다가 내가 속사포처럼 불평불만을 토해내자 틱장애처럼 히잡을 어중간하게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좆같은

소리를 찍찍 내뱉는데 이번 기회에 단단히 버릇을 고쳐줘야 할것 같았다.

"우리가 누군지 대충은 알고 있다고? 내가 보기엔 전혀 모르고 있는것 같은데. 니가 얼마나 대단한 신 나부랭이를 모시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의 신 앞에서 까불어 쳐 싸면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뿐이다!"

"신 나부랭이? 감히 마신 루시페르님을 모욕하다니 나도 더 이상은 참을 수 가 없구나."

무쇠철퇴남이 히잡을 완전히 벗어던지더니 자신이 깨부신 토착민의 머리를 무슨 수박처럼 씹어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스트를 퍼부운 빵처럼 천옷위로 울퉁불퉁한 근육이 부풀어 오르더니 끝내는 등뒤로 악마의 날개를 활짝 펼치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녀석. 그건 철퇴를 들고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아크데빌의 식인귀(Cannibal Demon)와 똑 닯은 것이였다.

인육을 섭취하고 호기롭게 변신한것 까진 좋았지만 최상위 악마인 핀드(Fiend) 계열도 아닌 녀석과 어울려줄 생각이 없었던 나는 이매망량을 총동원해 녀석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철푸덕! 이매망량의 손아귀에 붙잡혀 날개를 피지도 못한채로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는 식인귀.

물론 그것만으론 화가 다 풀리지 않았기에 나는 즉석에서 식인귀의 사지와 목을 이매망량의 손아귀 다섯개로 잡아당겨 능지처참형에 쳐했다. 결국 무쇠철퇴는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장난감 인형처럼 찢겨나간 식인귀를 보고 공포에 질린 토착민들. 빛의 용사는 개뿔이 나는 악마들조차 벌하는 지옥의 나찰이다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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