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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372화 (372/599)

"으음, 이제 내 차례인가? 그러니까 나는..."00372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순간 머리속에서 특정 단어가 반사적으로 떠올라 나는 필터링 없이 엄한 헛소리를 토해내고 말았다.

"뒷치기가 특기다."

"뒷치기? 기습을 잘 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암살자 계열 능력자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역시 사람은 겉보기로만 판단해서는 안되겠네요."

"암살자는 무슨 개뿔! 저 옥사건이란 녀석은 대규모의 부하를 끌고다니며 양각을 잡아 뒷치를 하는것 뿐이다. 내가 당한 것도 다 그 때문이였지."

"깡통로봇 답게 머리가 텅텅 비어있군. 네녀석이 알파, 베타부터 시작해서 인공위성을 세개나 끌고다녔던건 생각안하냐!?"

"그 인공위성은 내 전용파츠나 마찬가지라 부하라고 할 수 없다. 이 머리가 좀비처럼 썩어버린 강령술사놈아!!"

"그렇게 따지면 륭 사부도 내 수족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라 부하라고 칠 수 없어, 이 머리에 나사빠진 깡통로봇아!!!"

"모두 그만하세요. 인공위성이나 륭 사부라는 분을 부하로 칠지 안칠지는 엔도미야님께서 결정해줄겁니다. 어차피 성토전에는 한팀당 3명의 부하만을 대동할 수 있다는 제한 조건이 있으니까요."

퀼레뮤츠와 언성을 높혀가며 말싸움을 하던도중 멱살까지 틀어쥘 기세였던 나는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들려와 힘없이 두팔을 내려놀 수 밖에 없었다. 부하를 3명까지 밖에 대동할 수 없다니 도대체 그게 어디나라 법이야!

"아니 강령술사나 정령술사는 어쩌라고 그런 핸디캡을 부여하는거죠? 고작 3명의 부하를 가지고 소환술사 계열의 능력자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리가 없잖습니까."

"옥사건씨는 소환계열의 능력자였던 모양이군요. 확실히 소환계열의 능력자들에게는 부당하게 느껴질 수 도 있는 규칙이긴 하지만 공정한 싸움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랍니다. 비단 소환계열의 능력자가 아니라고 해도 부하를 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레어에 보관된 보석을 지키기 위해 가디언 골렘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해서 그것들을 모두 성토전에 동원한다면 개판이 될 수 밖에 없지요. 심지어 악마들의 둥지와 연결된 헬 게이트를 오픈할 수 있는 능력자가 등판한다면 성토전의 무대가 악마들로 가득차는 참사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 사정이라면 어떻게든 정예를 추리고 추려서 3명만을 대동해야겠군요. 근데 제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런 규칙이 있다면 그냥 전면전을 하는 편이 속편하겠네요."

"만약 제가 알고 있는 그 남자가 반신타락자 멤버중에 있다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 아니 아니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만한 얘기는 아니겠군요. 그럼 포지션도 어느정도 윤곽이

잡혔으니 어떻게 천익성으로 집합할지에 관해서 토론해볼까요? 퀼레뮤츠양 언뜻 지나가는 말로 초신성급 전함 델타크롬이 멤버들의 이송까지 맡는다고 하셨는데, 우주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여신칼날단원들을 단기간에 함께 태우는게 가능할까요?"

"안그래도 그건에 관련해서 말할려고 했다만 다른 녀석들은 둘째치고 한 놈의 주둔 행성이 워낙 멀리 있어서 그건 불가능할것 같다."

퀼레뮤츠가 노골적으로 나를 흘겨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니 천익성에서 먼 행성에 사는게 무슨 죄인가? 나는 순간 발끈해서 또 한번 퀼레뮤츠와 대판 불꽃튀는 신경전을 펼칠뻔 했지만, 그랬다가 이번 예비소집 회의가 하루를 넘길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손으로 턱을 괸채로 내쪽에서 시선을 회피해버렸다. 성토전 도중에 뒤통수나 조심해라 이 빌어먹을 깡통로봇놈!

"그러한 사정도 사정이고 설사 델타크롬으로 수송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 시간만큼 해당 행성의 경호가 비게 되는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이번 경우에는 특별히 엔도미야님께서 대권능: 집결(Grand Power Of Words: Gathering)을 사용해 너희들을 델타크롬에 초대하기로 했다. VOT 단말기를 통해 미리 예고 메시지가 가긴 하겠지만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 없게 미리 출전 준비를 즉각즉각 해놓도록."

"엔도미야님이 그래주신다면 저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겠네요.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행성간 이동 술법이 기록된 64캐럿 짜리 보석을 쓰고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면 예비소집회의는 이걸로 마무리 짓는걸로 할까요? 제 마음같아선 차랑 과자를 먹으면서 좀 더 담소를 나누고 싶지만, 벌써부터 지루해하시는 분이 있는것 같으니 다음 임무 결행일날 또 보는걸로 하죠."

"거 듣던중 반가운 소리로군요. 솔직히 말해서 한때 저를 암살시키려는 임무를 받은 사람과 같이 임무 브리핑을 받는다는게 좀 거북했거든요. 야 깡통로봇, 어서 엔도미야한테 로그아웃 기능 풀라고해."

"나를 깡통로봇이라고 부르는것 까지는 그렇다쳐도 엔도미야님에게 함부로 명령하지..."

"아 지금 풀렸네. 그럼 모두 바이바이."

계속해서 로그아웃 버튼을 주목하고 있던 나는 반무투명한 상태로 비활성화 되어 있던 버튼이 재색갈을 되찾자 묻지도 따지지 않고 클릭해 가상공간으로부터 탈출했다. 바로 내 코앞에 있던 퀼레뮤츠가 분개하며 나를 덮치려 했지만 이미 내 시야는 색향천월관의 선장실을 비추고 있는 상태였다.

기지개를 피면서 VOT 온라인 접속 캡슐에서 빠져나온 나는 그 길로 소소와 레레가 교대로 지키고 있는 포로실로 향했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성토전에 데려갈 멤버들이 어느정도 추려져 있었다. 새로운 크림슨 메이든의 주민들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라도 트롤왕 리쿤다룬과 슈퍼로이드 프랑케네트는 반드시 데려갈 생각이였으나 문제는 마지막 한자리였다.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명목으로 특훈 기간동안 거의 방치하다시피한 밴쉬 아쳐(Banshee Archer) 하희빈이 임무 결행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조차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그녀가 처음과 같은 비협조적 태도를 고수한다면 나는 그냥 륭 사부를 데려갈 생각이였다.

반신타락자들과의 다대다 승부, 내 명령에 절대복종하지 않는 문제아를 능력만 보고 데려갈만큼 녹록한 싸움이 절대 아니였다. 물론 내게는 반신타락자 두명 아니 네명과 싸워 승리한 경력이 있긴 하지만, 만약 그 과정에서 적의 판단착오로 인한 각개격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으리라.

그렇게 시리우스, 프리우스 듀오와 움파카, 롬파카 형제와의 전투를 복기하다보니 어느새 포로실 앞에 도착한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는 레레에게 손을 흔들어준 다음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섰다. 또 목을 메달아 자살기도를 하고 있을줄 알았던 하희빈이 예상과는 다르게 가부좌 자세로 명상을 하고 있었다.

"마음의 결정은 내렸나, 하희빈? 예전에 이곳에 던져두고 갔던 화두의 답을 들으러 왔다. 복종이냐, 인형의 삶이냐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골라라. 나름의 사정때문에 더 이상은 기다려줄 수 가 없다."

"아크리퍼 그에 대한 답을 들려주기 전에 몇가지 조건을 걸고 싶군."

"조건? 네년이 아직 자신의 주제를 제대로 지각하지 못한 모양이군. 이 방문에 붙은 푯말에 포로실이라고 적혀있는거 못봤나? 아 이 방에서 나간적이 없으니 못봤을 수 도 있겠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해줄테니 귓구멍에 잘 새겨넣어라. 너는 포로야. 그것도 싸움에서 패배한 전쟁포로. 조건따위를 제시할만한 형편이 아니란 말이닷!!"

"일단 들어보기나 해라. 진즉에 나를 세뇌시켜 충실한 인형으로 만들지않고 회유를 하려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것 아니였나?"

"죽지 못해 안달난 사람처럼 굴더니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있었나. 그래 어디 한번 그 조건이라는걸 들어나 보도록하지. 하지만 내가 그 조건을 100% 수용할거라 생각하진 마라."

"첫번째 조건은 내가 성궁, 천공의 아치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중간에서 완충기능을 할 수 있는 손잡이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너 또한 천공의 아치를 장비한 나와 그러지 못한 나의 전력차가 얼마나 극심한지 알고 있을테니 진심으로 나를 부하로 쓰고 싶은거라면 이 조건은 오히려 네쪽에서 적극적으로 요청해야할만한 성질의 것이지."

"일리가 있는 얘기로군. 아닌게 아니라 나는 이미 랑페이라는 대장장이에게 부탁해서 성령의 아우라를 억제하는 장갑 아티팩트 하나를 제작하고 있는 중이다. 손잡이가 됐든 장갑이 됐든 네가 천공의 아치를 사용할 수 만 있다면 그게 그거 아니겠어?"

"그렇다면 첫번째 조건은 이미 충족된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로군. 다음으로 두번째 조건은 내게 지구를 다스릴 권한을 달라는 것이다. 향후 전 우주를 지배할 예정인 대군주께서 변방의 작은 별인 지구 정도는 부하에게 양보할 수 있는것 아닌가? 만약 이를 거절한다면 아크리퍼 네 스스로 자신이 했던 말이 거짓말임을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나는 마치 중세시대의 영주처럼 왕에게 특정 영지의 지배권한을 달라고 하는 하희빈의 요구에 잠시 턱밑을 긁적이며 고민에 빠졌다. 하희빈의 말마따라 지구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 정복이 가능한 행성이였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러지 않은건 지구를 정복한다는 행위가 내게 이렇다할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였다.

세금으로 VP를 걷을 수 있는것도 아니고 지구의 화폐가 아무리 많아봤자 내게는 종잇조각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하희빈에게 지구를 다스릴 권한을 줘도 딱히 상관없을것 같다는 판단이 섰으나 고분고분해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는 퉁명스런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 두번째 조건은 보류다. 아무리 변방의 작은 별이라고 해도 나의 영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그리고 네 위치는 영주가 아니라 소작농에 가깝다는 사실을 기억해라, 하희빈.

"그런가. 그러면 마지막 세번째 조건을 말해주지. 그건 내가 다시 디아나 여신님을 알현해 정식으로 사과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이런 몸으로 다시 그분의 신도가 될 수 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적어도 한번쯤은 마음을 툭 터넣고 내 진심을 그분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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