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69화 (369/599)

-세비앙입니다. 엔도미야님께서 Ex랭크 임무 천익성 수복작전의 예비소집일을 오늘로 확정지으셨습니다. 전처럼 문자 씹지말고 바로 총알처럼 VOT 온라인에 접속하세요.00369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세비앙, 그녀는 퀼레뮤츠와 같은 슈퍼로이드로 그녀의 동생이기도 했다. 물론 로봇인 그들이 진짜 혈연관계로 연결되었을리는 없고(프랑케네트가 진짜 내 친딸이 아닌것처럼) 제조일련번호 같은게 플러스 마이너스 1정도 하는게 아닌가 짐작될 뿐이였다.

항상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그녀는 겉으로는 프랑스 귀족가문의 잘교육받은 하인처럼 점잖게 굴다가도 조금만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개같은 성질을 폭발시키는 전형적인 이중인격자였다. 일전에도 엔도미야의 호출에 바로 응하지 않아 문자폭탄을 받은 기억이 있었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자리를 털고 잇어섰다.

"륭 사부 죄송한데 지금 높으신 분이 절 불러서 잠깐 가봐야할것 같네요?"

"높으신 분? 연자가 그런식으로 호칭하는 존재가 있을줄은 몰랐군. 우주의 중심은 자신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줄 알았는데."

"하하하. 저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던적도 있었는데 우주가 좀 넓어야죠. 뭐 그래도 언젠가는 그렇게 만들겁니다. 저 없는 동안 심심하시면 에녹이랑 대련이라도 하고 계세요."

"흐음. 안그래도 새로운 무예를 창시하고도 제대로된 상대가없어 심심하던 차. 조금은 진심을 담아 주먹을 휘둘러 봐야겠군. 그대의 아바타라면 그 어떤 경우에도 죽을일은 없을테니."

나는 륭 사부의 꽉쥐어진 주먹을 보고 그녀의 내면에 일종의 욕구불만(성욕이 아니라 폭력과 관련된)이 잠재되어 있다는걸 느끼고 에녹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면 Ex랭크의 영력을 되찾은 이후에는 륭 사부의 힘에 의존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어 그녀가 싸움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 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이대로 에녹이 륭 사부에게 얻어터지는걸 지켜보는것도 재밌겠지만 세비앙의 호출을 무시하는건 엔도미야의 부름을 거절하는것과 같았기에 나는 울며겨자먹기로 VOT 접속캡슐이 있는 선장실로 향했다.

사실 색향천월관의 순환식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루트도 있었지만 총알처럼 튀어오라는 세비앙의 요청에 거북이처럼 느긋하게 걸어가는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였다. 색향천월관은 일반 전함도 아닌 도시형 전함이였기에 10분도 넘게 걸려서 선장실에 도착한 나는 오랜만의 접속인데도 익숙하게 VOT 캡슐을 개폐해 홍채 로그인을 완료했다.

그런데 그런 나를 기다리고 있던건 큼지막한 VOT(Vaccine Of Things)의 로고가 아니라 중앙에 거대한 대리석 원탁이 자리잡고 있는 석조신전이였다. 순간 디아나 여신을 모시는 달의 신전이 떠올라 흠칫했던 나였지만 조목조목 따져보니 완전히 다른 양식의 신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곳에는 디아나 여신의 동상이 없었다. 대신 전신을 비취보석으로 도배를 한 이질적인 느낌의 청동상이 있... 는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였다. 비취보석이 박힌 청동상은 엄연히 사람이였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악수까지 청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번 Ex랭크 임무, 천익성 수복작전의 리더를 맡게된 여신칼날단 서열 10위 비취드래곤 앙그릿사라고 합니다. 처음보는 얼굴인것 같은데 신입이신가봐요? 요 100년간은 여신칼날단에 입단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반갑네요."

"아아. 예, 저도 반갑습니다. 저는 여신칼날단 서열 27위 아크리퍼 옥사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저희 둘 말고는 아무도 안온건가요?"

"예, 보시는데로요. 아무래도 여신칼날단원들은 우주 각지에 흩어져 있다보니 연락이 가는데만도 시간편차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늦게 오는건데..."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저랑 담소나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건 어떨까요? 어차피 앞으로 등을 맞대고 싸워야할 전우니까요."

만난지 1분도채 안되서 전우 운운하며 배실배실 눈웃음을 치는 앙그릿사를 보며 나는 마냥 안심할 수 는 없었다. 모름지기 이 넓고 아득한 우주에서 100년도 넘는 세월동안 살아남아 엔도미야에게 그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심계가 깊지않고서는 불가능 했기 때문이였다.

그런 심계따위없어도 너무 압도적으로 강해서 적을 제거할 필요조차 없었던거라면 저렇게 마냥 착한 성격도 설명이 안되는건 아니였지만... 과연 저 여자는 어느쪽일까? 나는 계속해서 피어오르는 의구심을 애써 억누르고 앙그릿사의 미소에 똑깥이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물론 내쪽은 순도 100% 위선적 미소였다.

"그럴까요? 사실 저는 로그아웃을 한 다음에 마지막에 등장하려고 했는데 세비앙이 그랬는지 아니면 엔도미야가 그랬는지 기특하게도 로그아웃을 막아놨더군요. 어쩔 수 없이 여기서 기다려야만 한다면 이야기라도 하는편이 시간이 빨리 가겠죠. 으음. 그러니까 앙그릿사님은 드래곤이신거죠?"

"이게 제 본모습인가를 묻고계신거죠? 이명을 보시고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저는 드래곤의

아종이고 지금 제 모습은 폴리모프를 한게 맞아요. 그렇지만 드래곤중에서도 아주 희귀한 환상종이라 풍문으로도 들어본적 없으실거에요. 아마 본체로 현신하면 으음 이 정도의 방 9개를 큐브처럼 붙여도 조금 부족할 정도겠네요?"

앙그릿사가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네모 모양의 제스쳐를 취해보이며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내게는 마룡(魔龍) 쉐도우스틸과 독룡(毒龍) 팔타로스를 직접 대면하고 쳐죽인 경험까지 있었기에 그녀의 비유가 절대 과장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지금 이 방의 곱하기 9 사이즈라면 다 자란 드래곤들중에서는 작은편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러면 이번에는 제쪽에서 옥사건씨에게 질문을 할게요. 옥사건씨는 인간인가요? 이 가상공간에 접속한 임시 아바타만으로 결론을 내리는건 다소 섣부른 판단일 수 도 있겠지만 옥사건씨에게는 뭔가 알 수 없는 아우라같은게 느껴지거든요. 마치 다른 동족 드래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성질의 아우라가 느껴진달까? 하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해됐죠?

"뭐 죄송할거까지야. 앙그릿사씨가 몸이 허해서 허깨비같은걸 본건 아닐겁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때문에 자세한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제가 인간이란건 확실히 보증해드릴 수 있습니다. 애초에 인간이 아닌데 인간이라고 속일 이유도 없을뿐더러 앙그릿사씨의 말대로 우리는 전우니까."

"그랬군요. 옥사건씨는 그 어떤 환상종의 피도 섞이지 않은 인간이셨군요. 저는 인간 출신의 여신칼날단원들을 볼때마다 일종의 경이를 느껴요. 왜냐하면 제가 아는 인간들은 너무 약해서 제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병들어서, 디파일러에게 당해서 그리고 때로는 같은 인간에게 살해당해서 간단히 죽어버리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인간을 벌레처럼 하찮게 여긴다거나 하는건 아니고 옥사건씨같은분들이 얼마나 지고한 노력을 통해서 그 자리에 올라설때까지 얼마나 지고한 노력을 했을지 짐작조차 가지않아서요."

"노력이라 죄송하지만 저랑은 그닥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군요. 드래곤과 달리 인간의 개체수는 우주의 별들만큼이나 무수히 많죠. 그만큼 그들의 재능은 천차만별이라 때때로 영웅 혹은 괴수같은 자들이 튀어나오는것 뿐이랍니다. 어느정도의 기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겠지만 재능이 없는 자들은 그조차 소화하기가 쉽지 않지요. 정말 무재능의 소유자가 노력만으로 여신칼날단에 입단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거라는게 제 소견입니다. 그러면 담화는 여기까지 하도록 할까요.

아무래도 또 다른 전우들이 도착한것 같으니."

내가 석조신전의 입구에서 등장한 두명의 신형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신장부터가 상당히 차이나는 두명의 여신칼날단원이 서로 걸음을 맞춰 이쪽의 원탁 테이블로 다가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키가 난쟁이만큼 작은 꼬깔모자의 소유자가 키가 2미터에 이르는 거한쪽의 걸음에 맞춰 바쁘게 발을 놀리는 모양새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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