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64화 (364/599)

"정글짐 레이저(Jungle-gym Razer) 분사 개시!"00364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다행히도 무명의 슈퍼로이드가 골프공들을 우르르 사출한 핸드캐논은 트롤왕 리쿤다룬의 빅보이처럼 지옥의 유황온천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은지 부식성 액체를 뿜어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대신에 골프공 끼리 공명하며 청색 레이저를 내뿜더니 비스트코인 우주정거장의 시설을 깍뚝썰기로 파쇄하며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처음부터 조립식 블럭 건물이였다는듯 깔끔하게 분리 되어져 나온 건물 조각 하나를 주워 살피며 헛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렇게 절삭력이 강한 공격의 경우 오히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질긴 방어력을 허물기가 어려웠다. 절단면이 깔끔할 수 록 세포재생이 용이해지기 때문이였다.

그럼에도 내가 이 국지적 다발성 레이저 공격에 난색을 표한 이유는 이렇다할 명분도 득도 없는 싸움이 쓸데없이 스케일을 늘려나가고 있는 탓이였다. 애시당초 내가 계획했던 일정은 오랜만에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에 들린김에 휘르 행수와 느긋하게 떡좀 치다가 우르사티의 메탈하트 연구성과를 대충 눈으로 확인한 후 다시 지구로 복귀하는 것이였다.

그런데 눈을 뜨고보니 메탈하트의 연구성과가 프로토타입도 아닌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건 둘째치고 가정불화를 소재로한 교양 프로그램에서나 나올법한 딸내미가 되어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다니 이런 블랙 코미디가 또 있을까. 나는 은빛 늑대귀와 꼬리털을 한 유부녀랑 AV를 찍고 싶던것 뿐이라고!

정글짐의 형태를 한 레이저 공격이 코앞을 스쳐지나가는 상황에서도 내가 그런 엄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아니나 다를까 뭔가 사태가 심상치않음을 감지한 수인족들이 후다닥 무너진 건물 사이를 기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오오오오오올!!! 아직 야생성을 잃지 않았다는걸 증명이라도 하듯 사족보행으로 등반에 성공하자마자 하울링을 히전하는 그들.

하나 같이 스테로이드를 한 드럼은 주사받은듯한 근육질 덩어리의 늑대 수인족들이 눈에 불을 켜고 건물 파괴 사건의 주범을 쫓고있는 모습이 제법 살벌했지만, 솔직히 말해 휘르 행수의 전 남편이자 수인족 최고의 권법가인 은랑철권 퍼시벨과 비교하면 하룻강아지나 다름 없게 느껴졌다. 하여 여차하면 무력행사를 해서라도 그들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찰나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와 내 발목을 붙잡았다.

"옥사건 준위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요?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밀입국한 무법자들이 테러라도 일으킨건가요?"

"휘, 휘르 행수 어 그러니까 이게 말하자면 사정이 조금 복잡한데..."

어두운 계열의 털 색깔에 에너지 클로와 아케인 슈트로 완전무장한 늑대 수인족들 사이에서 은빛 꼬리를 살랑거리며 드레스를 지면과 닿지않게 살포시 접어올린 귀부인을 단박에 못알아 본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만약 무명의 슈퍼로이드가 나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존재였다면 고민할 것 없이 휘르 행수에게 쪼르르 달려가 '다 제가 그랬어요. 전 아무짓도 안했어요.'라고 고자질을 했겠지만, 앞서 내 입으로 말했듯이 내가 저 슈퍼로이드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아니여도 핵심 투자자임에는 틀림없었기에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물론 휘르 행수와 나 사이의 쫀득쫀득한 떡정을 생각하면 그렇게 큰 화제로 번질 가능성은 없었지만, 실제로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의 시설(그것도 휘르 행수의 집무실이 포함된)을 손상시킨 장본인인 무명의 슈퍼로이드까지 면죄부를 부여할지는 의문이였다.

타고난 본성이 호전적인 수인족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동굴에서 초고층 빌딩으로 바뀐 뒤에도 여전히 영역다툼 개념이 확고했기 때문이였다. 불법주거침입죄는 재판을 거쳐 벌금형에 처해지는게 아니라 발각되는 즉시 바로 그 집주인과의 사생결단으로 이어지는게 이 동네에서는 일상이였다.

하물며 불법주거침입을 넘어서 불법주거파괴라니 지금까지 귀부인의 품격이란 망토를 벗은적이 없는(물론 침대위에서 알몸으로 뒹굴때는 예외) 휘르 행수가 송곳니까지 드러내며 대노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얼머부리지 마시고 제대로 얘기해주세요! 이번 사건은 아무리 옥사건 준위라고 해도 그냥은 못넘어갑니다. 어쩌면 이 건물파괴는 비스트코인 상단의 5행수중 한명인 저를 향한 보복성 테러일지도 모르는 일. 이 근방의 CCTV도 모두 마비된 상황에서 유일한 목격자인 옥사건 준위까지 입을 다물면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질겁니다."

"엄한 사람 건들지 마시고 저랑 얘기하시죠, 비스트코인 상단의 늑대 행수님. 아버지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 건물파괴는 오롯이 저로 인해 생긴 일이고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손해배상을 할 저의가 있습니다."

"손해배상? 지금 남의 소유로된 건물을 산산조각 내놓고 손해배상만 하면 그만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건가요? 그리고 아버지라니 설마 당신이 옥사건 준위의 숨겨진 딸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꼭꼭 숨기다 못해 직접 찾아오기전까지 그 존재조차 몰랐던 딸이라면 제가 맞을겁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는 손해배상은 VP를 송금하는 형태가 아닌 부서진 건물을 말끔히 원상복구 시키는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후화된 시설은 완전히 새것처럼 탈바꿈하게 되겠죠."

"그러면 이 사단에 수인족들이 휘말려 죽었다면 죽은 사람도 되살려낼 생각이였단 말입니까!! 이, 이 천인공노할..."

"마땅히 제 이름을 호칭할 단어가 없으시다면 본명은 아닙니다만 똑똑이라고 부르세요. 그리고 이 근방의 엘리베이터를 전부 해킹해서 일부러 모든 생명체의 접근을 일체차단했으니 그런 우려는..."

"이 근방의 CCTV를 해킹한것도 네년 짓이였구나! 건방진 꼬마년 더 이상 그 헛소리를 늘어놓지 못하게 산채로 씹어삼켜주마!!"

휘르 행수의 대노를 넘어서 극대노 상태에 이르자 그녀를 안지 제법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나조차 처음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휘르 행수의 부드러운 은빛 털이 마치 고슴도치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르더니 그녀의 드레스를 찢어발김과 동시에 귀부인의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 벌크업된 허벅지를 드러낸 것이다.

살짝 다리를 구부리는가 싶더니 무명의 슈퍼로이드에게 폭발적으로 돌진해 들어가는 휘르 행수. 과연 두아이의 엄마이자 늘상 서류와 씨름을 해야하는 행수직을 맡고있다해도 은빛 늑대 일족의 피가 어디 가는게 아니였다.

분노를 촉매로 야생성을 일깨운 희르 행수가 자기 부하들도 아니고 본인이 직접 전투에 개입하려하자,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나는 마치 120km로 질주하는 승용차앞으로 끼어드는 자해 공갈단마냥 그녀 앞을 가로막아섰다.

쿠구구구구구궁!

이매망량의 힘을 빌리지 않은 상태였기에 당연히 나는 형편없는 몰골로 건물의 잔해에 쳐박혔다.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나에게 이정도는 데미지라고 할 수 도 없는 수준이였기에 나는 애써 정신을 다잡고 휘르 행수의 엉벅지와 밑가슴을 살살 문데면서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문질문질, 더듬더듬.

"휘르 행수 너무 그렇게 열내면 고운 얼굴에 주름살 생겨요. 우리 복잡한 현실은 잠시 잊고 같이 살이 녹아내릴때까지 사랑을 나누는건 어때요? 비스트코인 우주정거장에서 침대가 있는 곳이 이곳뿐인건 아니잖아요."

"으흐응. 하지만 이번 사건 단순히 제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서 수인족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진범에게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만... 흐읏!"

"아잉, 휘르 행수 그러지마시고 우리 안한지 좀 오래됐잖아요. 휘르 행수의 보지가 그리워서 꿈틀거리는 제 주니어가 안느껴지세요?"

햝짝햝짝, 부비부비.

나는 손으로 문지르는걸로 모자라서 혀로 휘르 행수의 목덜미를 햛음과 동시에 내 고간을 그녀의 사타구니에 집요하게 비벼됐다. 수인족들은 타고난 전투민족이기도 했지만 발정기만 오면 보짓물이 마를날이 없는 욕정의 민족이기도 했다.

바로 그 부분을 노려(내 개인적인 성욕을 해소하는건 덤) 말이 아닌 몸의 대화를 시도하자 분노로 눈이 뒤집혀 짐승처럼 그르렁 거리던 휘르 행수도 어느정도 잠잠해졌다. 어찌보면 늑대 수인족들 중에서는 수장격이라 할 수 있는 휘르 행수가 돌발행동을 벌여 뒤늦게 쫓아온 경비병들도 나와 휘르 행수 사이의 끈적끈적한 공기를 감지하고 어쩔줄을 몰라했다.

이대로 무명의 슈퍼로이드 따위는 모두의 뇌리에서 사라졌으면 하는게 내 바램이였지만 바로 밑의 지반이 지진이라도 난듯 흔들리면서 그런 내 바램까지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이제 더 이상 무너질 건덕지도 없는 건물잔해를 뚫고 거대한 기계 지렁이가 튀어나와 애타게 슈퍼로이드의 애칭(?)을 불러재낀 탓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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