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가 실언을 했군요. 정정하겠습니다. 용린검가에서는 용린은리 사저정도는 되야 옥사건 준위와 자웅을 겨룰 수 가 있겠지요."00359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실제로는 여신칼날단 서열 11위이자 팔륜일황이기도한 황룡거사만이 나와 비벼볼만한 수준이겠지만 나는 구태여 거기까지 딴지를 걸고 넘어지지는 않았다. 나를 VOT 온라인안에서 탈출시켜준 용린혁 어르신의 가문을 필요이상으로 깎아내리고 싶지 않았고, 용린환의 기억하고 있는 옥사건 준위는 수왕성에서의 나의 모습에 멈춰있었기 때문이였다.'뭐 사실 그렇게 따지면 내 기억속의 용린은리 사저도 설산에 거주중이라는 팔륜이존 밑으로 들어가기 전의 모습에 멈춰있긴 하지만.' 어쨌든 작금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건 누가누가 쌘지 부등호 놀이를 하는게 아니라 나와 똑 닮은 이 세작의 정체와 목적을 알아내는 것이였기에 나는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혹시 용린환 네가 나를 의심할때 거론했던 그 뭐시기야 인피면구란걸 착용한거 아니야?"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인피면구쪽으로 마음이 쏠려 이 세작을 제압할때 다소 과하게 얼굴부분을 공격했습니다만... 그 감촉은 진짜 뼈와 살을 베는 기분이였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피면구라고 해도 이렇게 지속적으로 피를 흘리게 만들 순 없는 노릇이고요."
용린환이 무척이나 꺼림직한 경험이였다는듯 인상을 찌푸리며 전후상황을 보고했다. 사람의 본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더니 용린환은 여전히 사람을 공격하는것에 망설임을 갖고 있는 모양이였다.
용린은리 사저가 그 성격을 고치기 위해 디파일러가 출몰하는 행성으로 견학까지 시켜줬건만 다 허사였구만 그래. 병주고 약주고도 아니고 나는 금창약까지 꺼내 세작의 얼굴에 난 상처를 치료해 주려는 용린환을 밀어내고 제대로된 심문을 보여주기로 했다.
"야이 새끼야 지금부터 질문을 할텐데 제대로 대답안하면 손톱 하나, 거짓말로 대답하면 발톱 하나 그리고 관계없는 얘기를 하면 이빨을 하나씩 뽑아버릴 줄 알아. 그러면 일단 무슨 목적으로 인어족들의 대기실로 잠입해 들어올려고 했는지부터 말해보실까."
"이런이런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이 아바타의 본체가 미리 고객과 대화중일지는 몰랐... 커억!"
"내가 분명 헛소리하면 생이빨을 뽑아버린다고 경고했을텐데. 어디보자 이 이빨을 지붕위에 던져서 제비가 물고가게 할까 아니면 베개 밑에 두고 잠들어서 이빨요정이 들고가게 만들까?"
내가 아직 피가 뚝뚝 떨어지는 이빨을 들고 무슨 보석감정하듯 관찰하자 옥사건이란 인간이 한다면 하는 놈이라는걸 아직 잘 모르는 섬전비룡대원들이 움찔하는게 느껴진다. 팔륜성을 구한 대영웅에게 이 정도 실행력은 기본소양아니겠어? 흐하하!
"(어우어우욱)"
"뭐라고? 제대로 안들리는데? 그럼 이번에는 엄지 손톱을 하나 뽑아볼까? 아니면 새키 손톱을 하나 뽑아볼까?"
강제로 발치를 하느라 잇몸에 난 상처때문에 구강에 피가고여 제대로 말을 잇지못하는 도플갱어 세작. 그러나 나는 그런 사정따위를 일일히 봐줘가면서 심문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바로 손톱을 뽑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도플갱어 세작이 자신의 입에서 떨어진 핏물을 잉크삼아 바닥에 손가락 글씨를 써내리는게 아닌가?'B.L.A.C.K A?' 그 단촐한 여섯글자의 코드네임을 확인한 순간 뇌리를 스치는 가죽 슈트의 여인이 있었기에 나는 손톱을 뽑겠다는 생각을 제고할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싶어 이솔다 공주의 얼굴을 살피니 그녀 또한 뭔가 짚이는게 있는듯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깐이라도 서로 말을 맞춰보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기에 나는 이미 밧줄로 포박된 도플갱어 세작을 이매망량의 손아귀로 감싸쥐곤 말했다.
"생이빨을 뽑았는데도 술술 불지않다니 이거이거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더 독한 놈일세. 내 전용 고문실에 데려다가 주리를 틀든 전기고문을 하든 해야겠으니 이 녀석의 신병은 지금부터 내가 인도해가도록 하지."
"자, 잠깐만 기다리시요. 확실히 이 세작은 옥사건 소협의 옥용을 모사하긴 했으니 기본적으로 섬전비룡대가 호위중인 인어족들의 대기실을 무단침입하려 했고 그 행위를 저지한것 또한 우리 섬전비룡대요. 이렇게 무턱대고 옥사건 소협이 세작을 들고가버리면 우리의 처지가 궁색해지지 않겠소? 그리고 또 용린환 부대주야 처음부터 이 사건의 추이를 직접 지켜봤다지만, 지금 자리를 비운 용린군 대주에게는 어찌 이 일을 설명한단 말이요?
물론 옥사건 소협처럼 무림을 구한 대영웅이 나쁜의도로 세작을 빼돌릴리는 없겠지만서도..."
섬전비룡대원들 중에서도 연배가 제법 있어보이는 염소수염남이 내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펴가면서 그리 따져물어왔다. 중간중간 옥용이니 대영웅이니 하는 단어를 쓴걸 보면 내 심기를 거스르고 싶은 생각은 없는듯 했으나 나중에 용린검가에 이 일을 보고할때 문제의 소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듯 했다.
저 나이에 감투하나 없이 일반 대원 노릇을 하고 있는거보면 무공의 재능은 거의 전무하다고 봐야겠지만, 나이를 똥구멍으로 쳐먹지는 않았는지 확실히 연륜은 있어보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팔륜성에 도착해 급히 소집한 1000마리의 이매망량만으로도 용린환을 포함한 섬전비룡대를 가뿐히 제압할 수 있었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선심쓰듯 어린세랑에게 메시지를 보내놓았다.
"지금 막 어린세랑 행정관에게 사정을 설명했으니 섬전비룡대는 예정대로 두 인어공주님을 제외한 인어족 무희들을 숙소까지 호위하세요. 딱 여기까지가 제가 배려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니 이 이상 딴지를 걸었다간 딴지를 건 혓바닥을 통채로 뽑아버릴겁니다."
오싹!
내가 이매망량의 음에너지를 증폭시키면서 그리말하자 섬전비룡대원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된듯 그 누구보도 반론을 꺼내지 않았다. 방금 전 세작의 생이빨을 가차없이 뽑아버리는 장면을 보았기에 더더욱 내 말이 신빙성을 갖게 된 탓이리라.
그렇게 섬전비룡대와 평상복(물론 평상복도 수수한 색상이긴하나 비키니다)으로 갈아입은 인어족 무희들을 떠나보낸 나는 스와레 공주의 전용 대기실로 복귀하자마자 도플갱어의 신병을 완전히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어차피 용린환 따위에게 제압당할 정도라면 그리 주의깊게 경계할만한 껀덕지도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흐으음. 이거 아주 야한 냄새가 나는걸. 팔륜사화는 물론 베일에 감춰진 팔륜제일미까지 누르고 팔륜성의 새로운 마돈나로 떠오른 스와레 공주의 대기실에서 어째서 남녀가 격렬한 정사를 치뤘을때나 생기는 흔적이 남아있는걸까? 이 변태 강령술사가 설마 이솔다 공주로는 모자라서 스와레 공주에게까지 마수를 뻗친건가?"
"개잡소리는 집어치우고 팔륜성의 뇌옥에 갇힐뻔한걸 구해줬으니 어서 네 정체가 뭔지나 말해. 아까 내가 말한 세가지 고문 메뉴얼은 아직 유효하다는걸 명심하고."
"크크킄. 그러고보니 아까 생이빨이 뽑힐때는 꽤나 고통스럽긴 했지. 지금보다 어렸을땐 어떻게 그 고통을 참아냈는지 몰라. 아무튼 내 정체가 알고싶은거라면 저기 있는 이솔다 공주님에게 묻는게 빠르지 않을까? 애시당초 나를 초대한 사람이 바로 그녀니까."
"이솔다 공주가 널 초대했다고?"
나는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튀어나와 못내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돌려 이솔다 공주에게 무언의 시선을 보내 해명을 요구했다.
"화, 확실히 저는 이전에 제 아바타를 만들어준 조직, 블랙해커에게 추가 구입 문의를 넣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연히 이전에 그랬었던것처럼 구축함을 타고 블랙A 본인이 직접올줄 알았는데요. 구태여 이렇게 옥사건 준위의 몸까지 카피해가면서 대기실로 잠입해 들어와야만 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우주경비가 전무하다시피한 수왕성때와 비교하면 안돼지. 게다가 누구누구씨때문에 팔륜성의 우주경비가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엄격해졌다고. 무법자인 내가 아바타 클레이같은 백신마켓 거래금지품목을 싣고 내륙안까지 들어올 수 있을리가 없잖아. 이렇게 팔륜성의 땅을 밟은것도 진짜 목숨걸고 일회용 캡슐 낙하산을 타고 바다에 떨어져서 백리길을 헤엄쳐온거라고. 결국 고객을 바로 코앞에두고 체포되긴 했지만 말이야."
"그말인즉슨 네가 그때 만났던 블랙해커 소속의 요원, 코드네임 블랙A란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