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49화 (349/599)

<--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저걸 하희빈보고 쓰라고 만들었다고?'

개인선실을 개조해서만든 랑페이의 대장간 그 중심에 오케스트라에서나 쓸법한 거대한 하프가 후끈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화로 옆에서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건 하희빈이 인페르노 소탕작전에서 아크데빌을 저격할때 사용했던 대궁보다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사이즈의 활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때의 대궁이 라지 사이즈라면 눈앞의 하프는 더블엑스라지정도랄까. 사실 이걸 활이라고 칭해도 되는지 심히 의심되는 상황이였으나 제작을 담당한 대장장이 본인이 활이라고 하는데 딴지를 거는것도 우스운 일이였다.

"성령이 깃든적이 있는 무기를 손보는건 대장장이에게 있어 큰 영광중 하나기 때문에 힘 좀 썼지. 여신마켓에서 나올때 꿍쳐든 노블 메탈도 전부 꼴아넣었고 말이야. 이런 말하면 천공의 아치의 전 제작자에게 좀 미안하지만 나무 거적대기를 갖다붙여 만든 장난감 활을 두고 성궁이란 칭호를 쓰는건 좀 그렇지 않겠어? 모름지기 성스러운 무구의 이름을 계승하려면 이정도는 되야지."

"랑페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큰 활을 아크엔젤 아니 밴쉬아쳐라고 해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것 같아?"

"한번 들어나보고서 말해보세요, 아크리퍼씨."

랑페이가 일생동안 십만번도 넘었을 망치질로 굳은살이 촘촘히 박힌 손바닥으로 내 등을 화로가로 밀어버리자 나는 거의 쓰러질 기세로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천공의 아치 앞에 당도할 수 밖에 없었다.

아바타의 무력 랭크는 A, 본체의 무력 랭크는 B. 허나 세세적인 부분을 따지고 보면 아바타의 무력 랭크 점수는 대부분 얼티밋 언데드 폼의 초월적인 재생력으로부터 오는것이였기에 단순 완력만 따지고 보면 본체가 아바타를 추월한지 오래였다.

그말인즉슨 이 거대한 하프를 온 힘을 다해 들어올리려다가 허리를 삐끗하고 비오는 날의

꼬부랑 할아버지처럼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수 도 있다는 것. 랑페이 앞에서 그런 꼴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나는 여차하면 이매망량 군단장 소소가 나 대신 천공의 아치를 들어올릴 수 있게 바로 옆에 대기를 시켰다.

그런데 소소만 믿고 겁도 없이 한손만으로 활을 들어올린 순간 마치 깃털을 잡아올린것 처럼 가볍게 천공의 아치가 들어올려지는게 아닌가? 내친김에 엄지와 검지만을 사용해서 천공의 아치를 지탱해 보았음에도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혹시나 소소가 나 몰래 힘을 보태고 있는가 싶어 옆자리를 보았지만 그녀는 아무런 표정과 말도 없이 화로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였다.

"노블 메탈중에는 깃털보다 가볍지만 강철보다 단단한 금속이 있거든. 당연히 그 희귀성은 말할것도 없고 가격은 금보다 1000배는 비싸지만 성궁을 제작하는데 있어 이만한 재질도 없지."

"잠깐, 잠깐. 노블 메탈도 좋고 다좋은데 왜 이런 좋은 무기를 꼭 하희빈을 위해서 만들었어야만 했던건데? 둘이 서로 안면을 튼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내가 환수갑옷 그레이트 쟈칼을 사서 매상도 올려줬고 우리 둘이 몸을 섞은 떡정도 있는데 날 위해서 명검을 만들 생각부터 하는게 먼저 아니야?"

"강령술사가 명검을 갖다가 어디다 쓰게. 그리고 아크리퍼 너는 이미 휼륭한 마검을 하나 갖고 있잖아 여자 알몸만 보면 무섭도록 강해지는 그 마검 말이야."

랑페이가 소소가 보고 있는줄도 모르고 내 아랫도리를 슬며시 어루만져왔다.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랑페이를 짜빠트린 다음 마검을 검집에 꽂아넣고 싶은 충돌이 몰려왔으나,

대장간에는 찜질방도 아니고 24시간 불이 꺼지지않는 화로가 있었기 때문에 떡판을 벌리기에 영 적합하지 않은 장소였다.

게다가 신나게 으쌰으쌰하면서 흘린 땀을 에어컨디셔너가 식혀줄때 인생의 참맛을 느껴진다는걸 잦은 잠자리 경험으로 알고 있는 나였기에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사실 소소가 뻔히보고 있는데서 그짓을 한다는게 꺼림직하다는 이유도 없잖아 있었다.

"말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봐. 가지고 있던 노블 메탈을 다 터는걸로 모자라서 나한테 VP까지 빌려가며 하희빈을 위한 무기를 만든 이유를."

"후후. 그새 사람이 좀 변했나봐? 여자의 유혹을 절대 뿌리칠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는데. 뭐 그리 대단한 비밀도 아니니까 말해줄게. 드워프 일족중에서도 전설적인 명장이였던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어서였어."

"아버지를?"

"응. 아버지 슈피코만은 그 특출난 솜씨를 인정받아 신의 부름까지 받은 명장이였거든. 그리하여 성령의 매개체가 될 성검을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121일만에 뚝딱 만드신 일화는 여태까지 살아남은 드워프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해. 그런 아버지를 두고 있는 대장장이 딸의 심정은 과연 어떨것 같아? 한편으론 그런 아버지가 있어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론 그런 아버지가 있어 절망스러워. 넘을 수 없는 벽이 바로 앞에서 나를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라서 말이야. 이 천공의 아치는 그런 벽을 넘기위한 나의 발버둥쯤으로 여겨줬으면 좋겠어. 물론 빌린 VP는 금방 갚을거야. 창녀도 아니고 서로 같이 즐겁자고 하는 섹스로 입을 싹 닦을 생각은 없어."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뭐 그래도 너무 신경쓰진 마. 일류 대장장이의 몇달치 월급을 미리 지불한셈 치면 그만이니까. 그것보다 혹시 아버지가 만드신 두개의 성검 이름이 아발란체와 아슈켈론은 아니겠지?"

"그, 그걸 아크리퍼 당신이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혹시 우리 아버지 슈피코만과 만난적이 있어? 하지만 분명 내가 직접 이 두손으로 장례까지 치뤄드렸는데... 혹시 강령술사라서 죽은 사람하고도 대화를 할 수 있는거라면 잠깐 아버지하고 나 좀 연결시켜줘. 전쟁통에 임종을 지키지 못해서 아직 못다한 말이 산처럼 쌓여있단 말이야!!"

"잠깐, 잠깐! 나는 슈피코만이라는 이름을 랑페이 네 입에서 처음 들었다고."

"그러면 어떻게 아슈켈론과 아발란체에 대해서 알고있는건데?"

랑페이가 그녀답지않게 조급한 표정으로 나를 제촉하자 나는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는것 보단 실질적인 물증을 제시하는게 낳을듯해 인벤토리에 쳐박아뒀던 이중검(Double Sword), 아슈켈론을 꺼내들었다.

누가 에고소드 아니랄까봐 하도 사춘기 소녀처럼 빽빽거려서 아발란체와 한쌍을 이루는 불세출의 성검임을 알면서도 그동안 봉인해 왔던것인데 우연치않게 그 소재를 재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한 귀 고문으로 이어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앙!!!!! 머리 둘 달린 무식한 오크가 날 휘두르게 한것도 모자라서 날 그렇게 좁고, 어둡고 시간도 잘 안가는 방에 가둬놓는게 어딨어!? 에녹 오빠 불러와!!! 에녹 오빠 불러오라고 이 못생긴 강령술사 새끼야!!! 세라푸스니임!!! 나 이런 대접받을려고 성검안에 깃든거 아니란 말이에욧!!!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화르륵!

볼륨을 최대로 높인 대형 스피커를 보청기대신 귓구녕에 쳐박은듯한 소음 공해에 나는 반사적으로 아슈켈론을 화로속에 집어던지고 말았다. 보통 명검도 아니고 무려 성검이였기에 고작 몇천도씨의 열기에 형태가 녹아내리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였다.

-뜨거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세라푸스니이이이이임!!! 나쁜 강령술사가 저를 태워죽일려고 해요!!! 살려주세욧!!!!!!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이중검 아슈켈론의 소음공해의 데시벨이 한층 더 높아져 아예 소음폭행의 수준에 이르렀던 것이다. 내가 전두엽이 찌르르하고 울리는듯한 고통에 아슈켈론을 다시 인벤토리로 회수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이 랑페이 그녀가 행동에 나섰다.

열전도율이 낮은 금속재질로 만든듯한 집게로 아슈켈론을 화로속에서 건져내더니 모루위에 얹어놓고 담금질을 위해 준비한 냉수를 통채로 때려부어버린 것이다. 열기가 식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자욱하게 대장간 내부로 차오르는 가운데 그제서야 고막에서 피가 나게 만들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아슈켈론의 괴성이 멎었다.

-거, 거기 있는거 혹시 랑페이 언니야?

"맞아. 내가 바로 전설의 드워프 명장, 슈피코만의 딸 랑페이야. 꼬꼬마 시절에 아버지 옆에서 잠깐 일을 거들면서 조수 흉내를 냈던걸 기억하는구나?"

-흐윽, 흐으윽. 천익성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을 도대체 얼마만에 보는지 모르겠어. 랑페이 언니 내 말좀 들어봐. 세라푸스님이 봉인을 당하고 난 뒤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아?

"말을 안해도 검신을 보니까 네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겠다. 정말 난폭한 주인 밑에서 혹사 당하면서 단 한번도 대장장이의 손진을 받아본적이 없구나? 혹시 내가 잠깐 금이 간 검신에 땜질을 해도 되겠니?"

-훌쩍훌쩍. 랑페이 언니라면 믿고 내 몸을 맡길게. 근데 금이간 검신도 검신이지만 저 더러운 강령술사의 손에 내가 다시 돌아가지 않게 해줘.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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