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그렇게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왕위에 오른 리쿤다룬은 악신과 결탁한 트롤 주술사 야무르에게 기습을 당해...'
"오시리스 잠깐, 잠깐만요. 그러니까 요약하면 어린시절에 인간들에게 납치를 당해 큰 고난을 겪으면서 언젠가 인간들의 왕국을 통채로 날려버릴 화약무기를 항상 원념으로 간직해왔다는거죠?"
'필멸자들간의 분쟁은 우리 불멸자들에게 있어선 찰나의 순간 타올랐다 흩어지는 홍진에 불과하지만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렇네. 태초에 인간과 트롤이 서로 조우했을때 인간은 트롤의 맛좋은 먹이중 하나에 불과했네. 타고난 완력과 재생력으로 무장한 트롤들을 고작 돌도끼로 무장한 인간들이 당해낼 수 있을리가 만무한 일이지. 허나 인간들의 기술력이 점점 발전해 나가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지. 재생을 늦추는 독이 발린 석궁부터 시작해서 살점을 아예 녹여버리는 작렬탄까지. 심지어 트롤들의 피를 가공해 힐링 포션을 만드는 배합법이 공개된 이후에는 먹잇감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트롤 노예들이 속출했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피를 빨려 무슈와같은 미라나 다름없는 꼴로 살아가면서 리쿤다룬은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에 떨어진 대포알을 인간들의 왕국을 향해 쏘아올리는 이미지를 연상해왔고 그것이 종국에는 지옥의 유황온천과의 링크로 형상화된 것이네. 사실 지옥의 관리자인 염라의 허락이 없었다면 내가 축복을 내린다고 해도 이런 다른 차원과의 링크가 형성될리가 없었네만... 언제적 일인지 나조차 기억나지않는 인연때문에 차원 접근권한을 열어준 그에게 감사한 일이지.'
적당한 선에서 끊을 수 도 있는것을 오시리스가 꾸역꾸역 자신의 축복의 효능에 대해서 설명하는걸 보면 저번에 내가 고고한 달의 위상, 디아나와의 싸움에서 그의 무능함을 타박한걸 마음에 두고 있었던게 분명했다.
그 당시에는 나 또한 아크엔젤 하희빈처럼 계약을 맺은 신이 있는데 목전에 둔 싸움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해 화가 나서 그런거였는데 앞으로는 좀 말을 돌려서 할 필요가 있을것 같았다. 유구한 세월을 살아온 불멸자인 만큼 한번 삐지면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는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일단 리쿤다룬의 능력을 나의 칠십번대 술식 저승문 개전과 비교해 본다면 크게 세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을것 같았다. 첫번째, 저승의 랜덤한 지역과 연결되는 나의 술법과 달리 리쿤다룬은 지옥의 유황온천이라는 특정한 지역과 연결된다는 점.
두번째, 7절이나 되는 영창시간이 필요한데다 한번 열면 자의로 닫을 수 없는 나의 저승문 개전과 달리 리쿤다룬의 링크는 아무때고 자기가 원할때 연결했다 끊을 수 가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첫번째 이유때문에 지옥으로 향하는 출입구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였다.
지옥의 유황온천을 진짜 온천쯤으로 생각하는 괴물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생각한다면 이 링크를 통해 살아서 저승으로 향하는건 불가능한 일이였다. 어쩌면 세번째 이유 때문에 염라가 링크를 허락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언데드라고 해도 함부로 이승과 저승을 들락날락거리는건 저승관리국의 회장인 염라 입장에서 꺼림직한 일이였을테니까.
'결국 인간들의 왕국을 통채로 날려버릴 화약무기를 생전에 완성시키진 못했지만, 그들의 장약기술을 훔쳐 수많은 트롤 노예들을 해방시켰으니 리쿤다룬 그는 인간들 입장에서는 좀도둑이였을지 몰라도 트롤들 입장에서는 대영웅이나 다름없는 존재였지. 그가 살았었던 행성에 가본적이 없으니 역사가 어떤식으로 리쿤다룬이란 인물을 기록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일세.'
"아무런 접점도 없던 죽음의 제신께서 내 얼굴에 이리 금칠을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구만. 죽음의 사신쪽은 아무래도 이 늙은 트롤에게 불만족스러운 점이 아직 많은것 같은 표정인것 같지만."
"리쿤다룬 네녀석이 생전에 대영웅이였든, 대악당이였든 아니면 지나가는 소작농 1, 2, 3중 한명이였든 내 알바가 아니야. 지금 중요한건 내가 오시리스와 전략적 MOU를 맺고 처음으로 만든 언데드 1호가 투자한만큼의 전력을 지니고 있는가라고. 그러니 숨겨둔 밑천이 있으면 꿍쳐둘 생각말고 지금 이 자리에서 전부 다 공개해. 난 분명 봤다고. 황린탄이 투사될때 빅 보이의 오른쪽 포신만이 번쩍였던걸 말이야."
"역시 아크리퍼 그대는 눈썰미가 날카롭군. 하지만 빅 보이의 왼쪽 포신은 이 자리에서 시험하기가 조금..."
"좆까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무기가 작동하는 원리부터 말해봐. 황린탄때처럼 서프라이즈 파티니 어쩌니 하면서 나 엿먹이지 말고. 그리고 지구도 아니고 색향천월관을 제외하면 개미 새끼 한마리 살지않는 달에서 시험해보지 못할 무기가 어디 있는데? 뭐 남자를 게이로 만드는 생화학무기라도 되나?"
"그런 해괴망측한 종류의 무기는 아닐세. 허나 무인지대인 달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건 분명하지. 왜냐하면 빅 보이의 왼쪽 포신에는 그 어떠한 원리도 적용되어 있지않기 때문일세."
"그게 무슨 헛소리야? 아무런 원리도 없는 무기라니. 새총도 고무줄의 탄성에 따른 장력이 짱돌을 쏘아보낸다는 원리가 있어."
내가 리쿤다룬의 머리를 새총으로 쏘아올린 짱돌처럼 날려버릴 기세로 쏘아붙이자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던 그가 끝내 입을 열었다.
"태엽왕이란 칭호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빅 보이의 왼쪽 포신은 그저 지옥의 유황온천과 직통으로 연결하기 위해 겉표면을 고내식 합금도금강판으로 코팅만 해놨을 뿐이라네. 그말인즉슨 내가 유황온천과 링크하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왼쪽 포신은 그저 속이 텅텅빈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소리지. 빅 보이를 개발하면서 수맣은 고뇌를 반복했지만, 여기 있는 수많은 화약무기들중 무엇하나도 행성조차 녹아내리게 할 수 있는 부식성 액체를 물대포처럼 뿜어내는것 보다 강한 화력을 지닌 것들은 없었기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네.
신의 힘이란 그만큼 대단한 것이였고 악신과 결탁한 나의 전속 주술사 야무르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된 경험이였지."
"굿잡."
"으흠. 지금 뭐라고?"
"굿잡. 아주 잘했다고. 사실 황린탄만으론 조금 불안했는데 그 황갈색 액체를 분수처럼 쏘아낼 수 있다면 굉장히 위협적이겠군. 애시당초 나는 리툰다룬 너가 생전에 못다이룬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트윈헤드듀라한으로 부활시킨게 아니야. 그건 오로지 나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삼기 위함이였다. 그런 측면에서 볼때 빅 보이는 나름 괜찮은 첫 출발이였어. 던클레오를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차기작 빅 텐트도 기대해 보도록하지."
"허허. 아크리퍼 자네는 정말이지 선의라곤 0.1%도 없는 순도 100%의 악당이로군. 뭐 까짓것 앞으로도 계속해서 화약무기를 개발할 수 있게만 해준다면 기꺼이 그대의 도구가 되어주지."
"흥! 도구는 주인을 선택하는게 아니야. 주인이 자기가 쓸 도구를 고를뿐이지."
나는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손아귀에 쥔 리쿤다룬의 머리를 다시 본체에다가 되돌려준(물론 이때는 직구가 아니라 구속이 느린 언더핸드로) 다음 색향천월관으로 향했다. 빅 보이의 왼쪽 포신이 리쿤다룬의 말마따라 그 어떤 리미트도 없이 지옥의 유황온천의 수도꼭지가 된다면 달이라고 해서 안심할 순 없었다.
따라서 왼쪽포신은 내가 사흉성에서 동귀어진을 각오하고 구십번대 술식 진홍빛 장속곡(Crimson Requiem)을 영창했을때처럼 위급한 상황에서나 시험해볼 수 있으리라. 마신과 같은 강대한 적을 상대로 너죽고 나죽자식의 카드가 한장 더 생긴건 나쁘지 않은 일이였기에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격납고의 출입문을 지나 바로 포카튼해머 랑페이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사실 랑페이가 만든 무구가 기대된다기 보다는 오랜만에 인간과 드워프의 혼혈인 그녀의 탄탄한 몸매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내 발걸음을 서두르게 만들었다. 한동안 살집이 물렁하기 그지없는 왕원희하고만 몸을 섞다보니 그런 쪽 땡기기 시작한 것이다. 히히 나는 착한 아이니까 반찬은 골고루 먹어야지.
어떤 체위를 시험해 볼까 고민하며 룰루랄라 리듬에 맞춰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대장간에 도착한 나는 입구를 열자마자 일을 딱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곳에는...
"아크리퍼 왔어? 어떻게 리쿤다룬의 무기시연은 잘 끝난것 같아? 솔직히 말해서 나는 화약무기에는 별다른 애정이 없어서 말이지. 일단 필요한 금속부품들을 설계도대로 만들어주긴 했는데 그것들이 어떤식으로 작동할지는 도저히 짐작히 가지않는단 말이지."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랑페이. 그 말도안되게 커다란 대궁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쓰라고 만든거야?"
"뻔한걸 왜 물어. 네 부하들중에 활을 쓰는 재주가 있는건 아크엔젤밖에 없잖아. 아니 지금은 밴쉬아쳐였던가?"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