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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342화 (34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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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향천월관에서 열린 제 1회 수영복 섹스 파티의 멤버가 또 한자리에 모인 지금, 그녀들의 표정은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심각해져 있었다. 전에는 저 김사건 발정난 개새끼가 또 무슨 괴상한 짓을 하려고 우리를 불러 모은걸까라는 느낌이였다면 지금은 지구의 멸망을 목전에 두고 진심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는듯한 모양새였다.

그래도 여기 있는 14명의 여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였으니 현재 지구에서는 달의 궤도 변화를 눈치챈 천문학자들이 연신 뉴스에 등장해 긴급속보를 전하면서 아주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본래는 핵전쟁을 대비해서 만들어진 방공호와 민간 우주여행에 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현상도 볼 수 있었지만 지구의 현 기술력으론 둘 중 어느것 하나도 제대로된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소행성도 아니고 무려 달이 직접 지구랑 입술 박치기를 하러 오는 상황이였다. 맨틀에다가 지어도 모자랄판에 꼴랑 지하 1000m쯤에 설치된 갱도를 개조해 만든 방공호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 우주로 피신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우주여행이랍시고 인공위성 근처에서 깨작깨작 거리다간 충돌여파를 피하기 어렵고 태양계를 벗어나도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별을 찾지 못한다면 굶어죽을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도시형전함 색향천월관의 경우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함선이였기 때문에 죽을때까지 우주에서 떠돌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 물론 기왕 지구를 버리고 떠나는 김에 수왕성의 해변에서 보았던 쭉쭉빵빵한 누님들이 많은 행성을 찾아 떠날 생각이였지만 말이다.

"사건님 대충의 상황은 전해들었습니다, 하지만 색향천월관으로 피신 시킬 인원은 이정도뿐인건가요? 기야스를 제외하고 이 함선의 수용인원만해도 적어도 광역시 전체인구 수준은 되는것으로 압니다만 크로스데일 한국지점에서 제법 쓸만한 연구원들을 데려가는건 어떨까요? 어차피 다른 행성에 정착하실꺼라면 분명 도움이 될겁니다."

"흑월파중에서도 제법 싹수가 괜찮은 자들이 있습니다. 사건님께서 아직 허락하지 않으셔서 무공을 전수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마력원천이 있는 행성에 정착한다면 무시못할 전력이 될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새 행성에 정착한다느니 그런 얘기는 난 관심없지만 우리 엄마는 꼭 구해줘야겠어. 애시당초 날 납치해서 노리개로 부려먹은 대가가 엄마의 다리를 회복시켜주는 거였잖아. 그런데 다리가 멀쩡해지면 뭐해. 죽으면 모든게 말짱 꽝인데."

"저, 저희 할아버님도 필히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비록 살날이 얼마남지 않으셨다고 해도 최대한 정정하실때 제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다들 자기 사람 챙기는건 좋은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부터 좀 도와주면 안될까? 내 동생 스칼라가 지금 숨넘어가기 직전이거든!!"

지구가 멸망을 앞두고 있는 이때 노아의 방주의 탑승건을 쥐고있는 나에게 집중되던 13명의 시선이 일제히 엘리멘탈 로드, 스칼라에게 꽃히기 시작했다. 과연 동생 사랑이 과한 언니의 호들갑은 아니였는지 확실히 엘레멘탈 로드의 상태는 좋지 않아보였다.

엘릭서를 복용하기전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을때보다야 괜찮을지 몰라도 동공이 풀린채 전신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모양새가 단순한 감기몸살로 보기엔 어려웠다. 어차피 월영공(月影公) 듀리스가 힘을 써준 덕분에 달의 위성궤도 변화가 3시간에서 하루정도로 늦춰졌기 때문에 나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엘리멘탈 로드가 마력원천이 없는 지구에서나 빌빌거리지 수왕성정도만 가도 훨훨 날아다닐 인재였기에 소흘히 대할 수 는 없었다. 일단 이마에 손을 대보니 열이 펄펄 끓는게 체온이 족히 40도는 넘고도 남을것 같았다. 혹시나 바이올라가 동생과 그동안 못다한 추억을 만들겠답시고 무리를 시킨건 아닌가 싶어 나는 따져물었다.

"혹시 바이올라 네가 너무 물놀이에 치중하느라 동생이 지친걸 눈치채지 못한거 아니야?"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야!!! 스칼라가 이곳에 들어온지 삼일째 되는날까지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안그런다고. 게다가 나는 열흘전부터 병상에 누운 스칼라를 간호하기 바빠서 물장구는 커녕 세수도 제대로 못했어."

"그러면 엘리멘탈 로드가 시름시름 앓게된 원인으로 짐작가는건 있어?"

"항상 내가 삼시세끼를 영양 밸런스 있게 챙기고 인공태양으로 일광욕도 하루에 십분씩 시켜주는데 왜 이러는지 나도 솔직히 잘 모르... 아 그러고보니 아크리퍼 네녀석이 달에 괴상한 신전을 짓고나서부터 스칼라의 몸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것 같아. 아니 도대체 이 삭막한 달에 누가 관광을 온다고 그런 신전을 지은건데!?"

"그건 따로 사정이 있어서 그런거니까 네가 상관할바는..."

"사, 사건 오빠. 저를 그 신전으로 데려다 주세요. 콜록콜록."

덥썩.

아직 지구가 멸망에 이르게된 자세한 내막까지 공표하진 않았기에 내가 말을 얼머부리려는 순간 엘리멘탈 로드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내 손목을 붙잡아왔다. 그런데 어린 여자에다가 병색까지 완연한 인간의 완력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묵직한 손아귀 힘이 뼈와 근육을 짓눌러 오는게 아닌가?

황급히 엘리멘탈 로드의 고사리 손을 뿌리치려 해보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잘 돼지가 않는다. 무력 랭크의 대부분을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능력에서 따온 아바타라지만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이매망량까지 동원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는 가운데 문득 뇌리를 스치는 단서 두가지.

아미고 플레이어(사냥을 해 레벨업이나 좋은 장비를 구하는데 치중하지 않고 NPC와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유저) 주제에 VOT 온라인에서 4대 정령왕과 동시에 계약을 맺을정도로 터무니없는 다중 친화력을 지닌 엘리멘탈 로드. 그리고 신과 통신을 하기위한 기지국 역할을 하는 달의 신전.

눈에 딱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 석연치않은 연결고리를 감지한 나는 엘리멘탈 로드를 때어놓는 대신 품안에 안아들었다. 바이올라가 그 스킨쉽을 탐탐치않게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스칼라가 손을 들어 제지하니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지는 못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최대한 너희들의 요구를 수용하도록하지. 만약 정말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할 일이 생기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때가 올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전에 잠깐 엘리멘탈 로드를 데리고 이번 사태의 원흉인 여신님에게 항의 좀 하고 올테니까 여기서 잠깐 기다려."

"잠깐 혹시 그러다가 스칼라한테 불똥이 튄다거나 그러는건 아니지?"

"내가 옆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정 그렇게 불안하다면... 어디보자 오르시나 네가 엘리멘탈 로드 옆에서 개인호위 좀 해줘. 어차피 아케인 슈트를 입히긴 할테지만 안전의 안전을 기해서 나쁠건 없으니까."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난 목숨까지 바칠 준비가 되있지만 물은 커녕 수증기 한점없는 달에서는 힘쓰기가 어렵다는건 알아둬."

"예이예이. 그러시겠죠."

전생유적의 시련을 정식으로 통과한 주인이 뻔히 앞에있는데 다른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공공연히 떠드는 오르시나때문에 살짝 기분이 상한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 다음 서둘러 격납고로 향했다.

그곳에서 본래는 본체가 입기로 되어있는 예비용 아케인 슈트를 꺼내 엘리멘탈 로드에게 입혀주고 신전밖으로 향했다. 아바타 상태인 나나 물의 수호정령 오르시나의 경우 따로 산소통이 필요하진 않았기에 누가보면 벚꼭축제에 나들이를 가는 단란한 가족처럼 보일정도였다.

실제로는 유기호흡을 하는 생명체라면 단 1초도 버틸 수 없는 죽음의 땅을 걷고 있는 셈이였지만 말이다. 이매망량의 물결을 타고 순식간에 달의 신전에 도달한 나는 아직도 분을 삭히지 못하고 눈에서 핏방울 떨구고 있는 디아나 여신과 재회할 수 있었다. 다만 동상에 깃든채로 피눈물을 흘리니 이건 뭐 호러영화를 방불케하는 수준이랄까.

-무슨 생각으로 날 다시 찾아온것이냐, 아크리퍼? 지구를 멸망시키는걸 멈춰달라는 이야기라면 그만두는게 좋을 것이다. 러시아란 국가를 멸망시켜달라는 앱솔루트 모나크의 소원을 이뤄줄때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것은 나의 지극히 사적인 복수. 그대가 막아서려 한다면 호된 홍역을 치룰것이야.

"지극히 사적인 복수라 재미있는 표현이군요. 혹시 그 복수 율법의 서라는 녀석도 허락한 부분입니까?"

-...그건 필멸자 따위가 간섭할 영역이 아니다. 페널티를 받기야 하겠지만 고작 행성 하나를 멸망시켰다고 해서 율법의 서가 신의 직위를 박탈시키기라도 할것 같은가?

"아니 뭐 그렇게까지 생각해본적은 없습니다만 고작 필멸자따위의 소원을 무시했을때의 페널티가 두려워 벌벌 떠셨던 분이 덜컥 행성을 통채로 멸망킨다니까 신기해서요."

-말을 가려서 하도록.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아크리퍼 그대의 새치혀가 그대를 파멸로 몰고갈것이다.

"이 새치혀가 저의 구원투수가 되준적도 꽤 많아서요. 나중에 정말 새치혀때문에 파멸을 맞이한다해도 쌤쌤이라고 치죠 뭐. 그보다 제가 아크엔젤 그러니까 하희빈을 다시 부활시켜 준다면 혹시 신의 권능: 유성을 멈춰주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언데드로 다시 부활시킨다는 말이로군. 집어치워라! 신도가 삶과 죽음의 순리를 거부하고 걸어다니는 시체가 된다는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느냐!! 설사 다시 부활한다고 해도 이미 끊어진 신앙 링크는 다시 이을 수 없단 말이닷!!!

"결국 당신의 신도 사랑이란건 비지니스에 불과했더거군. 신도를 신앙 네크워크 마케팅 그러니까 소위 다단계 산업을 위한 끄나풀로밖에 보지 않았던거야."

"뭣이라? 아크리퍼 네녀석이 실체를 본적도 없는 율법의 서를 믿고 내 앞에서 신성모독을 일삼는구나. 이중 페널티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네녀석부터 끝장내고 말겠다."

덜컥덜컥.

디아나 여신이 동상에 깃든 상태로 내게 달려들었다. 아무래도 몸이 몸이다 보니 상당히 둔한 움직임이였지만 신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이미 직접 겨뤄 맛뵈기를 한 상태였기에 나는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디아나 여신의 리얼 돌 주먹을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인물이 막아서는게 아닌가? 그것은 바로 몇분전까지만 해도 숨이 넘어갈랑 말랑 할정도로 빌빌거리던 엘리멘탈 로드였다. 아케인 슈트에 근력보정 기능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연약한 소녀를 슈퍼맨 아니 원더우먼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은 없었기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 고고한 달의 위상, 디아나 무의미한 싸움을 멈추고 지금부터 더 거대한 악을 대비해 힘을 모아야 하네. 필요하다면 필멸자는 물론 악신과 손을 잡는 방안도 고려해야... 콜록콜록!"

-네녀석은 누구냣! 뜬금없이 필멸자는 둘째치고 악신과 손을 잡으라니 제정신을 가진 녀석이 아니로군. 정체를 밝혀라!!

"나, 나는 지고한 대지의 어머니, 테라. 한때는 만물의 어머니라 칭송받는 대지모신이였으나... 콜록콜록."

"테라? 헛소리! 그녀는 만년전 율법의 서에 이름을 남겨 공신력을 보태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것으로 아는데?"

"유, 율법의 서에 이름을 남긴건 사실이지만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는 의회 녀석들의 농간에 불과하다네."

"의회라면... 설마 얼티밋 판게아 행성의 프라임 카운실을 말하는건가? 이번에야 말로 진짜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는군.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신에 의해 멸망했다. 건방지게도 인간이 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사는 필멸자들에게 실로 어울리는 최후였지. 아스트랄계의 모든 신들이 그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찌 그들이 살아 남았다고 단언하는 것이냐!? 더 이상 두 인간년놈들의 새치혀에 놀아나고 싶지 않으니 지구와 달의 충돌을 앞당겨 여신의 분노를 저승에서 되새기게 하리라!"

신의 권능: 유성(Power Words: Shooting Star)

디아나 여신이 엘리멘탈 로드에게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달의 신전을 내려쳤다. 그러자 신전 가득히 새겨진 문양들이 기이한 빛을 발하더니 나와 엘리멘탈 로드 그리고 오르시나까지 달의 신전밖으로 튕겨내고 말았다.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이야기의 흐름때문에 잠시 멍을 때리고 있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도시형전함 색향천월관과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에게 출발 지시를 내렸다. 저 멀리 푸른별 지구가 눈에 띄게 가까워지는게 육안으로 보일정도였으니, 색향천월관 제 2기 멤버를 뽑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기야스에 탑승중인 비비앙에게 미리 언질을해둔 덕분에 크로스데일의 연구원과 흑월파 조직원 그리고 색향천월관 멤버의 가족들을 챙겼다는 점이였다. 그런데 정작 색향천월관에 원래 살고 있었던 엘리멘탈 로드가 내 다급한 손길을 뿌리치는게 아닌가? 확 짜증이나서 어린애고 나발이고 한소리 하려는데 그녀가 선수를 치고 말았다.

"내 마지막을 힘을 짜내어 디아나 여신의 분노를 막아보이겠네. 아마 이 힘을 사용하고 나면 나는 다시 잠들고 말겠지. 부디 그대는 내가 다시 눈을 뜰때까지 이 아이를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겠나?"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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