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
아니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뚜드리는 소리인가? 아직 유니온키네시스의 진면목을 시험해보지도 못했는데 항복이라고? 이렇게까지 사람 자존심을 긁어놓고 좇까는 소리하지 말라그래! 이렇게 디아나 여신의 아구창 한번 날리지 못하고 간만 보다 끝낸다면 나는 억울해서 오늘밤 잠을 못이룰것 같았다.
그리하여 항복을 받을땐 받더라도 딱 한대만 살과 살이 맞닿는 유효타를 먹이기로 내가 마음먹은 순간, 갓 유니온키네시스를 사용했을때의 감각이 또 나를 덮쳐왔다. 조금 괜찮아졌나 싶더니 또 오장육부가 산채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기분이 다른 방향으로 나의 전투의지를 뚝 떨어지게 만들었다.
여신도서관의 검색내용에서는 이런 부작용에 관해서 단 한줄도 적혀있지않았지만 이론과 실전의 차이란 항상 감안해야만 하는 것이였다. 허나 디아나 여신 앞에서 약한 보일순 없는 노릇이였기에 나는 당장이라도 꼬꾸라질것 같은 몸으로 팔짱까지 끼고 대인배 코스프레를 해내 보였다.
"이제서야 힘의 격차를 깨달은 모양이군. 뭐 애시당초 서로 죽자살자 싸우려 그랬던것도 아니니 이쯤에서 자비로운 내가 용서해 주도록하지."
"용서라... 먼저 싸움을 걸어온건 아크리퍼 네쪽이였던걸로 기억한다만 싸움을 멈춰준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변명같겠지만 아니 변명이 맞지만 아크엔젤의 몸으로는 신격결계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킬정도의 타격력을 버텨낼 수 가 없다. 회피위주의 싸움을 한다면 못할것도 없지만 단 한번이라도 그대의 주먹이 아크엔젤에 닿았을때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진않군. 우주로 따지자면 열두 신도들중 한명이지만 이 우주에서는 유일한 나의 소중한 아이를 허무하게 잃을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 뭐냐 율법의 서란 녀석의 페널티는 어떻게할 생각이지? 나때문에 더 이상 러시아를 건들 수 없게됐는데 말이야."
"그거라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율법의 서에 지정된 소원권은 어디까지 공적치와의 등가교환. 만약 아크리퍼 그대가 내 앞을 막아서지 않았다면 3등에 해당하는 공적치로도 러시아라는 국가를 멸망시키고 남았겠지만, 내가 전력으로 러시아를 멸망시키려 했음에도 그대와의 싸움에서 대부분의 공적치를 사용해버렸으니 더 이상 앱솔루트 모나크란 자의 소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말인즉슨 휘발유를 넣은만큼만 딱 주행한다는건가. 잠깐! 그렇다면 그냥 처음부터 나보고 앞으로의 댁의 행보를 막아달라고 언질해뒀으면 구태여 러시아를 멸망시킬 필요도 없었던것 아닌가? 당신 앱솔루트 모나크의 언령때문에 일이 꼬인거지 러시아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었잖아. 아크엔젤도 그걸 탐탐치 않아했고."
"하! 율법의 서 앞에서 그런 짜고치는 연극이 통할거라 생각한건가? 자신이 만든 장애물을 자신이 넘는다고 해서 공적치가 소모되진 않는다. 괜히 이중으로 신앙에너지만 낭비하는 꼴이지. 게다가 내겐 러시아란 국가에 대한 원한도 없지만 보호해야할 까닭도 없다. 불멸자의 입장에서 필멸자들이 모여 만든 국가란 마치 모래성처럼 지어졌다 쓰러지기를 반복하는 덧없는 것. 한때는 나를 국교로 모시는 국가를 전심전력으로 지원한적도 있지만 세월이란 파도앞에 변질되고 내란으로 무너지기 일수였지."
나는 그제서야 디아나와 같은 고대제왕들이 인간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하희빈이나 나처럼 인간들중에서도 특출난 존재 외에는 그냥 흙바닥을 기어다니는 개미쯤으로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과연 인간들중에서 개미를 무심코 밟았다고 죄책감을 느끼거나 개미집이 홍수때문에 물난리가 났다고해서 걱정하는 사람이 없듯 그녀가 러시아를 박살내는데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으리라.
전후사정이 어찌됐건 이제 남은건 디아나 여신과의 폭풍섹스뿐이였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유니온키네시스(精神體化) ~데모고르곤의 너와 나~를 해제했다. 용조송에 휩싸인 본체가 아바타에서 분리되 무기력하게 설원위로 쓰러지려는걸 간신히 붙잡은 나는 본래는 아바타를 옮기기 위해 준비한 관에 본체를 가지런히 놓았다.
나 자신이 관속에 누운 모습을 본다는건 꽤 묘한 감각이였지만 앞으로 유니온키네시스를
또 사용하기 위해서는 익숙해져야만 하는 일이였다. 후우우. 관을 인벤토리에 넣는 작업까지 끝낸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전신의 장기가 뒤섞여 인간 내장탕이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좋아 그러면 이번에는 내 소원을 들어줄 차례겠지? 여신의 보지에 자지를 신나게 박아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피가 끓는 기분이군."
"그건에 관해서 아크리퍼 그대에게 제안하고 싶은것이 있다."
"무슨 제안? 혹시나 이제와서 시덥잖은 핑계를 될 생각이라면 그만두는게 좋아, 여신나리. 발정난 상태의 나는 평소보다 전투력이 곱절로 오르거든. 합체를 하지않아도 여신따위는 가볍게 제압해서 가랑이를 벌릴 수 있다고."
"그대도 분명 솔깃할 수 있는 내용이니 일단 한번 들어보도록. 이미 알고 있겠지만 지금 두다리를 땅에 딛고 서있는 이 몸은 내 것이 아닌 아크엔젤의 것이다. 나의 본체는 현재 아스트랄계에 있어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지. 허나 달의 신전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나의 종교가 이 지구에 퍼져나가 신앙 에너지가 쌓인다면 아크리퍼 그대를 아스트랄계로 초대하는게 가능해진다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가짜 아바타말고 진짜 여신의 몸과 생식행위를 해볼 생각은 없는가?"
"흐음. 확실히 지금 당신과 섹스를 해봤자 여신과 했단 느낌 보다는 달의 가호를 받은 하희빈이랑 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긴 하지. 그런데 갑자기 그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불멸자에게 있어 생식행위란 불필요한 일이고 당연히 인간들의 정조관념같은것도 없다네. 하지만 나의 소중한 아이, 아크엔젤은 다르지. 그 아이는 항상 순결한 마음가짐으로 나를 모셔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지금까지 처녀를 지켜왔네. 사실상 처녀의 유무가 나를 모시는데 있어 큰의미가 없다고해도 내가 함부로 그 기특한 마음을 짖밟을 수 는 없는것 아니겠는가?"
"하희빈이 늙어죽을때까지 처녀를 간직하든 말든 내 알바는 아니야. 하지만 여신의 진짜 육체를 품에 안는건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긴 하군. 노파심에 하는 얘기긴 하지만 설사 여신이 거짓말을 한다거나 나중에 가서 말을 바꾸는 일같은건 없겠지?"
"율법의 서 앞에 맹세하건데 그런 일은 절대없을걸세."
디아나 여신이 율법의 서까지 거론하며 약속의 진위를 확인시켜주자 나는 퍽 마음이 흔딜리기 시작했다. 달의 가호를 받아 좀 쌔끈해진 하희빈과 진짜 달의 여신의 살결은 차원이 다를것이 분명했다. 마치 60년 전통 원조 할머니 국밥집과 간판만 따다 다른 지역에 체인점을 낸 국밥집의 차이랄까?
게다가 내가 지금 당장 디아나 여신을 않지 않아도 성욕을 풀곳은 많았다. 당장 륭 사부가 호위를 맡고있는 왕원희만 해도 미하엘로프 소장에게 납치된 사이 포동포동 살이 올라서 지금 딱 잡아먹기 좋은 상태였다. 그렇게 어느정도 마음이 기운 나는 선심쓰듯 여신의 제안을 수락했다.
"좋아, 그쪽의 사정이 그렇다면 마음넓은 내가 이해해야지. 단,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그 아스트랄계란 곳에 초대를 받았으면 좋겠군."
"이 지구에 나의 종교가 얼만큼 빨리 퍼질지는 모르겠지만 신앙 에너지로 아스트랄계의 입구를 만드는걸 최우선순위로 삼도록 하겠네. 그럼 이만 나는 물러나도록 하겠네. 너무 오랫동인 강림해 있던 탓에 나의 소중한 아이, 아크엔젤의 몸이 상할까 걱정되는군. 한동안 신을 받아들인 휴우증으로 아크엔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지도 모르니 그대가 당분간 그녀를 돌봐줬으면 좋겠는데."
"칫! 뭐 그 신앙에너지란걸 모으기 위해선 아크엔젤이 꼭 있어야만하니 어쩔 수 없지. 내 살다살다 아크엔젤의 병간호를 하게 되다니 오래살고 볼일이군. 그러면 다음 만날때까지 사타구니나 잘 씻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아스트랄계에는 현계와 달리 청결이나 세균이라는 개념이 없으나 그대가 원한다면 신수로 세척을 해두도록 하지."
디아나 여신이 끝까지 부끄러움 한점 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기 할말을 마치더니 마치 탈모라도 생긴듯 은빛 머리카락이 공중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꽉키던 히프와 바스트도 실시간으로 쪼그라들기 시작했으니 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옷사이즈가 맞지않아 노골적으로 드러난 가슴골과 엉덩이골이 제법 볼만했는데, 쩝.
그렇게 은빛 머리카락이 쉴새 없이 빠져나가 본래 하희빈의 단발이 완성됐을때 그녀가 실낱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디아나 여신조차 그녀가 당분간 눈을 뜨지 못할거라 예측했는데 확실히 하희빈 이년은 보통 독종이 아니였다.
"디, 디아나 여신님께서는?"
"그 뭐야 아스트랄곈지 아스팔트곈지로 돌아갔다."
"러, 러시아는 어떻게 됐지?"
"천공의 아치에서 뿜어져나온 화살비폭풍때문에 꽤 많은 기반시설이 못쓰게 됐지만 완전히 멸망한것 같지는 않던데? 시베리아 대륙이 좀 넓어야지."
"다, 다행이군. 나의 여신이 나의 정의와 반하는 길을 가려했을때는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크어어어어어억!!!"
난데없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눈바닥을 나뒹구는 하희빈때문에 나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년이 갑자기 왜이러는거야? 하희빈 네가 살아서 여기저기 좋은 말씀을 전하고 다녀야 내가 디아나 여신이랑 떡을 칠 수 있단 말이다!!
내가 서둘러 하희빈의 손목을 움켜쥐고 맥을 짚으려는 순간 그녀가 벌떡하고 일어서더니 이제 막 진토술이 풀려 대궁으로 되돌아간 천공의 아치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웅큼 뽑더니 활 끄트머리쪽에 꿰어 시위를 당기는게 아닌가?
여차하면 나를 겨눌 기세였던지라 나는 아이언메이든에 남은 찌끄래기 뼛조각을 끌어모아 방벽을 형성했다. 그 많던 고래 견갑골도 강적들과의 싸움에서 모조리 뼛가루가 되어 흩어진 탓이였다. 그래도 어느정도는 화살의 스피드를 저지해줄 수 있을거라 믿었건만 머리카락 활시위를 타고 튕겨져 나간 신성화살은 조금도 속도를 늦추는법 없이...
푸우우욱!
하희빈 본인의 심장을 꿰뚫어버렸다.
'크크크크크크킄. 결국 여신조차 러시아를 멸망시키는데 실패했는가? 그래도 저승 가는길에 동무 한명은 데리고 갈 수 있어 외롭진않겠군.'
"앱솔루트 모나크 이 개좆만한 새끼야! 뭔짓을 한거야!?"
저 멀리 설원위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쳐서 굴러다니는 좀비 머리 하나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에 나는 마치 골키퍼 마냥 뛰쳐나가 살점이 덕지덕지붙은 두개골을 들어올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의 흐름. 해답은 이 두개골이 쥐고 있을것 같다는 직감이 왔다.
'나는 아무짓도 하지않았다. 모든건 아크엔젤 그녀가 자초할 일일뿐.'
"뜬구름잡는 소리하지 말고 자초지종을 말해봐, 이 쓰레기 새끼야! 네가 얌전히 저승길에 오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내가 마음먹으면 천년이고, 만년이고 이승에 붙잡아 둘 수 있어. 그것도 아주 흉측한 좀비의 몸으로 말이야."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만년동안 하루에 한번씩 사람들을 물어죽인다면 언젠간 러시아를 멸망시킬 수 있을테니 말이야.'
"물어죽이긴 개뿔! 생이빨을 죄다 뽑아버릴거야 임마!!"
'흐흐흐흐흐흐. 뭐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 아크엔젤은 그대의 모친과 달리 불사가 아니니까 말이야. 처음 내가 그녀와 계약을 했을때 우리는 언령으로 한가지 조건을 붙였지. 내가 목숨을 걸고 전심전력을 다해 달의 신전계획을 돕되, 만약 디아나 여신이 강림했을때도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하희빈 그녀는 자살하도록 말이야.'
"네목적은 나를 도발해서 러시아를 멸망시키는것 아니였나? 처음부터 달의 신전계획에는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았다메?"
'물론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 조건을 붙인건 일종의 보험을 들어둔셈이지. 혹시나, 정말 혹시나 여신이라는 존재가 실제했을때의 상황을 가정해서말이야. 하늘을 보아라. 내가 둘어둔 보험이 아예 쓸모가 없지는 않았던 모양이군.'
미하엘로프 소장의 공허한 시선을 쫓아 나 또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달이 홈시어터마냥 은하수위에 어떤 영상을 뿌리고 있었다. 그 영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디아나 여신. 그녀를 100배로 확대한듯한 홀로그램이 일렁거링과 동시에 그녀의 눈에 맺힌 피눈물도 따라 물결치고 있었다.
-아아 이 우주에 얼마남지않은 나의 소중한 아이야.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하구나. 그런 인간들의 잔재주 하나 눈치채지 못해 너를 죽음으로 몰고가다니... 아으으으으윽!!! 진즉에 나의 발퀴랴로 삼아 아스트랄계에 데려왔어야 했던것을. 저딴 벌레놈들때문에 나의 소중한 아이가 육신의 껍데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니 증오스럽구나. 나의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지구가 미치도록 증오스럽구나!!! 여신의 증오를 받아라 이 벌레만도 못한것들아!!! 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