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36화 (336/599)

<-- 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

마샬아츠 더 풋프린트(Footprint) 용린연환각 권묘결 일축(日蓄)

나는 쓸데없는 논쟁을 피하기 위해 맞바로 공세에 들어갔다. 디아나 여신도 하희빈과 같은 궁수 타입이라면 근접전으로 활시위나 화살통을 파괴하는게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 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성궁(聖弓) 천공의 아치는 활시위도 화살통도 필요로하지 않는 무기였다.

심지어 화살을 활대에 걸고 활시위를 당기는 장전시간조차 필요없어 따발총을 가볍게 상회하는 연사력까지. 과연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 유저들이 천공의 아치에게 붙여준 또 다른 이름 '이 시대 최고의 원거리 무기'라는 칭호가 아깝지않은 성능이였지만 약점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였다.

그것은 바로 타겟수 제한. 십만 이매망량이 있으면 1초 십만발을 쏘아보낼 수 있지만, 이매망량 군단장 소소 한명밖에 없으면 단 한발밖에 쏘아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싸움에도 소소 한명만을 대동했으니 소소가 디아나 여신의 양팔을 속박하는 동안 나는 다리후리기로 하반신을 노리는 콤비네이션이 상큼하게 전투의 스타트를 끊었다.

치지지지지직!

"강령술사 치곤 제법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군. 하지만 내 신격결계를 뚫기엔 한참 역부족이라고 생각된다만? 뒤쪽의 사특한 존재는 말할것도 없이 내 근처에 서 있는것 조차 버거운듯 하고 말이야."

'......'

소소가 디아나 여신의 양팔을 붙잡은 순간 마치 뜯겨진 고압전선을 건든것마냥 살벌하게

스파크가 튀어 소소는 반사적으로 손을 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디아나 여신은 운신의 제약이 없음에도 내 용린연환각의 갑(甲)초식 다리후리기를 무방비하게 받아냈고 그 결과는 게임으로 따지면 데미지 Zero였다.

디아나 여신이 신격결계(Dvine Barrier)라고 지칭한 반투명한 막이 마샬아츠 더 비타의 힘까지 담긴 내 발차기를 너무나 손쉽게 막아낸 탓이였다. 아케인 슈트의 아케인 쉴드와 발동조건 자체는 유사하게 보였지만 타격감은 천지차이였다.

아케인 쉴드의 경우 그래도 뭔가를 내가 때렸다는 느낌 자체는 오는데 이 신격결계는 무슨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때린듯 작용, 반작용의 운동법칙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었다. 고작 두번의 공수교대를 했을뿐인데 왼손과 왼발이 용조송에 휩싸여 봉인되자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인간의 몸을 아바타로 삼은 상태라고 해도 신은 신이라는건가.

"이래도 계속해서 나와 싸울 생각인가? 개인적으론 이런 목적성이 불분명한 싸움에 신앙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는 않으니 이제라도 물러난다면 방금 있었던 일은 불문에 부치도록 하겠다. 얌전히 이 나라가 여신의 손에 멸망하는걸 지켜보기만 한다면 아크리퍼 그대가 그토록 고대하던 여신과의 생식행위를 할 수 있을텐데 어찌 사사로운 자존심때문에 대업을 망치려하는가?"

"사사로운 자존심이라 어쩌면 그게 바로 모든 문제의 시발점일지도 모르지. 내가 여신을 안고 싶어했던건 단순히 더 아름다운 여성을 안고싶어서 그랬던것도 있지만, 인간으로서 여신의 자존심을 짚밟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어. 여신이 인간따위와 몸을 섞어야 한다는 생각에 치욕스러워 입술을 꽌문채로 내 가랑이 밑에서 헉헉거리는 꼴을 보고 싶었는데, 네년이 무슨 톨게이트 하이패스마냥 바로 허락을 해버려서 김이 빠졌다고. 여자가 조금은 튕기는 맛이 있어야지, 안그래?"

"거북이에게 날개짓을 해보라고 해도 흉내에 불과할뿐이라고 누차말했을터. 허나 나의 가호와 성령이 깃든 이 육체는 분명 극상품의 여체임이 분명하니 아크리퍼 그대는 천상의 쾌락을 맛볼 수 있을 것이야. 마지막으로 경고하노니 일생일대의 기회를 제발로 차려들지 말고 순리에 몸을 맡기도록. 이 이상 나의 실력행사를 방해려든다면 천공의 아치의 시위가 그대를 겨누게 될지도 모른다네."

"그게 바로 내가 바라던바야! 섹스로도 마음을 꺾을 수 없다면 힘으로라도 그 고고한 달의 위상이란걸 꺾어주겠다!!"

"고고한 달의 위상이란건 필멸자따위가 입에 담을 수 있는 글귀가 아닌 것을 파멸을 자초하는구나!"

피숏, 피숏, 피숏, 피숏, 피숏.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8/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4/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2/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16)

-FAS 쉴드가 완파되었습니다.(0/16)

타겟수 제한이 있다고 해도 천공의 아치가 쏘아낸 신성화살의 위력이 워낙 강해서인지 순식간에 아케인 쉴드가 날아가 버렸다. FAS(Fabric Archane Suit)가 이 정도니 왕원희에게

입혀준 WAV(Wearable Archane Vest)가 있었다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했으리라.

철컥철컥.

그렇게 일차 방어수단이 모두 날아가자 환수갑옷 그레이트 쟈칼이 자동소환돼 내 전신을 감싸버렸다. 꿀꺽. 양 어깨와 가슴에 달린 들개장식이 신성화살을 집어삼켜준 덕분에 나는 일방적으로 화살세례를 얻어맞는 상황에서도 나름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왼손과 왼발은 쓸 수 없는 상황이니 이제 남은건 오른손과 오른발 뿐이였다. 귄묘결 일축만으론 신격결계를 뚫을 수 없다는걸 이젠 알았으니 연축 두발을 디아나 여신의 면상에 꽂아주리라.

권묘결 연축은 그야말로 뒤를 생각하지 않는 일격필살의 공격이였기에 소소가 디아나 여신의 움직임을 1초만이라도 봉쇄해주면 좋겠지만, 현재 그녀는 말은 하지않아도 이 공간에 있는것 자체가 거북한듯 팅장애가 온 사람처럼 고개를 기괴한 방향으로 끄덕이고 있었다.

아니 팅장애가 있어도 목을 90도로 꺾는건 불가능한 일이던가. 어쨌든 내가 알아서 권묘결 연축을 잘 맞춰야 한다는 소리였다. 첫 공방때처럼 디아나 여신이 신격결계를 믿고 모든 공격을 허용해줄 가능성도 있었지만 방심은 금물이였다. 디아나 여신의 기동성은 무조건 하희빈의 기동성보다 한수 아니 다섯수는 위라고 생각하는게 편했다.

"전설속의 용자나 입을법한 갑옷이로군. 강령술사가 입기엔 너무나 아까워."

"잔말말고 그 잘난 신격결계로 어디 한번 이것도 막아보시지!"

마샬아츠 더 크레센트킥(Crescentkick) 용린연환각 권묘결 연축(年蓄)

나의 오른발이 용조송에 휩싸인 왼발을 기축점 삼아 반달모양으로 회전해 들어갔다. 용린연환각의 마지막 오의는 정(丁)초식 초승달가르기였지만, 초승달가르기의 경우 내공의 힘을 유형화해 기파를 쏘아내는 형태의 기술이라 마샬아츠 더 비타와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병(丙)초식 반달차기를 사용한 것이였는데 효과는 굉장했다. 신격결계가 마치 펑크난 타이어처럼 찌그러지면서 빈틈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 이 녀석을 꽂아넣기만 하면...

마샬아츠 더 뎀프시롤(Dempseyroll) 백호패왕권 권묘결 연축(年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제대로 들어갔나?'

태초의 마수이자 바다의 비정한 폭군이기도한 레비아탄조차 짱돌맞은 개구리처럼 터쳐버린 비장의 기술이 내 오른손에서 펼쳐졌다. 손끝의 감각이 조금 얘매해서 내가 갈피를 못잡고 있는 가운데 흙먼지가 가라앉으면서 설원 사이로 종합운동장을 두개 합친것 보다 큰 크레이터가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났다.

러시아가 멸망한다고 해도 권묘결 연축과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의 주포 피스메이커Ⅱ가 만들어낸 이 두개의 거대한 분지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승리를 확신하고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고있는데 어디선가 알싸한 브룬펠지어 쟈스민향이 내 코끝을 찔러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공들인 일격을 피해서 미안하군. 나야 상관없다지만 나의 소중한 아이, 아크엔젤의 육체에 탈이 나선 안되니까 말이야."

"크크킄. 육체에 탈이 나면 안된다면서 용캐 나랑 잠자리를 가지려했군. 하희빈 그녀석 본인도 보수적이고 집안도 그래서 아직 처녀일게 분명한 몸인데 말이지."

"격렬한 생식활동 도중에 생긴 상처 정도는 얼마든지 달의 가호로 재생시킬 수 있다."

"아이구 그려셨어요? 그럼 두개골 함몰을 원상복구시키는 것 정도는 일도아니겠구만!"

마샬아츠 더 헤드벗(Headbutt) 막무가내 박치기 권묘결 연축(年蓄)

권묘결 연축의 반동으로 이제는 사지가 용조송에 휩싸여 옴짝달싹도 못하는 가운데, 나는 내 귓가에다 대고 띠꺼운 말들을 속삭이는 디아나 여신에게 박치기를 꽂아넣었다.

쿠우우우우우우웅!!!!!!!!

목근육이 찢어질세라 있는 힘을 다해 머리를 튕긴 순간 분명 뭔가 느낌이 왔다. 아까처럼 허공을 가른듯한 감촉이 아니였기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허나 용조송이 얼굴까지 덮쳐와 협소해져가는 시야로 본 마지막 장면에는 두개골이 아니라 천공의 아치가 일그러져 있을 뿐이였다.                                     33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