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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334화 (33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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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나 여신이 구둣발로 미하엘로프 소장의 손바닥을 즈려밟더니 살벌한 대사를 퍼붓고 그 자리에서 바로 허공위로 솟구쳤다. 아크엔젤은 하늘을 부유하기위해 날개를 펼쳐야 했지만, 그녀는 날개조차 사치라는듯 자연스럽게 공중부양을 시전해 보였다.

뭐 신에게 공중부양정도야 기본소양에 가까운 것이겠으나 진짜 압권인건 다음 장면이였다. 예배당의 스테인글라스를 깨부시고 밖으로 튀어나가더니 그야말로 하나의 유성으로 화해 지구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던 것이다.

하희빈의 몸에 강림한 디아나 여신이 티끝만한 점이 되어 사라질때까지 잠자코 지켜보던 나는 앞으로의 행동양식을 정하기 위해 쓰러진 미하엘로프 소장을 도로 휠체어 위에 앉혔다. 녀석은 겁도 없이 신에게 언령을 사용한 대가 플러스 지병때문인지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상태가 안좋아 보였다.

뭐 죽으면 영혼의 표식을 새기고 혼령 상태에서 심문을 하면 그만이니까 일단 조인트부터 까고 시작해볼까? 이게 바로 맞선임 박상병한테 유일하게 잘배웠다고 할 수 있는 고급 고문 기술이다. 멍은 남기지않고 뼈만 때리는게 이 기술의 포인트지!

빠악!!

"크아아아아악!"

"이 씨발 새끼야! 지금까지 인질을 두명이나 잡아서 사람을 개같이 고생시켜놓고 갑자기 디아나 여신에게 러시아를 멸망시켜달라는 소원을 빌다니 니가 사람 새끼야, 개새끼야? 진짜 내가 얼탱이가 없어서."

"쿨럭쿨럭. 그러길래 내가 처음 김여령 박사를 납치했을때 네 손으로 직접 러시아를 멸망시키지 그랬나. 언제부터 아크리퍼가 이것저것 따져보고 앞뒤를 계산하며 행동하게 됐지?

차라리 그랬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일도 없었을텐데... 흐흐흐흐, 나야말로 얼탱이가 없는 입장이다. 설마하니 진짜로 열흘만에 달에 신전이 지어지고 그 신전에서 여신이 튀어나오다니 이런 일은 VOT 온라인에서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기껏해야 성직자 유저가 1000레벨을 찍었을때 딱 한번 코빼기를 비출뿐이니까."

"애시당초 달의 신전 계획을 하희빈으로부터 의뢰받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건 너 아니였나? 여신이 튀어나온게 놀랍다는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똑바로 말해 이 호랑말코같은 새끼야!!"

"쿨럭쿨럭. 말한 그대로다. 나는 처음부터 달에 신전을 지으면 달의 여신을 소환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따위는 믿지 않았어.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실이 진짜든 가짜든 상관없었달까. 결국 내가 아크엔젤에게 손을 내민건 어디까지나 아크리퍼 너를 도발하기 위함이였을뿐이였다는 소리다."

"지 힘으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는 놈이 나를 도발해서 뭘 어쩌자는건데! 그렇게 자실이 하고 싶었으면 방사능 홍차나 쳐마시던가!!"

"뻔한걸 왜 묻는지 모르겠군. 당연히 나 혼자가 아닌 마더 러시아와 같이 동반자살을 하기 위함이였다. 극악무도한 비매너 유저로 유명한데다 가장 많이 VOT의 능력을 현실로 이끌어냈다고 평가받는 아크리퍼라면 러시아를 풀한포기 남기지않고 멸망시켜줄거라 생각했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친의 죽음을 고작 산맥 하나로 퉁치는 점잖은 매너 유저임이 밝혀졌지만 말이야. 아우으으으윽!!"

빠악!!

처음에는 네놈입으로 시베리아 산맥이 사라지면 기후, 환경, 자원 세가지 측면에서 대격변이 일어날꺼라고 하지않았느냐고 반박을 하려했던 나였지만, 미하엘로프 소장의 말마따라 그건 너무 점잖은 짓인것 같아 방금 깠던 조인트를 재차 까벼렸다.

모름지기 때렸던 곳을 또 때리는게 진짜 고통스러운 법. 나는 성치않은 몸으로 무릎을 얼싸안아 고통을 감쇄하려하는 미하엘로프 소장의 멱살을 틀어쥔 다음 담담한 목소리로 경고를 날렸다.

"잘들어, 만약 정말로 엄마가 그때 죽었었다면 고작 그런걸로 끝나지않아. 러시아 땅을 향후 1000년 동안 풀한포기 나지않는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서 전 세계에 아크리퍼를 건드리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로 삼았을거라고. 그런데 뚫린 입이라고 해서 아무 말이나 지껄이냐? 매너 유저라는 얘기가 다른 사람한테는 칭찬일지 몰라도 나에겐 패드립보다 더한 모욕이라는걸 기억해."

"그 말은 김여령 여사가 아직 살아있다는 뜻인가? 전신이 촉수에 꿰꿇려 만신창이가 됐던걸로 기억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딴건 네가 알바아니고 왜 러시아를 멸망시켜려는지에 대해서나 말해봐."

"나 또한 마찬가지다. 너처럼 본보기를 남기고 싶었던거다. 강자의 횡포에 약자가 돌맞은 개구리처럼 찢겨져 나간다는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쿨럭쿨럭."

"러시아정도면 강대국 아닌가? 땅덩이로만 치면 중국보다 넓은 세계 1위잖아. 못쓰는 땅이 많아서 그렇지. 디아나 여신같은 초월적인 존재는 논외로 쳐야하지않겠어?"

"당연히 러시아는 두말할 것 없이 강대국이다. 미국에는 한 수 접어준다지만 여전히 국방력 2위를 자랑하는 군사 강대국이지. 문제는 그 군사력의 방향이다. 사실 나는 러시아 출신이 아니라 시리아에서 나고 자란 인간으로 반군세력을 노린 러시아 공군의 폭격이 민가를 덮치기 전까진 화목한 가정에서 수의사의 꿈을 키우던 소년이였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 부모님과 여동생을 잃은 나는 마더 러시아라는 계모에게 입양되 지옥의 나날을..."

"거기까지. 그런 구구절절한 네 인생사를 들을려고 질문을 한게 아니야. 내가 묻고싶은건 비교적 젊은 나이에 투스타까지 달고 스노우 엠파이어란 거대길드의 길드장까지 하고 있으면서 뭐하러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려했냐는거야. 몇십년전 일따윈 그냥 잊고 떵떵거리면서 살면되잖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아크리퍼 네가 부럽군. 코앞에서 가족과 집이 가루가되어 사라졌을때 나의 세상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계급이 높아졌다 해서 내가 머무를 장소따윈..."

털썩.

미하엘로프 소장가 마지막 말을 끝내 잇지못하고 휠체어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내가 황급히 다가가 맥박을 재보려했지만 녀석은 이미 차가운 시체가 된지 오래였다. 이런 개 조옷같은 경우가 다있나!

앱솔루트 모나크가 숨기고 있던 비밀이 고작 이런 시답잖은 추억팔이인줄 알았다면 구태여 디아나 여신의 부활을 일부러 방치하는 일따윈 없었을 것이다. 나는 화를 풀곳이 마땅치않아 미하엘로프 소장의 시체를 반복해서 걷어찼다.

그러나 조인트를 수십, 수백번씩 반복해서 깐다고 해도 시체가 고통을 느낄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남은 수단은 미하엘로프 소장의 영혼이 49제를 지나 삼도천을 건너기전에 영혼석(Soul Stone)에 봉인해 고문을 이어나가는 것뿐이였다.

영혼 상태에서도 육체적 고통을 느낄 수 없는건 마찬가지니 그 놈이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이루려했던 목적을 방해하는 것이야 말로 통쾌한 복수의 시작이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미하엘로프 소장의 시체를 중심으로 강령술을 기초로한 술법원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신도들이 단체로 신을 섬기는 의식을 하는곳인 예배당에서 강령술을 펼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당장 디아나 여신조차 출입구가 멀쩡히 있는데도 스테인글라스를 깨부시고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누가 날 나무라겠는가?

나는 내가 연구용으로 가지고 있던 영혼석중 가장 싸구려를 꺼내 술법원진의 중심에 올려놓고 미하엘로프 소장의 영혼을 강제호출했다. 죽은지 얼마안된 따끈따끈한 시체였으니 내친김에 언데드로 만들어 러시아로 데려가는것도 좋을것 같았다.

"모든 죽은 이들의 주인이자, 어버이이자, 왕인 아크리퍼의 이름으로 명한다. 나의 노예여, 자식이여, 백성들이여 순리를 거스르고 구천에서 되돌아올지어다!"

이미 맥박이 멎은걸 확인한 미하엘로프 소장의 시체가 꿈틀거리더니 마치 걸음마를 갓배운 갓난아기처럼 예배당을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시체를 되살리고 앉은뱅이도 걷게만드는 이 힘을 지닌 내가 죽음의 신이 아니면 과연 그 누가 죽음의 신을 자청할 수 있겠는가?

빌어먹을 하희빈 녀석 나를 허영심에 찌든 한낱 인간 취급을 하다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참교육을 시켜주지.

'이, 이건 대체 무슨?'

"뭐긴 뭐야. 강령술사가 시체를 되살린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앱솔루트 모나크? 네가 죽음이란 비상구로 도망치려하길래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잡으러왔단 말씀. 지금부터 똑똑히 지켜보는게 좋을거야. 한낱 인간에 불과한 내가 러시아를 신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낼 생각이거든. 참고로 절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그러는건 아니야. 어디까지나 네가 평생의 소원을 이루고 편히 눈을 감는 꼬라지를 보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 뿐이니까."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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