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33화 (33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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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여신 디아나가 아크엔젤 하희빈을 흘깃 쳐다보며 말끝을 흐렸다.

"방법이 있으면 당장 팬티 벗고 가랑이 벌려. 나는 지금 여신의 그곳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미칠지경이라고. 설마 말만 소원을 들어주니 어쩌니 그래놓고 막상 인간한테 대주려니 자존심이 상하나?"

-이것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네, 아크리퍼여. 누차 말했듯이 생식행위는 필멸자들에게만 유효한 개념으로 불멸자인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네. 즉 지금 그대는 거북이에게 날개짓을 해보라고 권유하고 있는것이나 마찬가지란 소리지. 물론 달의 인력을 이용하면 나의 신전이 날아오른것처럼 거북이 또한 날 수 있네. 하지만 이 경우 엄밀하게 말해서 거북이가 새가 비행했을때의 경험을 했다고 보긴 어렵지."

"거 되게 말많네. 그래서 나랑 하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잠시 기다려주게, 아크리퍼. 만약 그대와 생식행위를 하는 것으로 소원을 마무리 할 수 있다면 나 또한 신앙에너지를 아낄 수 있기에 나쁘지않은 제안이긴 하나 이 부분은 아크엔젤과 상의를 한 뒤 결정해야겠군. 그러니 잠깐만 그대의 순번을 뒤로 미루고 다른 둘의 소원을 먼저 들어주겠네. 그쪽이 더 깔끔할것 같군.

"나야 신사니까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지만 내 주니어는 그렇지 않다는걸 기억해둬. 후딱 저치들 소원 들어주고 우리끼리 재미 좀 보자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생각했던 디아나 여신소환 이후 패턴은 나의 섹드립에 큰 분노를 느낀 그녀가 먼저 전면전을 걸어와 싸움의 명분을 마련하는 것이였다. 그런데 막상 내가 대놓고 여신과의 원나잇을 소원으로 빌었음에도 그녀는 분노는 커녕 언짢은 기색조차 없어보였다.

스스로 말했듯이 불멸자들에게 있어 섹스란건 거북이가 하늘을 날고 새가 바다를 헤엄치는것 만큼이나 생소한 개념인 모양. 초월적인 존재와 맞서싸우기위해 비장의 한수까지 준비해둔 마당에 조금 김이 빠지는감이 없잖아 있었으나 쉽게가면 쉽게가는데로 좋았다.

인간 수컷으로 태어나 여신을 안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영예가 어디있겠는가? 혹시라도 내가 복상사로 죽는다고 해도 여신의 보지에 자지를 박은채로라면 미련없이 죽어줄 수 있으리라. 아직 옷고름도 풀지 않았는데 마음은 벌써 질내사정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는 가운데, 디아나 여신의 령(靈)이 깃든 동상이 아크엔젤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다음과 같이 물었다.

-그래 나의 소중한 아이야 어떤 소원을 빌겠느냐? 마음같아선 너를 더 오랫동안 곁에 두기위해 필멸자로서 한정된 명(命)을 연장하고 싶다만 따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뭐든지 말만해보려므나.

"그렇다면 기탄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디 제가 게임이 아닌 현실속에서도 천공의 아치를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주소서, 나의 하나뿐인 신이시여."

-흐음. 그거라면 공적치가 조금 아슬아슬할것 같다만 사용연한을 100년으로 제한하면 어찌어찌 가능할것 같기도 하구나. 어차피 인간의 한정된 수명을 고려하면 평생동안 사용하는거나 마찬가지니. 이정도면 만족하느냐?

"여부가 있겠습니까, 디아나님."

-그래서 천공의 아치의 성령이 깃들 매개체는 준비했고?"

"이 대궁으로 하겠습니다."

-흐음. 그리 좋은 활이라고 할 순 없지만 아무리 솜씨가 좋은 대장장이가 있다해도 노블 메탈이 나오지 않는 행성에선 이 정도가 한계겠구나. 좋다, 달의 사도 하희빈 너에게 천공의 아치의 성령을 하사할테니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랬던것처럼 나를 성심껏 보필하도록 하거라.

인페르노 소통작전을 수행할때도 그랬지만 한시도 곁에서 활을 내려놓은적이 없는 하희빈이 디아나 여신에게는 넙죽 대궁을 갖다받쳤다. 그러자 디아나 여신은 남자 꼬꼬마들이 고무줄 놀이하는 여자 꼬꼬마들 훼방놓듯 활시위를 손날로 끊어버리더니 그 자리를 어디서 뽑아왔는지 알 수 없는 은빛 머리카락으로 대체했다.

설마 천공의 아치도 성검 아니 마검 아발란체처럼 무구 그 자체가 대단한게 아니라 그 안에 깃듯 령(靈)이 힘의 원천이 되는것인가?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에서 아크엔젤이 사용하는 구십번대 무기 성궁, 천공의 아치는 그야말로 언데드나 악마들에겐 호환마마보다 두려운 존재였기에 나는 사뭇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게임속 천궁의 아치의 반의 반의 성능만 나와도 이매망량들을 운용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질게 분명할터. 허나 꼴랑 십만 이매망량군만을 믿고서 감히 여신에게 대적하려 했던건 아니였기에 나는 일단 계속해서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활시위만 바꿔줬을뿐인데 평범한 대궁이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더니 척 보기에도 범상치않아 보이는 무가지보로 변모했다. 아마 저 성궁 하나로인해 아크엔젤 하희빈의 전력은 곱절은 족히 상승했을 것이다. 게임속에서 풀강화된 무기 하나가 캐릭터의 스펙을 좌지우지하듯 현실에서도 무기빨이란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였다.

'아 씨발 그러고보니 나도 VOT 온라인에서 수왕성으로 넘어가기전에는 칠십번대 데스사이즈, 나이트스토커라는 걸출한 주무기가 있었는데 아까워죽겠네. 옵션이 깔끔해서 진짜 개사기 무기였는데.'

묻지도 따지지않고 영력 랭크를 한 단계 더 위로 보정해주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누가 커몬 띵즈 아니랄까봐 터무니없는 능력을 지니고 있던 녀석이였다. 스텟 보너스도 아니고

랭크 +1단계라니 누가 그런 무기를 70번대라고 생각하겠는가?

네임드 띵즈가 아니다 보니 현실밖으로 나오자마자 데이터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는데 오늘따라 그 녀석의 손맛이 그리웠다. 구십번대 데스사이즈, 글래셜투스도 염라에게 강탈 당한 마당에(라고 쓰고 본 주인에게 돌려줬다고 읽는다) 내게 남은건 저렴하게 여름을 날때나 쓸법한 낡은 한지 부채뿐이였다.

그러고 보니 소울웨폰 염왕채의 사용법을 익혀둔다는걸 깜빡했군. 어차피 여기다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여신도서관 검색찬스를 날리긴 아까우니 천천히 실전에서 연구해봐야겠지. 내가 영혼의 족쇄로 연결된 초라한 부채를 만지작 거리며 딴생각을 하는동안 앱솔루트 모나크, 미하엘로프 소장에게 차례가 돌아와 디아나 여신이 지금까지 했던것과 크게 다르지않은 질문을 던졌다.

-앱솔루트 모나크, 그대에 관한 얘기도 아크엔젤에게서 들었다. 달의 신전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지? 허나 안타깝게도 율법의 서에 기록된 공적치로만 따졌을땐 그대가 최하위로구나. 그렇다해도 그대의 다리를 멀쩡하게 돌려놓는것 정도는 어렵지않으니 원하는게 있으면 말해보거라.

"저, 정말로 제 다리를 치료해주실 수 있는겁니까?"

-물론이다. 그정도는 나에게 손바닥 뒤집는것보다 쉬운 일이지. 다리를 치료해주는김에 얼굴의 화상도 지워주고 무병장수의 기원도 빌어줄테니 그쪽으로 가닥을 잡아보아라. 아크엔젤처럼 뛰어난 무구를 요청한다 해도 대단한 것을 줄 수 없을뿐더러 그 사용연한도 극히 한정될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고고한 달의 위상이라는 이명을 지닌 신적 인격체가 정말로 존재할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일종의 광역결계를 칭하는 은유적 표현이라고 생각했었죠. 이제와서 디아나 여신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게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직접 두눈으로 똑똑히 봐야만 진실을 받아들이는 필멸자들의 속성을 내 모르지 않으니 사과를 할 필요는 없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나 보답을 바라고 건네는 거짓된 신앙은 질색이니 용건만 간단히 말하라.

"그러시다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쿨럭쿨럭, 제 소원은..."

[디아나 여신이여 전력을 다해 풀한포기 남기지않고 러시아를 멸망시켜다오!!!]

앱솔루트 모나크의 전매특허 병약한척 하다가 괴성지르기가 시전되었다. 나는 마샬아츠 더 비타를 사용한대가로 하루만 다리를 쓰지못해도 죽을맛이였기에(왜냐면 내가 주도적인 체위를 하지못하니까), 당연히 앱솔루트 모나크가 디아나 여신이 귄유한데로 다리치료를 소원으로 빌거라고 생각했다.

헌데 뜸금없이 러시아를 멸망시켜달라니? 나의 조국, 나의 새엄마 마더 러시아 아니였어? 공공연히 조국 러시아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주둥이를 털었던 인간이 갑자기 저딴 소원을 빌다니 지금 상황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 가 없었다.

여신에게도 언령의 힘이 통할지는 미지수지만 나는 다양한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아케인 슈트의 헬멧을 차폐하고 화이트 탈론(폰 글라디우스를 개조해 만든 손톱 모양의 에너지웨폰)의 출력을 최대치로 뽑아냈다.

하희빈도 상황이 심상치않다는걸 깨닫고 방금 뽑은 따끈따끈한 신상제품인 천공의 아치로 미하엘로프 소장의 미간 아니 성대를 겨눴다. 그 상태로 무거운 침묵으로 가장한 살기 넘치는 대치가 2, 3초간 이어졌으나 디아나 여신은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용언도 아니고 고작 한낯 인간따위가 사용한 언령의 힘이 신에게 통할리가...

-이건... 정말 곤란하게됐군. 평소같았다면 이런 조잡한 언령이 내게 통했을리가 없으나 율법의 서가 참관을 하고 있던터라 방금의 소원을 정식으로 수리하고 말았군. 나의 소중한 아이 아크엔젤이여 나에게 잠시 몸을 빌려다오. 앱솔루트 모나크의 요청대로 러시아란 국가를 멸망시키고 와야겠구나.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나의 신이시여. 아무리 그래도 일개국가를 통채로 멸망시켰다간 상상도 할 수 없는 인적희생이..."

-천공의 아치를 내린지 얼마나 됐다고 나의 말을 거역하려 드느냐, 아크엔젤. 어차피 일개국가라고 해도 행성단위로 보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백월교를 지구에 퍼트리는데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것이다. 그것보다 내가 소원을 무시해 율법의 서에게 페널티를 받게되면 겁잡을 수 없는 신앙에너지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하느니라.

"디아나 여신님. 이번 한번만 신명에 토를 다는 무례를 용서해주소서. 제가 지금까지 했던것보다 2배, 3배 아니 10배는 더 노력해서 손실된 신앙에너지를 충당할테니 부디 러시아를 멸망시키겠다는 명은 거두어주시길 청합니다."

-...미안하구나, 나의 소중한 아이야. 율법의 서가 내리는 패널티는 이런 변방의 별에서 네가 100배, 1000배 노력한다고 해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다.

촤아아아아악!

그것이 디아나 여신이 동상속에서 하는 마지막 대사였다. 왜냐하면 그 말과 함께 동상이 쩍쩍 갈라지더니 은빛 머리카락이 수천, 수만가닥씩 뿜어나와 하희빈의 몸을 아예 잠식해버렸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마법소녀가 변신을 하는 장면을 초고속 카메라로 관찰한듯한 장면이 지나가고 디아나 여신의 본래 모습으로 짐작되는 존재가 하희빈을 대신에 대리석 위에 우뚝섰다. 나는 여신상에 깃들었을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찬란한 모습에 심장이 멎을것 같은 기분이였다.

바람한점 없는 예배당에서 이리저리 비산하는 은빛 머리카락은 마치 은하수가 흩뿌려져 있는것 같았고, 어린세랑이나 이솔다 공주보다 한수 아니 다섯수는 위인듯한 이목구비는 그야말로 천외천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몸매쪽은 또 어떠한가? 옷고름 사이로 슬쩍쓸쩍 드러난 유방은 꿀을 바른듯 반짝였고 갓 수확한 나주배처럼 탐스럽기 그지없었다. 하희빈과 디아나가 신장이 다르기때문에 드러난 배꼽은 앙증맞기 그지없었고, 풍만한 엉덩이는 하희빈의 것과 비교하기가 민망한 수준이였으니 꽉낀 바지가 무언의 비명을 지르는듯해 나도 덩달아 소리를 지를뻔했다. 저기다가 뒷치기, 뒷치기, 뒷치기하고 싶어!!

"건방진 필멸자 같으니라고. 감히 나에게 언령의 힘을 사용하다니...! 그깟 근본도 없는 언령 몇마디 지껄였다고 해서 나를 노예처럼 부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더냐? 러시아란 국가를 멸망시켜달라는 네 소원은 들어주겠지만, 돌아오면 네놈을 신성모독죄로 엄히 다스릴 것이다."

"쿨럭쿨럭, 쿨럭쿨럭. 나, 나는 이미 남은 힘을 전부 짜내었소. 당신이 러시아를 멸망시키고 돌아왔을땐 이미 숨이 끊긴 상태일지도 모르지. 설사 그때까지 명을 붙잡고 있다손 치더라도 내게는 이미 삶의 의욕이 단한톨도 남아있지 않... 쿨럭쿨럭, 쿨럭쿨럭. 쿠에에엑!"

"너희 필멸자들은 항상 그래. 스스로 책임질 수 없을만큼 막대한 잘못을 저질러놓고는 반성의 기미도없이 죽음이라는 비상구로 도망치지. 어디한번 돌아와서 보자, 필멸자여. 너희같은 놈들을 위해 준비한 신벌이 있으니 네놈은 죽어서도 편치못하리라!!"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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