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32화 (33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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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나님께서 보름달이 떠오른 날도 아닌데 내게 계시를 보내주기 시작했군. 아크리퍼 이번만큼은 네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도록하지."

"글쎄. 디아나 여신이 아크엔젤 네 눈앞에서 능욕을 당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자신감이 흘러넘치다 못해 홍수를 이루는군. 너는 정말로 인간이 신에게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많은 VOT 온라인 유저들이 너를 죽음의 신이라 떠받들었지만 그건 결국 칭호에 불과할뿐 네가 진짜 신이라서 그런식으로 부른게 아니였다."

"인간이 신에게 대적할 수 있냐고? 재밌는 소리를 하는군, 하희빈. 그렇다면 이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하지. 무한한 탄약을 가진 M16 소총으로 무장한 예비군이 삼국시대로 넘어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야말로 이 예비군은 당해낼자가 없는 전쟁의 신으로 군림할거다. 어쩌면 통일신라로 흘러가는 역사가 그 예비군떄문에 완전히 뒤바뀔지도 모르지. 그래서 너는 이 예비군을 전쟁의 신으로 인정할 수 있어? 못하겠지? 신이란게 인간이 당해낼 수 없어서 신이라면 내가 그 신을 때려눕히고 죽음의 신을 칭호가 아닌 직위로 만들어내 보이겠다."

"...김사건, 너는 아직 인간을 초월한 영역이 있다는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멋진 대사들을 나누는중에 미안하지만 한반도에 지진이 일어난것 같은데 지금 이 격렬한 진동 나만 느끼고 있는건가?"

드르르르르르륵!

하희빈과 설전을 벌이느라 눈치채지 못했는데, 지금 이 건물은 미하엘로프 소장의 말마따라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항아리나 화분같은 각종 장식물이 와장창 깨져나가는 가운데 하희빈이 미리 신도들을 대피시킨 탓인지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일은 없었다.

허나 대신 러시아말로 다급하게 무전을 주고 받으며 화이트 팬텀 슈트를 입은 군인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듯한 기척은 느껴졌다. 종국에는 샷건을 발사한듯 요란한 격발음 소리까지 들려온터라 나는 복도 창문쪽으로 튀어나갔다.

이 새우도 못되는 플랑크톤 찌꺼기 놈들이 어디서 고래 형님이 말씀하시는데 소란을...

"미하엘로프 소장은 아직 신전 안에 계신가?"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반투명한 막에 가로막혀서 건물 내로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샷건말고 크레모어를 가져와라. 어떻게든 뚫어내야만한다. 신전 안에는 요주의인물 아크리퍼가 상주중이다. 아크엔젤에게만 미하엘로프 소장의 안전을 맡겨둘 순 없단 말이닷!!"

나는 KGB 소속 러시아 군인들의 턱관절을 찢어버리려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도리어 내가 입을 떡하니 벌릴 수 밖에 없었다. 하희빈이 서울에서도 땅값 비싸기로 소문난 노른자땅에 세운 백월교 성당이 뿌리채 뽑혀서 하늘위로 부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반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얼기설기 엮인 철근들이 흉측한 몰골을 드러낸채로 지상에 흙먼지를 연신 떨구는 모습이 여간 장관이 아니였다. 만약 내가 이 성당에 탑승한 장본인이 아니였다면 팝콘과 청량음료라도 빨면서 흥미진진하게 구경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은 성당의 부유속도에 점점 가속도가 붙어감에따라 늘어나는 중력의 압박을 견뎌내기 바쁜 신세였다.

이대로 갔다간 졸지에 성당을 타고 대기권을 벗어나 달나라까지 날아갈 기세였기에 나는 그림자 주머니(Shadow Pocket)에서 아케인 슈트를 꺼내기로 했다. 그림자 주머니는 본체는 아바타와 달리 인벤토리가 없다는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월영공(月影公) 듀리스의 권능을 임시로 빌려와 만든 이공간으로서 듀리스가 있는 장소만 링크할 수 있다는 점만 빼면 완벽한 마법의 주머니였다.

자기자신의 그림자를 더듬더듬 거리는 모양새는 누가보면 코웃음을 칠 행동이였지만 나는 나름 진지했다. 가급적이면 내가 바로 꺼내 쓸 수 있게 아케인 슈트를 바로 옆 옷걸이에 걸어두라고 미리 언질을 해두긴했는데, 과연 나를 집사취급하는 듀리스가 지시대로 잘 처리를 했을런지 모르겠군.

물컹물컹.

'뭐지 이 부드러운건. 아케인 슈트의 감촉은 절대 아닌것 같은데...'

찰싹!!

나는 아케인 슈트를 찾다가 엄한 곳을 건드린 대가로 피멍이 생길정도로 손등을 쌔게 얻어맞고 말았다. 뭐야 그 부드러운게 듀리스의 엉덩이였었나? 만약 듀리스랑 잠자리를 가져본적이 있다면 분명 그 감촉을 기억해 바로 알아봤겠지만, 이 흡혈귀년은 나랑 손도 잡기 싫어하는터라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손등의 통증을 못이기고 내가 그림자 주머니에서 손을 떼려고 하는 그 순간, 듀리스가 완전히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건 아닌지 화이트 팬텀 슈트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검은색 메탈간지를 자랑하는 아케인 슈트가 같이 딸려들어왔다.

휴우. 본체가 이미 일반인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육체능력을 갖추고 있다해도 아직 무기호흡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였기 때문에 이 아케인 슈트가 꼭 필요했다. 방호력만 따지면야 환수갑옷 그레이트 쟈칼쪽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높겠지만 산소공급 모듈이 달려있지 않으면 우주에선 백방무쓸모였다.

그렇게 아케인 슈트를 착용하고 나자 내장이 부글부글 끊는듯한 중력의 압박이 사라지고 차분하게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갑자기 백월교 성당이 천공의 성도 아니고 하늘로 치솟은건 그렇다치고 각종 영약과 가호로 무장한 내가 이정도 프레셔를 느꼈으면 아크엔젤, 하희빈은 괜찮아도 앱솔루트 모나크, 미하엘로프 소장은 뒈지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이 떠오르는건 당연한 일이였지만 막상 하희빈과 미하엘로프 소장이 있는 예배당쪽으로 가보니 마치 둘 다 제 안방인마냥 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런 썩을 예배당쪽만 이중결계가 작동중이였던건가. 아이고 하교주님 꼼꼼도 하셔라.

"아크리퍼... 인건가? 갑자기 기갑슈트까지 차려입고 정말로 디아나님이랑 한판 해볼 생각인 모양이군. 직접 디아나님과 대면하게 되면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생각인지 바로 깨닫게 될거다."

"그거야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니깐 참견 끄셔. 그것보다 왜 갑자기 백월교의 성당이 하늘로 솟아올랐는지에 대해서 설명해봐. 백월교의 성당에 이런 기능이 있었다면 굳이 나한테 달에 신전을 지어달라고 부탁할것도 없었잖아."

"백월교의 성당에 그런 기능 따윈 애시당초 없었어. 지금 이 부유현상은 오롯이 디아나님의 권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아크리퍼 네가 달에 디아나님의 신전을 지어준 덕분에 두 신전이 공명하면서 디아나님의 권능이 이 땅에 발현될 수 있었다. 뭐 대충 그런 얘기다."

"그말인즉슨 두 신전끼리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 수 록 공명이 강해지고, 두 신전끼리의 공명이 강해지면 강해질 수 록 디아나 여신의 권능 발현도가 점점 커진다는건가?"

"역시 VOT 온라인 3대 술사 답게 이해가 빠르군. 이 정도 권능은 디아나님에게 있어 맛뵈기에 불과하지만 얼마든지 전율해도 좋아."

"웃기고있네. 고작 건물 하나 우주에 띄운거 가지고 전율은 개뿔. 나는 진즉에 달나라에 자리피고 수영복 섹스 파티까지 개최한 사람이야."

"뭐, 뭐? 수영복 ㅅ세섹 무슨 파티? 설마 아야사 크로스데일을 달까지 데려간게 그런 이유 때문이였나! 이 파렴치한 녀석이 당장 죽여버..."

-아아, 아크엔젤 나의 소중한 아이야. 네가 드디어 숭고한 위업을 달성했구나. 이제 푸른별 지구에 나의 신앙이 뿌리내리는 일만 남았다. 인류를 고통받게 만들었던 악은 정화되고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리라."

"달의 사도 하희빈이 고고한 달의 위상, 디아나님을 뵙습니다."

금방이라도 내 미간을 향해 활시위를 당길것 같던 하희빈이 어디선가 한음절, 한음절이 심금을 울리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급히 무릎을 꿇었다. 나는 드디어 고대하던 달의 여신과의 만남이 도래했다는걸 깨닫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덜커덕, 덜커덕, 덜커덕.

그런데 여신이 걸을때 나는 소리치곤 너무나 둔탁한 소음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더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비쥬얼이 예배당 입구에 등장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내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만든 디아나의 여신상으로 눈깔에서 무지개빛 후레쉬가 나온다는 점을 제외하면 돌하르방 아니 돌아지메 그 자체였다.

솔직히 말해서 디아나 여신의 강림을 일부러 방치한데에는 여신을 제압해 따먹겠다는 계산도 일부는 깔려있었는데, 이런식이면 차라리 왕원희랑 으쌰으쌰하는게 100배 나았다. 보통 성관계를 나눴을떄 반응이 재미없는 여자를 목석에 비유하곤 하는데, 진짜 리얼 목석이 눈앞에 턱하니 나타났으니 아무리 얼굴과 몸매가 아름다워도 자지가 꼴릴리가 없었다.

-아크엔젤 나의 소중한 아이야 그만 일어서도 좋다. 꿈속에서 계시를 내린적은 많지만 얼굴을 직접대면하는건 처음이니 자세히 살펴보고 싶구나.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나의 신이시여."

디아나의 령(靈)이 깃듯 여신상이 마치 양철로봇처럼 뻣뻣하게 손을 놀려 하희빈의 이목구비를 어루만지는 모습은 코메디가 따로없었다. 하여튼 하희빈 저년은 디아나 여신이 변기에 강림했으면 변기에다 대고도 무릎을 꿇었을 년이야 아주.

-비록 내가 이런 몸이긴 하나 직접보니 참으로 좋구나. 허나 안타깝게도 이 달의 신전을 짓는데 가장 큰 공적을 세운이는 따로 있다보니 너에게 큰 은혜를 내릴 수 가 없게되버렸다.

"모든건 제가 부덕한 탓입니다. 부디 제 무능함을 꾸짖어 주시길."

-아니다. 네가 이 척박한 별에서 불철주야 얼마나 애를 썼는지는 누구보다 내가 더 잘안다. 신전을 짓는데 가장 많은 공덕을 쌓은 이에게 가장 큰 은혜를 내려야만 한다는 율법이 지금 이순간만큼은 원망스럽구나.

"순리되로 하시옵소서, 디아나님. 혹여나 저를 예삐 여기시다 여신님께 터럭만큼이라도 누가 될까 두렵습니다."

-그러면 잠시만 기다리거라. 여기 있는 삼인중 공덕을 쌓은 순으로 했을때 네 차례는 두번째이니 율법이 허용하는 선에 최대한의 은혜를 내리리라.

아크엔젤 하희빈이 돌덩이랑 껴안고 쌍팔년도 시절 신파극을 찍고있는 모냥을 띠꺼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난데없이 디아나 여신상이 나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역시 아크엔젤의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나부터 제거하려는줄 알고 한껏 긴장하고 있는데 돌아지메는 쌩뚱맞은 소리를 해왔다.

-그대가 아크리퍼, 김사건인가? 아크엔젤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네.

"그렇다면 얘기가 빠르겠군요. 나랑 맞짱한번 뜹시다. 그래서 이긴쪽이 바텀 진쪽이 탑 포지션 잡는거 어때요? 아 물론 그 돌덩이랑 으쌰으쌰하겠다는게 아니라 당신 본체랑 하고 싶다는거에요. 달의 여신쯤 되면 인간 암컷따위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눈이부신 얼굴과 녹아내릴정도로 황홀한 몸매를 갖고 있겠죠?"

-지금 그대가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잘 이해가 안되는군. 그대가 아크엔젤처럼 계시의 꿈을 꿀 수 만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공유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말로서 의사소통을 하는게 최선이겠지. 아크리퍼 그대가 이전까지 아크엔젤과 적대적인 관계였다곤 하나 달의 신전 건립에 가장 큰 공덕을 쌓았으니 그대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네. 물론 아무 소원이나 다 들어주겠다는건 아니고 공덕치와 등가교환을 하는 방식일세.

"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요? 그럼 잘됐네. 내가 바탐할테니까 댁이 탑하세요."

-누차말하지만 그대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아 그러니까 나랑 빠구리 한판 뜨자고요! 남자가 죽기전에 여신이랑 섹스를 해볼 수 만 있다면 제법 괜찮은 인생이였다고 염라대왕한테 말할 수 있지 않겠어요?"

-나와 생식활동을 하자는 얘기라면 그대는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었네. 본디 생식활동이라는건 필멸자들이 자신들의 한정된 미래를 자손을 남김으로써 이어나가는 수단중 하나. 그렇기에 불멸자인 나에게는 하등 쓸모도 없을뿐더러 생식 관련 기능 또한 존재하지않는다네.

"그딴건 내 알바아니고 죽어서 염라대왕앞에 섰을대 달의 여신이랑 떡친 썰 풀고 싶으니까 없는 생식기관을 만들어서라도 나를 만족시켜봐요. 아니 신이 다 자란 인간 암컷이면 다하는 짓도 못해?"

-아크리퍼 그대가 정 그렇게 나온다면 방법이 없는것도 아니긴 하네만...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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