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9 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 Reg
위이이잉칙, 위이이잉칙, 위이이잉칙,
나는 메카닉로이드 고블린(Goblin)이 쉴새없이 월석을 가공해 자재를 만들고, 그 자재로 신전을 지어나가는 과정을 색향천월관의 관제탑에 앉아 지켜보면서 옛 추억을 떠올렸다. 내가 처음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을 벗어나 수왕성에 도착했을때 맡은 정식임무중 하나가 바로 디파일러들을 막기위한 방벽을 건설하는 것이였던 것이다.
사실상 그 방벽이 디파일러들과 싸울때 큰 도움을 준적은 그닥 없었고, 종국에는 디파일러 퀸 다비금강 사리카야가 인어족에게 축객령을 내린터라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지구에서도 만리장성의 의미가 성벽에서 유적으로 퇴색됐듯이 아무리 튼튼하고 커다란 벽돌로 만든 성벽 건축물이라도 압도적인 힘을 지닌 존재앞에서는 조금 턱이 높은 문지방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 과정에서 영력상승까지 꾀할 수 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향수를 자극하는 체험이였기 때문에, 메카닉로이드들이 어련히 알아서 끝낼 일을 구태여 시간을 내 지켜보고 있었다라는 말씀. 나중에 신전 기둥 곳곳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할때나 다시 돌아와 살펴보기로 마음먹은 나는 하던 일을 마무리짓기 위해 관제탑을 벗어나 색향천월관에 마련한 공방으로 향했다.
"아직도 결정을 못내렸나. 트롤들의 왕이였었던 리쿤다룬."
'나에게서 일족들을 빼았고, 골수를 빼았고 자유까지 속박해놓고서 뭘 더 빼았으려 하는것이요, 죽은자들의 왕인 아크리퍼여.'
VOT 온라인 게임속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많았기 때문에 재현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의 새 공방, 죽음의 아틀리에. 그곳에 부글부글 끓고있는 부동액이 담긴 시험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칫 누가 보면 내가 중2병에 걸려도 단단히 걸려 허공에다 대고 혼잣말을 중얼거린것처럼 보일 수 도 있겠지만, 사실은 부동액과 소울스톤의 색감이 비슷해서 시험관이 비어 있는것처럼 보였을 뿐이였다.
불과 며칠전에 물의 수호정령 오르시나에게 사정사정을 해서 옮겨온 이 소울스톤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바타 옥사건에게 무료로 골수를 기부(?)한 날개없는 천사, 트롤왕 리쿤다룬이였다. 마땅한 육체가 없어 소울스톤에 봉인된 상태로 방치하고 있던 녀석을 트윈헤드 오크인 움파카, 롬파카 형제의 시체를 득한 기념으로 부활시키기로 한것이다.
"뭐긴 뭐겠어. 리쿤다룬 네 머릿속에 들어있는 경험과 지식이지. 하지만 뇌속에 들어있는건 뺐고싶다고 해서 뺐을 수 있는게 아니니까 말이야. 나는 리쿤다룬 네가 자발적으로 협조해줬으면 좋겠는데."
'...이미 충분히 강탈할만큼 강탈하지 않았던가? 부디 나에게 영원한 죽음이라는 안식을 선사해다오.'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들의 뒤를 잇는 새로운 나의 하수인들 크림슨 메이든의 신민 제 1호가 될 영광을 제발로 걷어차겠다는건가?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지만 여기를 한번 보라고. 너를 위해서 준비한 지상 최강의 육체와 네가 좋아하는 화약무기를."
나는 목이 달아나서 트윈헤드 오크가 아닌 트윈헤드 듀라한이 된 움파카, 롬파카 형제의 시체와 아야사의 지하연구실에서 가져온 M16 소총과 M60 기관총을 가리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트롤왕 리쿤다룬은 트롤들 중에서도 알아주는 별종으로 고블린이나 좋아할법한 기계식 무기에 일생을 받쳐온 공성 전문가였다.
그리고 공성 무기중에서도 화약을 이용한 화승총이나 대포라면 사족을 못쓰는 방화광으로 만약 녀석이 재생력이 월등한 트롤이 아니였다면 진즉에 타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에디슨이 전구의 필라멘트 소재로 대나무를 선택할때까지 천번도 넘는 시행착오를 겪었던것처럼 리쿤다룬도 혁신적인 화약의 재료배합을 찾기위해 부단히도 애를 써온 것이다.
그런 리쿤다룬이였기에 예비군의 전유물인 M16과 연세가 환갑을 넘으신 M60도 신세계의 보물처럼 느껴질 것이 분명했다. 트윈헤드 오크의 시체는 또 어떠한가? 마신 벨제붑의 두번째 심장 불칸(Vulkan)의 가호를 받아 Ex랭크의 근력을 지니고 있던 육체라면 M60을 쌍권총처럼 양손에 끼고 휘갈기는게 가능한 슈퍼 람보 수준이였다.
'으흐으음. 아크리퍼, 그대의 세상에서 개발한 화약무기는 확실히 나의 탐구의지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는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강인한 육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부피가 큰 무기를 다수 들고다니는건 번거롭기 그지 없는일이네. 내가 VOT 온라인의 세상에서 데리고 다니던 공성야수 철갑맘모스 같은게 있지 않고서야...'
"그럴줄 알고 트윈헤드 오크의 시체를 옮기면서 같이 가져온게 있지. 자 한번 봐라. 와일슬레이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즉 고래도 잡아먹는 괴물물고기 던클레오다. 철갑맘모스 보다 사이즈가 곱절은 더 클뿐만 아니라 해상작전도 수행가능하지."
내가 손짓하자 바닥에서 수족관 하나가 통채로 올라오더니 와일슬레이어 던클레오의 거대한 동체를 명약관화하게 보여줬다. 던클레오의 시체가 아까워서 고생해서 만들어놓기는 했는데 막상 실전에서 소환해보니 할 수 있는게 발버둥치기밖에 없는 애물단지였던지라 선심쓰듯 리쿤다룬에게 넘기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이미 방부처리도 해뒀고 기본적인 언데드 회로도 깔아뒀기 때문에 조금만 손보면 아주 휼륭한 공성 야수가 될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녀석이였다. 던클레오가 마치 해파리처럼 수족관안을 유영할때마다 시험관 안의 소울스톤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리쿤다룬이 동요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자 이래도 안넘어올 생각인가, 트롤왕!"
'아크리퍼, 그대의 별은 70%가 바다로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해상생물을 공성야수로 활용한다는 발상자체는 나쁘지않아. 하지만 대게의 화약무기는 물에 아주 취약하다네. 그대의 별에서는 무기의 방수에 관한 기술이 많이 발전했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아직 그런 노하우가 전무하지.'
"에라이씨 그러면 기갑교룡 아쳐도 가져가 이 새끼야!"
나는 공방의 대형스크린에다가 격납고에 보관중인 기갑교룡 아처의 새하얀 동체를 360도로 비추게 했다. 강령술과 기계공학이 결합된 크로스 테크놀로지의 결정체인 기갑교룡이였지만 슈퍼로이드 퀼레뮤츠를 상대로는 단 일격에 완파당하고 말았었다. 그것도 근접전투에 특화된 골리앗 모델이 말이다.
뭐 그런 일도 있었고 어차피 메카 언데드의 ver.2에 진척이 있기 위해서는 ver.1인 기갑교룡은 깨끗이 잊고, 천재로봇공학자 우르사티가 현재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에서 연구중인 메탈하트에 기대를 걸어보는게 맞았다. 하여 와일슬레이어 던클레오를 넘기는 김에 기갑교룡 아처도 넘겨주기로 한 것이다.
애시당초 말이 리쿤다룬에게 넘겨준다는거지 진짜로 소유권을 이전하는게 아니라 나와 던클레오, 기갑교룡 사이의 지휘체계에 리쿤다룬이 꼽사리를 끼는것뿐이였다. 리쿤다룬의 소울스톤에는 이미 영혼의 표식이 새겨져있고 녀석이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처럼 반항적인 성격도 아닐진데 문제의 소지가 될 일은 조금도 없었다.
'어험어험. 그대가 이렇게까지 배려를 해주는데 거절하는것도 더 이상 예의가 아닌것 같군. 좋네. 그 크림슨 메이든의 신민 제 1호인지 뭔지가 되어주도록하지.'
"다만 한가지 알아둬야할건 내가 그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여기는 사람이라는거야. 리쿤다룬 네가 원한다면 그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지만 만약 그 결과가 시원치않다면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크림슨 메이든은 개뿔 아이언 메이든에 영원히 쳐박아 버릴줄 알아."
'나에게 있어 화약무기를 개발한다는건 다른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닌 오직 스스로의 탐구의지를 불태우기 위한 연료에 불과하다네. 그리고 내 탐구의지는 마치 태양만큼이나 뜨겁지. 내가 만족할만한 화약무기가 나온다면 자연스럽게 아크리퍼 그대도 만족할것이라 확신하네.'
"좋아. 그렇다면 100일 후를 한번 기대해보겠어. 너의 또 다른 이명 톱니왕에 걸맞는 걸작이 나오기를 기대해보지."
나는 마침내 트롤왕 아니 톱니왕 리쿤다룬의 포섭에 성공하자 한시름을 놀 수 있었다. 사실 리쿤다룬을 언데드로 부활시키려는건 이번 달의 신전 계획을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약 100일 후에 있을 천익성 수복작전을 위한 것이였다.
그 행성에 마신 루시페르와 같이 봉인된 여신칼날단의 멤버 치천사 세라푸스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나는 움파카, 롬파카 형제 그리고 시리우스, 프리우스 듀오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인 반신타락자 멤버와 충돌할 것이 자명했다. 그렇기에 앱솔루트 모나크란 피래미를 하나 낚겠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 는 없는 노릇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