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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322화 (322/599)

00322  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 Reg

"미, 미안하군.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될줄은..."

"사과는 필요없어. 그냥 집에 가서 발씻고 대격변을 맞이할 준비나 해라. 내가 아크데빌 보다 착해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아니지. 나는 아크데빌 보다 훨씬더 폭발력이 강하고 어디로 튈줄 모르는 폭탄이였어. 다만 아직 계기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을뿐. 그런데 이번에 너희들이 도화선에 불을 붙였으니 세상은 지옥보다 더한 죽음의 땅이 되고 말겠군. 혹시나 싶어 말하지만 쫓아오지 마라. 약간이라도 더 명줄을 연장하고 싶다면 말이지."

그렇게 최후통첩을 마친 나는 김여령 여사의 시체를 들어올린 다음 아크엔젤 하희빈에게서 등을 돌린채로 막사를 빠져나갔다. 그럴일도 없겠지만 이제는 그녀가 내 좆이랑 똥꼬를 번갈아가면서 햝으면서 '사건님 제발 저를 용서해 주세요.'라고 해도 받아주지 않을 생각이였다.

상대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나도 지금까지 걸어두었던 리미터를 해제할 시간이였다. 물론 지금 당장은 김여령 여사의 장례를 치르는게 우선이겠지만 말이다. 중년여성치곤 묵직한 시체를 들고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을 이어나가다 막사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도달한 순간 나는 엄마의 시체를 내팽겨친 다음 볼멘소리로 말했다.

"죽은척은 거기까지 하시죠, 김여령씨."

"......"

"살아있는거 압니다. 연기도 좋지만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 이번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얘기 좀 해주시죠?"

"......"

"정그렇게 나온다면 또 정신공격을 할 수 밖에 없죠."

"으하하하하핫. 그, 그만해 이 후레자식아!"

계속해서 묵묵부답인 김여령 여사를 깨우기 위해 또 간지럼을 태우자 즉각적으로 반응이 튀어나왔다. 어렸을적에 우연히 알게된 사실이지만 김여령 여사는 일반인 보다 곱절로 발의 감각이 예민해서 조금만 간지럼을 태워도 자지러지기 일 수 였다.

그러니 언령의 힘 덕분이라곤 하지만 소장씩이나 되는 양반이 눈물, 콧물 다 흘리고 난리가 난거겠지. 김여령 여사는 곳곳이 피칠갑이 되서 엉망이 된 머리를 정리하며 의외라는듯 내 추리력을 칭친해왔다.

"용캐 내가 살아있는줄 알았네? 내 몸에 난 관통상만 해도 수십개가 넘었었는데 말이지. 역시 북두십성 유저라 사고방식 자체가 남다른건가?"

"북두십성 유저고 나발이고 갑자기 증발해버린 아까 엄마가 자살하려고 사용했었던 권총, 그리고 내 손목시계랑 허리띠의 버클 이 세개의 공통점만 파악한다면 모르는게 더 이상한거죠."

"권총, 손목시계, 버클이라 모두 엔티크한 느낌의 명품이로군. 우리 아들이 된장남인줄은 몰랐는걸."

"명품이라니 말같지도 않은 소리하지 말아요. 모두 금속제 제품이라는 공통점이 뻔히 보이잖아요. 솔직히 말해봐요, 엄마. 헤비메탈 슬라임의 세포조직을 자기 몸에 이식한거죠?"

"글쎄다? 그건그렇고 우리 아들이야말로 연기력이 대단하던걸. 아까 내가 죽은줄 알고 대성통곡을 했을땐 정말이지 뭉클했다고. 과연 이 세상에 내가 죽었을때 진심으로 슬퍼해줄 사람이 있을까 항상 의문이였는데 이번 기회에 그 답을 찾게 되서 다행이야. 자기 무덤에 소주 한잔과 눈물 한방울을 같이 흘려줄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 인생은 가치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무덤이요? 엄마가 그런 몸으로 무덤같은걸 가질 수 있을것 같아요!!!"

물커덩.

고함과 함께 김여령 여사의 상처부위에 손날을 찔러넣자 마치 젤리를 포크로 찍은듯한 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아케인 쉴드가 급속도로 깎여 나가는 메시지가 올라왔기 때문에 나는 황급히 손을 뺄 수 밖에 없었다. 10년 동안 철사장을 연마한 무술가라고 해도 감히 엄마의 핏물을 건들 수 는 없으리라. 염산의 PH 농도인 2.0을 능가하는 초강력산성 물질때문에 손을 넣자마자 뼈와 살이 녹아내릴테니 말이다.

치히이이이이익!

나는 손끝에 묻어 나온 점액질이 땅에 떠러지자 자갈돌이 솜사탕처럼 녹아내리는 장면을 목도하고 황급히 근처의 시냇물에 손을 씻어냈다.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학 각이였지만 사람도 수십씩 죽어나가는 마당에 어류 생태계따위를 내가 신경쓸바가 아니였다. 아 물론 물의 수호정령 오르시나가 이 장면을 봤다면 불같이 화를 냈겠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연구도 제대로 하지않고 그런 무리한 생체실험을 강행한거에요!?"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니 실례네. 줄기세포 이식이라면 내가 세계 석학들중에서도 원탑이야. 사람을 대상으로한 임상실험이라면 GFT의 부대원들을 통해서 충분히 했고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염기서열 분석도 채 안된 외계생명체를 자기 몸에 냅다 이식하는 미치광이 과학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면 말을 좀 해봐요!!"

"열등감."

"네?"

"열등감때문에 충동적으로 그랬어. 나보다 젊고 예쁘기까지 한 년이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생명공학적 커리어를 뛰어넘으려 들길래 부아가 치밀어서 그랬다고!!!"

"설마 그 년이 아야사 크로스데일이에요? 물론 아야사가 나이에 비하면 제법 유능한 생명공학도긴 하지만 엄마에 비하면 햇병아리에 불과하잖아요. 무슨 열등감이 생겼다고 자기 몸을 실험체로 삼는 지경까지 온거에요? 본 보어 마스크 완성체만 하더라도 엄마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아야사가..."

"확실히 그 생체병기가 이족보행을 할 수 있게 된데는 내 공이 크지. 하지만 그 생체병기가 자신의 이름을 퉁구리라고 인지하고 8살 아이 정도의 지능을 갖게된건 순전히 그년의 사이킥 능력빨이였다고.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지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정말 엄청난거야. 전자는 그야말로 새 인류의 탄생이라 볼 수 있지만 후자는 그저 괴물에 불과하지. 그리고 새 인류의 탄생을 인간이 주도했다면 그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신이나 다름없는거야. 아담과 이브를 만든 창조신 말이야! 내가 오래전 부터 꿈꿔왔던 일을 박사 학위도 받지못한 애송이가 해냈을때의 박탈감. 그걸 네가 알기나 해!!

후우후우, 뭐 우리 아들은 이미 너무 잘나서 그딴건 안중에도 없으려나?"

부글부글.

김여령 여사의 감정이 요동칠때마다 그녀의 피부가 무슨 된장찌개처럼 끓어오른다. 그것도 모자라서 반투명한 촉수가 피어올랐다 시들기를 반복하니 그제서야 그녀가 평범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는걸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변이된 육체를 치료한다는건 엘릭서 1.5L를 통채로 때려부어도 불가능한 일이였다.

김여령 여사가 자처한 일이긴 하지만 문제는 육체적 인간성의 상실로 인한 정신적 변화를 그녀가 감당할 수 있을지의 문제였다. 나야 얼티밋 언데드 폼이 사실상 제 2의 예비육체라고 해도 될만큼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지만, 과연 평생을 일반인 그것도 여성의 몸으로 살아온 엄마가 저 힘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어쨌든 지금 여기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였기에 나는 미리 호출해둔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 그녀를 태우기로 했다.

-함장님 요청하신 목표지점 도착했습니다. 함장님으로 판별되는 생체신호 하나와 미확인 생체신호가 또 하나 감지됐습니다. 보호색 모드를 해제해도 되겠습니까?

"어어 어서 해제한 다음 여기 있는 이 사람 등급 선원 단계로해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놔. 일단 크로스데일 한국지점 보다 안전한 실험실을 마련해드릴테니까 그 불안정한 육체를 제어할 방법이나 찾아보세요."

"우와아아아. 우리 아들한테 전용기가 다 있었네? 나도 노벨상 타러 갈때 빼고는 한번도 못 타본건데... 우웨에에에에엑!"

보호색 모드를 해제하고 슬그머니 상공위에 등장한 미확인 비행물체를 보고도 헛소리만 하다가 구토를 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확실히 김여령 여사의 상태가 정상은 아닌 모양이였다. 나는 가급적이면 핏물이 내 몸에 닿지않는 방향으로 그녀를 부축한 다음 이매망량을 이용해서 신속하게 기야스에 올랐다.

앱솔루트 모나크, 미하엘로프 소장이 어떤 방식으로 김여령 여사의 육체지배권을 빼았았는지 밝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의 생존 사실이 밖으로 노출되는건 가급적이면 피해야만했다. 기야스가 열어준 출입구로 격납고에 들어서자 이제는 어렷한 이 배의 식솔이 된 비비앙 칼빌레이가 나를 마중나와 호들갑을 떨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크리퍼? 외부인을 포로 등급도 아니고 바로 선원 등급으로 올려서 배에 탑승시키다니. 포로에서 선원이 되기까지 반년도 넘게 걸린 나로선 조금 서운한데."

"우리 못말리는 엄마야. 지금 아주 치명적인 강산성 물질에 중독된 상태니까 가급적이면 접근하지말고 의료실에 격리시키도록해."

"뭐? 강산성 물질에 중독된다는게 무슨 소리야? 애시당초 강산성 물질에 접촉했을때 사람이 살 수 있긴해?"

"아 그런게 있어. 나중 얘기해. 지금은 피곤하니까. 훠이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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