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21화 (321/599)

00321  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 Reg

"김여령 박사가 어찌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거냐, 아크리... 어어어억!"

"시끄러워 인마! 엄마는 내가 알아서 챙겨."

투두두두둑.

나는 다른 화이트 팬텀과는 차별되게 미하엘로프 소장 본인은 친히 내 손으로 목뼈를 꺾어 주었다. 각종 훈련, 영약 그리고 호랑이 문신의 힘 덕분에 B랭크에 오른 무력 덕분에 길가의 민들레를 꺾는것마냥 간단하기 그지 없는 일이였다.

고작 이딴 녀석때문에 이렇게까지 마음을 조렸다고 생각하니 화가나 용린연환각의 을(乙)초식 내려찍기로 갈비뼈까지 박살내고 면상에 퉤엣!하고 침을 벹어버렸다. 이미 명줄이 끊겼는지 비명소리 한번없이 축 느러진 앱솔루트 모나크, 미하엘로프 소장.

본인이 말했던대로 언령의 힘을 제외하면 극히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던 모양이였다. 화이트 팬텀 슈트를 입은 군인들 또한 악령천인대의 빙의때문에 아군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허공에다 난사만하다 쓰러져가기를 반복했다.

결국 남은 변수는 아크엔젤 하희빈 단 한명뿐이였는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강건너 불구경하듯 내 학살극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을뿐이였다. 마음같아선 아크엔젤도 이번 기회에 제거해 버리고 싶었지만, 그년이 내 좆이랑 똥꼬를 번갈아가면서 햝으면서 '사건님 제발 저를 용서해 주세요.'라고 하면 봐줄 용의도 있었기에 일단 추후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후우 개운하다. 청소 끄으읕! 좋아 그러면 아크엔젤 우리 같이 진솔한 1:1 면담을 좀 같이 해..."

"이것참 역시 듣던대로 성격이 화끈하구만. 아니 이 정도면 화끈한걸 넘어가서 정신감정을 좀 받아봐야할 정도인데? 분노조절장애라고 혹시 들어봤나, 아크리퍼?"

나는 아크엔젤을 몰아붙이려다 뒤통수에서 앱솔루트 모나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식은땀이 다 흐르는 기분이였다. 분명 목뼈를 꺾고 갈비뼈를 박살내 확인사살까지 했건만 어떻게 녀석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단 말인가?

아크엔젤의 표정을 통해 상황을 유추하려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 고개를 살포시 돌려 내 두눈으로 확인하니 김여령 여사 그러니까 내 친모가 비열한 표정을 지으며 미하엘로프 소장의 시체를 뒤지고 있었다.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미하엘로프 소장이 뭔가의 개수작으로 엄마의 몸을 차지했음을 눈치챘다. 나부터 악령천인대의 빙의로 많은 재미를 봤기때문에, 육체와 정신의 부조화에서 오는 위화감을 쉽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부르며 자신의 시체를 뒤적거리던 녀석은 소매안쪽에서 미니 사이즈의 리볼버 권총 하나를 꺼내들더니 스스로의 머리에 겨누곤 말했다.

"자 그러면 제 2차 협상을 시작해보도롤 할까? 제 1차 협상은 네녀석이 밥상을 엎어버리는 바람에 무위로 돌아갔지만 과연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지 궁금하군."

"우리 엄마한테 무슨 개수작을 부린거야, 이 개새끼야!!!"

"천하의 아크리퍼도 혈육의 정이란 족쇄를 끊지는 못한건가? 나는 진즉에 부모의 성도 버리고 마더 러시아에게 내 모든 것을 바치리라 맹세했거늘. 네녀석이 지닌 언데드 군단이 아깝구나. 나에게 그 힘이 있었다면 제 3차 세계대전으 일으켜 전대륙을 마더 러시아 앞에 굴복시켜 소비에트 연방을 부활시켰을텐데 말이야."

"줄줄이 염소똥 싸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너야말로 국수주의란 족쇄에 사지가 결박되서 장애인처럼 구는것같은데 어디 한번 방아쇠를 당길 수 있으면 당겨봐."

"후후후. 이건 러시안 룰렛이 아니라네, 아크리퍼. 여섯개의 단창에 모두 꽉꽉 실탄이 장전되어 있지. 허세를 부려도 정도껏... 으아아악!"

철컥.

걸쇠를 밀어 장전을 한 다음 방아쇠를 당기려 했던 김여령 여사(속에는 미하엘로프)가 실체화한 이매망량 군단장 소소를 보고 놀라 자빠졌다. 소소의 생얼은 대사신인 나조차 흠칫하는 수준이였기 때문에 일반인이 목격하면 심장마비를 걱정해야하는 수준이였다.

정신은 미하엘로프 소장이라 할지라도 육체는 김여령 여사의 것이였기에 나는 소소로하여금 넘어지는 것을 부축하게 하였다. 그 과정에서 장남감 권총같은 것을 저 멀리 날려버렸으니 간단히 자살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혹시나 혀를 깨물 가능성도 있어 나는 옷가지를 찢어 그녀의 입에 우겨넣었다.

"우우어어우우아으(아크리퍼 이 자식 감히 귀신따위로 날 놀라게 하다니)."

"내가 바로 코앞에 있는데 자살같은걸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당장 내 엄마 몸에서 나와! 육체는 털끝하나 건들지 않고 정신을 망가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제법 많이 알고 있거든. 뭣하면 맛보기로 하나만 보여줄까?"

간질간질, 간질간질, 간질간질.

나는 김여령 여사의 부츠를 벗긴 다음 미친듯이 발바닥을 자극했다. 입이 천조각으로 가득해 말도 못하는 녀석이 온힘을 다해 발버둥을 쳤지만, 소소가 사지를 봉쇄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옥의 간지럼 태우기로부터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가 없었다.

녀석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입에서는 게거품이 차오르려고 할때쯤 나는 간지럼 태우기를 멈췄다. 이제 어느정도 누가 갑이고 을인지 각인을 시켰으니 엄마의 육체지배권을 놓고 제대로된 협상이 가능하리라.

"슬슬 김여령 여사의 몸에서 나오는게 어때? 이보다 더한 지옥을 보고 싶지 않으면."

"후욱후욱... 추잡하게 간지럼이나 태우다니 아크리퍼라는 칭호가 아깝군."

"호오 그래? 그러면 대사신이란 칭호에 어울리는 제대로 된 정신고문을 지금부터 한번 견식해보겠어?"

"사양하도록하지. 가급적이면 유일한 혈육인 김여령 박사의 인질적 가치를 최대한 보존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지. 앱솔루트 모나크의 이름으로 명한다."

[김여령 박사여 전력을 다해서 자살하거라!!!]

미하엘로프가 점령한 김여령 여사의 입에서 소위 심금을 울리는듯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화이트 팬텀들을 제압하고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는 이매망량들 또한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한 가운데 김여령 여사의 실이 끊어진 연극인형처럼 무너져내렸다.

소소로 하여금 다시 부축을 시켜려는데 그녀가 번쩍!하고 일어서더니 실험복을 뚫고 검은 가시촉수가 성장촉진제를 맞기라도 한듯 무성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저건 분명 예비군 동원령이 떨어진날 사회적 불만때문에 예비군 동료들을 학살한 모 남자가 지니고 있었던 힘이 분명했다.

이후 김여령 여사가 그 남자가 지니고 있던 힘의 근원인 문신을 통채로 이식해서 가시촉수의 힘을 이양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그때문에 태초의 마수 레비아탄의 부름에 응해야 했지만, 그 덩치만 큰 고래녀석은 내가 해치웠으니 그녀는 아무런 리스크없이 악마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허나 지금 이 순간 김여령 여사의 가시촉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비수가 되어 날뛰기 시작했다. 소소와 이매망량을 총동원해 막아보려 했지만 그녀의 몸에서 돋아난 가시촉수가 다시 그녀의 몸을 꿰뚫으려 하는걸 막는다는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촤아악, 촤아악, 촤아악.

"엄마 멈춰, 멈추라고!!!"

나까지 직접 나서서 가시촉수를 봉쇄하려 해봤지만 아무리 뽑고, 자르고, 뜯어내도 계속해서 가시촉수가 자라나더니 자신의 주인몸 곳곳에 바람구멍을 내버렸다.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자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주저않고 말았다.

만약 엘리서가 있다면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바로 그 이후였다. 목숨을 구제한 다음에도 또 김여령 여사가 자살을 하려든다면 터무니없는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지 않은가? 자신의 연구에 정신이 팔려 항상 나를 방치했던 엄마였기에 어찌되든 상관없을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그녀의 죽음 바로 코앞에서 목도하니 마치 내 마음에 바람구멍이 난듯한 기분이였다. 마치 무저갱속에 가라앉은듯한 절망에 내가 정신이 나간 그때 누군가가 내 어께에 손을 얹어왔다. 두말할것 없이 지금 이자리에서 따듯한 온기를 지니고 있는 손이라고 해봐야 아크엔젤의 것뿐이였다. 소소의 손은 차갑다 못해 얼음장같았으니까.

"아, 아크리퍼 괘, 괜찮은건가?"

"괜찮냐고? 네 눈에는 지금 이게 괜찮아보여? 나는 말이지 네 말대로 세상에 다시없을 천하의 개쌍놈이라 언제 천벌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지만 엄마는 달라. 김여령 여사에게는 생명공학계의 아인슈타인이라는 칭호 말고도 또 하나 생명공학계의 나이팅게일이라는 칭호도 가지고 있었지. 그녀는 그 흔한 감기환자 조차 간호해본적 없는 사람이였지만, 희귀병과 관련한 약품을 개발하고 로얄티를 무료로 풀어서 많은 난치병 환자를 구제한 덕분으로 말이야."

"기, 기사로 봐서 알고는 있다. 그래서 앱솔루트 모나크가 처음 그 납치계획을 꺼냈을때 나 또한 전력으로 반대하고 나섰..."

"좆까지마 이 갈보년아! 전력? 백월교의 교주이자 북두십성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아크엔젤의 전력이 고작 이것밖에 안된다고? 좋아, 그렇다면 이제부터 두고보는게 좋을거다. 모든 죽은자들의 주인이자, 왕이자, 어버이인 아크리퍼가 누군가에게 복수할때의 전력이란걸 보여주마."

휘청!

나는 그 말을 끝으로 김여령 여사의 시체를 들어올렸다. 그런데 검은촉수의 힘때문인지는 몰라도 B랭크의 무력을 지닌 내가 허리에 부담이 될정도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아무리 이적의 힘이 탐나도 그렇지 이런 부정한 문신을 이식하다니... 엄마의 탐구심이란건 진짜 못말려도 너무 못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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