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20화 (320/599)

00320  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 Reg

"언령의 힘이라고...?"

"그래. 내가 이 나이에 별 두개를 단것도, 스노우 엠파이어라는 VOT 온라인 최강의 길드를 이룩한것도 모두 언령술사라는 히든 클래스 덕분이였지. 믿겨지나? 아크데빌처럼 지옥의 악마들과 계약을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엘리멘탈 로드처럼 4대 정령왕과 친구가 될 수 있는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아크리퍼 네녀석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언데드들을 노예처럼 부릴 수 있는것도 아님에도 나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랐단 말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 자의식 과잉의 미역머리놈아!! 아까 내가 한 말 못들었어? 지금 이 자리에 러시아 연방군이 몰려온다한들 내 상대는 아니라고. 그런 일은 없겠지만 스노우 엠파이어 길드원들이 자신들의 게임 캐릭터를 가지고 이 자리에 집합한다한들 마찬가지야. 이래도 못알아먹겠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지.

절대군주는 개뿔 넌 절대 내 상대가 못돼!"

나는 턱밑까지 삿대질을 해가며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에선 앱솔루트 모나크이고 현실에선 미하엘로프 소장인 남자에게 윽박을 질렀다. 언령의 힘이라고 하는게 나에게 있어 완전히 생소한 분야는 아니였다.

일단 블루아주 크로스데일 회장의 음모로 소환된 독룡 팔타로스가 독령제절초라는 극상위의 용언을 사용해 나에게 강제 10분 타임어택을 종용하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라 지구의 나는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아바타의 경우 삼위일체(三位一體) 아크네메시스로 변신해 마룡 쉐도우 스틸의 용언을 간접체험하는게 가능했다.

영혼까지 태워버리는 독이나 그림자를 분신처럼 부릴 수 있는 용언은 그야말로 언령의 극치. 평범한 인간따위가 그 힘을 쫓는다고 해봤자 한계는 명확했다. 즉 압도적인 힘 앞에서 언령이라고 하는 기술은 희귀한 잔재주에 불과할뿐이라는 이야기였다.

허나 그 사실을 알턱이 없는 미하엘로프 소장은 금발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피를 연신 닦아내며 다음과 같이 맞받아쳤다.

"러시아 연방군과 홀로 맞서겠다니 참으로 얼통당토않은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지만... 인페르노 소탕작전에서 보여준 네녀석의 활약을 생각하면 그저 허장성세라고 볼 수 만도 없겠군. 하지만 지금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는 오직 나의 언령에 관한 부분일뿐이다. 소장이라고 해서 러시 연방군을 총동원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스노우 엠파이어의 길드원들을 집합시킨다는건 더더욱 말이 안돼는 소리지."

"그걸 아는 놈이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벌여? 하물며 교황도 자기 부모님을 건들면 죽빵을 날리는 세상인데, 감히 피도 눈물도 없는 아크리퍼의 모친을 건들고도 이 땅에 발붙고 살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냐 이 말이다!!"

"그걸 알기에 더더욱 이런 추잡한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확실히 언령의 힘을 제외하면 나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너희들 같은 초인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약점을 잡을 필요성이 있었다란 말이지. 너는 자기 입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대사신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연어처럼 모친의 피를 쫓아오지 않았더냐? 뭐 더 이상의 설전은 무의미할 뿐이니 나 또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김여령 박사의 목숨을 살리고 싶다면 달에 이 신전을 지어라."

펄럭.

미하엘로프 소장이 어딘지 모르게 낡아보이는 기름종이를 품안에서 꺼내 던지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협상따위는 집어치우고 당장이라도 녀석의 모가지를 산채로 뽑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였지만, 살짝 궁금증이 생겨 기름종이를 펼쳐 들어보았다.

다짜고짜 달에 신전을 지으라니 그게 무슨 개소리야? 아니 그것보다 내가 달에 색향천월관을 거점삼아 내 영역으로 삼은걸 어떻게 알고 내게 이런 제안을 하는거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막상 기름종이를 받아보니 진짜 퀘스천 마크를 띄워야 하는건 그쪽이 아니라 바로 이 설계도였다.

겉보기에는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과 유사하게 생겼는데, 세세한 부분을 따지면 현대식 건물보다 복잡한 형태의 설계도가 그곳에 있었다. 내가 건축학과가 아니니까 섣불리 판단을 해서는 안돼겠지만, 사소한 문양 하나하나에도 수비학적 해석이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인 건축설계가 아니라는 것쯤은 비전공자라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였다.

나는 구태여 이런 신전을 짓는 이유를 캐묻는것 자체가 미하엘로프 소장의 페이스에 넘어가는 짓이라고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기름종이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리고 옛날 모 광고의 주인공처럼 여러개로 나눠진 종이 쪼가리를 집어던졌다. 미처 덜 마른 머리카락에 종이가 붙어 꼴사나운 모습이 된 녀석을 비웃으며 나는 말했다.

"내가 생명공학과라는 사실을 아크엔젤한테서 못들었나? DNA 설계라면 모를까 이런 복잡한 형태의 건축물을 나보고 지으라니 그것도 달 위에? 달 뒷편에 토끼가 떡방아 짛는 소리도

아니고 농이 너무 지나치군."

"아아 그랬었던가? 언뜻 들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생명공학과의 아인슈타인이라 일컬어지는 김여령 박사의 그늘때문에 미처 살피지 못했군. 십만 언데드를 수족처럼 부리는 아크리퍼와 생명공학과라니 이것 참 어울리는것 같으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야. 뭐 어쨌든 내가 아크엔젤에게서 들은건 출신 학과보다 더 결정적인 증거야. 그녀가 네 정부 아야사 크로스데일과 접촉했었다는 사실 알고있었나?"

"뭐!? 언제..."

나는 그런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는 제스쳐를 취하려다가 색향천월관에서 제 1회 수영복 섹스 파티를 열었던 때의 일이 떠올라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그, 그게 사실은 사건님으로 부터 연락을 받기전 백월교의 교주이자 북두십성의 일원이기도 한 아크엔젤 하희빈으로 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VOT 온라인의 이적과 관련해서 사건님과 상의할게 있었던 모양인지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하더군요.' 확실히 아야사가 그렇게 말한적이 있었지.

"만나서 뭐 어쨌는데? 아야사가 하희빈에게 내 비밀을 누설하기라도 했다는건가? 미안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의리없는 인간이 아니야. 설사 의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뻔히 세력이 약해보이는쪽에 붙을 이유는 없지않겠어?"

"그것참 좋겠군. 젊고 아름다운데다 의리까지 있는 정부를 곁에 둬서 말이야. 나도 들은 이야기긴 하지만 아크엔젤은 그녀와 만나기 직전 미리 까페의 음료수에다가 월석가루를 뿌려뒀다고 하더군. 그리고 약속을 마무리 지은 다음 백월교의 성당에서 월석가루를 매개체로 추적술법을 펼쳤다라고 했던가? 물론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아크엔젤은 순전히 아크리퍼 네녀석이 외국에 따로 본거지를 두고있는지 추적해볼 요량으로 일을 벌였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외국이 달이였다. 뭐 그런 소리지."

찌릿!

나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거듭 가리키는 미하엘로프 소장의 얄미운 태도에 말없이 고개를 돌려 아크엔젤 하희빈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녀도 찔리는게 있어서인지 뭐라 대꾸도 하지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게 아닌가.

대통령 앞에서 체육인을 대표해 상을 받을때도 당당함을 유지했던 금메달리스트 하희빈이였기에, 그런 그녀의 태도는 실로 이례적인 것이였다. 즉 이 상황을 요약하자면 아크엔젤이 유괴사건의 단초가 될 불쏘시개를 모으긴 했지만 실제로 불을 붙인건 앱솔루트 모나크였다. 뭐 그런 소린가.

"사실 처음에는 아야사 크로스데일이 항공망에 등록되지 않은 전용기를 타고 움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우리 항공우주 방위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크엔젤이 추적술법을 실시한 순간 달의 위성궤도를 따라 움직인 비행물체는 단 한기도 없었다. 자 이래도 발뺌을 할건가, 아크리퍼? 아니 이제는 색향천월관의 관주라고 불러야 하나?"

"아 짜증나! 벌레같은 것들이 심심해서 잠깐 어울려줬더니 아주 그냥 머리 꼭대기 까지 올라오려고 하네. 귀찮으니까 그냥 다 죽어라."

이매망량(魑魅魍魎) 제 2형 악령천인대(Expedition of the Evil Thousand)

나는 혹시 몰라 십만 이매망량의 본대를 크로스데일 한국지점에 대기시켜뒀지만, 고작 팬텀 슈트를 믿고 깝치는 일개 소대의 병력을 상대로는 천기의 이매망량이면 차고 넘치는 수준이였다. 진즉에 김여령 여사 곁을 호시탐탐 맴돌고 있던 이매망량 백인대를 제외한 나머지 병력을 모두 악령군세화 시키자 삽시간에 주위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탕! 탕! 탕! 탕! 탕!

매드독스 왕루옌이 이끄는 십이지천회를 상대할때처럼 일부 KGB 군인들에게 빙의를 강제하자 서로 죽고죽이는 골육상잔이 아주 볼만했다. 사실 정면 대결을 시켜도 악령천인대의 압승이였지만 역시 아크리퍼라면 납치범을 상대로도 비열함 레벨이 밀려서는 안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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