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9 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 Reg
"여기는 설마... 자월도?"
"맞다. 용캐 알았군. 하루에 딱 한번씩 밖에 배가 오가지 않는 곳이고 그마저도 기상 상황이 안좋으면 운행을 하지 않기때문에 불법체류자들의 중간 경유지로 이용되기도 한다던데, 지금은 구시대 소비에트 연방의 망령인 KGB 녀석들이 불법점거한 상태지."
"도대체 이딴 녀석들이 한국의 영해와 영토를 침입할때까지 군이랑 백월교는 뭘하고 있었던거냐? 너 요즘 VOT 온라인 관련사업이랑 국토방위 명목으로 나랏돈 좀 챙기는것 같던데, 그 돈 차라리 날줘라 날줘. 흑월파 애들 시켜다가 인천에 감시탑 좀 세우게."
"천외천중 한명이자 천재 공학도였던 건스미스, 율리안 헉스포드의 작품인 팬텀 슈트는 현재로선 군의 레이더 장비로 탐색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이런 외딴 섬에 경계부대를 편성하는 것도 서해의 2000여개나 되는 모든 섬에 그럴게 아니라면 형평성에 맞지않지. 백월교는 뭘 하고 있었느냔 질문에는... 확실히 변명할거리가 마땅치않군. 모든것은 단체의 장인 내가 우유부단한 탓에 일어난 일이니 이번 일이 잘못돼도 엄한곳에 화풀이하지 마라. 김여령 여사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가 대표로 고개숙여 사과를 할테니."
"호오... 아크엔젤 하희빈이 웬일로 사과를?"
"크윽! 내가 아크리퍼 네놈하고 같은 부류인줄 알았더냐? 나는 어디까지나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패권을 쥐려하지만, 네녀석은 오로지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위해 힘을 남발해왔지. 한번만 더 똑같은 취급을 했다간 이 자리에서 사생결단을 내주겠다."
"그거야말로 내가 바라던바지. 하지만 나야 없는 꼬투리도 잡아서 싸움을 걸 수 있는 인간이다만, 우리의 정의의 사도 하희빈양께서는 무슨 명분으로 나를 끝장내시려는걸까?"
"그걸 말이라고 하고있느냐! 그거야 네놈이 악중의 악이기 때문..."
타앙!
하희빈과 잠시 투닥거리는 사이 지난번에 왔을때는 밤이라 몰라봤었던 무성한 신록 사이로 총격이 날라왔다. 아무리 북두십성 유저 두명이 동반했다고 하지만, 적진 한복판에서 너무 대놓고 수다를 떨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이제서야 발각된게 이상한 일이지.
나는 하희빈이 어떻게 9mm 권총도 아닌 대구경 산탄총을 방어해낼지 궁금해져 살짝 뒤로 물러섰다. 놀랍게도 하희빈은 코앞에서 산탄이 빗발치는데도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침착하게 화살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그 화살은 내게 사용했었던 뭉퉁한 고무촉의 목제화살이였는데 남의 대가리에 총구를 겨눈 놈들을 상대로는 무르기 그지없는 무기였다.
피용!
어쨌든 그녀가 한발, 한발 화살을 날릴때마다 나뭇잎 사이에 위장해 있던 군인들이 억! 소리를 내며 지상으로 수직낙하했다. 녀석들이 화이트 팬텀 슈트를 입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이지 버들가지로 상승무공을 펼쳤다는 무협고수의 이야기가 연상될 정도였다.
그 뿐만 아니라 하희반에게 겨눠진 무수히 많은 산탄들은 반투명한 막에 막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겉만 보면 호신강기를 연상캐하는 방어기술이였지만 실제로는 디아나라고 하는 달의 위상신의 가호가 아닐까하는게 내 생각이였다. 사실상 그녀가 지닌 대부분의 힘은 양궁 실력을 제외하면 전부 그 가호로부터 나오기 때문이였다.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에서 그랬다고 현실에서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었지만, 게임 속 능력을 들고 우주로 뛰쳐나간 케이스가 나말고 또 있을리가 없으니 아마 그게 맞을 것이다.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 어서 움직이자, 아크리퍼."
"으음.... 그럴까?"
마음같아선 고무촉 화살을 맞고 기절한 군인들을 일일히 확인사살한 다음에나 출발하고 싶었지만, 서둘러야 한다는 하희빈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나는 찜찜한 기분을 애써 억누른채 자월도의 중심부로 향했다.
이 KGB소속 군인놈들 꽤나 본격적으로 진지구축을 했는지 곳곳에 철조망은 물론이거니와 부비트랩까지 설치해두고 있었다. 크로스데일 한국지점의 직원용 출입구에 부비트랩을 설치해 뒀을거란 나의 근거 없는 주장이 점점 더 설득력을 가지기 시작하는 순간이였다.
안경잽이 여동문한테 보여주고 이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졌지만, 지금 그녀는 인천 중부 경찰서 맡겨두고온 상황이라 그건 불가능했다. 다행히도 하희빈이 감탄이 나올정도의 눈썰미로 부비트랩을 사전에 무력화시켜준 덕분에 나는 편하게 그 뒤를 따를 수 있었다.
병장으로 만기전역한 예비군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만약 나 혼자서 이 지뢰천국을 돌파하려 했다면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켰을 것이다. 철조망은 하늘을 부유해 통과하는 식으로 시간을 크게 단축시킨 우리는 마침내 적의 거점으로 보이는 빅 텐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당연히 텐트 입구에서 경계중인 군인들도 우리를 발견했지만 이상하게도 녀석들은 발포를 하는대신 왼손으로 깍듯한 충성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새 일반인(팬텀슈트를 착용한 프로 군인을 일반인이라 하기엔 좀 그렇지만)과 북두십성 유저 사이이의 전력차를 몸소 깨닫고 전향을 해온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였다.
"충성! 미하엘로프 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크엔젤님."
"뭐, 충서엉? 이게 어떻게 된거야, 하희빈. 너 이 새끼들이랑 한패였어? 어쩐지 기다렸다는듯이 나를 옥상에서 저격한게 이상하다 싶더니 이런 조잡한 장난감 갑옷이나 입은 장난감 병정들이랑 합공하면 나를 이길 수 있을줄 알았나? 좇까지 말라그래! 니가 KGB가 아니라 러시아 연방군을 총동원해도 나한텐 못이겨!! 이번에 김여령 여사를 구하고 나면 백월파건 KGB건 개미 한마리 남김없이 몰살시킬테니까 그런줄 알아, 이 갈보년아!!!"
"잠깐, 아크리퍼! 거기엔 약간의 오해가..."
"이런이런 뭔가 각자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군. 이보게 아크리퍼, 아크엔젤과 우리가 한패인건 맞지만 김여령 박사 납치에까지 뜻을 함께하지는 않았다네. 오히려 전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지. 아무리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지만, 비도덕적인 일에는 동참할 수 없다는게 그녀의 방침이였거든. 그리고 나는 그녀의 뜻을 존중해서 이렇게 독자적으로 움직였다란 말씀. 이제 어느정도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나? 그렇다면 이리와서 홍차라도 마시면서 같이 협상을 하도록하지.
물론 이쪽에서 내걸 협상품목은 바로 그대의 모친인 김여령 박사의 목숨일세."
"으으으으으윽."
"이 자식들 우리 엄마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누가 뭐래도 피는 못속인다고 유들유들 거려서 기분 나쁜 목소리 너머로 김여령 여사의 목소리를 들은 나는 뭐가 있을줄도 모르면서 텐트안으로 뛰쳐들어갔다. 그곳에는 금발의 파마머리를 한 30대 근처의 남자가 눈을 감은채로 홍차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김여령 여사는 바로 그 옆에서 머리를 산발한채로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을 연신 내뱉고 있었기에, 나는 격분을 참지 못하고 근처의 홍차 주전자를 들어 있는 힘을 다해 파마머리의 남자에게 집어 던졌다.
쨍그랑!
파마머리의 남자는 깨진 주전자 조각에 자상을 입었을뿐만 아니라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차때문에 화상까지 입고 말았다. 이 천막텐트 벽쪽에 일렬로 도열해 있던 화이트 팬텀들이 일제히 내게 총구를 들이밀었지만 파마머리의 남자가 손을 들어올려 그들을 저지시켰다.
나머지 노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으면서 그가 말했다.
"역시 듣던대로 성격이 화끈하구만. 아직 김여령 박사가 우리 손에 있음에도 그렇게 가차없이 공격을 가하다니 말이야."
"돌빠는 소리하지마, 이 새끼야! 내 눈안에 엄마가 들어온 이상 누구도 그녀의 털끝하나 못건들여."
"글쎄. 확실히 그 귀신을 부리는 힘을 이용하면 김여령 박사의 육체는 이미 아크리퍼 그대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정신쪽은 어떨까?"
"정신?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지. 네가 엄마한테 최면이라도 걸었다는거냐? 그래서 엄마가 저 상태고?"
"으음. 최면이라...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일반인들에겐 익숙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지. 그런건 북두십성중 일인인 사이킥 마스터나 부리는 잔재주고 나 앱솔루트 모나크는 언령이란 절대적인 힘을 다룰 수 가 있지. 어때? 이제 좀 나와 진지하게 협상을 해볼 용의가 생겼나?"
앱솔루트 모나크(Absolute Monarch)
그것은 VOT 온라인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길드 스노우 엠파이어의 길드장이자 본신의 힘이 아닌 길드의 위세만으로 북두십성에 등극한 유저의 이명을 지칭하고 있었다. VOT 온라인 역사상 최초로 NPC들이 기거하는 성을 점령해 세금까지 거두고 있는 기업형 길드의 수뇌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나와 딜을 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