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17화 (317/599)

00317  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 Reg

아야사가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내 그림자가 연기처럼 피어오르더니 나를 집어삼켰다. 그리하여 눈을 감았다 떴을때 나는 익숙하다면 익숙한 크로스데일 한국지부의 로비전경을 관람할 수 있었다. 다만 이전과 다른점이 있다면 마치 7살짜리 어린아이가 빨간색 크레파스로 낙서를 한듯 주위가 선혈로 낭자되어 있다는 점이였다.

나는 그 피칠갑된 벽타일을 보자마자 머릿속의 퓨즈가 끊긴듯한 느낌을 받고 전방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자 흰색 기갑슈트와 샷건으로 무장한 정체불명의 군인들이 나를 상대로 일점사를 해오는게 아닌가?

탕! 탕! 탕!

다짜고짜 공격을 해오는 놈들을 상대로 자비를 베풀 이유따위는 없었기에 나는 이매망량의 손아귀를 여러개 만들어 놈들을 으깨버렸다. 으드득. 뼈와 살이 짓이겨자눈 살벌한 소리가 망령들 사이로 새어나온 순간 새하얀 섬광과 함께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안그래도 퉁구리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수류탄을 사용한 일로 마음을 조렸었던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교차해서 얼굴을 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약간의 충격도 내 몸에 닿는 일은 없었다. 지구의 이매망량 군단장 소소가 포스있게 한쪽 손으로 모든 폭발 파편들을 봉쇄해 버렸던 것이다.

퉁구리와 전투 시뮬레이션을 할때도 내가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수류탄을 배로 깔아 뭉게지만 않았어도 소소가 저렇게 나를 지켜줬을거라 생각하니 헛웃음이 다나왔다. 아무튼 지금은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크로스데일 한국지부의 연구원(지하연구실과 달리 지상에서는 일반 의약품을 연구하고 있다)과 엄마의 행방을 찾는게 우선이였다.

"소소, 지금부터 십만 이매망량을 전부 흩어지게 해서 네가 입은 하얀소복처럼 하얀 슈트를 입은 사람들을 전부... 아니, 아니다. 연구원들도 하얀가운을 입고 있었지. 그렇다면 샷건을 들고 있는 녀석들을 전부... 아니, 아니다. 소소 네가 샷건이랑 시험관을 구분이나 할 수 있겠냐. 그냥 살의를 가지고 있는 녀석들을 골라서 전부 죽이고 겁에 질려있는 사람들은 보호해. 귀신인 너라면 그 편이 구분하기 좋겠지?"

'......'

소소는 아바타의 이매망량 군단장인 레레와는 성격이 딴판이라 그런지 내가 명령을 했음에도 진짜 처녀귀신마냥 아무런 말도 없이 스르륵 사라지고 말았다. 군대를 병장으로 만기전역한 입장으로서 복명복창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부하는 여간 짜증이 나는게 아니였지만 소소는 갈군다고 해서 들어먹힐 타입이 절대 아니였다.

이매망량 500마리가 뭉쳐서 만들어진 레레와 달리 이매망량 1000마리가 뭉쳐서 만들어진 소소였기에 힘 자체로만 놓고보면 한수위라고 볼 수 있었기에 그냥저냥 능력과 태도를 등가교환했다고 생각하는게 편했다.

그렇게 소소를 보낸 나는 혼자서 김여령 여사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하필이면 헤비메탈 슬라임의 샘플을 가져온날 이런 일이 생기다니 타이밍이 나빠도 너무 나빴다. 평소같았으면 김여령 여사는 아야사와 함께 본 보어 마스크 완성체를 연구하느라 지하연구소에서 생활했었고, 그말인즉슨 겸사겸사 월영공(月詠公) 듀리스의 경호를 받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크로스데일 한국지부야 한때는 내 집마냥 들락날락 하던 곳이였지만 지상연구소는 사실상 초행길에 가까웠기 때문에 나는 이리저리 헤메다 또 하얀 기갑슈트를 입은 군인들과 마주했다. 얼마나 잘 훈련이 된 놈들인지 이 아수라장에 면티 하나 입고 나타난 나를 보고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대열을 갖춰서 대응사격을 해왔다.

철컥, 탕! 탕! 탕!

소소가 곁에서 나를 지키고 있는 상황은 아니였지만 나는 WAV(Wearable Archane Vest), 귀갑흑석단 그리고 백호문신의 힘을 믿고 녀석들에게 정면으로 돌진했다.

"이것들 감히 남의 나와바리에서 총질을 하고 지랄이야!!"

-WAV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5.82/16)

-WAV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5.74/16)

-WAV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5.59/16)

-WAV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5.37/16)

-WAV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5.08/16)

마샬아츠 더 레프트훅(Lefthook) 용린정권 권묘결 일축(日蓄)

과유불급일 수 도 있었지만 책상밑에서 스치듯 살아있는 여자 연구원을 본 나는 적들을 단숨에 섬멸하기 위해 용린정권에 마샬아츠 더 비타까지 섞어버렸다. 한쪽팔을 반나절 정도 못쓰게 된다고 해도 용린연환각의 갑을병정 초식이 있었기에 그리 큰 부담은 아니였다.

쒜에에에에엑!

강령술사가 내지른 주먹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권풍이 몰아닥치더니 하얀기갑 슈트를 마치 종이곽처럼 찢어발겼다. 나는 정체불명의 군인의 복부를 꿰뚫은 주먹에서 뜨끈한 내장의 감촉을 느낌과 동시에 이 기갑슈트가 꽤나 익숙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이것들은 다름 아닌 건스미스 율리안 헉스포드가 만들고 건슬링거 비비앙 칼빌레이가 착용했었던 팬텀 슈트와 동일한 모델이였던 것이다. 고작 색깔이 핑크에서 화이트 바꼈다고 첫눈에 그 중요한 사실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게임 회사에서 괜히 색조만 바꿔서 다량의 캐릭터 코스튬을 출시하는게 아닌 모양이였다.

나는 팬텀 슈트덕분에 권풍을 맞고도 간신히 살아남은 몇몇 놈들을 확인 사살한 다음에야 책생밑에서 비맞은 새앙쥐 오돌오돌 떨고 있는 안경쓴 여자 연구원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국에서 총기사고를 겪은 탓인지 그녀는 동공이 살짝 풀린채로 알 수 없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으으으... 이건 말도 안돼. 아직 연애 한번 못해보고 죽다니 억울해."

"이봐 정신차려! 넌 운좋게 내 눈에 띄어서 살았으니까 뭔가 알고있는게 있으면 말해봐. 저 흰둥이 녀석들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쳐들어온거야?"

"기, 김사건?"

"뭐야 너 나 알아?"

"너, 너 화랑대학교에서 완전 유명인이였잖아. 나도 같은 학번에 같은 학과였어. 물론 너랑 달리 나는 존재감이 별로없어서 알아보지 못하는게 당연하겠지만... 내 이름 혹시 기억해?"

"하아! 이런 곳에서 동문을 만나다니 인생이란 참으로 기묘하군. 하지만 지금은 통성명이나 하고 있을때가 아니니까 네가 보고 들은것에 대해서 좀 말해봐."

"나, 나는 아무것도 몰라. 그, 그냥 갑자기 비명소리랑 총소리가 들려서 방금까지 책상밑에 계속 숨어있었는걸."

"아, 진짜 도움 안되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구해주지 않는건데."

"흐으윽.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하... 아 그러고 보니까 총을 든 괴한들이 나한테 러시아어로 김여령 박사님 행방을 물었던것 같기도해. 아마 그것때문에 날 바로 죽이지 않은것 같던데... 근데 나 러시아어는 교양과목으로 잠깐 배웠을뿐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도 있고."

엄마를 노리고 들어왔다고? 나는 내심 인페르노 소탕 작전건으로 수면위로 올라온 아크리퍼를 노리고 찾아온 녀석들인줄 알았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김여령 여사 또한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의 천외천 랭커만 아니다 뿐이지 한국의 특수부대

GFT(Genetic Force Trooper)를 창설할정도로 능력이 출중한 인재였다.

만약 유전자 강화 병사로 이루어진 특수부대를 만들길 원하는 군부라면 당연히 탐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총기 소유가 금지된 한국에서 그것도 대낮에 이런 유혈사태를 일으키다니 윗대가리가 미쳐도 진짜 단단히 미친놈임이 분명했다.

물론 아무리 또라이라고 해도 나만큼 또라이일리는 없으니 이 화이트 팬텀놈들은 상대를 잘못 골라도 단단히 잘못 고른셈이였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삭초제근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순간, 완전히 고철이 된줄 알았던 화이트 팬텀 슈트에서 지지직거리는 무전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에코팀, 정체불명의 유령들에게 습격을 받았다! 반복한다. 특수 부대 고스트가 아닌 진짜 유령에게 습격을 받았다!!

-여기는 팍스트럿팀,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 귀신이 우리 부대원들을 학살하고 있다. 지원 바란다!! 으아아아아악!!!

-여기는 골프팀, 목표물을 확보했다. 약간의 희생이 있었지만 작전대로 빠르게 호텔팀과 합류해서 이 자리를 벗어나겠다.

그 특유의 억센 악센트는 러시아어가 분명했다. 나는 러시아어라면 교양과목은 커녕 그 흔한 회화책자 하나 읽어본적 없지만 VOT 단말기가 있었기에 모든 무전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분명 그들이 목표물이라고 칭한건 내 모친인 김여령 여사임이 분명하리라.

더 이상 지체했다간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는 사태까지 이어질거란 생각에 내가 발걸음을 서두르려는데, 나와 동문이라고 주장하는 안경잽이 여자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아오 진짜 귀찮아 죽겠네.

"아아앙, 두고가지마! 아직 무장괴한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르잖아. 최소한 경찰서에 데려다주고 김여령 박사님을 찾으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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