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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사건님 괜찮으십니까!? 지금 당장 의료반을..."
"됐어, 됐어 집어쳐. 무슨놈의 의료반이야. 그냥 배가 좀 그슬렸을뿐인데."
"면목없습니다. 수류탄처럼 오폭가능성이 있는 위험무기는 철통같은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본 마스크 보어 완성체 제 1호기 퉁구리가 그것은 손에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류탄의 사용방법과 위험성이라면 가르쳐준바가 있습니다만..."
"아야사, 너 무슨 세계 3차대전이라도 벌이려고 했던거냐? 총기류야 그렇다쳐도 폭탄류를 한국에 반입하다니 이 사실이 밖에 세어나가기라도 한다면 언론사나 정치권에 뇌물을 받친다고 해서 무마될 일이 아닐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접었고 전쟁을 벌일 대상도 사라졌지만 한때는 제 친조부이지 크로스데일사의 우두머리였던 블루아주 회장과 전면전을 펼칠 심산이였지요. 블랙 플라워가 선사한 고통은 혈육의 정조차 단절시킬 정도였으니까요. 아니 오히려 혈육이 그런 맹독을 사용했다는 사실때문에 그 당시 저는 앞뒤분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습니다. 하여 막대한 돈을 들려 무기 브로커들한테 전쟁물자를 마구잡이로 수입해왔죠.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이 총기반입에 엄격한 나라임을 감안해도 꽤나 바가지를 쓴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비싼 돈 주고 사서 처분하기가 아까웠다? 흐음. 뭐 아야사 네가 알아서 해라. 나는 뭐 관심 끌란다. 어차피 뭔가 문제가 되면 아야사 너를 색향천월관으로 옮기면 그만이니까."
-그것에 관해서입니다만 정말로 그 색향천월관이란 기지가... 달에 위치해 있는것입니까?
나는 마치 전음이나 아케인족의 텔레파시처럼 머리속에서 아야사의 목소리가 울리는걸 느끼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사이킥 능력이 진화한다는 얘기는 사실 나도 금시초문인데, VOT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블랙플라워(매드알케미스트 블루아주가 자신의 상속자들을 컨트롤하기 위해 만든 독으로 극심한 가려움을 유발한다.)때문에 크게 데인적이 있는 아야사가 VOT의 이적중 하나인 사이킥 파워를 습득하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수련한 모양이였다.
뭐 원래부터 능력좋고 야망이 있는 여대생이였으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만약 내가 여자 보지냄새나 맡으러 다니는 한량이 아니라 VOT에서 각성한 힘으로 아크데빌처럼 세계정복을 꿈꿨다면 아야사가 선봉장(?) 역할을 맡았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내가 그녀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기에 나는 이미 까발려진 사실에 확인도장을 찍어주기로 했다.(물론 다른 연구원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전음으로)
-응, 맞아. 제 2의 아크데빌이 나타나서 또 날뛸때를 대비해서 달에 기지를 세웠지. 너도 봐서 알겠지만 색향천월관에는 이 지구의 그 어떤 휴양지보다 우수한 시설들이 갖춰져 있으니까 마음껏 네 꿈을 펼치도록해. 내가 전에 했던말 기억하지. 이 세상이 불바다로 변해도 아야사 너하나만은 건사해주겠다고.
애시당초 색향천월관은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직녀루에서 영감을 받아 오직 나만을 위한 기루를 만들기 위해 사들인 도시형 전함이였지만, 나는 색향천월관이 마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방공호라도 되는냥 입을 놀렸다. 이 사실을 실제로 믿고 안믿고는 아야사의 자유겠지만 내가 명시적으로 그렇게 설명한 이상 그녀는 겉으로 색향천월관=방공호라고 간주한채 행동해야할 것이다.
-아니 저는 딱히 전쟁을 일으킬 생각같은건 전혀 없습니다. 단지 사건님에 비하면 미약할지 몰라도 저만의 독창적인 성과를 내고 싶었던것일 뿐이죠. 하지만 감히 사건님께 허가되지 않은 폭발물을 사용하다니 저 본 마스크 보어 완성체 제 1호기는 서둘러 폐기해야겠군요.
-나도 딱히 아야사 너한테 전쟁을 독려하는건 아니야. 단지 앞으로 이 세상이 어떤 아수라장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100%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노아의 방주 입장권이 너한테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거지. 그리고 이 퉁구리라는 녀석의 처분 문제라면 조금 더 지켜본 다음에 결정내리는게 좋을것 같군. 표기상은 제 1호기라고 해도 이녀석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적지않은 본 마스크 보어 실험체들이 희생됬을것 아니야? 간신히 손에 넣은 완성체 샘플을 고작 콩알탄 좀 던졌다고 폐기하는건 아깝지.
-송구스럽습니다.
-게다가 이 지구에서 아야사 너한테 충성하겠다고 나한테 이빨을 들이미는 존재가 또 어디있겠어? 나로서도 아주 흥미가 깊어. 물론 두번째 자비는 없다는 사실 잘 교육시키고.
-명심하겠습니다. 설사 녀석이 미쳐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사건님께 반항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천리통으로 주입시키겠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나와 소리없는 커뮤니케이션을 이어나가던 아야사는 가볍게 목례를 하더니 전투 실험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창가에서 물러났다. 익히 예상한 일이였지만 내가 두번째로 참가한 본 마스크 보어 전투 시뮬레이션도 꽤나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정도로 전력차가 난다면 본 마스크 보어 완성체나 성체를 추가로 투입해 일대 다수의 싸움을 벌이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였다. 분주해진 연구원들과 다르게 할일이 없어진 나는 실험체들이 거주하는 장소로 이어진 출입문이 열렸음에도 바짝 얼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퉁구리를 향해 소위 썩소라 불리우는 얼굴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비장의 무기가 혹시 더 남아있으면 또 덤벼보시지."
"퉁구리 살고싶다. 퉁구리 퉁퉁이처럼 죽고 싶지 않다. 퉁구리 아직 옥수수 사료 많이 못 먹었다."
"아이구 우리 퉁구리 옥수수 사료가 먹고 싶었어요? 네가 원한다면 옥수수를 아예 트럭채로 같다줄 수 도 있으니까 누가 너한테 콩알탄을 가져다 줬는지 말해."
"그, 그건 말할 수 없다. 그림자 요괴가 퉁구리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다. 말하면 퉁구리 피를 몽땅 빨아먹는다고 했다."
"아아 그래? 그럼 말하면 안되겠네. 자 어서 네 보금자리로 돌아가. 아야사가 너 고생했다고 따끈따끈한 옥수수 사료를 준비한 모양이더라. 다음에 또 나랑 마주칠땐 까불지말고."
"고, 고맙다. 퉁구리 살려줘서 너무 고맙다. 나중에 옥수수 사료 나눠준다."
나는 '그딴건 줘도 안먹어!'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월영공 듀리스와 연결된 영혼의 쇠사슬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아야사의 그림자속에서 은신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넘어지는 일은 없었겠지만 아마 적지 않은 중압감을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직접적인 체벌을 가하기는 어렵고 나는 이정도에서 체벌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어제 듀리스를 강제로 범하려고 했던것 때문에 장난질을 친 모양인데 나에게 정말 해를 입힐 작정으로 한짓은 아닐 것이다.
내가 수류탄따위에 타격을 입을 인사도 아니고 듀리스가 누군가에게 작정하고 해를 입힐 요량이였다면 이정도로 끝나지도 않았다. 허나 만약 또 한번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철저하게 듀리스를 망가트려줄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구의 유일한 Ex등급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이기도하고 초월 그림자 도약이라는 대체불가의 능력때문에 오냐오냐했지만 한번쯤은 제대로 그녀와 나 사이의 상하관계를 제대로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 듀리스가 다소 위험한 장난질을 쳤음에도 내가 가벼운 처벌로 끝낸것은 앞서 말한 본격적인 징벌에 대한 사전경고... 위옹위옹! 위옹위옹! 나는 공교롭게도 내가 경고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린 순간 전투 실험장이 떠나갈세라 울어되는 경보음때문에 일순 공황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퉁구리의 말마따라 바람구멍이 난 본 마스크 보어 성체의 시체회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사람이 나갈 수 있는 출구는 닫혀있던터라 나는 방금 아야사가 자리를 뜬 창문을 조용히 응시할 수 밖에 없었다. 전투 시뮬레이션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부산스럽던 연구원들의 움직임에는 이전엔 찾아볼 수 없었던 불안감이 묻어있었다.
-아야사 뭐가 어떻게 된거야? 빨리 결과 보고좀 해봐.
-죄송합니다, 사건님. 저도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사건님이 있다는 사실조차 까먹고 말았습니다. 지금 크로스데일 한국지점 지상 연구소에서 적색신호가 내려왔습니다. 본래 전염성이 있는 바이러스가 유출되거나 자연재해가 있을때에만 울리도록 되어 있는 신호인데 유선연락이 되지 않아서 지금 천리통 능력으로 감청중입니다. 으음... 이건?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총소리도 간간히. 사건님 지금 당장 엘리베이터로 가셔야 하겠습니다. 사건님의 모친께서 위험할 수 도.
-뭐라고? 이런 젠장할 도대체 어떤 자식들이야!?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시간없어. 지금 당장 듀리스보고 그림자 도약을 이용해서 나좀 지상으로 옮겨달라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