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15화 (31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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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본 마스크 보어가 단순히 이족보행을 했을뿐이라면 이렇게까지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가끔 TV에서 보면 강아지나 고양이들도 제발로 걷곤 하니까 멧돼지라고 해서 그게 안되리란 법은 없었다. 하지만 앵무새처럼 그냥 인간의 말을 따라하는 것도 아니고 어설프나마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는건 정말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정도로 굉장한 일이였다.(물론 뼈가면을 쓴 불법 생체병기가 살아움직이는 것만으로 이미 넉아웃이지만)

어찌보면 아야사가 신인류를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 도 있는 일. 다만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저 본 마스크 보어 완성체를 만드는 과정에 만약 인체실험이 동반되었다면 제네바 선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은 물론 도덕적 양심이 추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부분이였다.

아니 누구는 게임속에서 남의 골수를 통채로 뜯어다가 이식한 주제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로 보일 수 도 있으나 내가 걱정하는 포인트는 무분별한 인체실험 자체가 아니라 실험과정에서 마모될지도 모르는 아야사의 인격이였다.

나 자신은 우주 최악의 빌런이라고 해도 여자친구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순수한 여대생으로 남아줬으면 하는게 내 이기적인 본심이였다. 아샤사가 괜히 이상한 실험에 몰두하다가 김여령 여사처럼 어디간 비틀린 매드사이언티스트가 되버리면 그녀의 보지맛이 쉰 김치처럼 뚝 떨어져 버리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버리면 도대체 누가 그 책임을 진단 말인가!

나는 이런저런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눈동자로 아야사와 아이 컨택트를 시도했다. 몇번이고 나와 몸을 섞은 그녀라면 이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차리겠지.

"사건님이 무엇을 걱정하고 계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사건님께서 우려하고 계신 일이 실험과정 도중에 일어나지 않았음을 맹세드립니다. 사건님도 알다시피 제 24시간 동안의 일과 전체가 듀리스님의 보호 아래에 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지금도 제 곁에 머물고 계시죠. 아무래도 조금 언짢은 일이 있어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으실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면 듀리스님이 사건님께 보고를 드리지 않았을리가 없죠.

아니 듀리스님의 성정에 어쩌면 그 자리에서 저를 제지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 아야사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믿어주겠어. 그래서 이 끔찍한 혼종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거지? 엄마가 GFT의 데이터를 제공하기라도 했나?"

"김여령 박사님께서 본 마스크 보어 완성체의 제작에 적지않은 조력을 해주신것은 사실이지만 이녀석을 완성시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것은 GFT의 생체개조 데이터가 아닌 SSS의 사이킥 훈련 데이터였습니다."

"사이킥 훈련 데이터? 아하 VOT 온라인에서 1레벨 캐릭터로만 수련할 수 있는 그 방식을 말하는거군."

"네. 일전에 말씀드린대로 저는 그 훈련데이터를 바탕으로 천리청이란 이름의 사이킥 능력을 손에 넣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천리는 커녕 100m밖의 소리를 듣는것도 버거웠는데 계속해서 반복해서 사이킥 능력을 사용하다보니 점점 도청이 가능한 유효거리가 늘어나더군요. 이대로만 간다면 정말 천리 즉 400km 밖의 소리를 들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십리쯤에서 능력향상이 정체되더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이킥 능력이 변형되더군요. 단순히 먼곳의 소리를 듣는것이 아니라 먼곳에 소리를 전할 수 도 있게 된것입니다.

이른바 천리청의 제 2형태인 천리통 능력을 습득하게 된 것이지요."

나는 생체병기 본 마스크 보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야사가 뜬금없이 미국 SSS의 사이킥 훈련 데이터(블루아주의 독룡 팔타로스 강림계획을 저지한 대가로 받은 보상)를 거론하자 처음에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야사의 이야기가 진행될 수 록 실로 흥미롭기 그지없는 단서가 자꾸 튀어나왔다. 한때 북두십성의 일좌로서 VOT 온라인의 비밀을 대부분 파헤쳤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만하기 그지없는 생각이였다. 내가 알고 있는 VOT 온라인의 지식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뭐 그 해수면밑의 빙산이 얼마나 거대한지는 나중에 여신도서관을 통해 확인해 보기로 하고 일단 이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백치 저팔계부터 상대해 보기로 할까.'

"그 천리통 능력으로 본 마스크 보어에게 지속적으로 소통을 시도한 결과 대부분의 개체가 반응을 하지 않았고 일부 개체는 미쳐버리까지 했지만 아주 극소수의..."

"아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어. 자세한 내용은 자중에 서면으로 받을테니까 일단 이 녀석이랑 당장 싸우게 해줘. 우리 아야사의 역작이 어느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지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거든."

"여, 역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아직 개선할 부분도 많고... 하지만 사건님의 말씀대로 일단 전투 시뮬레이션을 펼쳐봐야 예의 본 보어 마스크 준성체처럼 미처 분석하지 못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거겠죠. 본 보어 마스크 완성체 제 1호 퉁구리 지금부터 눈앞의 인간을 상대로 전투를 진행해 보세요. 하지만 절대 그 인간에게 상해를 입혀서는 안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연습이지 실전이 아니니까요."

"퉁퉁이 죽어서 퉁구리 화났다. 열심히 싸운다. 싸우는데 피안흘린다? 아야사 족장 말 이해 안간다. 퉁구리 그냥 싸운다. 퉁구리 복잡한거 싫다."

확실히 미약하나마 소통이 가능해지니 이전처럼 기분나쁜 고주팜을 발생시켜 본 마스크 보어들을 싸우게할 필요가 없다는건 혁신적인.... 두다다다다다다!!! 내가 백치 저팔계를 목전에 두고도 긴장감없이 장단점 분석에 여념이 없을때 녀석이 기습적으로 무차별 사격을 가해왔다.

본래는 반동때문에 땅에 고정시켜서 사용하는 거치형 기관총을 무리없이 한손으로 들어올린 녀석은 절대 내게 상해를 입혀서는 안된다는 아야사의 명령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는지 방아쇠를 당기는 족발(엄연히 도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손이라고 해야겠지만 생긴건 영락없는 돼지 앞발이였다.)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물론 레레에 비하면 조금 무뚝뚝 하긴 하지만 말없이 충성을 다하는 지구의 이매망량 군단장 소소(여담이지만 소복을 입은 소녀모습이라 소소라 지었다.)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십만 이매망량으로 방벽을 세워 나는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았다.

대신에 갈길잃은 총알들과 탄피들만이 실험장 바닥위에 수북히 쌓일뿐이였으니 퉁구리는 목에 걸린 진주목걸이가 아닌 탄피목걸이로 서둘러 탄약을 재장전했다. 나는 이대로 소소에게 모든걸 맡겼다간 수련에 도움이 되지 않을것 같아 강제로 십만 이매망량을 해산시켰다.

오롯이 호신강기만을 이용해 퉁구리의 총알세례를 견뎌내볼 생각이였다. 아직 익숙치 않은 기의 운용때문에 호신강기가 뚫린다고 해도 아케인 쉴드, 귀갑흑석단으로 강화된 피부, 스케일 글래스로 코팅된 뼈로 이어지는 이중삼중 보호장치가 있었기에 딱히 안전불감증에 걸린 행동은 아니였다.

두다다다다다다!!!

총알이 비처럼 쏟아지는 전장으로 돌격해야하는 군인이 이런 기분일까. 나는 납탄따위가 나를 해칠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지옥의 유황탕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호신강기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며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나는 총구앞까지 당도해 있었다.

"인간 총 안통한다. 퉁구리 혼란스럽다. 퉁구리 겁이난다. 아야사 족장님 퉁구리 살려줘. 퉁구리 퉁퉁이처럼 죽고 싶지 않다."

"야 백치 저팔계 살고싶어?"

"퉁구리 살려줄꺼냐? 퉁퉁이처럼 바람구멍 안낼거냐?"

"그거야 너하기 나름이지. 정글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철저하게 지켜지는 냉정한 곳이지만 인간세계에서는 약자가 살아남는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니야. 그 방법은 바로 강자에게 빌붙는거지. 내게 절대적인 충성을 받칠 수 록 네가 살아남을 확률도 높아질거다."

"투, 퉁구리는, 퉁구리는... 오직 아야사 족장에게만 충성한다!!"

나는 손가락으로 기관총의 총구를 막은것만으로 완전히 방심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퉁구리는 품안에서 정체불명의 수류탄을 꺼내더니 그 자리에서 안전핀을 족발로 뽑아 버렸다. 못내 당황한 내가 십만 이매망량들을 불러들일 틈도 없이 수류탄 내부의 신관이 점화되는 픽!소리와 함께 내 발밑으로 수류탄이 떼굴떼굴 굴러들어왔다.

나는 수많은 철편조각들이 덮쳐올 것을 대비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수류탄을 배로 품었다. 절대 퉁구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호신강기를 단전 앞에 집약시켜 수류탄의 폭발을 최소화 시킬 요량으로 취한 행동이였다. 속으로 3, 2, 1... 숫자를 세니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나는 마치 초등학교 시절 상한 우유를 먹고 설사하기 직전의 복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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