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13화 (31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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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나는 나와 영혼의 표식으로 연결된 여자들을 제외하고 일일히 점혈법을 이용해 재워서 기야스로 운송했던 나의 수고를 단 한마디로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듀리스때문에 아연실색했다. 아무래도 게임속 세상에서 살던 기간이 길었다보니 현실감각이 제로가 되버린것 같았다.

듀리스도 내 지적에 순간 앗차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도끼눈을 하고 나를 질책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애초에 이게 다 김집사가 나한테 그 불결한 고기막대를 들이밀어서 생긴일이잖아. 그리고 여기가 달인걸 들킨게 뭐 어때서. 여기가 지구로부터 38만 km나 떨어진 곳에 있는 위성인 달이다. 내가 밟고 있는 땅이 바로 달이다라고 왜 말을 못하는데?"

"아니 그거야 본진의 위치를 숨기는건 기본중의 기본... 아니 됐다. 내가 너랑 이런 얘기를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니. 아무튼 나한테 대줄 생각없으면 때밀어달라는 부탁같은건 하지도... 말라는건 좀 매정하니까 내가 밀어줄게. 그것도 아주 구석구석 꼼꼼히."

"됐어! 김집사가 설마하니 남자혐오증이 있는 나를 상대로도 그런 경망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을줄은 몰랐어. 앞으로 내 몸에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봐. 그 자리에서 바로 요절을 내줄테니까. 차라리 아야사한테 부탁하고말지."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아야사는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으로 온천수를 찰방거렸다. 이렇게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듀리스의 때를 밀어줘야 하는것인지 말아야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는거겠지. 나는 아야사에게 건성으로 턱짓을해 암묵적인 허락의 메시지를 전했다.

내가 듀리스랑 사이가 틀어지는거야 그렇다쳐도 듀리스가 아야사를 24시간 전담호위를 맡고 있는 마당에 둘 사이가 서먹해지는건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나는 초록색 때밀이를 아야사에게 바턴터치하고 꽁한 기분으로 온천탕에 복귀했다.

주위 여자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너무 궁금한것이 많지만 내 기분이 저기압이라 섣불리 말을 걸 수 없다라고 쓰여져 있었다. 하긴 그럴만도 했다. 내가 처음 이들에게 점혈법을 시행했을때 나는 해저도시에 있는 내 별장으로 떠난다고 페이크를 펼쳤었다.

당연히 그말을 곧이곧대로 믿는이는 없었다. 내가 북두십성의 일좌로서 최고위 수준의 강령술법을 이룩한건 사실이지만 언데드와 해저도시와는 눈꼽만큼의 상관관계도 없었다. 하물며 해저도시에서 한술 더 떠서 달에 건설된 워터파크 플러스 온천이라니?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해도 내 아바타 옥사건측의 사정은 커녕 아바타라는게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그녀들에게는 달의 뒷편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얘기만큼이나 허황된 느낌이리라. 나는 그녀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싶지도 않았고 이 사태를 수습할 기분도 아니였기에 온천수에 눈만 내놓고 잠수를 해버렸다.

지들도 생각이 있으면 어디가서 '어제요. 제가 달에 있는 워터파크를 갔다왔는데 물이 참 좋더라구요. 호호.'라고 떠벌리진 않겠지. 설사 색향천월관의 위치가 노출된다고 해도 어느 누가 오버테크놀로지로 무장한 도시형전함을 침략해 올 수 있겠는가? 걱정일랑 붙들어매고 나는 지금 이 풍경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오호라 가슴이 D컵 이상면 물에 붕붕뜨기도 하는군.

*    *    *    *

"어떤것 같아, 엄마? 아직 내 힘으로는 세계수의 세포를 채취하는게 힘들것 같아서 가져와봤는데. 심심풀이 연구용으로는 괜찮겠지?"

"크크킄킄. 심심풀이 연구용? 우리 아들 직접 현미경으로 관찰해봤다면서 그런 소리가 나와? 이건 심심풀이 연구 수준이 아니야. 내가 앞으로 평생을 걸쳐서 연구에 매진해도 모자랄만큼의 불가사의라고. 이걸 어디서 발견했다고 했지? 학명은 어떻게 되고?"

"생명체의 위속에서 발견했어. 그것도 보통의 위산보다 PH농도가 10배 높은 위속에서.  정확히 어느정도의 시간을 그곳에서 생존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 1년은 넘은것 같더군. 학명은 내가 지은건 아니지만 그녀석을 위속에 품고 살았던 놈이 헤비메탈 슬라임이라고 불렀었지 아마? 어차피 이녀석을 아는 인간은 모두 죽었으니까 엄마가 연구한 다음에 다시 이름을 붙여도 상관없을것 같은데."

"그건 안돼지. 그런 짓은 학계에서 쓰레기취급을 당하는 작자들도 하지 않는 짓이야. 최초 발견자가 지은 학명은 아무리 네이밍 센스가 엉망이라도 존중해줘야되. 그것보다 곰벌레보다 생명력이 질긴 세포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야. 그때 하와이에서 자살했으면 정말 억울할뻔 했어."

"내가 개인적으로 연구할려다가 엄마 생각해서 가져온거니까 고마운줄 알아. 아참 그리고 엄마라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녀석을 연구할때는 특별히 주의를 해줘. 금속성분의 물질을 섭취했을때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해서 위험한 개체로 탈바꿈할 수 있으니까. 항상 플라스틱 시험관을 사용하고 여차하면 강산성 물질로 소독을 할 수 있어야돼."

"이 엄마가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걱정도 팔자로군. 너는 어서 아야사한테 그 아이한테 가보기나해. 본 마스크 보어 완성체를 너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난것 같으니까."

"예이예이."

제 1회 수영복 섹스 파티 뒷풀이 온천욕이 찜찜한 분위기로 끝이나고 나는 본래 1박 2일로 기획했던 계획을 수정해서 당일날 그녀들을 지구로 돌려보냈다. 물론 처음 데려올때와 마찬가지로 일일히 점혈법을 사용해 재운 다음 기야스에 태우는 방식을 이용했다.

그녀들에게 색향천월관이 달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들켰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듀리스의 입을 통해 들은것이였기 때문에 실제로 창문밖에서 달과 지구의 전경을 보는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그녀들은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갔고(허나 색향천월관에 원주민인 바이올라, 스칼라, 연희, 치요코는 그대로 달에 남아야했다.) 나는 다음날 아침 아야사와 약속한 대로 크로스데일 한국 지부점에 출근한 상태였다.

오랜만에 들어와보는 크로스데일 한국지점은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VOT 온라인의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만렙 유저를 포함해서 많은 인사를 확충한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에게 헤미메탈 슬라임의 체세포 일부를 건네주고 홍채인식 엘레베이터에 탑승해 지하로 향하자 오히려 이전보다 인원이 줄어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본 마스크 보어 연구가 남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였기 때문에 보안상의 문제로 지상과는 반대로 인원감축을 시도한것 같았다. 나는 주위를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는 연구원들에게 물어물어 아야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일전에 나에게 독일말로 호박씨를 깐 칼로도프 수석 연구원과 진중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였는데, 아직까지 그가 연구소에 남아있는걸 보면 인성은 어떨지 몰라도 확실히 능력자체는 우수한 녀석이였던것 같았다.(근데 내가 다른 누군가의 인성을 지적할 입장이던가?)

나는 혹시나 칼로도프가 나를 알아볼까 싶어 짐짓 과장스러운 몸동작으로 아는채를 했다.

"여 오랜만이야, 칼로도프. 요즘도 독일어로 사람을 면전에다 두고 무안주는거 아니지? 그 버릇 고쳐야되. 요즘 시대가 어느땐데. 제 2외국어로 독일어를 선택하는 고등학생들도 있단 말이야. 차라리 할려면 아랍어로 하던가. 아니 그것도 요즘 수능 등급받기에 좋아서 익히는 학생들이 있던가?"

"다, 당신은...?"

"설마 나를 잊었다고 하진 않겠지?"

"본 마스크 보어 준성체와 맨손으로 싸우는 사람을 어떻게 쉽게 잊겠습니까. 게다가 당신이 김여령 박사의 하나뿐인 자식이란걸 안 지금은 더더욱."

"안본 사이에 말투가 많이 정중해졌네. 우리 엄마를 존경하기라도 하나봐?"

"생명공학자들중에 당신의 어머니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더 드물것입니다. 김여령 박사는 학술적인 공로도 대단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불치병의 치료제 라이센스를 공짜로 풀어버린 일로 의사들에게까지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같은 공학도에게 존중받는 박사는 많아도 의사들에게까지 공경을 받는 공학자는 그녀가 유일할 것입니다."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으니 낯간지럽군. 어서 실험이나 빨리 시작하지. 아야사 빨리 그 본 마스크 보어 완성체라는 녀석과 붙게 해줘."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상속자 리그에 출전시키려고 미처 사건님과 붙여보지 못한 본 마스크 보어 성체와 몸풀기라도 하시는건 어떻습니까?"

"뭐 그것도 좋겠지. 안그래도 어제 좀 무리를 해서인지 자고 일어나니까 몸이 좀 뻐근하더라고."

나는 아야사의 흰 가운에 가려진 하반신 부분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앓는 소리를 했다. 아야사의 얼굴이 단숨에 홍당무처럼 벌게지는걸 보고 있노라면 여간 즐거운게 아니였다. 확실히 아야사가 놀리는 맛이 있어. 나랑 몸을 섞은지가 꽤 됬는데도 저렇게 수줍어 하는걸 보면.

이런 나의 간접적 성희롱에는 머릿속에서 칼로도프의 김여령 여사 칭찬을 빠르게 지워내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었다. 까놓고 말해 나라는 아들 입장에서 김여령 여사는 절대 좋은 엄마가 아니였기 때문에 그녀의 남모를 선행이 어딘지 모르게 거북한 느낌이였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 거북함을 씻어내기 위해 전투 실험장 내부로 덤블링을 해서 뛰어 들어가 촐싹거리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예에~전에 이 전투 실험장에 처음 들어왔을때와 비교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지금의 나는 부쩍 성장해 있었다.

본체의 이매망량 군단장 소소를 위시한 십만 이매망량을 제하더라도 용린정권, 용린연환각, 표홀신법, 파랑쇄지, 백호패왕권을 12성까지 대성했고 황룡기공파는 10성까지 극성을 이룩했다. 여차했을때는 마샬아츠 더 비타라는 필살기까지 있었으니 인간병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아야사와 첫만남을 가졌을때만 해도 팔굽혀펴기 10번도 제대로 못하던 내가 이렇게까지 성장하다니 나는 격세지감을 느끼며 내가 배운 초식들을 하나하나 재복습했다. 그렇게 내가 온몸으로 싸우고 싶다는 뜻을 어필하자 아야사도 지체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는지 예의 방송을 시작했다.

"일자 20161229 대상 본 마스크 보어 성체 전투 시뮬레이션 담당자 아야사 크로스데일. 지금부터 녹음될 음성은 제 88회 본 마스크 보어 전투 시뮬레이션에 관련된 기록입니다. 본 마스크 보어 성체는 사실상 지구의 동물중에서는 상대가 없고 본사의 크레인으로도 간혹 제어가 버거운 괴물이지만 이번 실험에서 녀석이 난동을 부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점을 청취자 및 세이프티 요원들에게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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