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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아무리 지식은 곧 힘이라지만 엔도미야가 여신도서관의 입장권한을 준다고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때 나는 조금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야미도엔에게 부여받은 미들네임 디파일러의 경우 주인없는 행성이나 풍수지(지구에서도 마력을 축적할 수 있는 신비의 땅)만 있다면 즉각적으로 전력을 상승 시킬 수 있었던 기술인 반면 도서관 입장이라는 보상은 나보고 공부를 따로 하라는 소리였기 때문이였다.
안그래도 강령술사 3대 괴서 네크로노미콘, 데모닉 그리모어, 귀혼강신법순으로 토나오는 전공서들이 대기중이라 공부할게 산더미인데 나보고 평생 공부나 하면서 살라는건가? 물론 엔도미야같은 초월 인터페이스를 손수 제작한 얼티밋 판게아의 문명수준에 대해서 술법사이자 생명공학자로서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에 귀혼강신법을 직접 내게 주지않고 위치만을 가르쳐준것도 그렇고 엔도미야는 전형적인 물기기를 입에 넣어주는게 아닌 물고기를 잡는법을 가르쳐주는 과였다. 그 질서의 엔트로피인지 뭔지가 손실될까봐 직접적으로 힘을 주는걸 극도록 꺼리는 걸지도. 여하튼 내가 야미도엔으로 부터 미들네임의 힘을 받은건 어디까지나 비밀이였기에 나는 섣부른 비교발언을 자제하고 애써 태연을 가장해 질문했다."그래서 그 얼티밋 판게아의 주민들의 지식이 잠들어 있다는 여신도서관에 들어가는 방법은? 그렇게 귀중한 지식들을 종이책에 적어서 쌓아뒀을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물론 전부 데이터베이스화 시켜서 분할 백업중입니다. 사실상 이 VOT 온라인도 얼티밋 판게아의 지식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진배없기때문에 당신은 VOT 온라인의 공략목적으로도 여신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글쎄. 말은 고맙지만 지금 이 강령술사 캐릭터는 너무 약해서 게임공략이고 뭐고 할 맛이 안나. 지난번의 진시황릉 공략만해도 내 힘이 아닌 다른 유저들의 힘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에는 농담처럼 꺼낸 얘기였지만 강령술사 직업 좀 상향해주면 안되나? 1000레벨 일반 사냥터만 가도 툭치면 억하고 죽는다고."
"VOT 온라인의 서비스가 종료되는 날이 오더라도 강령술사의 상향은 없습니다. 익히 알고있는 사실이였지만 아크리퍼 당신 정말 양심이란 개념자체가 없군요. 그렇게 강령술사가 약한게 불만이라면 명계의 환생 퀘스트를 받아서 새로운 히든직업이라도 1레벨부터 키우시던지요."
"운영자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군. 아무리 환생 퀘스트로 보너스 스텟을 받는다 하더라도 1레벨 부터 캐릭터를 키우는게 쉬운줄 알아? 전직업의 스킬이라도 일부 전승해주면 몰라."
"쉰소리는 집어치우고 이만 물러가세요. 여신도서관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은 물론 이번 Ex랭크 임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브리핑 영상까지 당신의 VOT 단말기에 추가해뒀으니까."
"왠지 나랑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구두로 설명하려던걸 영상으로 대체한 느낌인데? 뭐 나도 마침 급한 볼일이 있었으니까 이만 물러가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엔도미야가 강령술사를 상향해달라는 나의 징징거림때문에 다소 아미가 찌부려진것처럼 보인건 착각일까? 나는 언젠가 엔도미야의 팔자주름을 보게 될 날을 고대하며 지금까지 비활성화 되어 있다가 막 불이 들어온 로그아웃 버튼을 눌러 현실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여신도서관에 접속하는건 일단 미뤄두고 예의 Ex랭크 임무에 대한 내용부터 살피기로 했다. 여신도서관의 경우 언제가 됬든 검색이 가능했지만 Ex랭크 임무의 경우 타임 리미트가 걸려있었기 때문이였다. 정확히는 이 날까지 임무수행을 완료하라는 의미에서의 타임 리미트가 아니라 이 날까지 엔트리 모집을 끝내겠다는 뜻의 시간제한이였다.
그말인즉슨 여차하면 이 임무를 무시하고 내 갈길을 가도 상관없다는 뜻이였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였기때문에 나는 신중히 임무 내용을 살폈다.
[엔도미야의 퀘스트창]
-백익성에서 루시페르와 세라푸스를 억누르고 있던 봉신진이 해당 은하계의 행성 십자배열일(Grand Cross Day)을 기점으로 해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각각 여신칼날단 서열 8위, 반신타락자 서열 6위에 해당하는 두 고대제왕 출신 초월자들의 재빠른 신병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최악의 경우 아군은 잃고 적군은 늘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임무이니 실력이 검증된 여신칼날단원만 가려받겠습니다. 특히나 백익성의 경우 루시페르의 손발이라고 할 수 있는 펄른 엔젤윙(Fallen Angelwing) 교단이 득세해 VOT 단말기의 유입조차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라 임무 수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집기한:D-99
난이도:Ex
보상: 1억 VP
실시간 지원 후보>
1. 여신칼날단 서열 20위 아수라몽크 트렉슐
2. 여신칼날단 서열 10위 비취드래곤 앙그릿사
나는 임무 브리핑 내용중에 익숙한 단어를 발견하고 나도모르게 '오호라!' 취임새를 덧붙일 수 밖에 없었다. 한때는 일개교단의 성녀였지만 지금은 독배(우버리퍼에게서 빼았은 성유물로 극한의 고통을 대가로 사용자를 밴쉬로 재탄생시킴)로 인해서 밴쉬세이지가 되버린 누시아가 모시던 신인 광휘의 치천사 세라푸스의 이름이 브리핑 도중에 등장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시간 지원 후보에 올라온 트렉슐이란 이름. 에녹과 몸을 교체하는 과정중 보았던 회상씬에서 한번 등장한적이 있는 이름이 분명했다. 일전에 엔도미야가 나와 상성이 좋지 않은 여신칼날단원이라며 넌지시 언급했던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무심코 지나쳤지만 백익성과 관련된 임무에 누구보다 빨리 지원한 것을 보면 그때의 몽크가 확실했다.
에녹과 비견되는 출중한 실력을 지녔지만 검이 아닌 주먹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성검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 1성기사단장. 과연 그는 마검이 아닌 성검 아발란체를 들고 있던 에녹으로서도 쉬이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출중한 실력으로 엔도미야의 눈에 띄어 여신칼날단에 영입된 모양이였다.
나는 무척이나 흥미를 돋구는 임무내용과 함께 1억 VP라는 보상에 주목했다. 1억 VP. 여신 마켓에서 알게된 이 금액의 의미. 그것은 한번 죽어서 엔도미야의 장난감 인형이 되버린 인간들이 인형의 집을 나와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이른바 목숨값에 해당하는 돈이였다. 아마 이 돈이 있다면 지금 사경을 헤메고 있다는 용린혁 가주가 다시 손녀인 은리 사저와 손을 맞잡게 해줄 수 도 있겠지.
그런데 과연 내게 이 1억 VP가 생겼을때 내가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서 그러한 거금을 사용할 수 있을까? 나는 마음이라는 연못에 자갈돌을 던지듯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답은 0.1초도 망설일것도 없이 No. 나라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원한은 바위에 새기고 은혜는 모래에 새기는 배은망덕한 악인이였다.
아무리 용린혁 가주가 생면부지의 사람인 내가 새로운 세상에 눈뜰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했다지만, 나는 아직 다른 누군가를 위해 희생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브로콜리를 먹기 싫어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였다. 그러나 이 임무 자체는 제법 흥미가 동하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지원자 명단에 내 이름을 올렸다.
'뭐 엔트리에서 탈락하면 뭐 어쩔 수 없는거고 혹시나 합격한다면 내가 새롭게 만들 크림슨 메이든의 주민들의 힘을 시험해 볼 좋은 무대가 될 수 있겠지.'
물론 목숨을 걸어가며 세라푸스를 구할 생각따위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다른 여신칼날단원 사이에서 간을 보면서 형세가 조금이라도 불리해 보이면 바로 저승으로 튀어버릴 요량이였다. 이제 저승의 우두머리인 염라하고도 안면을 튼 상태니 부담없이 저승문 개전을 사용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마음의 정리를 한 나는 미처 실행에 옮기지 못한 수영복 파티의 개최를 위해 아야사에게 긴급 메시지를 송신했다. '아주 급한 일이 있으니 아래의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신라호텔로 집합하게해.'라는 내용을 담았으니 감히 내게 거역할 생각이 있는게 아니라면 한두시간내에 모든 파티참가자들이 모일 것이다.
수영복은 따로 지참 안해도 되냐고? 그것은 이미 시스트린에게 말해두어 아주 요망하기 그지없는 디자인으로만 엄선해서 수십벌을 준비해둔 상태였다. 그럼 이제 내가 할일은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를 끌고 신라호텔의 상공으로 가서 미리 대기하는 것 뿐이였다.
물론 그녀들에게 아직 내가 달에 색향천월관을 세웠다는걸 들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점혈법을 이용해 모두 기절시킨 다음 옮길 생각이였다. 왕루옌에게는 점혈법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는데 그거야 뭐 나중에 가서 생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