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04화 (30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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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나는 내게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해준 용린혁 가주에게 막말을 일삼는 세비앙에게 온갖 강령술 저주라도 퍼붓고 싶은 심정이였다. 하지만 강철로 만들어진 몸을 갖고 있는 그녀에게 강령술 저주따위가 통할리가 없었으니 그저 속으로 '저 깡통 빗치년 언젠가 자빠트린 다음에 기름을 줄줄 흘리게 만들어주마'라고 읊조릴 따름이였다.

그렇게 내가 뒤에서 궁시렁 거리고 있을때 세비앙은 이전에 찾아왔을때와 마찬가지로 공간접합계열의 전이술식이 인챈트된 나무문을 열어 나를 엔도미야에게로 안내했다. 여전히 라푼젤 뺨때리게 긴 머리가 바닥을 뒤덮고 있는 그녀의 자애로운 미소를 보자 마치 그때 이후로 이 장소의 시간이 멈춘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오랜만이로군, 엔도미야. 아무리 고용주된 입장이라지만 바쁜 사람보고 너무 오라가라하는거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중요한 파티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이번 호출은 정말 기분이 나빴다고. 다음부터는 최소한 저 깡통로봇 2호한테 예의범절 프로그램을 인스톨한 다음에 나를 호출했으면 좋겠군."

"하! 예의범절이 정말 필요한쪽은 제가 생각했을때 아크리퍼 당신인것 같은데요. 엔도미야님이 부르시면 설사 당신이 인간 암컷과 교미를 하고 있는 도중이라고 해도 바로 튀어오는게 맞는거에요. 10번이나 호출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무시하다가 이제와서 도착한 주제에 엔도미야님께 고개를 조아리진 못할망정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오다니, 당신 진짜 128단계 화력조절 화염방사기 TK-4의 맛을 보고 싶은건가요?"

"아니 이 깡통로봇 2호가 누구는 싸울줄 몰라서..."

"거기까지. 아크리퍼, 이번에 당신을 호출하는 과정에서 세비앙이 무례하게 군 부분이 있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무의미한 감정싸움은 멈추도록 하죠. 세비앙은 잠깐 나가있도록해요. 아크리퍼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엔도미야님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언니의 부활 쿨타임을 어떻게 줄여주실 수 는 없으신가요? 얼마전부터 자꾸 언니가 제 개인 네트워크망에 접속해서 저를 보채는지라. 물론 못들은걸로 하셔도 됩니다. 언니도 그저 엔도미야님께 말씀만 꺼내보는거면 족한다고 했으니까요."

"그거라면 가까운 시일내에 좋은 소식이 있을 수 도 있으니 일단 기다려보라고 하세요. 물론 아무 대가도 없이 부활 쿨타임을 줄여주겠다는건 아닙니다. 이번에 꽤 위험한 Ex랭크 협동임무가 있는데, 이 임무의 보상을 일부 삭감하는 조건으로 그렇게 할 수 도 있다는거죠. 아직 협동임무의 엔트리가 완전히 확정된건 아닙니다만, 메카닉 속성의 여신칼날대원의 자리 하나는 확정인지라. 뭐 당신의 언니는 저번 임무의 실패로 임무수행능력 평가가 절하됬기 때문에 대신 세비앙 당신을 엔트리에 포함시킬지도 모르지만요."

"네, 그럼 언니에게도 그렇게 전해두겠습니다."

세비앙은 프랑스 메이드복의 치마를 우아하게 들어올려 엔도미야에게 인사를 올리더니 예의 나무문을 통해 방에서 사라졌다. 아주 그냥 나를 대할때와는 태도가 천지차이로구만. 그건 그렇고 세비앙의 언니라면 혹시 그녀석을 말하는건가?

"예, 방금 이야기의 주인공은 일전에 당신이라는 이레귤러 유저를 제거하라는 B랭크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도리어 당해버린 여신칼날단 서열 19위 슈퍼로이드 퀼레뮤츠를 지칭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 당시 퀼레뮤츠를 엔트리에 포함시킬때만 해도 절대 실패할리가 없는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뭐 이 경우 제가 임무의 난이도 랭크를 평가절하한 탓도 없다고 할 수 는 없겠군요."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것처럼 말하는군."

"굳이 생각을 리딩할 필요도 없지요. 당신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는데요."

"그 말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내 생각을 읽을 수 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노 코멘트하겠습니다. 당신의 말마따라 제가 여신칼날단의 고용주라고 해서 당신을 마음대로 오라가라할 권리도 없지만, 피고용인인 당신의 질문에 꼭 대답을 해야할 의무도 없으니까요."

나는 절대 살가운 내용의 대화가 아님에도 처녀보살처럼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엔도미야를 응시하며, 그녀가 무슨 의중을 갖고 있는지 헤아리려 해봤지만 도리어 머리만 복잡해지는걸 느끼고 모든걸 내려놓았다. 그래, 그녀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면 내가 야미도엔과 계약한 일을 걸고넘어지지 않았을리가 없다. 있지도 않은 능력때문에 속앓이 하지말고 그냥 속편하게 있어야지.

"오케이, 오케이. 엔도미야 네 말이 다맞아. 하지만 적어도 나를 호출했으면 무슨 용건으로 불렀는지에 대해선 이야기 해줘야겠지?"

"물론입니다.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아까 세비앙과의 대화에서 나온 Ex랭크 임무의 엔트리 편성때문에 당신을 불렀습니다. 물론 반신타락자를 두명이나 해치운 공적 또한 치하해야겠지만 말이죠. 이른바 겸사겸사해서 부른겁니다."

"호오 이 몸의 활약이 벌써 네 귀까지 들어간건가? 이것참 이상하군. 나는 아직 술집같은데서 내 무용담같은걸 떠벌린적이 없는데 말이야."

"새삼스럽게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군요. 질서의 수호자인 제가 혼돈의 주인인 야미도엔과 이 우주라는 체스판 위에서 겨룬다고 했을때 여신칼날단과 반신타락자는 그 어떤 체스말보다 중요한 기수입니다. 심지어 디파일러 킹과 퀸 보다도 말이죠. 그런데 제가 신원이 파악된 반신타락자들에게 모종의 표식을 해두지 않았을것 같습니까?. 솔직히 당신이 반신타락자의 목숨을 처음으로 앗아갔을때 저는 뭔가 우연이 겹친 결과가 아닌가 했습니다만, 두번째로 반신타락자의 목숨을 앗아갔을때는 당신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27위에 머물러있는 당신의 서열을 올려야 하나 고민까지 했습니다만 아직 실질적인 전투데이터가 없어 일단 그대로 두었습니다.

아마 이번 Ex랭크의 임무가 끝나고 나면 서열이 최소 3단계 이상은 상승해 있겠죠. 물론 당신이 이번 Ex랭크 임무를 수락하고 또 그 임무에서 살아남았을때의 이야기입니다만."

"그렇게 중요한 체스말을 두개나 치워버렸는데 왜 디파일러 킹 긴고를 해치웠을때처럼 바로 VP를 지급해주지 않은거야? 성과에 따른 보너스를 제대로 지급해주지 않으면 피고용인에 불과한 나는 제대로 의욕을 내기 어렵다고. 말로만 하는 치하로 끝내면 섭섭해."

"당신에게 바로 VP가 지급되지 않은 이유는 반신타락자를 제거했을때의 보상은 연봉인상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축하합니다, 아크리퍼. 반신타락자를 둘이나 해치운 공로로 당신의 연봉은 200% 인상되었어요. 그러니까 기존의 3배 정확히 3000만 VP를 해마다 받게되겠군요. 벌써부터 월급날이 기다려지지 않나요?"

나는 사흉신교의 교주이자 사흉수의 하나인 혼돈을 봉인할 영혼석과 새롭게 나의 강병이될 언데드들을 보관할 크림슨 메이든을 구입하느라 사실상 VP가 얼마남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그만큼 씀씀이가 많아지니 여차하면 거지꼴을 못면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엔도미야는 초월 인터페이스답게 알아서 내 주머니사정을 구제해 주었다.

여차하면 지구의 수호자 역할을 내팽겨치고 파업(딱히 지구를 침입해올 적들이 있는것도 아니였지만)이라도 할 요량이였는데 잘 됬군.

"좋아, 그럼 보너스 문제는 해결됬으니까 그 Ex랭크의 임무란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여신칼날단에게는 평소 관할 은하계를 수호하는 임무가 이미 있는걸로 알고있는데 그건 어떻게 되는거지? 그럴일은 없겠지만 임무에 나가있는 도중에 지구가 외계인들에게 침략 당해서 연봉이 삭감된다면 굉장히 억울할것 같은데 말이야."

"그런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당신이 지구에 눈을 떼는 순간 다른 대체인력이 붙을테니까. 그것보다 아직 반신타락자를 쓰러트린 보상에 대해서 마저 이야기 해야겠군요. 여신칼날단원이 반신타락자를 제거했을때의 보상은 비단 연봉 인상뿐만이 아닙니다. 고작 돈 만으로 그들에게 목숨을 건 싸움을 종용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또 하나의 보상, 그것은 여신도서관에 액세스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당신은 총 두명의 반신타락자를 헤치웠으니 총 2번의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겠군요.

이른바 여신도서관 검색찬스 2회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신도서관이라... 즉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지식을 주겠다. 뭐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는건가?"

"정답입니다. 역시 술사타입의 능력자라 그런지 이해가 빠르시군요. 물론 무투타입의 능력자에게도 이 여신도서관은 충분히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왜냐하면 이 여신도서관에는 인간이 모든 방면의 문명수준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던 얼티밋 판게아 시절의 정보가 보관되어 있으니까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신이 모르진 않겠지요? 무려 저라는 초월 인터페이스를 만든 인간들의 지식을 공유해주겠다고 저는 말하고 있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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