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98화 (29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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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나는 내 몸을 차지한 오시리스가 그 자리에서 초정령견신 아누비스따위를 사용해서 염라를 때려눕힐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대화로 상황을 풀어나가려 하자 벙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시대가 지연, 학연, 혈연없이 성공하기 힘든 때라지만 고대 제왕같은 신적인 존재들까지 친목질을 하고 자빠지면 나처럼 미천한 필멸자들은 어떻게 먹고살라는건가?

"어쩐지 이 개는 당신이 소환한 정령견신 아누비스였군요. 뭔가 미묘한 이질감이 느껴져서 다른 소환수인줄 알았건만."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알려준 수인을 토대로 이 필멸자가 소환한걸세. 물론 일반적인 소환방식은 아니고 망령을 뼈대로 죽음의 기운을 덧쒸우는 형태였지. 아무리 내 육신중 일부인 뇌를 흡수했다고 해도 상당한 재능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 자네가 이자를 탐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하지만 나는 지금 이자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밖에서 동생의 계획을 막아야만 한다네. 그러니 내 얼굴을 봐서라도 이만 보내줄 수 는 없겠나?"

"후우. 오시리스 당신의 부탁을 내가 거절할 수 는 없는 노릇입니다만 당신의 동생 세트가 1000명의 고위 강령술사 신도집단 데스 스토커들을 앞세워 번번히 저승을 노려왔다는걸 알고는 계십니까? 적어도 당신의 조각난 죽음의 장기들을 다 모은 후에나 동생과 대적해볼만... 아니 사실 데스스토커들이 다단계 형식으로 또 다른 신도들을 모은탓에 세트는 그 어느때보다 견고한 신앙네트워크를 구성한 상태. 오시리스 당신이 본래의 힘을 되찾는다고 해도 승부를 장담하긴 어렵겠죠."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동생이 잠자코 있을거라 생각하진 않았네만, 이렇게 염라 자네가 저승에 질서를 만들고 수호하고 있는 동안이라면 희망은 있지. 아무리 힘이 부족하다고 한들 삶과 죽음이 순환하는 섭리를 부정하고 악용하려드는 동생을 형으로서 방치할 수 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는가?"

"당신은 여전하군요. 세트가 당신의 반의 반만 닮았어도 이 사단이 나지는 않았을텐데."

"인간의 본성이 바뀐다는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네. 하물며 유구한 세월동안 자아가 굳혀진 고대 제왕이라면 말할것도 없지. 나는 그것보다 삶에 염증을 느끼고 죽음을 선택한 자네가 저승에 이렇게까지 질서를 확립했다는 것이 놀랍군."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실제로 눈에 흙이 들어가니 세상이 좀 달리 보이긴 하더군요. 정확히는 아귀다툼의 온상이던 옛 저승이 제 마음을 움직인셈이였지만 말입니다."

나는 고대 제왕 출신인 오시리스와 염라의 대화를 묵묵히 경청하며 혼란에 휩싸였다. 당장의 횡액을 피하기 위해 오시리스와 계약을 하긴 했는데, 당장 혼돈의 주인 야미도엔이 보낸 자객을 상대하기도 벅찬상황에서 또 다른 고대 제왕인 세트를 적으로 돌리라고?

그것도 고위 강령술사 1000명이 뭉친 신도집단 데스스토커(Deathstalker)를 거느리고 있는 어마무시한 녀석을? 나는 벌써부터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앞으로는 그 어떤 고대 제왕이 내게 달콤한 말을 속삭여도 넘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뭐 애시당초 고대제왕과의 이중계약이 가능한지는 미지수였지만.

그런데 데스스토커라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란 말이지. 어차피 지금 당장 세트와 그의 신도들에게 돌진하라는 소리도 아니였기에 모든걸 내려놓은 나는 왠지 모르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단어때문에 잠시 회상에 잠겼다. 데스스토커라, 데스스토커, 데스스토커...

아 맞다! 나는 일전에 매드알케미스트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이 자신의 전속길드인 포이즌스토커를 앞세워 강령술사 유저들의 에덴동산이라고 할 수 있는 네크로폴리스 사냥터를 독점하려는걸 쳐부신적이 있었다.

뚜겅을 열고보니 블루아주가 네크로폴리스의 네임드 보스들중 하나인 월영공 듀리스의 초월 그림자도약으로 독룡 팔타로스의 드래곤 하트 조각을 옮기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가지고 있었드랬지.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강령술사 유저끼리 포이즌 스토커에게 저항하기 위해 임시길드를 결성한적이 있었다는 것이였다.

그 임시길드의 이름이 바로 데스스토커. 길드 창설 당시에는 다수의 언데드 하수인을 앞세워 독구름 포션을 사용하는 포이즌스토커 연금술사들을 상대로 분전했지만, 이내 자금력을 앞세운 블루아주가 강산성계열의 포션과 폭발성 포션을 길드원들에게 무한대로 공급하는 바람에 쪽도 못쓰고 패배했다고 들었다.

뭐 강령술사 유저들이 포이즌스토커 길드에 대항한다는 의미에서 데스스토커라는 의미를 지었다면 딱히 위화감은 없다. 하지만 내 시커먼 뇌세포가 두 단체의 이름이 같은것이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이젠 게임도 맘편히 못해? 진짜 골아파 죽겠네!

"당신이 저승밖에서 세트에게 저항하고자 한다면 그간의 일은 불문에 부치고 옥부장은 그냥 보내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저승내에서 세트와 싸우는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고맙네, 염라. 자네가 지금까지 이룩한 위업은 언젠가 모두 보상받을걸세. 인과율이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법이니까. 그대가 그토록 찾아 헤메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거라면 이미 찾았습니다. 저승의 왕으로서 이곳의 질서와 안보를 수호하는 것이 저의 업. 그렇기에 옥부장을 보낼땐 보내더라도 소울웨폰 글래셜투스는 회수해야겠습니다. 글래셜투스는 일반적인 사신의 낫과 달리 한빙지옥 부서를 관리하는 열쇠 역할을 겸하고 있습니다. 옥부장이 송제 사장의 후계자를 도맡을게 아니라면 지금 여기서 회수해야 겠습니다. 한빙천수갑도 같이 말이죠"

"계약자여 염라가 그렇다고 하내만 어찌하겠는가? 본래 자네의 물건이 아니였다고 한다면 돌려주는것이 순리라고 보네만."

'잠시 몸좀 교체해주시죠. 저 염라라는 자에게 할말이 있습니다.'

"이봐요 염회장님 나보고 장물취급, 공무집행방해, 살인강도의 쓰리아웃이라고 했죠? 근데 따지고 보면 나도 억울한점이 많습니다. 일단 첫번째 장물취급의 경우 내가 처음 저승행에 올랐을때 갸갸멜이라는 곤충형 사신이 나를 잡아먹을 요량으로 먼저 공격해와서 정당방위로 전리품을 취했을뿐이고, 두번째 공무집행방해는 따지고 보면 내가 먼저 아뮤트를 찾아냈는데 저승토벌과 까투리팀인지 뭔지가 뒷북을 쳤을뿐이라고요. 마지막으로 저보고 살인강도라고 하셨는데 하늘에 맹새코 제가 먼저 송제 사장을 공격한게 아닙니다. 제가 저승에 자폭하려는 적 하나를 들이 밀었는데 지가와서 자폭에 휘말린걸 제가 어쩝니까?

그러니까 요는 따지고보면 제가 영영 홍사해에 묻힐 수 있었던 글래셜투스와 한빙천수갑을 되찾아온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나오시면 섭섭하다 이거죠."

나는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사람인양 울상인 표정으로 염라에게 호소했다. 꿈적도 하지 않는 염왕삭이 보여주듯 나는 염라에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실을 말하지도 않았으니 내가 송제시왕을 선제공격하지는 않았지만 한빙천수갑을 빼았으려 했다는 사실을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이다.

수많은 적을 농락해온 나 옥사건의 설검이 거짓을 고할시 혀를 잘라버린다는 사신의 낫 염왕삭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했다라고 봐야겠지.

"염왕삭이 움직이지 않는걸 보니 네 말이 거짓은 아닌것 같군. 좋다, 그런 제반상황을 정상참작함과 동시에 오시리스와의 연까지 생각해서 글래셜투스와 한빙천수갑을 돌려받는 대신 나의 소울웨폰을 하나 네게 하사하마. 이정도면 네가도 나쁜 이야기가 아니겠지?"

"으음. 두개를 주고 하나를 받는다니 어딘가 밑지는 장사같지만 저 또한 오시리스님과 염회장님의 연을 생각해서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하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인간을 보았나. 뭐 이미 내뱉은 말이니 그냥 넘어가겠지만 앞으로는 행동거지를 조심하는게 좋을거다. 사실 장물취급이니 공무집행방해니 살인강도니 하는것들은 어차피 모두 이승의 법. 이 저승에서는 내 말과 행동 그 자체가 법이니 내가 강제로 글래셜투스와 한빙천수갑을 뺏는다고 해도 너를 변호해줄 사신따위는 없단 말이다. 쳇! 나야말로 저승관리국이 개국한 이래로 이런 밑지는 장사는 처음하는것 같군. 받아라! 나의 소울웨폰중 하나인 염왕채다. 사용법은 스스로 알아보도록."

염라가 이번에는 주머니에서 고풍스런 한지로 만든 부채를 꺼내들더니 내게 툭하고 던져주었다. 나의 시커먼 뇌세포가 염왕채를 챙긴 뒤 글래셜투스는 돌려주지 말고 저승밖으로 튀어버리자고 속삭였으나 그랬다간 진짜로 큰 사단이 일어날것 같아서 무시했다.

순순히 글래셜투스와 한빙천수갑을 염라에게 내준 나는 이젠 정말 통아저씨가 와야만 통과할 수 있을정도로 작아진 저승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실 소울웨폰은 이렇게 집문서 양도하듯이 돌려주고 받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였지만, 글래셜투스가 염라의 작품이기도 하고 그가 Ex랭크를 초월한 영매능력자이기 때문인지 곧이어 소울웨폰과의 링크가 끊김과 동시에 새로운 링크가 연결된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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