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96화 (29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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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아니 참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지.'

나는 아직 구십번대 파괴술법의 위력에도 뒤지지 않는 사이킥 능력의 소유자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시리우스와 프리우스가 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 벼락소나기는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구강기관이 퇴화한 아케인족들이 젖을 먹었을리는 없지만) 펼친 마지막 공격이였던지 본인들조차 숯검댕이 반시체가 되어 있었다.

마치 홀랑 타버린 생선구이에서 먹을만한 부위를 찾듯 나는 분리된 시리우스와 프리우스를 뒤적거리며 눈알의 위치를 찾아헤맸다. 달조차 구름뒤에 숨은 야간 고속도로도 환하게 밝혀줄것 같았던 샛노란 안광이 진짜 생선눈깔마냥 죽어버렸기 때문이였다.

간신히 네개의 눈알을 모두 찾아 손안에 쥔 나는 월영공 듀리스의 초월 그림자도약을 이용해 미리 옮겨둔 올라운더의 만류귀안(萬流歸眼)을 인벤토리에서 꺼내들었다. 그리고 마치 샘플을 돋보기로 관찰하듯 만류귀안(한쪽 눈당 한번씩 다른 이가 배운 스킬을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닌 마안)을 내 사령안과 네개의 눈알 사이 일직선상에 놓았다.

그러자 만류귀안에 아주 미세하게 새겨진 형이상학적인 문양이 찬란한 빛을 발하더니 내게 정체불명의 정보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혼돈의 주인 야미도엔이 내게 1제타바이트의 인과율계산 정보를 주입했을때와 유사한 경험이였지만 이번엔 어느정도 내가 추스를 수 있는 정도의 정보량이였다.

전에는 빨대로 바닷물을 강제로 마시게한 느낌이였다면 이번에는 1.5리터 짜리의 콜라를 마시는 느낌이랄까? 후자도 제법 골때리는 경험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번처럼 뇌가 과부하로 녹아버릴 정도는 아니였다는 소리. 그리고 저번에는 팔각의 침식자, 디파일러 퀸과 킹들의 기원과 성장과정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면 이번에는 아케인 일족의 기원에 관한 데이터였다.

물론 정보량이 적은만큼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는 나오지 않고 마치 단군신화처럼 추상적인 이야기가 머리속에서 진행되었다.

'태초에 정신적 트리거를 통해 발동되는 사이킥 능력의 원류인 아케인 포스원이란 존재가 있었다. 그는 사이코키네시스, 파이로키네시스, 텔레키네시스... 등등 모든 사이킥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초월적인 존재였지만 그렇기에 영원히 혼자라는 숙명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에 사무친 그는 자신의 존재를 디비전키네시스로 나누어 친구를 만들기로 한다.

난생처음 자신과 다른 존재를 마주하게 된 아케인 포스원과 또 다른 아케인 포스원은 완벽하게 똑같은 두개의 존재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걸 깨닫고, 유니온키네시스로 자신들의 존재를 결합시킨 뒤 서로 다른 능력을 쥐고 태어나게끔 다시 디비전키네시스를 사용했다. 여전히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아케인 포스원 둘이였지만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들은 초능력 대결이라는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었다.

말이 놀이였지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아케인 포스원 둘의 대결은 은하계를 들썩이게 만드는 대재앙이였다. 이대로는 은하계전체가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즉 자신들의 놀이터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아케인 포스원 둘은 초능력 대결의 여파가 행성단위로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들의 사이킥 능력을 약화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약화방법이란 것이 바로 자신들의 존재를 사이킥 능력 하나만을 지닐때까지 디비전키네시스로 분화시키는 것이였으니, 이것이 바로 엘더 아케인족의 시초였다. 그렇게 다른 행성으로 뿔뿔히 흩어진 엘더 아케인족들은 초능력 대결 놀이를 원없이 즐겼으나 이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 질리고 말았다. 하여 이번에는 친구를 넘어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부 엘더 아케인족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디비전 키네시스로 한단계 더 분화시켜 버렸다.'

라는 이야기. 그렇게 다양한 개성을 지닌 개체가 공존하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아케인족들의 행성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디비전키네시스를 과도하게 사용한 대가로 그들의 특기인 사이킥 능력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 어떤 종족보다 뛰어난 머리로 우주의 지성이라 불리우고 있는 아케인족이였지만, 아직 사이킥 능력을 잃지 않은 엘더 아케인족들의 눈에는 그 과정을 퇴화라고 생각하며 폄하할만 했다.

뭐 어찌됬건 남의 종족 탄생설화야 내 알바가 아니였고 중요한 것은 어떤 사이킥 능력을 만류귀안으로 흡수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나는 이미 반신타락자 소속 엘더 아케인족 시리우스와 프리우스에게 만류귀안의 능력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는데, 구태여 내가 일본을 뒤에서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북두십성 유저 사이킥 마스터도 아니면서 사이킥 능력을 탐을 내는 이유는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힘기 때문이였다.

첫번째로 술법계열이라면 내가 술법서를 열심히 탐독해서 습득할 수 있다.(변이술과 강령술 계열이 아닌 다른 계통의 술법은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어렵겠지만) 두번째로 무공계열이라면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괄목상대를 이용해 성취를 강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사이킥 계열의 경우 내가 무슨 생쇼를 한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아니였다.

막말로 죽었다 다시 깨어난다고 해도 가능성은 제로였다. 아참 VOT 온라인의 캐릭터를 삭제했다가 다시 만들면 또 모르겠구나. 미국 SSS에서 만든 사이킥 능력 훈련 프로그램이라면 Lv.1의 유저에 한해 싸이킥 능력을 하나 개방시킬 수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싸이킥 능력이 반신타락자의 그것보다 낫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그 반대일 확률이 높았기에 나는 선택지로 떠오른 각각의 능력들을 면밀히 살폈다.

[만류귀안의 선택창]

-텔레키네시스, 공간을 사용자의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전이 능력.

-사이코키네시스, 막대한 물리력을 이용해 사물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

-유니온키네시스, 영혼의 파장이 비슷한 존재끼리 정신체로 재탄생할 수 있는 능력.

-하이퍼키네시스, 사이킥 에너지를 집약시켜 거대한 폭풍을 불러오는 능력.

단순히 위력만을 놓고보자면 하이퍼키네시스가 가장 뛰어났지만 시리우스와 프리우스의 경우를 생각하면 강력한 사이킥 폭풍을 일으키는 만큼 그 후폭풍도 너무 컸다. 아무리 내가 얼미팃 언데드 폼을 갖고 있다해도 시전자에게조차 큰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기술을 익히고 싶지는 않았다.

사이코키네시스는 십만이매망량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니까 기각. 남은건 텔레키네시스와 유니온키네시스인데 유틸성을 놓고보자면 사실상 텔레키네시스가 압도적이였다. 그동안 월영공 듀리스의 초월 그림자도약이나 물의 수호정령 오르시나의 수원 포탈에만 의존해 왔던 내가 자력으로 발동할 수 있는 공간이동기를 갖는다는건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한가지 문제는 이 텔레키네시스 또한 전이술법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좌표정보가 있어야 맨틀 밑의 용암속으로 뿅하고 이동하는 불상사가 없다는 사실인데... 프리우스의 경우 염동력을 돌고래의 초음파처럼 발산해 좌표를 읽어올 수 있는 시리우스의 보조가 있었기에 자유자재로 텔레키네시스를 사용해 올 수 있었지만 내게는 그런 일이 가능한 언데드 하수인이 없었다.

그렇다고 유니온키네시스를 고르자니 여기서 영혼의 파장이 비슷한 존재라는 조건이 정확히 어떤것을 의미하는지가 불명확했다. 과연 김사건이란 본체와 옥사건이란 아바타가 서로 합체가 가능한것일까? 따지고 보면 서로 같은 영혼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라 영혼의 파장이 비슷하다 못해 아예 100% 동일하긴 하다만.

그렇게 내가 텔레키네시스와 하이퍼키네시스 사이에서 그 어느때보다도 신중한 저울질을 하고 있을때 예상치못한 손님이 방문했다.

"어이어이. 개를 산책시킬때는 목줄을 채워야 하는게 매너라는걸 모르나? 이렇게 사나운 개를 아무렇게나 방치하면 안되지."

"으음? 대, 댁은 누구신지?"

"나말인가? 글쎄, 나로 말할것 같으면 저승관리국의 회장이자 네가 들고 있는 글래셜투스의 제작자이기도한 염라다. 내가 먼저 자기소개를 했으니 이승의 술법사께서도 정체를 밝히는게 예의겠지? 아참 그리고 일단 이 개는 받아가라."

나는 스스로를 염라라고 밝힌 자가 정령견신 아누비스 모드중인 레레의 목덜미를 쥐고있다가 내게 던지자 무심코 받아들고 말았다. 묵직하기 그지 없는 무게감이 내 손을 타고 전해져 나는 허리를 휘청거릴 뻔했다. 이 아누비스를 마치 소형견 말티즈라도 되는것처럼 다루다니 저 자가 바로 Ex랭크보다 한단계 더 높다는 회장급 영력을 지니고 있다는 저승의 지배자 염라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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