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95화 (29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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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아무리 나의 조각난 육신중 일부인 뇌를 손에 넣었다고 해도 벌써부터 죽음의 정령을 부리다니 그대는 필멸자 중에서도 제법 재능이 있는 존재같군.'

"흥! 그런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식상하다고. 그리고 나도 내가 재능있는거 잘 아니까 굳이 언급해주지 않아도 항상 자존감 만땅이란 말이지."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들이 프리우스의 텔레키네시스로 흩어졌을때만 해도 자존감이 바닥을 기어다니며 과자 부스래기를 주어먹고 다녔었던 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허세가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 몸은 아바타였기에 혹여 반신타락자와 사흉신교 연합에 내가 패배한다고 해도 지구의 본체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아바타 옥사건 VOT 온라인 게임 밖으로 나온지가 너무 오래되다 보니 마치 이 캐릭터가 나의 또다른 에고처럼 느껴져서 죽음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물론 전함 황룡선을 잃고 궁기련과의 약속도 어기게 되는 셈이라 본체로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깊은 절망이 내 마음속에 드리우게 되는 셈이였지만 어찌됬든 진짜로 죽는것 보다는 나은것 아니겠는가?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본체로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게임속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귀한 재료들때문에 얼티밋 언데드 폼을 재현할 수 는 없을것 같았다. 그냥 이 아바타도 내 또 하나의 목숨이거니 하고 악착같이 살아가는게 편할것 같았다. 슈퍼마리오의 녹색 버섯을 먹으면 생기는 보너스 목숨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간 여러가지 의미로 제명에 못살것 같았다.

아무튼 넋두리는 여기까지 하고 나는 싸움에 집중하기로 했다. 인공마력기관 도데카 코어중 말끔히 재생된건 단 2개에 불과했기 때문에 100인의 이매망량 천인대장을 모두 괴화정령 엘리트 레이스로 만드는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 중 단 10기만을 엘리트 레이스로 만들기로 하고 남은 음에너지를 모두 퍼부었다.

이매망량(魑魅魍魎) 제 3형 괴화정령(怪火精靈) 엘리트 레이스(Elite Wraith) x 10

레레가 정령견신 아누비스로 변한 시점에서 이매망량의 지휘권은 내게 넘어온 셈이였지만, 사실 나는 대규모 병력을 지휘하는 전략전술에 관해서는 무지했다. 항상 대규모의 언데드 병력을 대동하고 다니던 최고의 강령술사 옥사건이였지만, 바로 그 점때문에 전략전술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압도적인 병력차이로 찍어 눌러버리면 그만인데 손자병법따위가 무슨 소용이랴. 하여 나는 아주 단순하기 그지없는 명령을 이매망량들에게 하달했다. 일반 이매망량 천인대장이 고기방패 역할을 맡아 전면으로 무식하게 돌진해 노란 번갯불의 타겟이 되면 그 빈틈을 노려 엘리트 레이스들이 암검을 내지르도록 하는 것이다.

말이야 그럴듯 하지만 실제로는 병력소모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무식한 육탄돌격에 불과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정공법이 해답이 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정령견신 아누비스를 견제하는데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시리우스와 프리우스의 결합체는 누가봐도 위화감이 느껴지는 이매망량 천인대 사이의 그림자들을 눈치채지 못하고 방관했다.

분명 이매망량 따위에게 자신이 당할리 없다는 확신에 가까운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90기의 이매망량 천인대장을 모두 희생시킬 각오까지 하고 병력을 전진 시켰다. 마치 귀찮은 파리떼를 쫗기 위해 손을 휘두르는 것처럼 노란 태양이 노란 번갯불을 지지자 선두에선 이매망량 천인대들이 맥을 못춘다.

만약 레레에게 지휘권이 있었다면 차륜전을 위해 지금 타이밍쯤에 병력을 뒤로 물렀겠지만 나는 계속해서 노란 번갯불을 받아내게 해서 노란 태양의 신경을 분산시켰다. 아무리 이매망량 천인대라고 해도 노란 번갯불에 한방이 아닐뿐이지 계속해서 얻어맞고 있을정도로 맺집이 좋은건 아니였기에 극심한 병력소모가 이루어졌다.

소위 스플래쉬 공격이라는 것이 이래서 무서운 것이였다. 노란 태양은 그저 전면에 노란 번갯불을 뿌렸을뿐인데 다수의 이매망량 천인대장들이 공격범위에 들어가니 말이다. 하지만 괴화정령 엘리트 레이스들은 확실히 후방에 배치해 노란 번갯불의 타겟에 벗어났기 때문에 아직 10기 모두 무사한 상태였다. 슬슬 반격의 때가 오고 있음을 직감한 나는 아누비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암검을 내지를 타이밍을 호시탐탐 노렸다.

"으르르르릉!!"

'지금이닷!'

마치 내게 신호를 주듯 목울대를 울리며 입에 문 검으로 프리우스와 시리우스의 결합체에게 달려드는 정령견신 아누비스. 나는 여기서 실패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사실 저승이라는 특수한 환경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매망량을 충원할 수 있었지만) 엘리트 레이스들을 신중하게 조종해 노란 태양을 포위했다.

그리고 아누비스를 견자하기 위해 노란 번갯불의 포화가 잠잠해지는 사이 일제히 전면으로 튀어나가 암검을 내지르게 했다. 노란 번갯불을 방어적으로 사용해 아누비스의 공격은 튕겨낸 노란 태양이였지만 엘리트 레이스들이 내지른 암검을 허용하자 마치 분화 직전의 활화산처럼 용암같은 피를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상처가 생겨도 노란 번갯불로 상처 부위를 지져서 지혈을 했지만, 이번에는 상처가 난 부위가 한두군데가 아니였기 때문에 노란 태양이 부쩍 홀쭐해졌다. 나는 노란 태양속의 괴이한 인영이 그 어느때보다 괴로워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힘을 보태기 위해 글래셜투스의 냉기를 쏘아 보냈다.

이전에는 노란 번갯불로 말끔히 냉기세례를 무마한 노란 태양이였지만, 출혈이 심한 상태에서 사방팔방에서 공격이 들어오자 모든걸 커버하기는 힘들었는지 조금씩 공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상처가 늘어나고 흘러나오는 용암형태의 피도 늘어나자 찬란했던 노란 태양이 이제는 구멍난 축구공처럼 쪼그라 들었다.

-이 무지한 인간놈들이 감히 아케인 스피어에 손상을 입히다니, 아예 한꺼번에 쓸어주마! x 2

하이퍼키네시스(超越能力) ~벼락소나기의 계절~

나는 지금까지 침묵을 고수하던 시리우스와 프리우스의 결합체가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놈이 궁지 몰렸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법. 하물며 상대는 반신의 경지에 오른 사이킥 능력자였기 때문에 마지막 발악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때문에 나는 아이언 메이든에 보관해둔 고래의 견갑골을 포함한 모든 뼛조각을 소환해 나의 몸을 둘러싸게 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을 믿도 까불기엔 저승 하늘의 징조가 심상치 않았다. 시리우스와 프리우스는 이제는 노란 태양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아케인 스피어라는 것을 하늘 위로 쏘아 올려 보내더니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아케인 스피어가 사라지자 십만 이매망량을 학살했던 주인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왜소한 외계인이 정체를 드러냈다. 지금 당장 달려들어서 블랙탈론으로 목젖을 꿰뚫어 버리면 목숨을 끊을 수 있을것 같았지만, 하늘에서 굉음이 울리자 나는 반사적으로 뼈의 방벽을 고래 견갑골로 밀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맞는 선택이였다. 본래 구름 한점없던 저승의 하늘에 구름떼가 몰려들더니 마치 소나기를 퍼붓듯 벼락을 떨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밖에 있던 정령견신 아누비스를 걱정할 여유도 없이 내 몸을 보신하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망령들조차 놀라 도망갈 벼락 소나기가 무려 30분 동안이나 계속해서 퍼부어졌다.

나는 얼마남지 않은 이매망량 천인대들의 생환따위는 기대하지도 않고 어찌어찌 레레만 살아남아 있다면 본전일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저승에 몰아닥친 벼락폭풍은 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만약 보통 상태의 레레였다면 아무리 이매망량 군단장이라고 해도 영멸을 피할 수 없었겠지만, 정령견신 모드인 레레였기에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로 벼락폭풍의 범위에서 벗어났을지도 몰랐다.

'그 벼락폭풍은 마치 나와 같은 고대 제왕중 한명인 뇌정을 지휘하는 자 인드라의 기술을 보는듯 했다. 내가 잠든 사이 필멸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힘을 성취한듯 하군.'

"그래 봤자 아크리퍼 옥사건 님에게는 안..."

파사사사삭. 나는 그와중에 허세를 부리며 뼈의 방벽밖으로 나가려 했다가, 살짝만 건드렸음에도 뼈가루가 되어 부서지는 고래 견갑골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 간발의 차이로 내가 있는 곳까지 번개의 힘이 닿지 않은 모양이였다. 와일슬레이어 덴클레오의 강력한 위산에도 녹지 않았던 뼈를 이렇게 빻아버리다니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 기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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