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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레레 지금부터 저승으로 탈출할테니 나머지 망령은 계속해서 방벽을 치게하고 너 혼자만 나를 따라 들어와라. 어차피 저승에 차고 넘치는게 망령들이니 십만이매망량을 충원하는 것이야 일도 아니겠지."
'네, 죽음의 주인이시자 어버이인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일흔 여덟 갈림길 걷고 걸어
저승 호안성 도착했으나 아직 갈길이 멀어
육로 삼천리 해로 삼천리 또 걷고 걸어서
마침내 저승 연천문 두드렸노라
조왕할망따라 행기못가 이르렀으니
저승꽃 사뿐이 즈려밟고 가겠나이다.
네크로노미콘 강령술식 78번 저승문 개전(開戰)
빠직! 나는 블랙탈론을 이용해 잇몸도 없이 뼈만 남은 이빨로 나를 물어뜯으려 하는 스켈레톤 다이노스를 고기산적처럼 꿰뚫어 버린 다음 저승문 개전의 술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육도(六道)중 하나라는 축생도처럼 변해버린 사흉성을 버려두고 나만 혼자 저승으로 도망칠 요량이였던 것이다.
사실 이건 생각보다 리스크가 큰 행동이였는데, 내가 일전에 저승행을 꾀했을때마다 번번히 블록버스터급 사고를 치고 돌아왔기 때문이였다. 일단 여신칼날단 서열 19위 슈퍼로이드 퀼레뮤츠의 신의 지팡이 공격을 피하기 위해 시전했던 첫 처승행에서는 갸갸멜이라는 사신을 처치하고 구십번대의 소울웨폰 글래셜투스를 강탈했다.
사실 갸갸멜을 처치한건 정당방위기도 하고 원래 저승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넌 녀석이라 상관없긴 한데, 그 글래셜투스가 장물이라는 것이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사실 이어진 저승에서의 사건사고도 전부 이 글래셜투스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저승 토벌과 까투리팀과 충돌한 일이나 글래셜투스를 되찾으러온 송제시왕을 처치하고 한빙천수갑을 손에 넣은 일까지.
다른건 둘째치고 마지막 사건은 살인과 도둑질이라는 극악한 범죄의 콜라보였기에 지금 저승에는 '현상수배범 옥사건 1억 VP'따위의 전단지가 붙어 있을지도 몰랐다. 송제시왕때의 일을 생각하면 사장급 이상의 영력을 지닌 사신들은 드넓은 홍사해에서도 이승과 저승의 통로가 열린 곳을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만약 회장급 영력을 지닌것으로 추정되는 염라가 나를 토벌하기 위해 찾아온다면...
그건 호랑이를 피하려다 용을 만난 꼴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내 통제하에 둘 수 없는 1조마리의 공룡 언데드들과 싸우는 것도 말이 안되.'
나는 대문짝만하게 열린 저승문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마지막으로 이매망량의 방벽 밖을 응시했다. 이미 본래의 모습인 사흉수로 탈피한 도올전욱을 따라 나머지 사흉신교의 간부 둘도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화해 다이노스 언데드 군단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들 또한 인간의 경지를 아득히 넘어선 괴수들이였던 지라 지금 당장의 형세만 놓고본다면 일당백의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야에 보이는 공룡 언데드들은 대륙 전역에 퍼진 진홍빛 장송곡의 희생자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의 적혈구만도 못한 숫자였다. 상대의 살점을 먹고 끊임없이 재생을 거듭한 슈퍼구울 베히모스에게 패배한 도철능약처럼 그들도 언젠가 지쳐 쓰러지리라. 그렇게 사흉신교의 간부들의 전력을 머릿속에서 제한 나는 반신타락자 시리우스와 프리우스의 행방을 눈으로 쫓았다.
하지만 사령안까지 사용해 주변을 훑었지만 그 어디에도 샛노란 안광을 빛내는 로브차림의 사내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뛰어난 공간이동 능력을 지닌 그들이 이 아수라장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분명 다른 대륙이나 아니면 저 멀리 다른 행성으로 도망쳤을테지.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들을 대륙 곳곳으로 흩어버렸던 그 사이킥 능력도 사실상 지금은 무의미 했다.
대륙 곳곳에 공룡 언데드들이 꽉꽉 들어차있는 상황에서 그런 짓을 해봐야 그 보다 더 많은 공룡 언데드들이 몰려들 자리를 마련해줄뿐이였으니까. 나는 혹시나 프리우스가 저승문으로 따라들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접고 레레와 함께 저승문으로 입장했다. 익숙한다면 익숙한 붉은 사막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나는 가공할 중력의 압박을 느끼고 입안 한가득 붉은 모래를 머금었다.
'이게 무슨? 내가 없는 사이 저승의 중력이 바뀐건가? 아니면 저승문 개전을 감지한 다른 사장급 사신의 공격?'
-제법 재미있는 술법이였다, 옥사건. 하수인들을 대륙 곳곳으로 텔레포트 시키는 내 능력에 대항하기 위해 대륙전체를 언데드들로 가득 채워버리다니. 이래서 술법사들과의 전투는 재미있어. 단일된 계통의 능력만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사이킥 능력자와는 달리 별의별 기교를 다 보여주거든. 곰으로 변신을 한다던가, 피의 분수쇼를 한다던가, 각양각색의 하수인들을 소환하던가. 정말이지 재미있는 서커스쇼를 보는듯한 기분이였다. 관람료로 말끔한 죽음은 선사해주마.
"네녀석은... 프리우스? 어떻게 저승으로 따라들어왔지?"
-저승이라. 어쩐지 일반적인 위상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죽은자들의 안식처였던가. 죽어서 저승에 가는것이 아니라 저승에서 죽음을 맞이하다니 네녀석의 운명도 기구하군. 참고로 나는 프리우스가 아니라 시리우스다. 텔레키네시스 능력자인 프리우스는 펜을 공간이동 시켜서 자기손에 들리게 할 순 있지만 펜을 물리력으로 이동시켜서 자기손으로 가져올 수 는 없지. 이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겠나?
"이이익!! 시리우스인지 프리우스인지 내 알바 아니고 어떻게 저승문으로 따라들어왔는지나 말해! 너희들 말마따라 사이킥 능력자인 너희들이 저승문 개전의 술법을 펼칠순 없을텐데?"
-뭐 그렇게 대단한 트릭은 아니다. 사이코키네시스 능력자인 나는 물리력을 마치 돌고래의 초음파처럼 퍼트려서 엄청난 거리의 사물까지 탐사할 수 있다. 네가 타고온 함선도 그런 방식으로 발견한거지. 우리는 프리우스의 텔레키네시스 능력으로 네녀석의 공룡 언데드들을 피해 일단 다른 대륙으로 피신했지만, 그 사이코키네시스 능력을 이용한 초음파로 계속해서 네녀석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즉 네놈이 뭔가의 액션을 취하는 타이밍에 네녀석이 있는 좌표로 프리우스가 공간이동을 한것뿐이라는 소리지.
"푸푸. 이녀석들이 부모님이 남의 집 대문은 함부로 넘는게 아니라고 안하시던!"
나는 입안의 붉은 모래를 힘겹게 토해내며 소리쳤다. 그 외침을 신호로 어느새 십만이매망량을 징병해온 레레가 시리우스와 프리우스를 이매망량의 손아귀로 내리쳤다. 그 어마무시한 물리력앞에 나와 마찬가지로 붉은 사막위에 납작 엎드리게된 사이킥 능력 형제들.
나는 어마무시한 인공중력때문에 내장이 압착되는 기분이였지만 그 꼴을 보며 키득키득 웃어재꼈다. 멍청한 놈들. 저승이라는 공간이 망령을 부리는 영매능력자에게 있어 얼마나 유리한 장소인지 꿈에도 몰랐었던 모양이군. 하지만 나는 얼마 안있어 멍청한 놈들이라는 칭호를 철회해야 했다.
붉은 사막에 엎어진 충격으로 두건이 벗겨진 시리우스와 프리우스 형제의 외모는 다름아닌 아케인족의 그것이였기 때문이였다. 텔레파시를 사용하는 탓에 입이 퇴화한 그 할리우드 영화의 외계인스러운 얼굴, 실버스케일 함선의 공수중대장 도르칸대위와 함께 우주항해를 한적이 있어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종족으로 일컬어지는 아케인족을 보고 멍청한 놈들이라는 칭호를 붙이는건 나에게 스님이라는 칭호를 붙이는것과 마찬가지의 일이였다.
"네녀석들의 정체는 아케인족이였었군."
-우리들에게 그 퇴화에 퇴화를 거듭한 저급한 종족의 이름을 붙이지 마라. 우리는 아케인족이 아닌 엘더 아케인족이다.
"아케인족이나 엘더 아케인족이나 그게 그거지 이놈들아. 이녀석들 이제보니 별것 아닌 부분에서 쪼잔하게 구네. 그렇게 엘더 아케인족의 우수함을 떠벌리고 싶으면 일단 이 인공중력부터 거두지 그래? 그럼 나도 이매망량의 손아귀를 거두지."
-헛소리! 엘더 아케인족의 우수함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케인족 모두가 알고 있다. 뭐 지금에 이르러서는 마치 전설속의 신화적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듯한 모양이지만. 그리고 우리가 먼저 사이코키네시스를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네놈이나 먼저 우리들을 겁박하고 있는 이 망령들을 거두어라.
"싫거든! 니들이 먼저 이 인공중력을 거두기 전까진 절대 이매망량들을 무르지 않을거야. 내가 다른건 몰라도 몸 하나는 움파카보다 훨씬더 튼튼하거든? 우리 한번 누구 몸이 먼저 빈대떡이 되는지 실험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