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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나를 중심으로 스산하기 그지없는 마력이 맥동하자 이제 막 소환된 사흉신교의 정예들이 일사불란하게 진형을 갖추더니 별의별 암기와 검기를 날려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매망량 군단장 레레를 위시한 십만 이매망량을 방벽으로 앞세운 덕분에 내가 도중에 영창을 그만두는 일은 없었다.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이킥 능력자 프리우스라면 일전에 도철능약이 그랬던것처럼 통곡의 벽을 뛰어넘어 내게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보아하니 아무리 반신의 경지에 오른 능력자라고 해도 연달아서 대규모의 공간전이를 시행한 탓인지 샛노란 안광의 빛이 탁해져 있었다.
프리우스와 쌍둥이마냥 닮은 시리우스의 경우 별다른 전투능력이 없는지 아니면 사흉신교의 정예들에게 모든걸 일임할 생각인지 묵묵히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고 진홍빛 장송곡의 술법영창을 무사히 마친 나였지만 아직 장애물은 남아있었다.
애시당초 이 네크로노미콘의 구십번대 술법 진홍빛 장송곡은 이론상으로는 분석이 끝난 상태였지만, 술법의 구현에 필요한 마력이 상상을 초월해 한번도 시도해본적이 없는 미지의 술법이였다. 마룡 쉐도우스틸의 드래곤하트를 12조각으로 쪼개어 만든 인공마력기관, 도데카코어로도 감당할 수 없는 술법이라 그 마력소모량이야 말해 무엇하라.
하지만 내게는 부족한 마력을 벌충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혼돈을 탐하는 초월인터페이스 야미도엔이 내게 부여한 미들네임 '디파일러(Defiler)' 였다. 그 무엇보다 순수한 힘인 별의 생명력, 스텔라비타를 흡수해 숙련된지 않은 기술을 대성하는 것.
그것이 나의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괄목상대이자 미들네임 디파일러의 권능이였지만, 여기서 물꼬를 틀어 별의 생명력을 인공마력기관 도데카 코어에 공급한다면 충분히 진홍빛 장송곡을 완성시킬 수 있을터였다. 문제는 과연 대해와도 같은 별의 생명력에 비한다면 좁은 12개의 수로에 불과한 나의 도데카코어가 그 수압을 견뎌낼 수 있을까하는 것이였다. 물론 죽을 각오한 나는 그런 걱정따윈 똥개한테나 줘버렸다.
디파일러 옥사건 더 스텔라 비타 흡성대법(Absorb Mode)
"저놈이 뭔가 수상한 짓을 하려는것 같은데 혼돈 뭔가 방법이 없겠어?"
"궁기, 이것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영역을 초월한 광역술식이다. 누군가를 타겟을 펼치는 술식도 아니기에 결계를 펼치는것도 무의미하지. 그냥 반신타락자들을 믿어라. 그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이이익 혼돈 네이놈 도대체 고대 제왕들의 핏줄은 우리 사흉수의 긍지는 언제부터 팔아먹은 것이냐."
"글쎄. 도올전욱 네놈이 그 움파카라는 오크에게 호되게 당했을때부터 였던가?"
"이이 빌어먹을 녀석이 보자보자하니까! 일전에 하늘에서 황금빛 용검기가 떨어졌을때 혼자서만 몸을 보전하더니 이제 아주 막나가자는 수작이로구나!!"
"그때는 나도 반사적으로 혼돈결계를 펼쳐 간신히 몸을 지켜냈을뿐이다. 뭐 설사 미리 알았다고 해도 궁기라면 모를까 도올전욱 네놈을 보호해줄 생각은 없었겠다만."
"어이어이. 혼돈, 도올. 지금 그렇게 싸울때가 아닌것 같아. 어디선가 이상한 울음소리같은게 들리지 않아?"
나는 마치 고급디젤 스포츠카가 300km로 달릴때의 연료게이지처럼 마력이 바닥남과 동시에, 주유구를 통해 호스로 연료를 채우는게 아니라 스포츠카를 디젤이 가득찬 호수에 던져 연료를 채우는듯한 기묘한 두가지 체험을 하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도데카 코어에 가해지는 마력부하를 견디고 있노라니 슬슬 진홍빛 장송곡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홍빛 장송곡 그것은 술자가 자리하고 있는 도시의 과거에 존재했던 생명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 그리고 앞으로 이 땅에 태어날 생명체들을 가리지 않고 언데드로 부활시키는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광역술식이였다.
현재 지구의 백악기와 유사한 생태환경을 지니고 있는 이곳 사흉성이였기에 한때 백악기 이전인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시대에 살았었던, 이제는 뼈만 남은 공룡돌이 스켈레톤 다이노스로 부활했다. 그리고 현재 아직도 이 땅을 거닐고 있는 백악기 시대의 공룡들은 산채로 좀비가 되어 구울 다이노소로 변모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 땅에 태어났어야할 생명체들의 순수한 령은 그대로 타락하여 스펙트럴 다이노스가 되고 말았다. 그러한 삼단 언데드화가 일개 도시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숫자의 언데드가 부활하는 셈이였지만 별의 생명력을 빌려 술법을 펼친 탓일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일어났다.
내 수족과도 같았던 인공마력기관 도데카코어가 과도한 마력부하때문에 제어 불능 상태에 돌입해, 애초에 도시단위를 산정하고 펼쳐졌던 술법의 범위가 도단위로, 도단위에서 일개 국가 단위로, 일개 국가 단위에서 하나의 대륙으로 퍼져나갔던 것이다. 이정도 수준이 되니 부활한 언데드 군단의 숫자는 최소 1조 단위로 세아려야할 판이였다.
당연히 Ex랭크의 영력을 지닌 나라고 해도 새롭게 부활한 언데드들을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난데없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언데드가 된 과거, 현재, 미래의 공룡들이 나를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이곳을 몰려들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핳, 그래 바로 이거야! 나는 마력이 흐르는 모든 모세혈관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혼자 죽지 않게 됬다는 점에서 희열을 느꼈다.
'접시에 코를 박고 죽어? 이히힛. 그건 곤란하지. 그럴바엔 둑에 구멍을 뚫어서 다같이 수장되는거야. 그것이 나 옥사건의 방식이라고!'
"모두 진형을 유지해라! 상대는 고작해야 우리가 식량으로 삼던 공룡들이 언데드가 됬을뿐... 으악!!"
아마도 교내서열이라는 것을 부여받았을 사흉신교의 최정예들답게 나름대로 검진을 형성해서 버텨보려했지만 무의미한 짓거리였다. 방금 비명을 지른 자의 말마따라 검기를 피어오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련을 쌓은 일류무사라면 티라노사우르스와도 자웅을 겨를 수 있을정도였다.
아무리 티라노사우르스가 무시무시한 포식자라고 해도 결국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 다리에 검기가 스치기라도 하면 그대로 전투불능 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검기를 막을 수 있는건 어디까지나 호신강기뿐이였다. 하지만 그런 상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지금은 숫적 열세가 말도 안되는 수준이였다.
하찮은 개미라도 수만마리가 모이면 사자를 죽일 수 있다. 하물며 현대의 포유류와 비교했을때 넘사벽의 피지컬을 지니는 공룡 언데드 수천, 수만마리가 몰려들고 또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수의 공룡 언데드들이 몰려들 예정인데 사흉신교의 정예들이라는게 의미가 있을리 없었다. 일류무사가 아닌 절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이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아 혹시 모르지 사흉신교의 정예들이 모두 심검을 다를줄 하는 초절정고수라면 어떻게 비벼볼 수 있을지도. 크크킄.
나를 중심으로 천라지망을 펼치고 있었던 사흉신교의 정예들은 도리어 공룡 언데드에게 둘러싸여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둘러싸였다는 표현은 그야말로 전방위를 의미하는 것이여서 뜬금없이 땅속에서 스켈레톤 다이노스가 솟아오르거나 스펙트럴 다이노스가 하늘에서 덮쳐오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다.
정면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느릿느릿 걸어오는 구울 다이노스들은 그야말로 양반. 나는 나를 핍박하려 했던 자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기꺼운 표정으로 지켜보며 마치 지휘자처럼 손을 4분의 4박자로 휘젓기 시작했다. 저 공룡 언데드들이 내 지휘를 받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민 진홍빛 장송곡의 작사가로서 장엄한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사, 살려줘. 이곳은 지옥이야!"
"교주님이 말씀하시길 적은 단 한명뿐이라고 했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적이..."
"베어도, 베어도 끝이없어. 으으 제발 신이 있다면 우릴 구원해주소서."
나는 화랑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교양과목으로 이수했던 '공룡의 세계'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진홍빛 장송곡 지휘에 박차를 가했다. 공룡 ABC~ 안킬로사우르스, 브라키오사우르스, 콤프소그루나투스...
십만이매망량 덕분에 스펙트럴 다이노스나 구울 다이노스는 내게 접근할 수 없었지만, 드문드문 내 발밑에서 스켈레톤 다이노스가 튀어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그냥 그녀석들을 방치했다. 이제는 만사가 귀찮아졌다. VOT 온라인에서 최고가 되기위해 발버둥 친것도, 지금까지 무법자, 디파일러 그리고 같은 북두십성 유저들과 싸워온것도 그리고 예쁜 여자만 보이면 발정난 짐승처럼 굴었던것도는 잠깐!
나는 문득 아야사, 어린세랑, 휘르 행수, 카멜리아, 왕루옌, 오르시나등 나를 거쳐간 여자들을 떠올리며 이대로 죽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1조 단위의 공룡 언데드들이 나를 노리고 몰려들고 있는데도 섹스가 하고 싶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정말이지 나란 놈은...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