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89화 (28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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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나는 그저 장식인줄 알았던 움파카의 또 하나의 머리가 눈을 부릅뜨고 성을 내자 자못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간혹 다수정란이 완전히 분리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머리가 두개 달린 생명체들이 희박한 확률로 태어나곤 했는데 두개의 머리가 완전히 독립된 사고를 하는 케이스는 희박하도 못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였다.

충격을 받은건 나뿐만이 아니였는지 에녹도 유혈검기 최대출력 상태의 블러디 카타나를 들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니고 있는 나라고 해도 오래 버틸 수 없었기에 나는 에녹을 대신해서 블러디 카타나의 출력을 줄이고 일개소대의 이매망량만을 악령군세화(강령술 3대 괴서 데모닉 그리모어의 칠십번대 술식, 망령들을 광폭화시킨다.) 시켜서 탐색전을 펼치기로 했다.

움파카와 똑같은 몸 하지만 다른 머리. 즉 하드웨어는 같지만 소프트웨어가 다르다는 소리인데, 저 무쇠턱오크의 괴물같은 육체를 다른 이가 컨트롤하게 됬을때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였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내 선택이 옮았음을 깨달았다.

"뭐야 이 거치적거리는 것들은. 니들이 내 동생 움파카 괴롭혔냐!!"

차르르륵. 자칭 움파카의 형이라는 롬파카는 가장 먼저 전봇대 대검의 손잡이를 부서질세라 잡아당기는 것으로 전투의 신호탄을 올렸다. 그렇게 무지막지한 힘으로 딸려나온 손잡이에는 특이하게도 고기포크처럼 검신의 가운데가 비어있는 투핸드소드가 달려있었다. 알고보니 전봇대 대검은 저 두손검의 검집이였던 모양이다.

전봇대 대검에 비한다면야 조악한 수준이였지만 저 투핸드소드 또한 단련된 기사도 다루기 벅찰만큼 거대한것은 만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롬파카는 손잡이가 빠진 전봇대 대검을 툭하고 바닥에 내려놓더니 마치 과도를 다루듯 가볍게 두손검을 한손으로 휘둘러 악령군세화한 이매망량들을 썰어버리기 시작했다.

나는 마치 허깨비처럼 악령소대가 흩어지는 모습을 보고 저 검신 가운데가 비어있는, 어찌보면 검날이 두개라고도 볼 수 있는 특이한 형태의 검이 보통검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매망량들은 유체화 상태에서는 물리력의 영향을 일절 받지 않아 벽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고 실체화 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소환수에 비한다면 큰 물리저항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저 롬파카라는 무쇠턱오크는 검기를 일으키지도 않고 한큐에 악령소대를 정리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니 짐승가죽으로 만든 반바지나 입고 다니면서 검은 참 좋은걸 들고 다니는군. 무식한 오크라도 검사는 검사란 말인가.

"이녀석들은 아닌 모양이군. 움파카가 아무리 어리숙해도 이런놈들한테 당할정도는 아니니. 만약 그렇다면 고추를 떼버려야지. 안그렇냐, 움파카?"

"형, 내 고추를 떼면 형도... 아니 그것보다 저기 꼬챙이같은 무기를 들고 있는 인간녀석이나 빨리 혼내줘. 저 놈이 내 눈을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야!"

"호오, 저 녀석이 들고 있는 검도 제법 좋아보이는군. 하지만 이 롬파카님의 이중검 아슈켈론에 비한다면야 장난감에 불과하지!"

"이중검 아슈켈론? 당신 지금 아슈켈론이라고 했습니까? 설마 광휘의 치천사 세라푸스님의 왼쪽 성령이 깃든 성검 아슈켈론을 말하는겁니까? 그걸 왜 당신이 갖고 있는겁니까!?"

"으음? 네녀석 이 아슈켈론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휼륭한 검사에게 휼륭한 검이 따라붙는 것은 당연한 이치.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한가?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 검으로 보여봐라. 네녀석도 검사라면 말이지."

롬파카가 잠시 무릎을 끓는듯한 자세를 취하더니 폭발적인 힘으로 도약해 이중검 아슈켈론을 찔러왔다. 에녹은 반사적으로 블러디 카타느를 고쳐 세워 방어자세를 취했지만 가운데 검신이 비어있는 아슈켈론의 특이한 구조때문에 블러디 카타나가 아슈켈론의 두 검날 사이로 빨려들어갔다.

푸우우우우욱. 그렇게 아무런 방해없이 내 턱밑까지 밀고들어온 이중검 아슈켈론은 마치 고기덩어리를 찌르는 포크처럼 목젖을 꿰뚫어버렸다. 크으윽. 이 빌어먹을 녀석이 하필이면 사자의 관이 있는 곳을 찌르다니.

유사시에 대응하기 위해 에녹과 감각을 공유하고 있었던 나는 산채로 목을 관통당한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음에너지를 증폭시켜주는 아티팩트 사자의 관의 안위를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일전에 머미메이지 무슈의 무덤을 멋대로 전생유적으로 만들어버린 엔도미야덕분에 손에 넣은 최상급의 마력증폭석은 돈이 있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였다.

나는 뭔가가 깨어져 나가면서 사이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지만 이내 사자의 관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목젖을 이중검 아슈켈론으로 꿰뚫은 롬파카가 그대로 검을 들어올린 다음 땅바닥을 향해 초크슬램을 펼쳤기 때문이였다. 세상이 빙빙 도는것 같다가 롤러코스터가 탈선해서 충돌한듯한 충격을 받은 나는 발작하듯 피를 토하며 속으로 되뇌었다.

'아 시발 좆됐다!'

이 롬파카라는 무쇠턱오크는 움파카처럼 오직 완력만으로 밀어붙이는 검사가 아니였다. 이중검 아슈켈론의 한뼘만큼 비어 있는 검날 사이로 블러디 카타나를 유도할만큼 뛰어난 기교를 지닌 그야말로 단점을 찾아볼 수 없는 완성형의 검사였던 것이다.

"내 동생을 건드린 대가는 치뤄야겠지?"

"우리형 잘한다, 잘해!! 빨리 녀석을 박살내 버려. 아니다 나랑 똑같이 눈을 찔러서 장님을 만들어버리는거야!"

"쿨럭쿨럭. 죄송합니다, 마스터. 아슈켈론이 이중검날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자가 그걸 들고 있어서 마음에 빈틈이 생겼던것 같습니다. 으으윽."

'아까 저 아슈켈론인지 뭔지가 성검이라고 했지? 근데 이렇게 사람을 마구 찔러도 되는거냐? 그 아발란체인지 뭔지는 같은 성기사를 찌르면 힘을 잃는다며!'

"쿨럭쿨럭. 아... 아슈켈론은 광휘의 치천사 세라푸스님의 오른쪽 성령이 깃든 성검 아발란체와 한쌍을 이루고 있습니다만 각각의 용도와 쓰임이 다릅니다. 아발란체가 의미하는 것은 수호, 아슈켈론이 의미하는 것은 단죄이죠. 선택받은 성기사가 아닌 오크가 저 검을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일단은 성검인지라 선인을 찌를때는 예기가 둔해지지만 마스터를 선인이라고 취급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으음. 그건 인정.'

"뭘 씨부렁 씨부렁거리고 있는거냐! 무쇠턱오크의 죄인 처리법에 따라 내장을 갈갈이 포떠서 씹어주마!!"

-움파카 아니 롬파카 거기까지다. 내가 움파카의 신성한 일대일 결투를 위해 할당한 10분의 시간이 지났으니 넌 이제 물러나라.

"으음? 당신 시리우스 아니 프리우스인가? 움파카가 그런 약속을 했는지는 몰랐군. 하지만 어차피 이자는 야미도엔님의 척살령이 내려진 대상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대로 내가 끝을 낸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을터다. 아니면 설마하니 이자를 먼저 처치해서 공적을 얻고 싶은거냐?"

사지에 몰린 나와 에녹을 구출한건 우습게도 그의 반신타락자 동료인 로브속에서 샛노란 안광을 빛내는 자였다. 아군인 도올전욱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했던 움파카처럼 막나가는 성격인줄 알았던 롬파카였지만 같은 반신타락자 동료가 나서자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였다.

-공적? 내가 그런것을 탐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롬파카 네가 더 잘 알것이다. 나는 단지 이번 임무의 완벽한 달성을 위해 신중을 기하자는 것 뿐이다. 보아라, 저 옥사건이란 자의 상처를. 보통의 인간이라면 열번 아니 백번을 죽고도 남을 상처였지만 피를 토하면서도 계속해서 멀쩡히 숨을 쉬고있다. 아마 우리가 상대했던 적들중 하나인 헤비메탈 슬라임만큼이나 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보인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 프리우스? 방금 내가 말했을터다. 내장을 일일히 포떠서 씹어삼키겠다고. 헤비메탈 슬라임도 움파카가 그렇게해서 제거했다고 알고있는데."

-네가 미처 씹어삼키지 못한 그 헤비메탈 슬라임의 일부가 분열되어 나와 다시 증식할뻔 한걸 내가 공간이동으로 추적해 회수했다는걸 넌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군. 뭐 의식이 잠들어 있던 상태였으니 무리도 아니지.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롬파카 네가 완전히 손을 때는 것이 아니라 저 옥사건 녀석의 퇴로를 차단해줬으면 한다는 거다. 다음은 시리우스 네가 말해라.

-지난 10분동안 나는 사이킥 파장을 발산해서 예의 포격을 가한 주체를 찾고 있었다. 롬파카 너는 잠들어 있던 상태였지만 프리우스가 공간왜곡으로 그 포격을 빗맞게 하지않았다면 움파카도 데미지를 입었을만큼 강력한 공격이였다. 찾아보니 이 행성밖 우주에 전함급 함선 하나가 대기중이더군. 프리우스가 그 함선으로 너를 공간이동 시켜줄테니 철저하게 파괴시켜라. 그래 혹시 가능하다면 부품 재활용도 불가능하게 내장대신 워프엔진을 조각내서 씹어삼키는 것도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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