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88화 (28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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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순수 완력만으로 Ex 랭크를 달성했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나 또한 A랭크의 무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완력 자체보다는 얼티밋 언데드 폼의 괴랄한 재생력 덕분에 받은 판정이였다.

A랭크와 Ex랭크는 각각 괴수와 반신을 상징했는데 그말인즉슨 게임속 세상이 아닌 현실의 인간이 아무리 극한의 수련을 한다고 해도 도달할 수 없는 금수저의 영역이 있다는 소리였다. 겉보기에는 근육이 좀 아니 많이 우락부락한 오크에 불과한데 어떻게 Ex랭크의 완력을 손에 넣은 것일까?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하는것도 우습지만 사실상 내가 Ex랭크의 영력을 손에 넣은것도(게임상이 아닌 현실에서) 여러가지 운적 요소가 겹친 결과물이였다. 나는 기회가 된다면 저 움파카라는 오크의 몸을 해부해보고 싶다는 상상을 하며 실제로는 복날에 개맞듯이 얻어터지고 있었다.

이마의 영혼석을 교체해 육체의 주도권을 고대의 포식자 아크토두스에게 넘겼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야수의 본능이라고 하는것은 자신의 육체적 능력을 상회하는 존재앞에선 생각 이상이으로 무력한 것이였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오랜만의 전투에 흥분한 움파카가 처음의 계획대로 내 목숨을 노리기보다는 전투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였다.

"크하하하하하핫! 내 대검을 맞고도 멀쩡한 적을 만나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구나. 자 어서 더 분발해보거라, 곰탱아. 나를 더 즐겁게 만들어 달란 말이다!!"

"으르르르르르릉!!!"부우우웅, 부우웅, 붕붕.

수인족들조차 떨게 만들었든 아크토두스의 포효조차 움파카에게는 전투의 흥을 돋구는 나팔소리처럼 들렸는지 신나게 전봇대 대검을 휘둘러온다. 아크토두스가 앞발을 허우적 거리며 간신히 그 강맹한 공격을 쳐내려 했지만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아서는듯한 형세가 계속 이어질뿐이였다.

뭔가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여긴 나는 급히 아크토두스의 영혼석을 회수했다. 평소같으면 더 싸우고 싶다고 반항했을 녀석이였지만 왠일인지 얌전히 내 몸속으로 복귀했다. 이 빌어먹을 녀석이 저 스테로이드 만땅 오크랑 싸우는게 그렇게 겁났던가.

나는 내친김에 괴력난신 모드까지 해제해 보통의 인간으로 돌아왔다. 지금부터는 에녹의 힘을 빌릴 작정이였는데 괴물곰의 몸으로는 그의 고매한 검술이라는 장기를 살릴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인벤토리에서 블러디 카타나(야미도엔이 선심쓰듯 선물한 3대 괴검중 하나)까지 꺼내 장착한 나는 서둘러 에녹을 호출했다.

움파카의 전봇대 대검이 바로 코앞에서 풍압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부르셨습니까, master. 라스트템플러 에녹이... 으아아아악!!!"

"다시 그 곰탱이를 불러와라, 옥사건! 네놈의 그 수수깡 허수아비같은 몸으로는 이 몸의 피를 달굴 수 없단 말이다!"

'에녹 갑작스럽겠지만 눈앞의 오크를 상대해주길 바란다. 네가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적보다 막강한 상대이니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빈틈을 노려라.'

"한번 검격을 나눴을뿐인데 손아귀가 찢겨나갔군요. 마스터의 말씀대로 터무니없는 힘에 검술 소양까지 갖춘적이라니... 차라리 바포메트가 다시 부활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여차하면 누시아를 불러서 블러디 카타나에 암령의 손길을 걸 수 도 있다.'

"아뇨. 이런 위험한 장소에 성녀님을 부를 순 없으니 제 힘만으로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애시당초 이 블러디 카타나도 그 자체로 강력하기 그지없는 마검이니까요."

"그 이쑤시게같은 무기르 뭘 어쩌겠다는거냐! 어서 곰탱이를 다시 불러오래도."

눈깜짝할 사이에 다시 재생된 손아귀로 강하게 블러디 카타나를 움켜쥔 에녹이 결연한 눈빛으로 움파카를 마주보았다. 하여튼 저녀석은 누시아가 걸린 일이라면 완전 열심이라니까. 뭐 그런점 때문에 일부러 누시아를 언급한거였지만서도.

자신과 잘 놀아주던(?) 아크토두스가 사라지자 화가난 움파카가 전봇대 대검을 마치 에녹만큼이나 능숙하게 휘둘러왔다. 에녹과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나는 그 소름끼치는 공기 찢는 소리때문에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녹은 침착하게 블러디 카타나에서 유혈검기를 일으켜 거대한 마상창을 형상화했다.

보통의 인간이 이정도로 유혈검기를 일으켰다면 바로 과다출혈로 죽었을만한 피의 과소비였다. 하지만 움파카의 전봇대 대검과 맞상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정도는 되어야 했다. 아니 사실 액면가로 보자면 중세시대의 마상창이라고 해도 전봇대 대검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에녹은 노련하게 전봇대 대검의 무게중심을 마상창으로 찔러 움파카의 공격을 무효화 시켰다. 평소같았으면 그렇게 적의 빈틈을 유발한 에녹이 특기인 찌르기로 유효타를 입혔어야 했지만, 움파카는 새로이 등장한 장난감에 콧김을 뿜으며 기괴한 방향으로 근육을 틀어 다시 대검을 휘둘러왔다.

그야말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격언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움파카였다. 물론 에녹이 계속해서 무게중심 찌르기로 전봇대 대검을 마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 수 있는 배경에는 움파카의 근육이 단순히 강하기만 한게 아니라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유연하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

'에녹, 내가 타이밍을 봐서 잠시동안 저 오크를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어주마. 그러니 너는 유혈검기의 출력을 최대로 올린 다음 가장 강력한 기술을 퍼부어라.'

"Yes, my master!"

"으하하하핫! 신선하다, 신선해. 내 대검과 이렇게 오랫동안 검격을 교환할 수 있는 검사가 있었다니 역시 인생은 오래살고 볼일이군."

나는 지금까지 망령을 흡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부교주 도철능약을 떠올리며 십만 이매망량의 운용을 자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유혈검기를 남발하는 것은 아무리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니고 있는 나라고 해도 리스크가 컸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나 사흉신교의 간부측들이 개입할 여지도 없이 순식간에 움파카를 해치워 버릴 생각이였다. 이매망량 군단장 레레의 인도로 십만 이매망량들이 구름처럼 몰려오자 교주 혼돈을 포함한 사흉신교의 세 간부들이 움찔한다.

역시 저녀석들에게는 유체화 상태의 망령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것이 분명했다. 도철능약처럼 이매망량을 흡수까지 할 수 있는가는 아직 미지수였지만 적어도 움파카와의 신성한 결투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은 개입할 생각이 없는 기색이였다.

아까부터 계속 반복되고 있던 패턴. 에녹이 전봇대 대검의 무게중심을 찔러 움파카의 팔이 어깨위로 들렸을때 근육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다시 에녹을 노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출발선에 오른 100m 달리기 선수처럼 준비하고 있던 이매망량들이 내 신호를 받고 번개처럼 달려들어 움파카의 전신을 움켜쥐었던 것이다.

아무리 움파카가 Ex랭크의 완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나 또한 Ex랭크의 영력을 지닌 영매능력자였다. 그런 내가 이매망량들을 총동원해 움파카의 움직임을 저지하자 움파카는 시동기 절대영도를 맞은것도 아닌데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에녹이 용수철처럼 움파카를 향해 튀어나간다.

템플 스워드맨쉽 BB(Black Belt). 제 3 절 헌드레드 쓰러스트

블러디 카타나의 유혈검기가 마상창의 모습에서 얇은 펜싱검처럼 압축된 상태로 일일히 세아릴 수 없을만큼 여러번 움파카의 급소를 찔러 들어갔다. 겉보기에는 움파카의 말마따라 이쑤시개용으로나 쓸법한 두께였지만 그 예리함은 어느때보다 날카롭게 버려진 상태였다.

눈, 목젗 그리고 명치. 아무리 단련된 전사라고 해도 약할 수 밖에 없는 부위로 살벌하게 피가 튀었다. 오크의 피는 녹색이였기에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는 구태여 말할것도 없었다. 아참 그러고보니 내 피도 녹색이였지.

나는 교단에 배신을 당했어도 누구보다 성기사 정신을 중요시하는 에녹이 이번에는 나름 융통성을 발휘해 준 점을 높이 샀다. 움파카는 신성한 일대일 결투를 위해 같은편(?)의 피를 보는 자충수까지 뒀지만 사실상 이번 결투는 나와 에녹이 2:1로 움파카를 몰아붙인 셈이였기 때문이다.

"으아아아아앙! 아파, 아파, 아프다고!!"

"움파카 시끄럽다. 형이 곤히 자고 있을때는 절대 깨우지 말라고 했을텐데."

"롬파카형, 저기 저녀석이 나를 찔렀어. 저 이쑤시개같은 무기로 내 눈을 찔렀다고. 가서 혼내줘. 아아아아아앙!!"

"이 못난 놈 같으니라고. 무쇠턱오크 일족의 전사가 고작 가시에 찔렸다고 엄살을 부리다니 내가 너를 그렇게 나약하게 키웠더냐? 무릇 일족의 진정한 전사라면 대못이 심장에 박히는 순간에도 의연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이, 앞이 안보인단 말이야!!!"

"휴우. 뭐 이것도 다 못난 동생을 둔 형의 업보인가. 좋다 이번만 도와주마. 하지만 다음에는 국물도 없을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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