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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심검, 그것은 비단 검술의 경지가 지고한 경지에 이른 자들의 전유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였다. 마음속에 있는 의념을 실체화 할 수 있다면 그 대상이 주먹이 됬든, 숟가락이 됬든 혹은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쿠자르처럼 이빨이 됬든 심검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칭할 수 있었다.
뭐 잘난듯이 말하고 있는 나도 실은 용린은리 사저에게 들어서 알게 된거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심상세계를 사용하는 네임드 보스 몬스터는 종종 있었지만 심검을 사용하는 네임드 보스 몬스터는 극히 드물어 그 정보를 알길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심상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세가지 조건중 타고난 신성 즉 출신성분과 관련된 부분이 필요없기에 심검은 평범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중에서는 단연 돋보적인 것이였다. 그렇기에 나는 은랑철권 퍼시벨이라고 하는 인물의 의지에 진심으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미 큰 기술을 써버린 퍼시벨이였던지라 은빛 늑대의 형상을 띈 기운을 주먹끝에서 토해내고 정작 본인은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허나 수인족 특유의 형편없는 마력 동화율을 생각하면 이정도도 감지덕지다. 게다가 은빛 늑대의 형상을 띈 기운은 암컷을 잃은 수컷의 외로운 마음을 형상화한 만큼 무척이나 집요하게 도올무기를 괴롭혀주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 개새끼가 어서 떨어지지 못해!!"
처음에는 무척이나 과묵한 이미지를 고수했던 도올무기였지만 본래 목표였던 궁기련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적을 상대로 고전하자 많이 흥분한 모습이였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패착이였으니 퍼시벨의 의념이 형상화된 은빛 늑대를 상대로 크게 도를 휘둘렀다가 은빛 늑대가 둘로 갈라져 빈틈을 내주고 말았던 것이다.
관절을 기이한 각도로 꺽어 간신히 은빛 늑대 한마리는 쳐냈지만 남은 은빛 늑대가 도올무기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어뜯어버렸다. 흉신강림을 사용할 경우 괴랄할 정도로 공격력이 증가하지만 호신강기의 방호력은 약해지기 때문인지 은빛 늑대의 송곳니는 도올무기의 대동맥을 뚫고 새하얀 뼈까지 드러나게 만들었다.
게임오버. 나는 들릴듯 말듯 조용한 목소리로 싸움의 종결을 선언한 뒤 수라감찰대원들의 시체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건 싸움도 아니고 심지어 내가 죽인것도 아니였지만 궁기련의 본체가 아직 사흉신교의 본단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전투결과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는편이 좋았다.
사령안 제 2형 샤프 마인드(Sharp Mind)로 살펴본 결과 다행히도 수라감찰대원들의 시체에서는 영혼역학 위상전환용 구슬이 관찰되지 않았기에 잘만하면 사흉신교 본단에 도착할때까지 궁기련의 이탈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을것 같았다.
감찰대라는 단체의 특수성때문에 아바타를 사용하지 않은것 같은데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하고 섣불리 궁기련과 접촉을 시도한 내게 있어서는 실로 다행인 일이였다. 그렇게 석조 미로에 파묻힌 모든 수라감찰대원들을 건저올려 에보니 메이든 속으로 쑤셔넣은 나는 마지막으로 도올무기의 시체를 찾았다.
'도철능약과 독혈여제 궁기수란때를 생각하면 원년 흉마십존 멤버들은 전부 아바타없이 수시로 본단을 드나드는것 같지만 신중해서 나쁠건 없겠지.'
"오, 옥사건 저, 저 시체 좀 봐!"
"안그래도 머리카락 하나 남김없이 폐기할 생각이였으니까 걱정마..."
나는 지레 겁먹고 부산스럽게 구는 궁기련에게 한소리 해줄려다가 도올무기의 입으로 뿔달린 구렁이가 튀어나오는 모습을 목도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은빛 늑대가 반쯤 물어뜯은 목울대가 꿀렁거리며 파충류 특유의 각진 비늘이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오호라 이제야 이 녀석들이 아바타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알겠군. 사실 아바타를 사용할 경우 두개의 신체에 중복 투자를 해야한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어느정도 이상의 경지에 오른 무인에게는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운 패널티는 아니였다. 초중반에 유독 내공의 성취가 빠른 마공을 익힌 자들이라면 더더욱.
즉 여분의 목숨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아바타 사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만 아바타 제조에 사용되는 아바타 클레이가 본체의 신체정보를 그대로 복제한다는 점이 인외마경의 존재들에게는 너무 치명적이였던 것이다.
지금도 계속해서 허물을 한꺼풀, 두꺼풀 벗어재끼며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는 도올무기의 본모습만 해도 무법자들 천지인 뫼부우스 스테이션에서 조차 절대 환영받을 수 없는 외형을 지니고 있지 않던가. 평생 땅굴속의 석조미로로 다닐 수 도 없는 노릇이고, 아니 지금 덩치를 보니까 땅굴로 다니기도 힘들겠네.
"빌어먹을 놈들 감히 이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다니. 수백년동안 쌓아올린 도력으로 갈기갈기 찢어발겨주마!"
"옥사건, 저 늑대 아저씨도 넉다운 됬는데 이제 어쩔거야!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사흉신교의 수뇌부들중에는 신처럼 강대한 존재들이 있다고."
"시이인? 크하하하하! 언제부터 용도 되지 못한 이무기따위가 신이라고 불리우게 됬는지 모르겠군. 궁기련 너는 그냥 거기서 지켜보기나 해. 그 인어의 눈물 탈취 사건 이후 내가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 보여줄테니까. 아 맞다. 그리고 저 놈 목따고 돌아오면 그때 못다했던 으쌰으쌰 마저 할거니까 보지털이라도 정돈하고 있던가."
"미친놈. 너같은건 그냥 저 이무기한테 잡아 먹혀버려!"
"글쎄다. 날 잡아먹으려 하면 턱뼈가 빠지다 못해 바스라질텐데 말이지!"
흑단관구(黑檀棺柩)에 잠들었던
본 드래곤(Bone Dragon)
좀비 드래곤(Zombie Dragon)
스펙트럴 드래곤(Spectral Dragon)
묘지기의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현현(顯現)하라
얼티밋 언데드 폼 제 3형 삼위일체(三位一體) 아크네메시스(Arcnemesis)
나는 도올무기가 아마도 마지막으로 추정되는 허물을 벗는 사이 에보니 메이든을 꺼내들어 마룡 쉐도우스틸(Shadowsteel)의 뼈와 살 그리고 영혼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여지없이 도데카 코어의 마력기관을 풀가동해 막대한 변이에너지를 생산해내니 170cm의 성인남성이 17층 아파트 크기의 용으로 변모하는건 정말 순식간의 일이였다.
사태가 그렇다보니 내 머리가 천장을 뚫고 술집 '주사위의 속사정'의 카운터까지 치솟아 올랐다. 우르르 쏟아지는 글라스잔을 무의식적으로 앞치마로 받아내려 하는 궁기련을 뒤로 하고 나는 일단 도올무기의 동체를 용꼬리로 휘감았다. 은랑철권 퍼시벨이 완전히 무력화된 상태로 쓰러져 있었기 때문에 도올무기의 기동력을 봉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징그럽기 그지없는 두 길다란 살덩이가 뒤엉키는데 도올무기 이 놈이 겁도 없이 내 몸 전체를 휘감아 오기 시작했다. 설마 서로 얽히고 설킨 난전으로 이어지면 자기가 유리할거라고 생각한건가? 나는 그 건방진 사고방식을 뜯어고치기 위해서 삼지족 가운데에 있는 구멍으로 쉐도우 브레스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사흉수중 하나인 도철의 경우 너무나 전통적인 음속성 마수였기에 쉐도우 블레이드를 쓸 시도조차 하질 않았지만 이무기는 달랐다. 인간의 탈을 썼을때의 행실이 어땠을지언정 이무기는 용이 되어 승천하기 위해 도를 쌓던 영물. 리얼타임으로 쏟아져 나오는 암흑의 칼날 앞에 두껍기 그지없는 비늘도 말라 비틀어져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내 몸을 꽈배기처럼 칭칭 휘감은 다음 머리의 뿔에서 어느샌가 번개폭풍을 머금은 먹구름을 소환한 도올무기 였지만 몸통을 두동갈낼 기세로 출력을 더해가고 있는 쉐도우 블레이드 앞에선 모든것이 무용지물이였다. 애써 소환한 먹구름을 거두고 서둘러 도망쳐보려 했지만 꼬리와 꼬리가 서로 엮인 상황에서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끄아아아아아악!!!"
"뭐야. 지가 알아서 다가오길래 뭐 대단한 기술이라도 숨기고 있는줄 알았는데 고작 뭉게구름 하나 피어올리는게 전부냐? 네놈한테 만류귀안을 쓸 가치는 없겠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도올무기가 말라 비틀어져 한줌의 재로 돌아가는걸 지켜볼 생각은 없었다. 비록이 용이 되지 못했다고는 하나 이무기도 나름 수백년 묵은 영물이였기 때문에 나는 삼지족으로 이리저리 발버둥치는 도올무기의 목을 틀어쥐고 그의 두 눈을 빼먹었다.
뿐만 아니라 어딘가 숨겨져 있을 내단을 찾기 위해 도올무기의 입 양쪽에 삼지족을 박아넣고 반대쪽으로 잡아뜯기 시작했으니 꿩먹고 알먹고라는 속담이 절로 생각나는 순간이였다. 그러다가 문득 뱀이 정력에 좋다는 사실까지 떠올라 이제는 불귀의 객이 되버린 도올무기의 시체를 해체하는 내 손길은 그 어느때보다 바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