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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기, 김사건 저 늑대 아저씨는 도대체 누구야?"
"으음 그러니까 족보를 따지자면 내 현아내의 전남편이라고 보면 되겠군."
"뭐라고!? 그런 막장같은 족보가 어디있어. 그리고 너 나보고 시집와라, 시잡와라 노래를 부르더니 이미 결혼한 사람이 있었던거야?"
"어. 휘르 행수라고 가슴이랑 엉덩이도 빵빵하고 무척이나 귀부인의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이 한명 있지."
"그건 물어본게 아니잖아! 지금 나보고 두번째 처가 되라는 건지 그걸 묻고있는거잖아!!"
"아니. 두번째가 아니라 세번쨰 아니 저쪽 세상까지 고려하면 네번째였던가? 영웅에게 삼처사첩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지니. 너무 딴지 걸진 말라고. 애시당초 이 오라버니가 처음에 시집오라고 했을때 련이 네가 거절해서 이렇게까지 순번이 밀린거 아니야."
"미, 미친... 김사건 너는 영웅따위가 아니야. 그냥 이 우주에 다시없을 흉수라고 흉수!"
"킥킥킥. 그래, 네 말대로야. 그러니까 걱정붙들어메고 기다리라고. 족보도 없이 자신들을 사흉신이라고 칭하는 놈들 따위는 진짜 흉수앞에서 오줌을 지리게 될테니까. 아 지금은 삼흉신이였던가."
"이것들이 감히 누구의 앞인줄 알고 잡담을 하고 있는것이냐! 수라구궁검진 격진!"
예상치못한 인물의 등장에 잠시 멈칫한 수라감찰대원들이였지만 이내 도철무기의 성난 고함에 검을 다시 곧추세우며 우리들에게 돌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일제공격은 자신의 먹잇감에 다른 누군가가 침을 흘려 성난 늑대 한마리에게 저지당했다.
아직 천근무게추를 벗지도 않은 퍼시벨이 발톱을 쭉 뽑아내더니 일개소대의 수라감찰대원들이 사방팔방과 공중까지 점해들어 오는걸 받아쳐버렸다. 물론 한손이 열손 당해낼 수 없는 법인지라 퍼시벨도 약간의 스친 상처를 감수해야 했지만 일부 수라감찰대원들 또한 터무니없는 수인족의 완력 앞에 칼이 부러지고 말았다.
검기고 나발이고 간에 압도적인 힘앞에서는 플라스틱 형광검에 불과했던 것. 이야 저 퍼씨 아저씨 독한 마음먹고 수련한다더니 진짜 강해졌네. 수인족은 보통의 인간과 비교를 불허할정도로 억센 근육과 날렵한 반사신경을 타고났지만 그에 반해 마력 동화율은 형편없는 수준이라 단전이나 써클같은 마력기관을 성장시키기 어려웠다.
귀갑육합권의 계승자인 퍼시벨은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기에 내공이 아닌 외공을 무던히 단련해 수인족의 장점을 극대화 시킨것이다. 그러나 수라감찰대원들은 자신들 보다 강한 적을 상대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였는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부러진 칼을 버리고 수리검을 집어던졌다.
그것을 신호탄으로 퍼시벨과의 정면승부를 피하면서 두더지 잡기게임의 두더지마냥 차륜전을 시작한 수라감찰대원들. 확실히 단순 돌격밖에 하지 못했던 예의 역천혈강시와는 사뭇 다른 전술적 운용이 돋보이는 움직임이였다. 뭐 속된 말로는 존나게 비겁한 싸움방식이였지만 그런걸 불평할정도로 퍼시벨의 전투경험치는 낮지 않았다.
"조금 거들어줄까? 아무리 전남편이라고는 해도 발두인과 라라펠의 친부이기도한 당신이 죽으면 휘르 행수가 슬퍼할것 같아서 말이야."
"갈!"
슬슬 나도 참전해볼까 싶어서 말을 걸어보았지만 퍼시벨은 짦은 외마디로 그 의견을 묵살해 버렸다. 단순히 자존심때문에 피우는 고집은 아니였던지 묵직하기 짝이없는 기운이 퍼시벨의 주먹으로 모여드는게 느껴졌다. 온실속의 화초가 아닌 전장에서 피어난 야생화의 감각이 지금 이대로 소모전을 펼쳐선 안된다고 경고해줬던 것일까?귀갑육합권 오의(奧義) 우공이산(愚公移山) 천근무게추 착(着)퍼시벨은 은랑철권이라는 별호에 어울리는 필살의 일격을 두더지가 아닌 두더지 게임기 자체에 꽂아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천근무게추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기에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묵직함은 한층더 펌핑된 주먹이 이미 한차례 박살난 석조 미로를 꿰뚫고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파사사사사사사사사삭!!! 비좁은 술창고에서 미처 제대로된 회피기동을 펼치지 못한 수라감찰대원들, 그 최후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것이였다. 한때는 그들의 비상구가 되어 은밀한 움직임을 도왔던 석조미로가 거대한 주먹의 파동앞에 갈래갈래 찢겨져 그들의 가슴을 꿰뚫는 하나의 석창이 되었던 것.
마치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듯한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호신강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다만 수인족의 특성상 유독 모자란 내공을 전부 써버린 탓인지 퍼시벨은 지독한 탈력감에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뭐 계속해서 소모전을 펼치다가 아무것도 못해보고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제법 한수가 있는 놈이였던 모양이지만 금수따위가 날뛰어봤자 이 몸을 어찌할 수 는 없다!"
"허억허억! 제기랄, 옥사건 네녀석을 상대할때까지는 절대 벗지 않기로 맹세했거만!"
도올분광도 제 2초식 발도(拔刀) 파천흉검기 집자결 발(拔)
내가 손도 되지 않고 코를 풀었다는 생각에 기뻐할무렵 석조 더미 사이에서 털끝하나 다치지 않은 도올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문자그대로 눈깜빡할 사이에 묵빛 도를 도집에서 뽑아내 퍼시벨의 목덜미를 베어들어가는 도올무기.
푸슈우우우욱! 선홍색의 피가 분수처럼 터져나와 일순 나는 퍼시벨이 즉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퍼시벨은 그 간발의 차에 짐승의 감으로 천근무게추를 탈착해 경동맥이 잘리는 것만큼은 피해냈던 모양이다.
목숨의 위협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연이어서 서슬퍼런 묵빛도가 퍼시벨의 급소 곳곳을 노리고 짓쳐들어왔지만 천근무게추를 모조리 벗어버린 은빛 늑대의 스피드는 가히 상상 이상이어서 번번히 빗나가기 일수였다.
"언제까지 도망만 칠 셈이냐! 이 쥐새끼같은 녀석아!!"
"흥! 네놈은 보법을 전문으로 익힌 쥐 수인족의 발 빠르기를 본적이 없는 모양이군. 고작 이정도에 앓는 소리를 해대다니."
"어이 퍼시벨. 슬슬 내 악당 뇌세포가 꿈틀거리다 못해 좀이 쑤시고 있는데 그냥 몰래 교룡마검인지 뭔지하는 녀석 곁으로 접근해서 옆구리를 쑤셔버리면 안되나?"
"수인족의 긍지를 더럽히지 마라! 게다가 네놈의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동귀어진을 하고 말겠다."
"옆구리를 쑤셔? 동귀어진을 하겠다고?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너희들이야 말로 흉마십존의 위명을 얕보고 있구나. 그렇다면 좋다. 이번 기회에 저승가는 길까지 잊지 않도록 톡톡히 각인시켜주마!!"
도올분광도 비기(祕技) 흉신강림(凶神降臨) 파천흉검기 연자결 발(拔)
일전에 도철능약이 사용했던 그 기술과 마찬가지로 도올무기의 파천흉검기가 묵빛 도를 타고 손목에서 어깨까지 휘감기 시작했다. 다만 그 검기가 이루는 형상은 산양의 뿔이 달린 호랑이가 아닌 머리에 각뿔이 달린 구렁이로 다소 열화된 모습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저 기술을 경시할 수 만은 없는 것이 도를 넘어서 몸 전체를 감싼 파천흉검기가 게임으로 따지면 소위 스플래쉬 데미지(Splash Damage)란 것을 가했기 때문이였다. 일직선으로 휘둘러지는 도와는 별개로 마치 진짜 살아움직이는 구렁이처럼 곡선을 그리며 퍼시벨의 상처입은 목덜미를 노리고 들어오는 파천흉검기.
천근무게추를 벗고 압도적인 스피드를 손에 넣은 은빛 늑대에게도 무엇인가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벗어던진 천근무게추를 어느샌가 다시 손에들고 투포환 선수처럼 투척해버린 퍼시벨. 그 어마어마한 질량 폭탄 세례에 흉신강림을 발동한 도올무기도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방어태세를 취했다.
아니 오히려 호신강기에 쓰일 내력까지 흉신강림에 쏟아부은 상태였기에 더더욱 신중해야만 했던 것이다. 단 한번의 발도로 어렵지 않게 천근무게추를 모조리 반토막 내버린 도올무기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것도 잠시. 천근무게추를 투척해 찰나의 시간을 번 퍼시벨이 그가 만시간도 넘게 연습했을 귀갑육합권의 기본정권을 허공에 퍼부었다.
나름 용린정권을 몸과 마음을 다해 익혔다고 자부하는 나조차 감탄하게 만든 진심어린 펀치였지만 문제는 그 주먹이 도올무기에게 조금도 닿지 않았다는 사실이였다. 혹시나 원거리에서 적을 타격하는 통배권의 일종인가 싶어 계속해서 지켜봤지만 도올무기의 신체는 요지부동이였다.
"뭐냐. 죽기 전에 자신의 무공을 다른 이에게 남기고 싶기라도 했던..."
심권합일(心拳合一)
외로운 늑대는 쓰러지지 않는다
(Lone wolf is never falling down)
그렇다한들 돌아갈 곳이 없기에
(Even though wounded, No place to go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