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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278화 (27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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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아무리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했다고해도 체격이라던가 목소리까지 변조할 틈은 없었기에 궁기련이 나의 정체를 금방 눈치채라는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였다. 어차피 재회를 기념하는 가벼운 쇼같은것이였기 때문에 나는 구태여 부인할 생각도 않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집어던졌다.

"쨔잔~! 우주제일의 미남 옥사건 등장! 우리 련이 나 안보고싶었어?"

"이 개자아아식아!!! 너, 김사건 너때문에 명이랑 광이가 뇌옥에... 흐윽윽."

쨍그랑! 뭐 반가움의 포옹과 키스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서도 바로 면전에서 술병이 날아들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서럽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궁기련. 덕분에 진한 화장도 눈물에 씻겨내려 부분적으로 나마 그녀의 본래 얼굴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날개 달린 소년, 큐비로부터 교환받은 목도리로 궁기련의 눈물을 닦아줌과 동시에 그녀와 어울리지 않던 진한 화장을 마저 지워주었다. 그와중에도 궁기련은 계속해서 깨진 술병으로 나를 찌르려 했지만 그녀의 주력병기인 활도 아닌 단순한 술병으로는 내 몸을 스치는것조차 불가능했다.

"뭐 대충의 사정은 들어서 알고있어. 혼돈술사를 잃어버린 죄로 도올명과 도철광이 뇌옥에 갇혔다지? 그런데 말이야 툭까놓고 말해서 그건 사흉신교의 수뇌부들 잘못이지. 내 잘못이 아니잖아? 게다가 그 혼돈술사의 신병을 내가 잡아뒀기 때문에 사흉신교 녀석들의 본거지에 대한 유력한 단서를 손에넣을 수 있었다고.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나랑같이 가서 얼토당토않게 자 이름에 신을 붙이고 다니는 수뇌부놈들을 신명나게 패버리고 도올명과 도철광도 구출하자고.

그 다음엔 말안해도 알지? 우리 련이 이 오라버니한테 시집오는거다."

"내, 내가 흐으윽 말했잖아... 부질없는 희망의 씨앗을 심지말라고. 사흉신교의 본거지에 몰래잡입해서 명이와 광이의 본체를 빼오겠다는것도 아니고 혼자서 사흉신교 본단을 쓸어버리기라도 하겠다는거야 뭐야."

"그 부질없는 희망의 씨앗이 나의 욕망을 먹고 자라고 또 자라서 지금 얼마나 커졌는데. 뭐 따지고보면 본래의 내 힘을 되찾은것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너, 너는 몰라. 아무것도 몰라. 사흉신교의 세력이 이 우주 곳곳에 얼마나 뿌리깊게 스며들어 있는지. 나도 연락책을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된..."

"그래, 그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것 같군. 교의 연락을 책임지는 비밀지부에 설마 도청장치 하나 없을거라고 생각했나? 교내 서열 77위 궁기련. 주력무공은 궁기쇄격전. 전 교내서열 10위, 11위인 도올명 도철광과 인어의 눈물 회수작전에 나섰다가 혼자만 아바타를 회수해서 돌아옴. 과연 다소 미심쩍은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구만. 교를 배신한 대가를 치를 준비는 되어있겠지?"

"다, 당신은 수라감찰대주 도, 도올무기. 아, 아니 저는 절대 적과 내통하려고 하려던게..."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쭉 찢어진 뱀눈에 장발을 한 사내가 술통에 쭈구려 앉아 낮게 읊조렸다. 나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일단 궁기련부터 끌어당겨 내뒤로 숨겼다. 물론 그녀는 나와의 내통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끈질기게 저항했지만 이미 술잔은 엎어진 상황이였기에 부질없는 짓이였다.

"넌 또 뭐야. 생긴건 어렸을때 뒤질라게 맞고 살았을것처럼 생겨가지곤 드럽게 쌘척하네. 아니아니다. 이제보니 도철광보다 못생긴게 사람들이 더럽다고 피했을것 같네. 그래 못생길려면 아예 그정도로 못생겨야..."

"말이 많군."

도올분광도 제 1초식 섬광(閃光) 파천흉검기 집자결 발(拔)

사실 스스로를 도올무기라고 밝힌 무사는 사실 못생겼다기 보다는 인간답지 않게 생겼다는 말이 더 정확한 사내였다. 뱀처럼 쭉째진 눈하며 양악수술을 10번을 받은듯한 턱.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상대방을 새치혀로 도발하는 것이 나의 전매특허였기 때문에 한번 놀려본것이였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저 양반이 평소에 외모 컴플렉스같은걸 가지고 있었을지도. 그러나 뱀눈 사내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내게 묵빛 도를 휘둘러왔다. 일전에 만났던 사흉신교의 부교주 도철능약이 사용하던 것과 비슷한 재질의 도가 일자궤적을 그리며 선반에 있던 모든 술통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앗차하는 사이에 선홍빛 술바다가 되어버린 술창고였지만 그곳에 나의 녹색피는 섞이지 않았다. 이매망량 레가투스 레기오니스 속칭 레레가 다른 이매망량들과 함께 방패를 치켜들고 방진을 펼쳐 검기의 여파를 모두 무효화시켰던 것이다. 과연 고등사고가 가능한 이매망량이라는건 편리하기 짝이없는것이였다. 그때 영멸시키지 않길 잘했군.

'주군 괜찮으십니까?'

'아아 덕분에. 앞으로도 그렇게 철벽수비 부탁한다. 뭐 검기에 스친다고 해서 죽을 내가 아니지만 지금은 련이가 보고있으니까 저딴 놈을 상대로 옷깃하나 상하고 싶지않아.'

"호오 제법 칼싸움좀 하잖아. 그정도면 어렸을때 맞고 다니진 않았을것 같군. 그래서 그쪽의 교내서열은?"

"교내서열 6위의 교룡마검 도올무기다. 방금의 일격을 피해없이 막아내다니 네놈도 그저그런 잡졸은 아니였던 모양이군."

"6위~? 그말인즉슨 흉마십존을 모집단으로 했을때 평균이하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소리잖아. 어이쿠야. 조금만 더 노력해서 5위를 찍지 그랬니. 쯧쯧쯧. 그랬다면 내가 직접 상대해줬을텐데. 아무리 그래도 평균도 안되는 놈이랑 검을 섞고 싶진 않으니까 일단 내 부하부터 상대하고 와라."

"그건 내가 할말이다. 집결하라 수라감찰대원들이여."

삐이이이익! 휘슬소리와 함께 술창고의 바닥이 무너지면서 미로처럼 얽혀있는 비밀통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나는 그제서야 스스로를 교내서열 6위 교룡마검이라고 밝힌 사내가 어떻게 기척도 없이 술창고로 들어왔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이 주사위의 속삭임이라고 하는 술집은 단순히 교인들간의 연락수단 역할을 넘어서서 비상사태시의 집합장소 역할까지 겸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채 벙찐 표정을 짓는 궁기련을 보아하니 여기서 일을 하고 있는 그녀조차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모양.

오니의 형상이 수놓아진 무복을 착용한 자들이 소리없는 발걸음으로 차례차례 올라오길 수여분. 어느새 술창고는 술통대신 수라감찰대 소속의 무인들로 빼곡해졌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고 하는 궁기련의 허리를 힘껏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그래서 갖은 폼은 다잡고 불러모은게 고작 이게 다냐? 아니 무슨 유치원 새싹반 어린이들이 선생님앞으로 집합한것도 아니고 고작 이거가지고 날 당해낼 수 있겠어?"

"양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내 사과하지. 하지만 양보단 질. 감찰대라는 집단의 특성상 보안을 위해 서열과 별호를 받진 못했지만 교인들중 그 누구보다 혹독한 훈련을 받고 살아남은 자들의 검격을 받아보아라. 수라구궁검진 개진!"

교룡마검 도올무기가 도를 들지 않은 손을 들어올리자 마치 그의 수족이라도 된듯 수라감찰대원들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고 칼을 뽑아들어 나를 향해 가르키자 마치 안테나에서 전파가 쏟아져 나오듯 상상을 초월한 기파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내력은 물리적인 형태의 것이 아니였기 때문에 일전에 레비아탄과의 싸움에서 바닷물이 이매망량의 방벽을 비집고 들어온것처럼 나에게 까지 그 기파가 전달되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피부위로 개미가 기어다니는듯한 간질거림만 있을뿐이였다.

허나 미처 대비를 하지못한 궁기련에게는 제법 치명적이였던 모양인지 그녀가 가느다란 선혈을 입술밖으로 흘려보냈다. 그 장면을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꼭지가 돌은 나는 이 비좁은 장소에 슈퍼구울 베히모스를 소환하기 위한 영창을 외우기 시작했다.

합격진이고 나발이고 간에 압도적인 괴수의 몸부림 앞에서는 그저 부질없는 몸동작이 되고 말리라. 그러나 그런 나의 계획은 갑자기 무너져 내린 지하술창고의 천장때문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얼마나 쌔게 뛰어내렸는지 과자처럼 부서져내린 바닥의 석조 미로. 이거이거 원 이제 이 술집에서 장사하긴 글렀군.

"웬놈이냐!"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누가 감히 내 먹잇감에 손을 되는것이냐!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앙!!!!!"

갑자기 천장에서 뛰어내려 검진의 기파를 몰아낼정도로 우렁찬 표효를 내뱉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은랑철권 퍼시벨이였다. 너구리 수인족 펑키와 함께 보급품 거래를 감독하고 있어야할 그가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용캐 이 술집을 찾아온 것. 그런데 나를 구하러 온 이유가 나를 먼저 쓰러트리기 위해서라니 이것도 내가 쌓은 업보라면 업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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