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73화 (27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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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뭐야 어린세랑 네가 여기 왜 있어. 설마 쉬운 여자로 보이기 싫어서 한번 팅겨봤는데 내가 바로 돌아서니까 너무 아쉬워서 나를 미행한거냐? 하긴 내 자지가 한번 맛보면 좀처럼 잊기 힘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겁니까!!! 저는 향후 인어족들이 팔륜성에서 진행할 몇가지 사업안에 대해서 이솔다 공주님과 논의하기 위해서 찾아온것뿐입니다. 그러는 옥공자 당신이야말로 무슨 일로 이솔다 공주님의 처소로 찾아온겁니까? 당신의 그 더러운 욕정을 해결하고 싶은거라면 직녀루나 찾아가십시오."

"저, 저기 두분다 일단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아서 찬찬히 이야기를 해보죠."

"이, 이런 죄송합니다, 이솔다 공주님. 제가 순간의 분노를 참지못하고 공주님께 무례를 범하고 말았군요."

황룡선을 타고 인어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내해에 도착한 나는 인어족들에게 묻고 물어 주거용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이솔다 공주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맞닥드렸는데 그건 다름 아닌 방금 헤어진지 얼마되지않은 어린세랑 행정관이였다.

아무래도 황룡선을 출발시킬때 첫 비행이다보니 이래저래 점검해야할 부분이 많아 시간 소요가 커진탓에 나보다 한발 일찍 도착한 모양인데, 이솔다 공주와 둘이서 오붓하게 사랑을 나눌 생각이였던 나에게는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만남이였다.

"일단 먼저 찾아온 쪽이 어린세랑 행정관이니 먼저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죠. 그래도 상관없겠지요, 옥사건 준위?"

"물론이지요. 저 새치기나 하는 몰상식한 사람아닙니다. 그래도 옆에 앉아서 두분이 무슨 얘기를 나누시는지 경청하는것 정도는 괜찮겠지요?"

"으음. 저야 상관없지만 어린세랑 행정관께서도 동의하실지는 모르겠네요."

"뭐 딱히 엄청난 기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것도 아니니 그렇게 하지요.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용린검가는 절대 자원봉사자같은 마인드로 인어족들을 팔륜성에 들인게 아닙니다. 용린은리 아가씨는 단순히 책임감에 떠밀려 덥석 땅과 물자를 내주라고 하셨지만 사실 저는 그 모든 소요경비를 장부에 기록해왔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저는 그 비용을 인어족들에게 청구할 생각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고 먼 훗날 인어족들이 자기 밥값을 할 수 있게된 그때에 이자까지 부쳐서 말이죠."

"저도 언제까지 무력한 난민의 지도자로 있을 생각은 없답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그럼 몇가지 사업안을 제안하기 전에 한가지 확인할게 있습니다. 이솔다 공주님께서는 팔륜성으로 오기전 수왕성에서 해산물 수출로 제법 짭짤한 이득을 보셨다고 들었는데 이게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이곳 팔륜성에서도 어업 활동을..."

"그건 안됩니다."

"예? 어, 어째서입니까?"

이솔다 공주가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얼굴로 어린세랑 행정관에게 반문했다. 누가뭐라 해도 인어족들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해산물 채취를 할 수 없다고하니 저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지. 나는 다소 지루할거라고 예상했던 사업안 이야기가 제법 흥미있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팔짱까지 풀고 이야기에 집중했다.

"성인 인어족 한명의 해산물 채취능력은 수십년 경력의 해녀 두서넛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라고 하죠? 그 귀한 인력을 왜 낭비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왕성과 달리 팔륜성은 이미 전 국토가 개발완료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팔대양의 조업권이 여덞무가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분배된 상황이고 각 무가는 그 조업권을 어업조합원에 돈을 받고 대여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업조합원은 또 다시  민가의 어부들에게 유통 수수료를 받고 계절별 조업권을 분배하고 있죠."

"...그렇군요."

"뭐 제 직권을 남용하면 인어족들에게 일부 조업권을 할당하는것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일부 민가의 어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건 이솔다 공주님께서도 바라는바가 아니겠지요?"

"예. 배가 고프다고해서 다른이의 밥그릇까지 빼았을정도로 인어족들의 긍지가 낮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굶고 말지요."

"뭐 저희 용린검가도 수용한 난민들을 굶길정도로 돈이 없는건 아닙니다. 이솔다 공주님에게 이렇게 사업안을 제안하는건 어디까지나 인어족들이 팔륜성에서 자립할정도로 성장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거주할 수 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인.어.공.주님께서 말이죠.

나는 그 어떤 외행성 상인을 목전에 두고도 한치의 움츠러듬도 없었던 이솔다 공주가 어린세랑 행정관을 상대로 다소 기가죽은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연 용린검가를 오가는 모든 돈줄을 관리하는 직책에 있는만큼 어린세랑의 화술은 보통내기가 아니였던 것이다.

그러나 어린세랑의 기세에 눌린것도 잠시 이솔다 공주는 침착하게 그녀가 들고온 사업안을 하나하나 검토하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인어족의 운명이 달린 선택이였던지라 종이가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만 한시간째 마침내 이솔다 공주가 하나의 종이를 꺼내들었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주 컨텐츠로한 아쿠아리움 건설계획. 이게 가장 비전이 있는 사업같아 보이는 군요."

"바로보셨습니다. 물좋고 공기좋은 곳에서만 살다오신분치곤 눈썰미가 제법 좋으시군요. 그런데 가장 비전있는 사업임과 동시에 가장 많은 투자금을 필요로하는 사업이라는건 알고계셨을런지 모르겠네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란건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유흥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바다 앞에 플라스틱 의자 몇개 갖다둔다고 해서 그걸 무대라고 생각할리가 없죠. 그들을 만족시킬만한 고급스러운 아쿠아리움을 건설하기 위해선 최소 구축함에서 최대 순양함을 건설할만한 비용이 소요될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자 어떻게 하실건가요?

설마 용린검가 측에서 그 모든 투자비용을 댈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계셨던건 아니겠지요? "

"그, 그건..."

"그 부분은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것 같군요. 물론 공짜는 아니겠지만서도."

"잠깐만요. 옥공자 여기는 당신이 끼어들만한..."

"왜? 돈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투자자가 될 수 있는거 아니야? 내가 이솔다 공주님과 안면식이 있는 사이라고 해서 투자자가 될 수 없다는건 얼토당토않은 역차별이지."

이솔다 공주가 어린세랑 행정관의 맹공에 끝내 참다 참은 눈물을 흘리려는 그 순간 나는 와일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절대 자원봉사자같은 마인드로 인어족들을 돕기위해 나선건 아니였다.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라 다소의 지출을 감수하기로 했달까.

"그렇다면 어디 한번 옥공자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죠. 보아하니 아무 조건없이 투자금을 내놓을 생각은 아닌것 같은데."

"이솔다 공주님과 어린세랑 행정관. 이 둘이서 수영시합을 하는거야. 한쪽은 태어날때부터 수영 능력을 타고난 인어족들의 공주. 한쪽은 팔륜성에서도 좀처럼 찾기힘든 수공의 계승자. 재미있을것 같지않아?"

"옥공자! 저희는 지금 아쿠아리움 사업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겁니다. 갑자기 쌩뚱맞게 왜 수영시합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군요."

"왜냐면 그 수영시합에 아쿠아리움 건설 비용에 해당하는 상금이 걸려있기 때문이지."

"하! 재미있군요. 확실히 그 수영시합은 이솔다 공주님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겠지만 도대체 제가 그 수영시합에 참여해서 무슨 이득을 볼 수 있는지 모르겠군요."

"하긴 용린검가의 재정을 책임지시는 안주인에게 그 정도 상금은 그닥 메리트가 없을지도 모르겠군. 그러면 이렇게 하는건 어떨까? 어린세랑 행정관한테는 상금 대신 내가 소원 하나를 들어주는걸로. 물론 어린세랑 행정관이 이솔다 공주님에게 지면 반대로 내 소원을 하나를 들어줘야겠지만."

"이제보니 그게 꿍꿍이였군요! 당신의 음흉한 속이 훤히 보입니다. 이솔다 공주님에게는 죄송하지만 그 수영시합 저는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그 점이 포인트인거야. 내가 어린세랑 행정관에게 어떤 소원을 빌지는 뻔한거지만 어린세랑 행정관이 니한테 어떤 소원을 빌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거니까. 내 카드는 완전히 공개된 상태지만 어린세랑 행정관의 카드는 뒤집어져 있는 상태. 이 정도면 해볼만한 게임 아야? 아니 이 기회에 차라리 내가 어떤 소원을 빌지 미리 말하지. 하룻밤. 딱 하룻밤동안만 어린세랑 행정관이 나만을 위한 암캐가 되어줬으면 좋겠어. 평생동안은 바라지도 않아. 딱 하루만 굴욕을 감수해주길 원하는거야."

금방이라도 이솔다 공주님의 집무실을 벗어날것 같았던 어린세랑 행정관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이 수영시합이 어느쪽에게 유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각자가 져야하는 리스크 대비 리턴으로 따지면 어린세랑 행정관에게 유리한 부분이 분명 있었다.

"만약... 제가 평생 용린검가를 위한 검이 되어달라는 소원을 빌면 그 소원도 들어주실 생각입니까?"

"어렵지않지. 내 인성이 개같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짖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라고."

"재밌군요. 저 하나의 프라이드를 제물로 팔륜일황급 무력의 소유자를 영입할 수 있다니. 최신형 전함 황룡선은 덤이고 말이죠. 좋습니다. 지금 당장 허락할 생각은 아니지만 일단 한번 고려해 보도록 하죠. 이솔다 공주님께서도 아쿠아리움 사업에 대해서 한번 더 제고해주시길 바랍니다. 비교적 적은 투자금으로 수입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럼 이만 저는 물러나보겠습니다."

*    *    *    *

주위에 작은 섬하나가 전부인 망망대해. 낡은 어선 하나가 출렁이는 파도에 삐그덕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 올라탄건 다름 아닌 나와, 이솔다 공주 그리고 어린세랑 행정관이였다. 아쿠아리움 사업의 투자금과 일회 소원권이 걸린 수영시합 내기를 제안한지 일주일 째 되는 날.

마침내 어린세랑 행정관이 그 제안에 응해왔던 것이다. 그녀가 정확히 어떤 의중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영시합 장소나 규칙을 직접 꼼꼼히 정한걸 보면 진짜 이 승부에서 승리해 나에게 소원을 빌 생각인 모양이였다. 뭐 그 소원이 일전에 말했던 것처럼 용린검가를 위한 것이 될지 그녀 자신을 위한것이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 시합을 시작하기 전에 몇가지 규칙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일단 첫번째로 옥공자 당신은 출발 휘슬을 부는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형태로든 절대 이 시합에 개입해서는 안됩니다."

"뭐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

"둘째로 저와 이솔다 공주님은 시합에 임함에서 있어 어떤 비겁한 수단이나 계략으로 상대의 진로를 방해해서는 안됩니다. 이곳은 오로지 순수한 수영실력만을 겨루는 자리가 되어야 할것입니다."

"뭐 그것도 당연한거고."

"이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을것 같아서 한번 더 짚고 넘어가는갑니다. 마지막으로 이 승부의 승리자는 먼저 저기 있는 작은 섬을 터치하고 다시 이 배로 돌아오는 자이며 패배한 자는 깨끗하게 경기내용을 승복하고 이후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한다. 그리고 옥공자 당신은 승자에게 약속된 상품을 그 즉시 건네야만 합니다. 이의는 없겠죠?"

"이의가 있을리가 있나. 우리 공명정대하기로 이름 높은 어린세랑 행정관이 정해주신 규칙인데."

"이솔다 공주님께서는?"

"저도 없습니다. 누가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후회없는 시합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도록 하죠."

"그럼 옥공자께서는 휘슬을 불 준비를 해주세요."

나는 배의 조종키에서 손을때고 사전에 준비된 호루라기를 입에 문채로 붉은 깃발을 들어올렸다.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봐야 좋을게 없는 수영시합이였기때문에 어선의 운전도 수영시합의 심판도 내가 도맡아 했어야 했던 것이다. 아 물론 어선의 운전은 실직적으로 이매망량들이 했다고 보는것이 맞겠지만서도.

삐이이이이이이익! 귓가를 찌르는 휘슬 소리와 함께 비키니를 입은 이솔다 공주와 전신 수영복을 착용한 어린세랑이 바닷물속으로 입수했다. 제법 걸려있는 상금이 컸기 때문인지 살벌하기 그지없는 물장구소리가 그녀들이 하얀점으로 보일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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