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60화 (26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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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 Oxogan The Killer Whale, Leviathan

"모두 대열을 유지... 크윽! 이 포션은 뭔데 체력을 깍아먹는거야."

"아니 버프 포션은 왜 먹었을때 속도가 느려지는거고. 젠장할!"

"그 녀석이다, 보급품을 들고왔던 그 녀석이 범인이다. 어쩐지 포션셔틀 따위가 60층 라인을 뚫고 살아남았다는게 이상하다 싶었는... 파, 팔십층에 있어야할 녀석이 왜 여기에에에엑!!"

사실 음에너지로 인해 오염된 포션은 겉부분에 있는 것들뿐이였지만 풍운 길드의 최정예 파티 운사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파티원이 속출하자 안쪽에 있는 포션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여기까지는 내가 계획했던 대로였지만 다음 페이즈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그 변수는 다름아닌 샤오밍이 폴링해온 네임드 몬스터로 그 이름하야 대병마용장. 진흙말 대신 진흙 코끼리를 타고 있는 거구의 병마용이 병마용장의 지휘 아우라와는 별개로 묵빛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는데, 그 탓에 이중으로 강화된 병마용들이 밀쳐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안그래도 오염된 포션때문에 혼란에 빠진 운사 공대는 그런 병마용들을 상대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운사공대와 병마용들은 어느 한쪽이 소수만 살아남을때까지 서로 혈투를 반복해야했지만, 이대로 일방적인 전투가 지속된다면 저 대병마용장의 대군을 우리가 상대해야할 판국이였다.

딱히 샤오밍의 탓이라고 할 수 도 없는게 커몬 몬스터와 달리 네임드 몬스터는 리젠 주기가 완전히 랜덤이였으니 그저 그녀가 운이 나빴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뭐 덕분에 풍운 길드의 최정예 파티인 운사 공대는 어떻게 손쓸틈도없이 박살났으니 최악은 면했다고 해야할까.

"목표를 잃은 병마용들이 이쪽으로 몰려옵니다. 엘리멘탈 로드님, 큰거 한방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는 차례차례 한놈씩 수를 줄이는 전략으로 가야할것 같군요."

"에어리스, 이그니스 부탁할게!"

연녹빛을 내는 자그마한 소녀 옆에 타오르는 불꽃처럼 생긴 장발을 지닌 소녀가 나타나 엘리멘탈 로드의 볼에 자신의 뺨을 비비적 거린다. 그리고 그걸 샘낸 바람의 정령왕이 불의 정령왕의 머리끄뎅이를 붙잡고 난리를 치는데... 아니 이것들아, 큰거 한방은 언제 준비할건데!

내 답답한 속도 모르고 계속해서 꽁냥꽁냥 거리던 바람과 불의 정령왕들은 병마용들이 코앞에 닥쳐서야 서로 두손을 마주잡고 캐스팅을 준비했다. 아니 사실 캐스팅이라고 해봤자 아이컨택을 하면서 한쪽눈을 찡긋한것뿐이지만 그 효과는 놀라웠다.

불의 속성이 가미된 거대한 폭풍이 내 새끼손가락만한 정령왕들의 팔에서 뿜어져나와 삽시간에 병마용들을 덮쳐버린 것이다. 화덕속에 들어간 도자기처럼 구어진 병마용들은 작은 충격에도 유리알처럼 산산조각 나버렸고 덕분에 왕루옌을 위시한 파티일행은 병마용장과 대병마용장을 집중적으로 마크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러한 점때문에 일반적인 원소술사는 뭔짓을 해도 정령술사를 뛰어넘을 수 없었으니, 파이어스톰같은 칠십번대 술식을 이렇게 무영창으로 퍼붓는데 제대로된 싸움이 성립될리 없었다. VOT 온라인 3대 술사처럼 시간을 끌어줄 수 있는 강력한 소환수가 있다면 모를까. 물론 그 3대 술사중 한명인 나는 아까부터 손가락만 빨고 있었지만 말이다.

"후우후우.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생각이상으로 엘리멘탈 로드님의 광역 데미지가 좋아서 쉽게 끝났군요."

"매, 매드독스님도 대병마용장을 홀로 마크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북두십성 유저의 힘이란건 확실히 독보적이군요. 직접 이 두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솔직히 천외천 유저랑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날까 싶었는데."

"그치? 그치? 내가 괜히 진시황릉의 끝판왕을 공략하겠다고 한게 아니라니까."

"아크리퍼 당신은 그렇게 큰 소리 칠 입장이 아닐텐데. 도대체 언제까지 아무것도 하지않고 구경만 할 생각이지?"

"그거야 진시황릉 99층에 잠들어있는 보물이 내 눈앞에서 반짝반짝거릴때까지지."

"당신... 그러다가 천벌받아."

"흥! 하늘이 내게 벌을 내린다면 그 하늘조차 쪼개버리면 그만이야."

내가 생각해도 너무 멋있는 대사였지만 깍두기 신세인 지금의 내게는 어울리지 않았는지 모두 애써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부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있자니 당장이라도 십만 이매망량군을 대동해서 단신으로 던전을 돌파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지만 이제와서 그러는것도 우스운 일이였다.

헛기침과 함께 다시 한번 얼굴의 철판을 두텁게 덧칠한 나는 풍운 길드의 포션 보급품과 시체에 남겨진 드랍템들을 수거하기로 했다. 과연 대형길드의 지원을 받는 파티인만큼 제법 짭짤한 고위 넘버링 템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 마력 재생 옵션이 붙은 장비들로 엘리멘탈 로드를 재무장시켰다.

수왕성으로 넘어갈때 주무기를 날려먹은 나조차 창고에 남아있던 2군 장비들로 어느정도 구색은 갖춘 상태였는데, 아미고 플레이어였던 엘리멘탈 로드의 경우 초보자들이나 입을만한 누더기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밑에층으로 가면 갈 수 록 그녀의 화력이 중요시 될 상황에서 이 정도 투자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뿐만아니라 같은 효율의 생명력 회복 포션보다 10배는 비싼 마력회복 포션까지 두둑히 챙겨주었으니 이만하면 정령왕들의 현계 유지 비용이 모자랄 일은 없을터였다. 그렇게 심기일전해서 다시 70층 라인을 돌파하기 시작하니 우리 파티는 얼마안가 80층 초입에 도달할 수 있었다. 풍운 길드가 몇년간 해내지 못한 일을 단 하루만에 해낸 셈이다.

"던전 지형이 개활지로 바꼈군요. 어쩌면 풍운 길드는 70층 라인을 뚫지 못해서가 아니라 80층에서 사냥하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때문에 70층에서 머무르고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왕루옌이 기존의 미로 지형과는 달리 그 어떠한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는 던전 구조를 보고 혀를 차며 읊조렸다. 그러고보니 운사 공대의 파티원들 중 한 명이 대병마용장을 보고 80층에 있어야할 몬스터가 왜 여기에 있는거냐며 소리친적이 있었다. 그 대사는 80층을 들려본적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대사였다.

뭐 어찌됬건 간에 지형적 유불리는 우리 파티에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였다. 엘리멘탈 로드가 부리는 땅의 정령왕이 던전의 지형을 변환할 수 있을정도의 고위 대지술식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진짜 문제는 80층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의 병종 구성이였다.

대병마용장이 병마용장들을 거느리고 병마용장들은 또 병마용들을 거느리는 다단계(?) 구조. 도대체 어디서부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할지 감이 안오는 이 병종 구성을 공략하는 방법은 내가 볼 때 딱 하나였다. 무리하지않고 딱 한 무리씩만 폴링해서 천천히 잡아나가는 것.

그 어떤 꼼수나 무리한 진행도 용납하지 않은채 정석대로 진행하기만 한다면 언젠가 90층 라인에 도달할 수 있겠지. 물론 그때는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였다. 게다가 최정예 파티가 전멸당한 풍운 길드가 우리를 쫓아오기란 요원한 일이기도 했기에 나는 잠정 휴식을 결정했다.

'하루에 한층씩 시나브로 점령해 나가는거다.'

*    *    *    *

북두십성 유저 2명, 천외천 유저 3명 그리고 나라는 응원 단장을 포함한 파티가 80층에 발도장을 찍은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다. 우리는 땅의 정령왕이 개활지에 외길 통로를 만들어 놓으면 그곳으로 병마용들을 유인한 다음 불과 바람의 정령이 그곳에 파이어스톰을 불어넣게 하는 이른바 화덕 작전을 통해 던전을 한층, 한층 공략해 나갔다.

조금 컨디션이 좋아서 여력이 남는 날에도 무리하지 않고 딱 한층씩만을 공략한 탓에 제법 긴 시간이 걸렸지만, 덕분에 단 한명의 희생자도 없이 90층의 초입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 지긋지긋한 병마용들과도 안녕을 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90층서부터는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가 완전히 바꼈기 때문이였다.

이른바 금의위 강시. 내 전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가 떼로 몰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중간 보스마냥 홀로 어슬렁 거리기에 나는 왕루옌에게 금의위 강시를 산채로 포박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고레벨의 강시는 언데드 회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참고하고 싶었기 때문이였다.

과연 병마용들과 달리 고독한 늑대처럼 혼자 다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금의위 강시가 황금빛 검기를 다발로 뿌리며 왕루옌의 기습에 응수했다.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갑주 또한 범상치않은 물건인듯 했으니 이만하면 몬스터가 아니라 그냥 한명의 천외천 유저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상대는 천외천 유저도 아니고 보통의 만렙 유저는 더더욱 아닌 북두십성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매드독스 왕루옌. 대인전투에 있어서는 당해낼 자가 없다고 알려진 무투계의 여왕님이란 말이지.'

"사건님 제압은 완료했습니다만 생각보다 이 몬스터의 검기 운용이 능수능란해서 사지의 기맥을 잘라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케이, 수고했어. 그럼 어디 한번 살펴볼..."

"감히 인간따위가 진시황님의 안식을 방해하려 하다니 천벌을 받고 싶은 게로구나."

"어쭈 몬스터 주제에 말을 제법 또박또박 하잖아. 그렇다면 내 말을 들을 귀도 있다는 소리니까 잘 들어라 이 좆만한 새끼야! 하늘이 내게 벌을 내린다면 그 하늘조차 찢어버리는게 바로 나, 모든 죽은자들의 주인이자, 왕이자, 어버이인 대사신님이시다. 살아생전에 황제였던 거지였던 죽은 이후에는 모두 내 발바닥 밑이니까 그 아가리 여물고 있는게 좋을거야."

사지의 기맥이 잘려 마치 실이 끊긴 인형처럼 내게 멱살이 잡혀 올려진 금의위 강시가 맥동하는 Ex등급의 영력때문에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강시가 됬건 좀비가 됬건간에 죽은 자의 몸으로 이승에 발을 딛고 있는 이상 내 영압을 무시할 수 는 없는 노릇이였다.

그제서야 얌전해진 금의위 강시의 몸안으로 마력을 밀어넣어 찬찬히 살펴보니 이런 물건이 또 없었다. 사령안이 없었기에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는 없었지만 거의 구할에 가까운 기맥이 썩지않고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즉 이 강시는 따로 언데드 회로를 깐게 아니라 살아생전의 기맥을 활용해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세부근육은 물론 단전(丹田)과 같은 마력기관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었으니 명이 다한 언데드 치고는 과한 호사를 누리고 있는 셈이였다. 좀 더 자세히 살피기위해 용린소심공의 묘리대로 금의위 강시의 삼단전, 즉 신장-심장-뇌로 이어지는 기맥을 훑던 나는 중단전에 해당하는 심장에서 정체불명의 구슬을 발견했다.

무슨 영물의 내단도 아닌것이 심장에 콕 박혀서 죽은자의 피를 펌핑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이자를 강시로 만든 술법이 죽은 자를 되살리는 종류의 것이 아닌 죽기 직전인 자의 목숨을 천륜을 거스르고 억지로 연명 시키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 90층 라인을 돌파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르겠군.

"앞으로 모든 전투는 최종보스를 만나기 전까진 내가 맡도록하지."

"예? 하지만 이 금의위 강시라는 몬스터 개체수는 적을지 몰라도 천외천 유저와 맞먹는 상승의 무공을 사용할 줄 압니다. 가급적이면 협력을 통해서 한놈씩 처리하는게..."

"다 내가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거니까 지금부터 구경이나 하라고. 깍두기 모드를 해제한 아크리퍼의 멋진 활약을 말이야."

지금까지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던 내가 모든 전투를 전담하겠다고 하자 파티원들의 표정이 말도 아니다. 뭐 여기서는 내가 어떻게 금의위 강시를 요리할지 직접 보여줄 수 밖에 없겠군. 나는 이매망량군을 100마리정도 추려낸 다음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또 다른 금의위 강시에게 돌진시켰다.

금방이라도 황금빛 검기에 도륙날것 같았던 망령들이 금의위 강시의 상단전 즉 뇌에 파고들어 금의위의 영혼과 힘싸움을 벌인다. 한 손으로 열손을 감당할 수 없는 법이기에 끝내 심령을 제압당한 금의위의 영혼은 육체의 제어권을 이매망량에게 내줄 수 밖에 없었고 이로서 나는 천외천급의 검사 언데드를 휘하에 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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